선생님! 어제 최초의 유토피아 조선(朝鮮)’이란 강의를 들었습니다. 조선이 최초의 유토피아였다는 말은 그들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란 책에 기반해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한 서양에 앞서 주()나라를 이상 국가로 한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했다는 의미입니다.

 

시종 인상적인 강의였다고 생각합니다. ppt 대신 판서(板書)를 하며 펼친 자칭 중구난방의 강의였는데 이는 그만큼 강의가 자유롭게 진행되었다는 뜻입니다. 자기 이론이 확실하고 동서양 철학에 기반해 역사적 사실들을 하나로 꿰는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학 전공자답게 동서양의 철학자들을 자주 호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귀담아 들을 것들이 많았습니다. 가령 수신제가치국 평천하에서 제가(齊家)란 말은 가신을 거느린 사람들에 한하는 것이라는 말, 제사 역시 로열 패밀리(적당한 용어가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적습니다.)들에 한한 일이라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저는 제가가 정치적 의미를 갖듯 화이부동(和而不同)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란 질문을 했습니다. 강사는 제 말에 동의하며 조화롭게 지내되 하나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화이부동에 획일적이거나 폐쇄적 세계에 대한 지양(止揚)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강사가 지엽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 말의 출처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가령 보르헤스가 천국은 도서관이라는 말을 했다고 분명히 한 반면 정조(正祖)를 조선 패망의 주역으로 본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의 견해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 제가 그 견해는 선생님 생각인가요, 학계 일반의 견해인가요?란 물음을 던졌습니다.(이런 식의 물음은 저 말고 다른 여자분에 의해서도 한 번 더 제기되었습니다.) 답은 자신의 견해라는 것입니다. 정조가 문체반정을 펼친 것이 조선이 멸망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백승종의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을 찾아보았습니다. 어제 강의를 한 분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조는 성리학 중심의 구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을 적절히 차단하고 자신의 정치적 동력을 키우려 했다는 것입니다.

 

한 국가의 멸망을 특정 인물로 환원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제 강의를 듣고 책 읽는 방식이나 책 선정 등을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키워드 선정을 염두에 두고 넓고 큰 틀에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제 진행된 첫 강의는 전체 제목과 같은 최초의 유토피아 조선이었고 다음 주는 공자, 신화가 되다입니다. 네 번째 주 강의인 종묘와 사직, 그리고 성균관이 가장 기대가 크게 되는데 일곱 번째 강의인 조선 회화에 담긴 600’, 마지막 여덟 번째 강의인 인사동 골동품 순례기는 유토피아란 주제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또는 연결지을지 궁금함이 큽니다.

 

푸코, 라캉 등의 사상에 기반해 조선을 분석할 것이라는 말도 궁금증을 키웁니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以老學難成)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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