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옆에서 가장 친밀한 얼굴을 한 채 가장 치밀하게 나를 병들게 하는 적 ‘가스라이팅’. 결국에는 나를 잃어버리고 상대의 요구에 따라 살게 만드는 정서적 폭력이자 정신적 학대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의 다양한 모습과 가해 방식, 가스라이팅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 가스라이팅에 쉽게 당하는 심리적 특성, 극복 방안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드라마·소설 속 사례에 심리학 이론을 더해 분석한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가스라이팅은 전문 학술 용어도 아니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분야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별것도 아닌 걸 그럴싸한 용어로 어렵게 말하냐고 폄하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던 시대에도 이미 지구는 둥근 모양이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가스라이팅은 분명히 실재하는 행위이고,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쉽게 우리 삶을 침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아야 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지요. 이때 문제의 원인은 작아진 나일까요? 작게 만든 그일까요?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틀린 건지, 저 사람에 의해 '틀림을 당하고' 있는 건지. p12~13


‘아픔’을 ‘나쁨’이라고 말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일들은 빈번히 일어나지요.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세상에 살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잃어갑니다. 행복해질 권리를 빼앗기고 있지요. 내 잘못과 내 책임은 아니지만 누구의 짐도 아니기에, 그 주인 없는 짐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살아가지요. 결국 자기 목소리를 잃고, 선택을 포기하며, 나를 부정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살

아갑니다. 세상의 요구와 가치관이라는 틀에 맞춰 조종당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 또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언젠가 아프다고 집에 간다는 후배에게 눈살을 찌푸렸거든요. 나도 모르게 형성된 신념을 또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서 불필요한 아픔을 옮깁니다. 서로를 가스라이팅하면서 상처를 전염시키지요. 이제는 치료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p19~20


아픔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상은 누군가의 상처를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고, 당신 책임도 있다며 손가락질합니다. 그 목소리에 익숙해진 우리는 위로받아야 하는 순간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숨어버리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내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요. 한 사람의 메시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흘러간 메시지는 선한 영향력이 되어 용기의 꽃을 피웁니다. 이 메시지가 기름에 불붙듯 흘러넘치면 좋겠습니다. p37


매슬로우의 위계욕구이론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스라이터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충족하면 되거든요. 배가 고플 때 샐러드를 든든히 먹으면 과식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는 스스로의 욕구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가 어느 욕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어떤 자극에 취약한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방식은 무엇인지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알맞게 조절해야겠지요. 배가 불러 미끼를 물지 않도록 말입니다.p206


가스라이티는 대부분 관계 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합니다. ‘이 관계가 올바른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요. 정상적인 관계에서는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을 하고, 그 생각을 멈추기 위해 합리화하고, 자신의 행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에너지가 모두 소진됩니다.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주변 경로를 사용하는 실수를 범하지요. 상대방의 언변에 포장된 큰 오류를 깨닫지 못하고 말입니다.
문서작업을 마무리할 때는 오타를 확인합니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오타를 잘 찾아내는데, 정신이 없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오점을 모르고 지나치지요. 가스라이티가 하는 말은 '멸린 말치','기능 재부'입니다. 얼핏보면 맞는 말 같은데 자세히 보면 오류이지요. 그들의 말을 온전히 검열해 내는 건 에너지가 충분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고 책입니다. 그 책에 치명적인 오류가 남지 않도록 에너지를 아끼세요. 틀렸다고 생각될 때 멈추고 더 나아가지 마세요. 그럼 보입니다. 가스라이터의 헛소리가.  p213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어린시절,

흑백TV속 명화극장에서 영화 '가스등'을 가족들과 함께 본 기억이 있다.

넘 오래전이어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넘 예쁜 얼굴과 상반된

음산한 분위기의 스릴러였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얼마전부터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와 함께 영화 가스등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며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영화, 드라마, 책 속 사례에 심리학 이론을 더해 분석한 이 책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읽게 된 건 큰 딸의 결혼을 앞두고였다.


어릴 때부터 애늙이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갈등하면 서로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자녀에게 갈구하고, 

보살피기보다 오히려 위로 받기를 바라지요. 자녀에게 배우자 역할을 기대합니다. 

부모의 무책임과 무능은 자식에게 부담이 되고 자녀 스스로 가장의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자식이 부모의 모습을 대신한 부모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부모화된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그 역할을 놓지 못합니다. 

부모를 외롭게 하지 않으려 꿈을 포기하거나 도전할 기회를 놓아 버립니다.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가족을 위해 희생학, 결혼이나 독립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대놓고 요구한 건 아니지만 자시은 그 상황에 몰립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시킨 일이지요. p229


그래서인지 '다정한 고슴도치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에 콕 박혀 오래도록 가슴이 아렸는데

아주 오래전, 

가업을 잇기 위해 정략결혼을 하게 된 부모님의 맏딸이었던 내가 애어른의 살아야 했던 무수한  시간들과 

본인도 아기였으면서 동생이 생기고 장녀로 성장하며 '넌 언니니까 이래야만 해'라고 수없이 강요했을

말도 안되는 순간들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ㅠ.ㅠ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것 같을 때는 등을 돌리면 그만입니다. 

나를 비난하는 것 같으면 악착같이 반격하면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지요. 

함께하고픈 마음은 본능이어서 가슴이 먼저 반응합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상대의 가시 돋친 말도 반박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비난까지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요. 

문제는 의미 있는 타인이 아닌 그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가스라이팅은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하는 것이지요. p43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이어서인지

책을 읽으며 내 삶에서 스쳐간 관계를 돌아보며 꽤나 힘들고 아팠고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할찌 생각해보며

이런저런 다짐을 해본다.

상대방의 입장을 살피다가 나도 모르게 상처받고

집에 돌아와 더이상 이불킥하지 않길 또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