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의 먼 곳에서부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먼 곳에서란 말은 공자의 능근취비(能近取譬)를 비튼 능원취비(能遠取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능근취비란 가까운 것을 비유하여 먼 것에 이르는 것, 내 처지로부터 남의 처지를 유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능원취비는 먼 것을 비유하여 가까운 것에 이르는 것, 남의 처지로부터 내 처지를 유추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김수영은 왜 아프다는 말을 했을까?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란 동의보감의 말이 있지만 여기서는 적용할 말은 아닌 듯 하다.

 

감응하기에 아프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드라마 다모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대사처럼?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一切衆生病 是故我病)”유마경(維摩經)‘의 말처럼?

 

그렇다면 이 경우 아프다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이 아픈 것이겠지만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것이고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픈 것임을 해아리면 굳이 나눌 일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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