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가 출간되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와 그의 제자 엘리자베스 웨흘링이 함께 쓴 책이다. 2012년 출간된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같은 책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책이다.
레이코프와 웨홀링의 책은 정치가 환멸을 부르는 우리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물론 나 뿐이 아니겠지만 적폐세력이 만들어내는 환멸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내는 상식과 합리의 새 정치를 보며 견디는 것이 최근의 큰 흐름이리라.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이기에 충분히 예상한 바이지만 레이코프와 웨흘링의 책에서는 은유가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어졌다. 은유는 시를 논할 때만 만나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 사유와 언어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수사(修辭)이다.
그래서 이 책에 많은 관심이 간다.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자기편을 꾸짖는 저자의 일갈을 접할 수 있지만 이번 책에서는 어떤지 모른다.
단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와 미국의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 보수 정당은 교묘한(수준 높은?) 프레임 조작을 행하지만 우리 적폐세력은 종북 프레임과 색깔론 외에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 그때 그때 다르게 아무 말이나 하는 막무가내 어법도 있다.
레이코프와 웨흘링은 사람들에게 정당의 정치적 프레임을 파악할 것을 주문한다. 한 철학자가 한 말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철학을 하는 한 독사(doxa)에 만족하지 말고 에피스테메(episteme)를 택하는 것은 사활(死活)의 문제”(최화 지음 ‘박홍규의 철학’ 79 페이지)라는 말이다.
독사는 그릇된 견해, 에피스테메는 참된 앎을 의미한다. 나는 앞서 인용한 철학자의 말을 정치적 선택을 하는 한 프레임의 실상을 파악해 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사활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말로 바꾸어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