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책 대출 권 수 때문에 직원에게 어필했다. 물론 예의를 갖추고 논리로 그렇게 했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지난 월요일 책 10 권을 빌렸고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인 그제(7월 26일) 10 권을 더 빌릴 수 있다는 지침을 확인하고 그렇게 한 뒤 어제 다섯 권을 반납하고 그 수 만큼 빌리려 했는데 직원은 내가 15 권을 빌린 상태이기에 대출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이 도서관은 1인당 열 권을 2주간 빌릴 수 있고 1주일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 물론 문화가 있는 날에는 열 권을 더 빌릴 수 있다.)

나는 반납한 권 수 만큼 빌리는 것인데 왜 안 되느냐고 물었고 직원은 규정상 대출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그러면 지난 월요일 빌린 책들과 문화가 있는 날에 빌린 책들을 집에 두고 있다면 스무 권을 계속 가질(읽을) 수 있는 셈이고 다섯 권을 반납한 뒤 그 수보다 적은 수의 책을 빌리려 한다면 결국 스무 권보다 적은 수의 책을 빌리려(읽으려)는 셈인데 대출이 안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문화가 있는 날 추가 대출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어필했다.

그리고 ‘이런 일(문화가 있는 날에 책을 추가로 빌리려는 사람의 등장)은 처음이시죠? 문화가 있는 날에 책을 더 빌릴 수 있다는 말만 하고 이런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또는 대비)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책을 더 빌릴 수 있다는 큰 틀은 정했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상세한 정보를 제시하지 못해 더운 날 이렇게 멀리서 책을 들고 걸어오게 했으니 규정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규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일반 요일에 빌린 책과 별개로 문화가 있는 날에는 책을 더 빌릴 수 있게 하고 반납 규정도 별도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책들이기에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런 말도 했다. 대출 제한(10 권)을 없애고 스무 권, 서른 권씩 책을 빌리게 해도 다른 이용자들이 또 다른 이용자들에 의해 대출된 책을 찾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그리고 인문서나 자연과학서들처럼 다른 장르의 책들에 비해 더 안 읽히는 책들은 융통성을 발휘해 문화가 있는 날이 아니어도 더 빌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결국 나는 반납한 수 만큼 다른 책들로 바꾸어 왔다. 도서관측이 대출에 관한 세부 사안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결과이다.

지난 달 페북에서 작은 오해 때문에 한 여자 분과 논쟁을 했는데 유명 강사인 이 분은 특이하게도 논리적인 공방일망정 어필을 주고 받은 사람인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나를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도 말했다. 예의를 지킨 채 논리만으로 어필하고 방어했으니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제도 논리로 맞서고 예의도 지키며 생각을 주고 받은 것이니 장려할 일은 아니고 실수하지 않은 것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논리와 합리는 다를 수 있다.

논리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형식만 그럴 수 있고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논리에 감성을 입혀야 한다.

나를 돌아 보게 된다. 생필품도 아닌 책을 생필품 대하듯 하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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