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모순 같지만 친숙함과 생소함이 함께 느껴지는 곳, 예상 밖의 성취와 기대하지 못한 무반응 등으로 감정을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는 곳이 페이스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다. 앞으로 5년이 더 지나 페이스북 개설 10년이 되어도 이런 결론에서 더 나아간 구체성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페이스북을 계획에 맞춰 사용한다고 말하면 너무 진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페이스북을 활용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생각하면 나의 무계획성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궁궐 해설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놀라운 필력을 보이는 분들이 수없이 포진해 있는 이 페이스북에서 최근 내가 안 사실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명인들도 좋아요에 의미를 두고 그에 맞춰 페삭, 페차 등을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 같은 무명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단한 분들까지도 좋아요에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는 곳이 페이스북이란 생각을 한다. 최근 나는 나에게 친구신청을 해놓고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유명인을 페삭했었다. 그러자 그 유명인은 마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라도 하는지 친구신청을 다시 했다. 그렇게 곧바로 친구신청을 다시 할 것인데, 그리고 친구 수에 의미를 둘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는 것을 보면서 내가 갖는 감정은 의아함이다.

 

베토벤이 카바티나의 악보에 이런 글귀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천왕성에 있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이 나를 어찌 알까?" 베토벤의 천재성을 생각하면 그가 남긴 구절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천재성이 전혀 없는 나도 그리고 천재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사람들도 베토벤이 천왕성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 것 이상으로 타인들을 의식할 것이다.

 

베토벤은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가상의 사람들을 생각했지만 페부커들은 함께 하는 존재들이기에 그런 의식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일 수 밖에 없다. 페친들은 나를 의식하는지, 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의식하기에 그들은 내 글의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게 하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분들이다. 물론 적극 호응하고 댓글 달고 좋은 글로 내게 다가오는 분들은 스승 같은 분들이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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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10-2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스북 가입은 작년 06월에 했지만, 본격적 페이스북 활동은 올해 08월~09월부터 했어요. 제 경우, 알라딘과 비교해 페이스북이 소통과 반응 측면에서 (지금까지는) 더 나은 느낌입니다. 논쟁과 토론이 훨씬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페삭과 페차를 두 차례 당했습니다. 아니 자초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둘 다 번역과 관련된 (상대방 분과는 약간 다른) 제 의견을 올렸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요. 한동안 충격 먹고 솔까 원망도 하고 반성도 했더랬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님 알라딘 블로그(http://blog.aladin.co.kr/763054172)는 가끔 찾아와서 댓글도 남깁니다만, 페이스북(www.facebook.com/anuloma01)은 거의 찾아가본 적이 없어 서먹서먹한 느낌이네요. 제가 관심 있는 게 마음·의식·감정·자유의지·인공지능·로봇·특이점·인지과학·뇌과학·신경과학·마음철학·창발 등등 이렇게 한정적이다 보니까 벤투의스케치북 님 페북에 찾아가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알라딘과 페이스북 둘 다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웹 디자인, 각종 서비스 기능, 공유 기능, 통계, 연결(링크) 기능, 댓글 체계, 알림 기능 등등 측면에서 장단점을 나눠가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아무래도 알라딘이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알라딘은 북플과 블로그로 이원화돼 있어서 뭔가 자원과 화력이 분산·약화되고 회원들한테도 시간적·심리적 손실을 (본의 아니게) 끼치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점 어떻게 정리 혹은 수정증보식 통합이 되면 좋을 듯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차피 우리 모두는 저 잘난 멋에 사는 것이죠. 우리 모두는 이걸 먼저 자각해야 될 것 같아요. 이걸 먼저 깨달아야 ‘남’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란 것이죠. 제 생각엔 이걸 깊이 자각하지 못하면 남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나와 남은 ‘ㅁ’ 하나 차이인데 둘의 관계를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

벤투의스케치북 2017-10-24 20:16   좋아요 1 | URL
네.,감사합니다, 상세한 글 잘 읽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오래 생각해 보아야 할 글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또는 알라딘 서재)와 페이스북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페이스북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친구도 늘고 팔로우도 생기고 적응이 되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ualia님의 넓고 깊은 관심은 부럽고 놀랍습니다. 참고 거리를 주셔서 참 좋습니다.. 건필(健筆) 바랍니다. 건강도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