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진 시인의 ‘전복’을 어떤 한자로 써야 할까?

“광장 공포증을 앓는 당신과/ 고독 공포증을 앓는 내가// 늦가을 감포 해송정식당/ 늙은 해녀의 안방에서/ 전복탕을 먹는다// 식어 버린 내 앞에서/ 끓어 넘치는 전복탕// 시퍼런 내장의 쓰라림/ 적막한 껍질이 쏟아 놓은/ 울음들// 여린 암초 사이에서 전복된/ 푸른 두갈래사슬풀 무늬// 마지막 그 밥상/ 잔물결 치는 자개장을 등지고/ 전복탕을 먹는다// 광장공포증을 앓는 당신과/ 고독 공포증을 앓는 내가”...

광장 공포증을 앓는 당신과 고독 공포증을 앓는 나는 전복(顚覆)적이다.

‘식어 버린‘과 ‘끓어 넘치는‘도 전복(顚覆)적이다. 그런 당신과 나는 전복(全鰒)을 즐긴다.

시인은 전복탕(全鰒湯)으로도 전복(顚覆) 놀이로도 쓰일 수 있게 제목을 전복(全鰒)이라고도 전복(顚覆)이라고도 하지 않고 ’전복‘이라 했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전복(顚覆) 놀이로 읽고 미식(美食)을 즐기는 사람은 전복(全鰒)으로 읽을 수 있게...

어쩔 수 없이(?) 주역(周易)을 말하게 된다. 주(周)의 문왕(文王: 추존)이 은(殷)에 잡힌 상황에서 그는 땅인 곤(昆)이 위에, 하늘인 건(乾)이 아래에 있는 괘를 일러 소통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복희(伏羲)가 만든 괘상(卦象)에 사(辭)를 붙인 것은 문왕이다. 효사(爻辭)를 만든 것은 아들 주공(周公)이니 그는 아들에게 대를 잇게 한 것이다.

역(易)과 복(覆)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것이 내 소박한 의문이다. 문왕이 불우하지 않았다면 괘상에 사를 붙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이런 생각은 전복(顚覆) 놀이인가? 역(易) 놀이인가? 단지 상상일 뿐인 놀이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