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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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가장 친밀한 얼굴을 한 채 가장 치밀하게 나를 병들게 하는 적 ‘가스라이팅’. 결국에는 나를 잃어버리고 상대의 요구에 따라 살게 만드는 정서적 폭력이자 정신적 학대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의 다양한 모습과 가해 방식, 가스라이팅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 가스라이팅에 쉽게 당하는 심리적 특성, 극복 방안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드라마·소설 속 사례에 심리학 이론을 더해 분석한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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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전문 학술 용어도 아니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분야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별것도 아닌 걸 그럴싸한 용어로 어렵게 말하냐고 폄하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던 시대에도 이미 지구는 둥근 모양이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가스라이팅은 분명히 실재하는 행위이고,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쉽게 우리 삶을 침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아야 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지요. 이때 문제의 원인은 작아진 나일까요? 작게 만든 그일까요?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틀린 건지, 저 사람에 의해 '틀림을 당하고' 있는 건지. p12~13


‘아픔’을 ‘나쁨’이라고 말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일들은 빈번히 일어나지요.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세상에 살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잃어갑니다. 행복해질 권리를 빼앗기고 있지요. 내 잘못과 내 책임은 아니지만 누구의 짐도 아니기에, 그 주인 없는 짐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살아가지요. 결국 자기 목소리를 잃고, 선택을 포기하며, 나를 부정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살

아갑니다. 세상의 요구와 가치관이라는 틀에 맞춰 조종당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 또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언젠가 아프다고 집에 간다는 후배에게 눈살을 찌푸렸거든요. 나도 모르게 형성된 신념을 또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서 불필요한 아픔을 옮깁니다. 서로를 가스라이팅하면서 상처를 전염시키지요. 이제는 치료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p19~20


아픔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상은 누군가의 상처를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고, 당신 책임도 있다며 손가락질합니다. 그 목소리에 익숙해진 우리는 위로받아야 하는 순간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숨어버리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내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요. 한 사람의 메시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흘러간 메시지는 선한 영향력이 되어 용기의 꽃을 피웁니다. 이 메시지가 기름에 불붙듯 흘러넘치면 좋겠습니다. p37


매슬로우의 위계욕구이론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스라이터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충족하면 되거든요. 배가 고플 때 샐러드를 든든히 먹으면 과식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는 스스로의 욕구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가 어느 욕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어떤 자극에 취약한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방식은 무엇인지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알맞게 조절해야겠지요. 배가 불러 미끼를 물지 않도록 말입니다.p206


가스라이티는 대부분 관계 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합니다. ‘이 관계가 올바른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요. 정상적인 관계에서는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을 하고, 그 생각을 멈추기 위해 합리화하고, 자신의 행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에너지가 모두 소진됩니다.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주변 경로를 사용하는 실수를 범하지요. 상대방의 언변에 포장된 큰 오류를 깨닫지 못하고 말입니다.
문서작업을 마무리할 때는 오타를 확인합니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오타를 잘 찾아내는데, 정신이 없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오점을 모르고 지나치지요. 가스라이티가 하는 말은 '멸린 말치','기능 재부'입니다. 얼핏보면 맞는 말 같은데 자세히 보면 오류이지요. 그들의 말을 온전히 검열해 내는 건 에너지가 충분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고 책입니다. 그 책에 치명적인 오류가 남지 않도록 에너지를 아끼세요. 틀렸다고 생각될 때 멈추고 더 나아가지 마세요. 그럼 보입니다. 가스라이터의 헛소리가.  p213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어린시절,

흑백TV속 명화극장에서 영화 '가스등'을 가족들과 함께 본 기억이 있다.

넘 오래전이어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넘 예쁜 얼굴과 상반된

음산한 분위기의 스릴러였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얼마전부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와 함께 영화 가스등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며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영화, 드라마, 책 속 사례에 심리학 이론을 더해 분석한 이 책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읽게 된 건 큰 딸의 결혼을 앞두고였다.


