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이론은 현실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네“..이런 혜자(惠子)의 시비를 접한 장자(莊子)가 내세운 논리는 소용이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만이 소용이 있는 것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장자(莊子)의 말인즉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은 끝없이 넓지만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을 디딜 수 있는 넓이 뿐이라는 이유로 발바닥 밑면만을 남겨두고 주위 땅을 밑바닥까지 파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겠는가란 것이다. 장자는 그래도 발바닥 밑만이 소용있겠는가?란 말로 혜자(惠子)에게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나는 장자주의자(莊子主義者)이다. 헤프고 산만하고 비경제적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 하지만 아니가 나이인지라 관심 영역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잘 지키기 어려워 난감함을 느낀다. 그래도 장자의 논리에 의거해 내가 딛고 선 영역 주위의 엄청난 땅들이 언제든 내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딛고 선 땅과 그 주위의 땅들은 가변적이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가 되듯.

 

장자의 혜자의 일화룰 접하며 철학 소설을 생각했다. 나는 철학 소설을 추천하라면 카트린 클레망의 테오의 여행을 추천한다.(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추천하는 사람이 있지만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어서 패스.)

 

불문학자 동성식 교수는 앙드레 지드의 소설을 그 안에 성경을 숨긴 작품들이라 칭했다.(‘앙드레 지드, 소설 속에 성경을 숨기다참고) 그의 어법을 따르면 테오의 여행고슴도치의 우아함은 그 안에 철학을 숨긴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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