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선생의 책을 뒤져 기어이(?) 편지에 관한 글을 찾아냈다. 참 오래 전 읽은 기억을 되살려 그의 에세이집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찾은 글은 이렇다. “방안에 들어가 서신함을 보고 편지가 없으면 전쟁 통에 오래 소식이 두절된 것 같다.” 내가 이 구절의 대략을 기억하는 것은 이 글이 워낙 임팩트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1964년 6월 그러니까 자살하기 몇 개월 전의 일기로 이 글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그의 천재성과 광기에 찬 지식욕, 가을과 봄, 겨울을 보는 낭만성, 편집적이라 할 수도 있을 만큼의 생에 대한 사랑과 낯선 것에 대한 동경(憧憬) 등을 확인했다. 전혜린 선생의 일기는 짧고 강렬하다. 어쩌면 그에게 흰 종이에 단지 “죽었니?”라고 쓴 편지를 보냈다는 어느 지인의 영향도 작용했으리라. 전혜린 선생이 페북 시대를 살고 있다면 그에게 어떤 풍경이 빚어질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좋아요의 부재를 전쟁 통에 편지가 두절된 것 만큼 느끼는 사람들이 만드는 페북 시대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