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자 시인들의 작품을 잘 안 읽는 것은 도덕성이나 심성 면에서 남자 시인들보다 여자 시인들을 더 믿기 때문이다. 시 역시 심성과 다르게 작품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몇몇 남자 시인들의 시는 괴리(乖離)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가 그 시인들의 삶을 알지 못하기에 무리한 말일 수 있지만 시를 보는 것만으로 즉 직관으로 판단하건대 심성과 꽤 다르게 표현된 시들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남자 시인들이 연이어 성(性)과 관련한 추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시를 읽지 않기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그렇게 추문을 일으킨 시인들의 시를 읽었다면 참 황망할 것이며, 그런 시인들의 시집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지불한 돈이 아깝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억누르고 시집을 버려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 그렇다고 내가 남자 시인들의 시를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황동규, 마종기, 고진하, 송재학, 박남준, 성윤석, 서동욱, 장석남, 송찬호, 엄원태 등의 시인들의 작품은 자주 읽는다.
거론되지 않은 분들은 내가 미처 눈길을 주지 못한 분들이다. 정확히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문학은 혼자 하는 것이라는 성윤석 시인의 혜안이 반갑다. 아울러 시를 기법이나 수사(修辭)적 장치로 환원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기법과 수사가 무용하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은 돌아보지 않고 작품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