어릴 때부터 애늙이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갈등하면 서로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자녀에게 갈구하고, 

보살피기보다 오히려 위로 받기를 바라지요. 자녀에게 배우자 역할을 기대합니다. 

부모의 무책임과 무능은 자식에게 부담이 되고 자녀 스스로 가장의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자식이 부모의 모습을 대신한 부모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부모화된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그 역할을 놓지 못합니다. 

부모를 외롭게 하지 않으려 꿈을 포기하거나 도전할 기회를 놓아 버립니다.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가족을 위해 희생학, 결혼이나 독립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대놓고 요구한 건 아니지만 자시은 그 상황에 몰립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시킨 일이지요. p229


그래서인지 '다정한 고슴도치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에 콕 박혀 오래도록 가슴이 아렸는데

아주 오래전, 

가업을 잇기 위해 정략결혼을 하게 된 부모님의 맏딸이었던 내가 애어른의 살아야 했던 무수한  시간들과 

본인도 아기였으면서 동생이 생기고 장녀로 성장하며 '넌 언니니까 이래야만 해'라고 수없이 강요했을

말도 안되는 순간들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ㅠ.ㅠ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것 같을 때는 등을 돌리면 그만입니다. 

나를 비난하는 것 같으면 악착같이 반격하면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지요. 

함께하고픈 마음은 본능이어서 가슴이 먼저 반응합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상대의 가시 돋친 말도 반박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비난까지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요. 

문제는 의미 있는 타인이 아닌 그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가스라이팅은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하는 것이지요. p43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이어서인지

책을 읽으며 내 삶에서 스쳐간 관계를 돌아보며 꽤나 힘들고 아팠고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할찌 생각해보며

이런저런 다짐을 해본다.

상대방의 입장을 살피다가 나도 모르게 상처받고

집에 돌아와 더이상 이불킥하지 않길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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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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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애호하는 한 사람의 에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커피를 음미하고 적은 감상평은 아니다. 문학 비평가인 권영민 교수가 다양한 문학 작품 속 커피 이야기를 로스팅한 뒤, 커피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도록 블렌딩했다. 커피의 유래부터 문학 작품 속 커피 이야기, 문학 속에 나오는 실제 카페를 찾아 커피를 시음한 감상까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커피 이야기를 길어 올려서 짐짓 문학 강의를 하듯 풀어놓는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커피는 삶에 닥친 모든 힘든 일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하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주기도 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삶의 모습까지 바꾸어놓았고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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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란 입에 담아보지 않고는 상상되지 않는 법. 맛의 감각은 체험으로 인식된 후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러므로 ‘가비차’는 그것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비로운 어떤 맛과 향취로 상상되었던 것은 아닐까? ‘가비차’라는 신기한 박래품이 이런 방식으로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입에 익지 않은 것이니 어찌 그 맛을 제대로 알랴? p31


커피메이커에서 커피가 진하게 커피포트 안으로 떨어져 내려오기 시작하면 집 안이 온통 커피숍처럼 소란스러워진다. 물 끓는 소리, 커피포트에 작은 물줄기로 커피 내리는 소리가 뒤섞이는 동안 커피 향이 거실 안에 가득 번진다. 나는 심호흡을 한다. 내 아내는 그 커피 향에 잠이 깬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싫지 않다. 하지만 나는 커피의 향기보다 그 맛이 더 좋다. 따끈한 커피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과 혀끝에 전해오는 감촉과 그 오묘한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고, 산뜻하면서도 새콤하고,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그 맛. p49

〈커피 잔을 들고〉에서 화자는 커피를 연인에 비유하고 그 달콤함을 슈크림으로 표현한다. 오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있다. 커피가 주는 맛과 향기가 환상적인 분위기로 안내한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나를 끌고 가는 무지개’는 커피에서 풍기는 향취에 대한 환상을 표현한 구절이다.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게 한다. 힘든 일을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커피야말로 커피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p77


