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리(羑里)라는 곳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박상륭 작가의 장편 ‘죽음의 한 연구’에서이다.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羑里)로도 모인다는 것이다.(羑는 착한 말 할 유라는 글자이다.)

어떻든 유리는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에게 잡혀간 곳이다.

다산(茶山)의 둘째 형인 정약전(丁若銓)은 흑산도에서 귀양 살이를 하는 중에 다산의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읽고 이런 서문을 지었다.

<..사마천이 말하기를 “문왕이 주왕(紂王)에 의해 유리(羑里)에 갇혀 있을 때 ‘주역(周易)’을 연역하였고 공자가 궁액(窮厄)에 빠졌을 때 ‘춘추(春秋)’를 지었다.”라고 하였는데 이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적하게 맺힌 것이 있어 자기의 도를 통할 수 없으므로 지난 일을 서술하고 앞일을 생각한 것이니 이 말도 또한 울분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럴 말한 이치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가령 미용(美庸: 정약용의 字)이 편안히 부귀를 누리며 존귀한 자리에 올라 영화롭게 되었다면 반드시 이런 책을 저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박석무 지음 ‘다산 정약용 평전’ 467 페이지)

멋지다. 난형난제(難兄難弟)이다. ‘주역(周易)’은 은주(殷周) 교체기라는 난세에 쓰인 책이다. 다산도 난세에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썼다.

’주역‘의 경문을 어떤 원리 원칙에 의하여 일관되게 해석한 예는 정약용의 ’주역사전‘을 빼고서는 달리 말할 수가 없다.(박주병 지음 ’주역반정: 周易反正‘ 참고)

머리 식히기 위해 고미숙 님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 2013년 출간)‘를 읽자.

고미숙 님은 용신(龍神)이건 글쓰기건 그걸 하다 보면 팔자가 일그러진 원천이 탐진치(貪瞋痴)에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22 페이지)

사주명리학에 근거해 견해를 밝힌 글이다.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으니 이제 2탄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 책에 다산의 주역론이 포함될까? 다산과 연암은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으니 주역에 통달했던 다산과 달리 연암은 주역을 도외시했을까? 아니면 다른 주역론을 폈을까?

기록에 의하면 연암은 “..’주역‘에 이르기를 ‘하늘이 초매(草昧: 혼돈)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성인이 ’주역‘을 지을 때 코끼리 ‘상(象)’자를 취하여 지은 것도 만물의 변화를 궁구하려는 까닭이었으리라.“ 등의 말을 했다.(2008년 그린비 출간 ‘열하일기’ 하권 319, 321 페이지)

물론 이것만으로는 연암이 어느 정도 ‘주역’ 공부‘를 했는지 판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연암이 단지 주역 일반에 대해 공부했는지 상당히 전문적이고 구체적이었는지 알 수 없다. 관련 자료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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