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골짜기를 배경으로 한 한무숙 작가의 유수암(流水庵)‘에는 청수암(淸水庵)과 유수암이라는 두 암()이 나온다. 암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지만 청수암은 암자이고 유수암은 고급 요정이다.

 

청수암은 구름머리 아낌없이 버려 깎고 번뇌를 끊어 오직 불제자로서 도를 닦는 이승(尼僧)이 사는 암자이며 유수암은 청수암에서 끊어버린 그 번뇌에 얽히며 오히려 그것을 극채색으로 펼쳐보이는 화류가(花柳家) 고급 요정이다.

 

저자는 대비되는 두 암을 이야기하며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로 성()과 속()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임을 환기시킨다. 색은 결국 공허하고 공은 빈 것이기에 색도 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모마리아 상을 반쯤 우려낸 게 아닐까 싶게 보살의/ 맵시라지만 눈매 고운 기생의 뒤태를 에두르고 어딘/ 지 성모마리아의 맘씨마저 서렸다고 표현한 유종인 시인의 입상(立像) - 길상사에서란 시가 생각난다.

 

의아한 것은 유수암에서 독경 소리가 흘러나오는 의외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작가는 진경(陳慶)이라는 주인공을 노류장화의 헛꽃으로 대하지 않고 한 음영(陰影) 짙은 인격으로 쓰고자 했다고 말한다.(’수필집 열 길 물속은 알아도참고)

 

한무숙 작가를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 작가는 수렴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주로 쓴 모더니즘 작가이고 우울증과 신경쇠약 등으로 자살한 작가이다.

 

굳이 말하자면 한무숙 작가가 보인 못나고 어리석고 가여운 존재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연민이 울프의 페미니즘에 수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낙화유수의 줄임말인 유수는 쇠잔영락을 상징하고 행운유수의 그 유수 즉 일정한 형태 없이 늘 변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교묘하게 다의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올해가 작가 탄생 100주년이다. 이번 주 수요일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 주 수요일 문학관을 간다. 워밍업을 위해 읽기에는 무거운 작품, 그래도 읽어야 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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