소설 〈밀다원 시대〉는 이처럼 부산 피난 당시 예술가라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그들이 겪었던 고통의 시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그려내고 있는 인간상의 적나라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밀다원’이라는 다방의 공간 그 자체다. 삶과 예술, 절망과 고통, 사랑과 비애, 배신과 갈등 등이 모두 함께 녹아들어 있는 이 특이한 공간은 바깥세상에서 전개되고 있던 전쟁과 상관없이 강한 정서적 유대감으로 여기 모여든 예술가들을 한데 묶어놓는다. p186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 구려~~~


'커피 한잔'


책제목을 본 순간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 한잔을 떠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학과 커피에 대해 어렵지않게 접할 수 있었던 이 책은

추억속의 노래 커피 한잔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에 종종 커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정작 커피를 언제 처음 맛보았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방에 처음 갔던 건 어렴풋이 기억에 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예닐곱살 무렵 피아노선생님이 애인과 데이트를 하면

종종 날 다방에 데리고 가시곤 했다.

어린나이였으니 커피대신 우유를 사주셨겠지만

따뜻한 보리차가 담겨있던 각진 유광의 밤색컵이나

지금보단 훨씬 작은 커피 찰랑거리던 찻잔과

얌전하게 찻숟가락이 올려져있던 하얀접시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졸다가 샘애인에게 업혀오는 내게

눈치없이 데이트에 따라다닌다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셨던 엄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억울해... ^^;



 

 "지금도 저 음반을 돌리나요?"
내가 다방 안쪽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반을 가리키자,

주인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있던 것이기에 이냥 장식용으로 늘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학림다방에서는 아침에 보통 클래식을 많이 틀었다.

그러나 오후엔 팝송으로 바뀌고, 그러면 다방 안의 분위기가 수선스러워졌다.

당시에 유명했던 비틀즈의 인기곡들은 시끄럽고 복잡한 담화 사이로 끼어들곤 했다. p223~224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기 시작하게된 건

대학에 입학하고부터로 기억되는데

추억속의 그곳 '대학로의 학림다방'은 너무나 반가운 꼭지였다.


굳이 커피 취향을 이야기한다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고

향이 너무 진하거나, 쓴맛이나 신맛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한동안은 집에서 내려 마시는 블루마운틴을 좋아했었는데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믹스커피중독이었기도 하다. ^^;


평소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고해도

학림다방에선 무조건 비엔나커피를 주문해 마셔야 한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보면

어느새 비틀즈를 좋아하던 스므살 그시절로 돌아가 있는듯 하다.



반고흐 The Cafe Terrace on the Place du Forum, Arles, at Night  모작


고흐는 아를에서 자기가 즐겨 찾던 카페의 밤풍경을 그렸다.

그의 그림 가운데에는

자기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둔 사물이나

애착을 느꼈던 장면을 소재로 삼았던 것이 많다.

그는 매일같이 드나들던 카페 드 라 가르의 실내 풍경을 관찰하고

이를 <아를의 밤의 카페>로 완성했다.

그리고 그 특유의 감각과 시선을 바깥으로 옮겨

<아를르의 프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를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완성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모두 포함하면 아를의 밤 풍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188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중에 하나라는 반고흐의 그림들을 나도 좋아하는데

특히 푸른빛 감도는 위의 밤의 테라스 카페는 모작을 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이렇듯 커피의 유래,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일상에 자리잡기까지의 배경과

다양한 작품속에 담겨있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 오는 날 

유난히 맛있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커피 한잔

얼른 커피부터 내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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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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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등으로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박준 시인이 두번째 산문집 『계절 산문』을 펴낸다. 첫번째 산문집 출간 이후 4년 만이다.

