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전 전철 안에서...

단청 문양 자체가 대칭이고, 경복궁 근정전과 사정전이 대칭 구조로 지어졌고, 사정전 좌우의 만춘전과 천추전이 대칭이라는 점과 궁궐을 균형과 비례의 원칙 즉 중용 원리에 따라 대칭으로 지은 이유가 치우치지 않는 바른 정치를 펼치려는 왕권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연결짓고, 음양오행의 원칙에 따라 다섯 색을 사용하는 단청이 바로 그렇게 중용의 원리를 따른 결과라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피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읽는 콜린 엘러드의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 수록된 다음의 구절이 나를 위로한다.

˝우리는 오랜 세월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옛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여린 몸짓, 가장 어린 시절의 몸짓이 여전히 온전하게 문득 되살아 나는 것을 알고 몹시 놀란다. 한 마디로 우리가 태어난 집은 우리 내면에 주거와 연관된 다양한 기능들의 위계를 아로새겼다. 우리는 특정한 그 집에 거 주하는 데 따른 기능들의 설계도이며 다른 모든 집은 단지 기본 주제의 변주일 뿐이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서 인용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니 안락한 집 생각이 피어난다. 눕고 싶지만 지금 여기는 전철 안. 광화문 인근. 지쳤지만(처음에는 키보드를 잘못 눌러 미쳤지만이라는 글자가 쓰였다. ㅎㅎ) 다른 분야의 책 좀 사려고 교보에 간다. 나, 짐승의 썩은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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