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라도 펑펑 내릴 것 같은 세모(歲暮)이다. 저무는 해를 그렇게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무장무장(갈수록 더 많이)이란 말로 수식해야 할 현상이 자주 있었던가?

˝..네 쪼고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나러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一年)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이렇게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눈 오는 지도(地圖)‘가 생각난다. 끝간데 없이 눈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간도..

윤동주 시인의 시에서는 자연 현상인 눈과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눈이 함께 노래되었다. 눈과 무장무장이란 말을 연결지은 두 시를 무작위로 골라보았다.

첫눈은 무장무장 쌓여서
빈 들녘은 그대 이름으로 숨 죽인다
무장무장 또 흩날리는 저 춤들 뜨거운데
열리지 않는 길들은 가로눕는다
(김은숙 시인의 ‘폭설‘ 전문)

오늘밤에도
마가리 아득한 골짜구니엔
전설처럼 펑펑 쏟아질 것이다..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서
마가리 마을은 축복처럼
샤갈의 마을이 되어서

무장무장 무지한
자작나무 골짜기가 되어서
한정없는 전설을
깊은 일만이천봉 골짜기만큼
무진장 쏟아낼 것이다..
(나병춘 시인의 ‘마가리에 눈이 내리면‘ 부분)

이에 비해 김명리 시인의 ‘적념(寂念)‘은 바람을 무장무장이란 말로 수식한 시여서 눈에 띈다.

바람은 산문(山門)의 헐은 문지방을 또 더듬어가며
얼어붙은 노래,
천형의 구부러진 솔잎사귀 마른 억장 위로
무장무장 불어 쌓이는데(‘적념‘ 부분)

눈이 마음을 포현하기에 좋은 소재이듯 바람도 좋은 소재이다. 눈도 바람도 부정적인 면은 덮고 긍정적인 면을 보자. 서설(瑞雪)이라 하고 서풍(瑞風)이라 하자.

그렇게 2018년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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