독자들의 오랜 기다림만큼 『계절 산문』에는 시인이 살면서 새롭게 쌓은 이야기와 깊어진 문장들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사는 동안 계절의 길목에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장면들을, 시인은 눈여겨보았다가 고이 꺼내 어루만진다. 때문에 산문을 이루는 정서와 감각 또한 섬세하고 다정하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경어체로 쓰인 글들이 눈에 띈다. 이는 계절의 한 페이지를 접어다가 누군가에게 꺼내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의 내밀한 독백이기도 하면서 지나온 미래에서 떠올리는 회고로도 보인다. 누군가를 향해 이어지던 말들은 이내 대상이 조금씩 흐려지면서 마치 시인이 어릴 적 하던 놀이인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로등을 바라보며 고개를 양옆으로 휘휘 돌리는 것”처럼 “여러 모양으로 산란”한다. 그렇게 풀어낸 시인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독자의 이야기와도 맞물려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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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순하고 정한 것들과 함께입니다. 살랑인다 일렁인다 조심스럽다라고도 할 수도 있고 나른하다 스멀거리다라는 말과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저물기도 하고 흩날리기도 하다가도 슬며시 어딘가에 기대는 순간이 있고 이내 가지런하게 수놓이기도 합니다.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잡으면 놓칠 게 분명한 것입니다. 따듯하고 느지막하고 아릿하면서도 아득한 것입니다. p37


어제는 유난히
바람이 거센 하루였습니다.

가지가 많은 나무가 아니더라도
바람 잘 날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씨앗들은
얼마나 신나게 날아갔을까요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던 외진 곳
새로 푸르게 돋아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다 어제의 바람 덕분일 것입니다. p59


천천히 살고 싶었습니다.

다정을 맡기고 싶었습니다.

나를 숨겨주는 사람을

믿고 살고 싶었습니다. p69


분명한 것은 짧은 기간의 교류든 평생에 걸친 반려든 우주의 시간을 생각하면 모두 한철이라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이 한철 동안 우리는 서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잘도 담아둔다는 것입니다. 기억이든 기록이든.
이제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습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가을날이 또 이렇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p141


환하게 열릴 한 해의 시간들 속에서 어떤 바람을 풀어야 할까요. 그 바람은 어떻게 현실이 될까요. 그리고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꺼내게 될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음의 바람과 삶의 현실과 인간의 말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멀지 않음의 힘으로 우리는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오래된 저의 바람입니다. p161~162


 



'계절산문'


몇해전

제목에 끌려 구입했던 책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저자

박준시인의 두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잠 안오는 겨울밤,

창밖의 매운 바람소리와

라디오진행자로 분한 시인의

CBS 레인보우로 듣는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

그리고

그의 사계절이 담긴 책 계절산문은

탈진한 듯 바스라든 몸과 마음을

촉촉히 채워주는 위로였던 듯 싶다.


어떤 잘못은 잘못하는 것을 모르고 하고
또 다른 잘못은 알면서도 하는데 이번에는 후자입니다.
그래서 더 죄송합니다. p53


책을 읽으며

새해 소원과 다짐 몇가지를 추가했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입은 가능한 닫고

귀는 활짝 열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적어도 알면서 하는 잘못은 저지르지 않기를...

그렇게 노력하기를...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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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
가네코 유키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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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따르면 ‘중년’은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이른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바뀌어 중년은 말 그대로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를 일컫는다. 콜린스 사전은 대략 40~59세를 중년이라 일컫고,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 에리슨은 40~64세를 중년으로 정의했다. 최근에는 중년 중에서도 50세~64세 사이에 이르는 사람들을 50+ 세대(50플러스 세대)라고 일컫기도 한다.

