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보고 이 이후의 예술은
모두 데카당스란 말을 한 사람은 화가 피카소이다. 그는 동굴벽화의 독창성과 추상성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원시 혈거인(穴居人)들이 (들소 등의) 벽화를 그린 이유에 대해 많은 설이 제기되었다.
사냥설,
유희설,
모방설,
파괴설 등..
그런데 남아메리카공화국의 인지고고학자인
루이스 윌리엄스(David Lewis
Williams; 1934 - )가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동굴 속 어둠에 대응하기 위해 뇌가 일으킨
단순 환각을 벽에 옮긴 것이 동굴벽화에 산재하는 추상적인 문양이라는 것이다.
빛이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눈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환각이다. 깜깜한 상태이기에 눈은 실상 아무 것도 보지 못하지만 무언가가
보이는 것은 깨어 있는 한 눈을 통해 바깥세계를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감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뇌의 작용 때문이다.
단순 환각이 지속되면서 뇌는 그림의 요소들을
가지고 구체적인 형태를 그려내는데 이것이 바로 복합 환각이다. 관건은 환각과, 그것을 동굴에 옮기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점이다. 영화 이론가이자 평론가인 앙드레 바쟁은 소중한 존재나 동경의 대상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심리적 충동을 그림의 동기로 보았다.(조주연 지음 ‘현대미술 강의‘ 참고)
내가 환각설을 지지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냥설, 유희설, 모방설, 파괴설 등은 각기 한계가 있다.
어떻든 나는 원시 혈거인들이 어떻게 동굴
벽화를 그렸는지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가.(*)
*
루이스 윌리엄스는 그들이 왜
그림을 그렸는지를 논하기 전에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를 논했다. 어떻게는 루이스 윌리엄스가, 왜는 앙드레 바쟁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