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의 광어 양식장에서 일할 때 신암리 통신이란 블로그 카테고리를 운영했었다.
동해남부선이 지나던 그곳은 지금도 낭만과 아쉬움의 정서를 교차하게 하는 근원지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에서 5분 거리인 그곳에는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시며 바다를 보기에 좋은 횟집이 있었다.
그 횟집은 약간은 모호한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페북에서 우포늪 통신사 역할을 하시는 손 시인의 글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오늘 글에는 수달이 목격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은 달제어(獺祭魚)라는 말이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은 뒤 먹지는 않고 제사를 지내듯 늘어놓고 있는 것을 뜻하는 이 말이 어떤 계기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중요한 것은 수달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수달은 다른 곳에도 있으니 가시연꽃을 비롯한 우포의 수생식물들과 짙은 청록을 보려는 것이다.
올해는 궁궐 순례를 많이 했다. 지난 8월 창경궁에서는 청설모(청설모가 아니라 청서靑鼠라 해야 맞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를 보았고 7월 창덕궁에서는 너구리를 보았다.
당시 청설모를 보면서 나는 저 동물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말을 해설사에게 했다. 함께 해설을 들었던 누군가가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청설모는 나무 위에서 살고 다람쥐는 땅 위에서 살며, 청설모는 잣을 좋아하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좋아하는 등 습성이 다르고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고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등의 차이도 분명하다.
어떻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말하고 싶은 것은 나에게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움 또는 아쉬움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궁궐 시나리오를 쓸 때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쉽고 간결한 글, 관심을 유도하는 질문과 미션 제시 등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나는 새로움과 독창성 등도 염두에 둔다. 물론 이로 인해 글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요즘 열 가지 서울의 색을 시나리오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그 색들은 서울의 건축문화유산과 나무와 자연의 원소들을 연상하게 하는 색이라고 한다. 궁궐 기둥의 빨간색, 궁궐 기타 영역의 갈색, 가을 거리의 은행나무의 노란색, 한강의 물결이 드러내는 은백색 등이다.
왕조시대의 유산인 궁궐은 죽은 건축 유형이다.(조재모 지음 ‘궁궐, 조선을 말하다‘ 4 페이지) 그럼에도 궁에 갈 때는 마음이 늘 설렌다.
미지의 영역이고 거대 건축물이고 문화 유산이기 때문일 것이다.(궁은 십년을 드나들어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볼 수 없는 과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