《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의 저자 가네코 유키코는 ‘35(40)~75세까지를 아줌마라고 가정할 때 여성의 아줌마, 즉 중년의 기간이 최대 40년에 이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 긴 ‘아줌마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던 저자에게 닥친 첫 고비는 바로 갱년기! 50대의 서막은 갱년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인생은 늘 그렇듯 계획대로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는 법.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허함, 이유 없이 침울해지는 날이 잦고, 일도 살림도 하기 싫어지는…. 사람마다 증세는 다르지만 일이 있든 없든, 아이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어느 날 갑자기! 갱년기 증상을 자각하든 못하든, 다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리는 걸 느끼게 된다. 일에 몰두하며 메우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갱년기의 공허함을 슬기롭게 채울 ‘충전소’가 필요하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일에만 빠져 살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어서 그럭저럭 살만해.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 특별히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자유롭게 살았어. 좋아하는 일도 실컷하고, 여행도 하고 즐거웠지. 근데 이제,  내 인ㅅ행은 이게 다인가 하는 생각에 좀 허무해졌어...."

아이가 있든 없든, 일이 있든 없든, 갱년기 증상을 자각하든 못하든, 다들 이 무렵이면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리는 걸 느끼는걸까? 갱년기는 어쩌면 여성의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완만한 지각 변동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우리는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는다.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자녀가 독립을 한다. 직장에 다니거나 일을 하던 경우는 하던 일이나 사업이 자리를 잡거나, 직장에서 관리자가 되면서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

이 무렵, 조부모나 부모 등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개중에는 또래 친구나 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기도 한다.

50대는 이처럼 누구나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갈 길을 멀리 내다보는, 악보로 치면 긴 쉼표와 같은 휴식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p21


그리고 미뤄두었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40대후반부터 레슨을 받고 있는 재즈 코러스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공예나 독서는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다.

서둘러서 해야 할 것은 체력이 필요한 일외에도

-멀리 가야 하는 것

-지식이나 장비 또는 돈이 필요한 것이 우선 순위하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을 봐도 나이가 등면 외출 한 번 하는 것도 귀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역에서 은퇴해 수입이 없어지면 연금이나 저축한 돈으로 생활해야 하니 아무래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하고 싶은 일 중에서 빨리 해야 할 것'을 고르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p34


내 안의 열살, 그것은 '아이' 그 자체, 생명력 그 자체이다. 모든 것을 신선하게 느끼고, 놀라고, 침착하지 못하며, 감정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지만 항상 생기가 넘친다. 그 아이 때문에 가끔 덜렁거리며 실수도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설레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 아이가 사라지면 나는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 삶의 생기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54세인척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는게 힘들어지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놀라거나 곤란해 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남몰래 열살로 살아갈 작정이다. p65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젊게 치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화가 눈에 띄는 부분의 면적(피부)를 줄이고 액세서리나 색채. 소재감으로 생명력을 보충하며, 모발 관리를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부분만 신경 쓰면 젊은 사람과 같은 옷을 입어도 세련되어 보이고 위엄도 느껴진다.

50대가 되면 학부모회에 갈 일도 없어지고 시어머니 잔소리도 들리지 않게(듣지 않게) 되므로 오히려 제약이 줄어든다. 40대 때보다 훨씬 더 입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 50대부터가 더 자유롭게 멋을 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p111


50대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솔직히 나도 겁이 난다.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니까. 하지만 괜찮다. 내가 20년전에 걱정했던 일 중 90%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러니까 과도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담담하게 되받아치면서 지금을 즐기며 살고 싶다.

그리고 인생을 마지막까지 똑똑히 지켜보고고 싶다.

정상의 경치는 자기발로 오론 자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니까. p212


아직도 나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 잘 안돼서 고민하는 부분이 내가 아직 모르는 부분일지 모른다.

그 점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오더 매이드'인생이다.

나만의 사이즈로 나만의 형태를 가진, 그 어디서도 팔지 않는 인생이다. 스스로 주문해 만들어진 인생이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나의 사이즈와 모습을 안다는 것.

앞으로도 계속 실망하는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나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인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p216


제목에 끌려 데려온 책

'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


아이들이 짐을 빼고 나면

엄청 넓어진 집에 살 수 있을꺼라 믿었는데

필요한 것만 쏘옥~ 빼가고 책부터 짐되는 건 다 놓고간 탓에

아이들방이 예전과 똑같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ㅠ.ㅠ


마침 저자는 '가족의 물건과 잘 지내기'를 통해

"그래도 버리고 싶지 않아!"라고 우긴다면 어느정도는 수용해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너무 걸리적거리거나 집안에 두는 것이 어렵다면 몰래 상자에 넣어 다락이나 수납장 구석에 넣어두라고...


