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구원 신 앞의 철학‘은 김영민 교수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20년 전이다.

‘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과 함께 그의 초기 저서를 대표하는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간성과 그 자리의 한계를 적절하게 직면하고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경험에 정직하기 위해 애쓰며 합의(合意)에의 방식과 그 공평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적 탐색의 지난한 여정을 버리고 삼박한 계시와 전수의 단답(單答)을 원하는 자는 떠나라. 예수를 참지 못하고 나름대로 답해 버린 유다가 떠났듯이.˝(29 페이지)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는 지금껏 내가 내놓은 또는 치른 진술과 표현들이 뜸들이는 과정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차린 못난 답안들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한다.

그런 가운데 하이젠베르크가 한 말도 다시 찾아보게 된다. ˝역사는 (우리가) 어떤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이론이 일관성이 있다거나 명확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론을 더 다듬고 그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일에 참여해보겠다는 희망 때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인간, 입자, 자연에 대한 단상‘ 16 페이지)

하이젠베르크는 바로 이런 점이 우리가 활동하고자 하는 소망이고 노력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이라 말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이것 때문에 과학의 길을 혼자 더듬어 가는 것이다.

사실 완전한 이론을 취함으로써 할 것(덧붙이거나 고칠 것)은 없다. 오류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새 이론을 만들 수 있다.

어떤 점이 김영민 교수가 경계한 것이고 어떤 점이 하이젠베르크가 말한 긍정적인 저술(표현)인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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