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이 없던 시절 나는 블로그를 출판사 열화당(悅話堂)에 영감을 준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한 구절인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란 말로 표현한 적이 있다. 친척들의 정겨운 말을 들으며 즐거워 한다는 의미인데 지금의 SNS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페북은 부처님이 하신 "와서 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사실 블로그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다툼, 갈등 등이 없을 수 없다.) 내 친구들은 대체로 진지한 분들이기에 크게 관련이 없지만 페북은 블로그에 비해 기동력 있는 짧은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 "와서 보라"는 말은 자신감의 표현인데 이는 사방팔방으로 트인 페북 공간에 잘 맞는 말 같다.
그런데 자신감이 과도해 영악하기까지 한 현대적 마인드를 과거로 투사해 이완용의 매국을 국력 키우기의 일환으로 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우리'는 고려하지 않고 강국의 패권적 힘을 우리 것으로 착각하는 미망(迷妄)이 아닐 수 없다.(물론 사학자 김윤희 박사의 말처럼 대한제국의 정치 구조 속에 배태되어 있던 문제들을 이완용 개인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이완용을 제외한 다른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내 페친 중에 그의 비상식적인 글에 '좋아요'를 클릭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다행이다. 최광임 시인의 경우처럼 "제법 친한" 분을 페삭하는 안타까움을 겪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