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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평점 :
커피를 애호하는 한 사람의 에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커피를 음미하고 적은 감상평은 아니다. 문학 비평가인 권영민 교수가 다양한 문학 작품 속 커피 이야기를 로스팅한 뒤, 커피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도록 블렌딩했다. 커피의 유래부터 문학 작품 속 커피 이야기, 문학 속에 나오는 실제 카페를 찾아 커피를 시음한 감상까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는 문학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커피 이야기를 길어 올려서 짐짓 문학 강의를 하듯 풀어놓는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커피는 삶에 닥친 모든 힘든 일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하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주기도 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삶의 모습까지 바꾸어놓았고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맛이란 입에 담아보지 않고는 상상되지 않는 법. 맛의 감각은 체험으로 인식된 후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러므로 ‘가비차’는 그것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비로운 어떤 맛과 향취로 상상되었던 것은 아닐까? ‘가비차’라는 신기한 박래품이 이런 방식으로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입에 익지 않은 것이니 어찌 그 맛을 제대로 알랴? p31
커피메이커에서 커피가 진하게 커피포트 안으로 떨어져 내려오기 시작하면 집 안이 온통 커피숍처럼 소란스러워진다. 물 끓는 소리, 커피포트에 작은 물줄기로 커피 내리는 소리가 뒤섞이는 동안 커피 향이 거실 안에 가득 번진다. 나는 심호흡을 한다. 내 아내는 그 커피 향에 잠이 깬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싫지 않다. 하지만 나는 커피의 향기보다 그 맛이 더 좋다. 따끈한 커피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과 혀끝에 전해오는 감촉과 그 오묘한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고, 산뜻하면서도 새콤하고,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그 맛. p49
〈커피 잔을 들고〉에서 화자는 커피를 연인에 비유하고 그 달콤함을 슈크림으로 표현한다. 오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있다. 커피가 주는 맛과 향기가 환상적인 분위기로 안내한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나를 끌고 가는 무지개’는 커피에서 풍기는 향취에 대한 환상을 표현한 구절이다.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게 한다. 힘든 일을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커피야말로 커피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p77
소설 〈밀다원 시대〉는 이처럼 부산 피난 당시 예술가라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그들이 겪었던 고통의 시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그려내고 있는 인간상의 적나라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밀다원’이라는 다방의 공간 그 자체다. 삶과 예술, 절망과 고통, 사랑과 비애, 배신과 갈등 등이 모두 함께 녹아들어 있는 이 특이한 공간은 바깥세상에서 전개되고 있던 전쟁과 상관없이 강한 정서적 유대감으로 여기 모여든 예술가들을 한데 묶어놓는다. p186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 구려~~~
'커피 한잔'
책제목을 본 순간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 한잔을 떠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학과 커피에 대해 어렵지않게 접할 수 있었던 이 책은
추억속의 노래 커피 한잔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에 종종 커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정작 커피를 언제 처음 맛보았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방에 처음 갔던 건 어렴풋이 기억에 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예닐곱살 무렵 피아노선생님이 애인과 데이트를 하면
종종 날 다방에 데리고 가시곤 했다.
어린나이였으니 커피대신 우유를 사주셨겠지만
따뜻한 보리차가 담겨있던 각진 유광의 밤색컵이나
지금보단 훨씬 작은 커피 찰랑거리던 찻잔과
얌전하게 찻숟가락이 올려져있던 하얀접시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졸다가 샘애인에게 업혀오는 내게
눈치없이 데이트에 따라다닌다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셨던 엄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억울해... ^^;
"지금도 저 음반을 돌리나요?"
내가 다방 안쪽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반을 가리키자,
주인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있던 것이기에 이냥 장식용으로 늘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학림다방에서는 아침에 보통 클래식을 많이 틀었다.
그러나 오후엔 팝송으로 바뀌고, 그러면 다방 안의 분위기가 수선스러워졌다.
당시에 유명했던 비틀즈의 인기곡들은 시끄럽고 복잡한 담화 사이로 끼어들곤 했다. p223~224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기 시작하게된 건
대학에 입학하고부터로 기억되는데
추억속의 그곳 '대학로의 학림다방'은 너무나 반가운 꼭지였다.
굳이 커피 취향을 이야기한다면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고
향이 너무 진하거나, 쓴맛이나 신맛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한동안은 집에서 내려 마시는 블루마운틴을 좋아했었는데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믹스커피중독이었기도 하다. ^^;
평소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고해도
학림다방에선 무조건 비엔나커피를 주문해 마셔야 한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보면
어느새 비틀즈를 좋아하던 스므살 그시절로 돌아가 있는듯 하다.
반고흐 The Cafe Terrace on the Place du Forum, Arles, at Night 모작
고흐는 아를에서 자기가 즐겨 찾던 카페의 밤풍경을 그렸다.
그의 그림 가운데에는
자기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둔 사물이나
애착을 느꼈던 장면을 소재로 삼았던 것이 많다.
그는 매일같이 드나들던 카페 드 라 가르의 실내 풍경을 관찰하고
이를 <아를의 밤의 카페>로 완성했다.
그리고 그 특유의 감각과 시선을 바깥으로 옮겨
<아를르의 프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를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완성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모두 포함하면 아를의 밤 풍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188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중에 하나라는 반고흐의 그림들을 나도 좋아하는데
특히 푸른빛 감도는 위의 밤의 테라스 카페는 모작을 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이렇듯 커피의 유래,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일상에 자리잡기까지의 배경과
다양한 작품속에 담겨있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 오는 날
유난히 맛있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커피 한잔
얼른 커피부터 내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