꼬맹이의 남겨진 자잘한 짐을 정리하다가

내가 버리고 정리하는덴 한계가 있어서 지퍼락에 넣어 리빙박스에 담아두었다.

아끼는 만화책 원피스를 비롯한, 일기장 문집들도 박스에 넣어 쌓아두고

나머지 책정리를 했다.

주말에 온다니까 버릴지 보관할지는 그때 다시 상의해 보는걸로...


세상에 흔하디흔한 것이 취향이 다른 부부의 이야기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해서 무엇이든 다 함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관계를 지속시켜나간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의논해서 서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다.

수십년을 같이 살았다해도 서로의 생각을 다 아는 건 절대 불가능하니까. p149


요즘 또하나의 고민은

김씨와 함께 둘이서 잘지내기.

서로의 차이를 인정

각자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

또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


나이 50이 되던 생일날

벌써 반백살이 되었다고 훌쩍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50대의 끝자락에 와있다. 

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려는지...

한가지 분명한 건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



'그때 할 걸'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누구든 갱년기는 찾아온다.

인생은 충분히 힘든 것. 지금을 마음껏 누리자.

'언젠가', '내년에는 꼭'해야지 생각만 한 일...

아직 건강하고 힘이 남아있는 지금 하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멋있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후회하는 것만은 하지 말자!

'미래'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이제부터는

'오늘'을 살아야한다.

하나뿐인 나만의 인생을 위해

50대의 공허함을 슬기롭게 탈출하자!

- 50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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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 당신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
라비니야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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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질까 불안한 나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 누구나 지치고 힘이 들 때 에너지를 채워주는 자기만의 소울 푸드가 있다. 한적한 곳에서 편한 옷을 입고 소울 푸드를 마음껏 먹다보면 엉망이었던 기분이 풀어지고 공허했던 마음이 다시 차오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빵순이인 작가가 자신이 빵으로부터 얻었던 위로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전한다. 스스로를 한 덩이의 빵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종종 자신이 지금 빵이 되기 위해 어떤 시기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한다고 한다. 어딘가 미숙한 나는 아직 반죽인 상태일지도, 너무 힘든 시기의 나는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 뜨거운 오븐 속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서 매순간 정성을 들일 뿐이다.

부드러운 마들렌이 되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거친 공갈빵이든 공주같은 크로와상이든 자기만의 맛과 매력이 있으니까. 가장 나다운 멋스럽고 맛있는 빵이 되면 그만이다. 가끔은 재료를 잘못 넣는 실수를 할 때도 있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레시피가 더욱 특별한 맛을 낼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자타공인 빵순이의 빵 묘사는 특별하다. 따끈하고 폭신, 쫄깃한 식감부터 고소하고 달달한 향기까지 책을 읽고 있으면 ‘책빵(책을 읽으며 빵을 먹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깐깐한 입맛의 소유자인 작가가 알려주는 맛있는 샌드위치, 수프 레시피와 함께 귀여운 일러스트로 맛있는 빵집을 소개하는 ‘빵지 순례 지도’까지 알차게 담았다.

[알라딘 제공]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게 100퍼센트 만족도를 채워 주는 답안이 되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맛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할 땐 좀 더 모험을 해봐도 된다고 자신을 독려한다.
오늘 맛없는 스콘을 먹을까 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것보다 그 순간 먹고 싶은 걸 가볍게 택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젠 빵집에 가면 부담 없이 빵을 집어 든다. 사소한 것부터 내 욕망에 충실해 본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식빵을 사는 게 목적이었더라도, 빵 굽는 냄새에 취하면 즉흥적으로 다른 종류의 빵을 집기도 한다. 어느새 내 손에 들린 건 새로운 종류의 빵일 때가 많아졌다. p15~16


브런치 가게의 부드럽고 촉촉한 핫케이크도 좋지만 가끔은 엄마가 만들어 준 수더분한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 가장자리가 약간 타 버린 달콤 구수한 핫케이크를.
고향에 내려가면 오랜만에 엄마에게 핫케이크를 구워 달라고 해야겠다. 고소한 흰 우유와 먹으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추억의 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소울 간식은 이따금 삶에 지치거나, 적막한 고요가 감돌 때 위안을 준다. 위로가 화려하거나 멋있을 필요는 없다. 포근히 감싸 주는 따뜻한 맛이면 충분하다. p31~32


완성된 샌드위치와 따뜻한 핫초코를 먹을 때의 호사스러움. 나를 위한 정성 어린 한 끼가 마음에 들었고, 새로운 식재료를 손질해 본 경험도 즐거웠다. 하루를 보상하는 의미가 큰 한 끼, 대충 때우기보다는 그날의 피로를 풀 만족스러운 음식을 메뉴로 정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것이 빵순이인 나에겐 빵이다. p42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왜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하는지 또는 언제부터 싫어졌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착각하게 된다. 이런 걸 보면 타인을 아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나를 오롯이 안다는 건 더 어려운 문제다.
난 이걸 좋아해. 난 이런 사람이야.
규정에 스스로를 가둘 때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보게 된다.
비건 빵집을 두루 섭렵하면서 자각하게 된 건 난 비건 빵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묵직한 빵을 좋아한다는 것. 빵을 통해 이렇게 나 자신을 알아 가기도 한다. p97


빵은 한입 먹으면 맛있는지 맛없는지 단박에 아는데 내 것을 완성하는 것에는 왜 이리 미숙하고 불확실한 걸까.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프로인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여전히 난 빵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뛰어난 미각이 발달한 프로 빵순이지만 삶에 있어서는 어수룩한 새내기다. 부지런히 배워 나가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 마침표를 찍으며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신을 갖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p207



며칠전, 

냉동생지를 꺼내 크로와상을 구웠다.

함께 먹을 우유와 버터를 꺼내곤

꼬맹이 좋아하는 카야잼을 찾다가

느닷없이 눈물이 났다.


아주 오래전 김씨 직장을 따라 군산으로 내려가던해

큰아이가 수족구로 아무것도 못먹고 많이 아팠는데

시어머님이 멀리 떠난 아픈 손녀딸 생각이나

남겨진 냉장고속 요플레를 못드셨다는 말씀을

그땐 그런가보다 하고 가벼이 넘겼던 것 같다.


막상 내입장이 되니 

아이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앞에두면

아이들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 ㅠ.ㅠ


내고향(?) 성수 어니언의 팡도르

인천 개화당 스콘

이성당 야채빵

동네빵집 시나몬식빵...


빵좋아하는 엄마 닮아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여행지에서도 유명한 빵집은 꼭 들려

엄마 좋아하는 빵을 한아름 사오곤 했는데

앞으론 어렵겠지?!...





 

2022년 첫출근!

혼자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일찍감치 일어나 선물해준 오븐토스터에

계란빵 만들어 먹고 출근한다고 한다.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블로그 처음 시작할땐

빵굽는 냄새가 그 어떤 향기보다 좋아

10년후 예쁜 빵집주인을 꿈꿨던 시절도 있었는데...

여러가지 일로 힘들고 지친 연말

작은 위로가 되었던 책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빵지순례코스를 따라

턱별시민(?)이 된 꼬맹이와의 데이트가 기대되기도 하다.


이제는

꼬맹이 이사로 방전된 몸을 충전해야 할 시간...

오랜만에 시민의 강을 걸어봐야겠다.

도서관에서 찜해두었던 책도 빌리고

근처 동네빵집에서 갓 구운 식빵도 사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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