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 당신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
라비니야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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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질까 불안한 나에게 건네는 달콤한 위로 한 조각. 누구나 지치고 힘이 들 때 에너지를 채워주는 자기만의 소울 푸드가 있다. 한적한 곳에서 편한 옷을 입고 소울 푸드를 마음껏 먹다보면 엉망이었던 기분이 풀어지고 공허했던 마음이 다시 차오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빵순이인 작가가 자신이 빵으로부터 얻었던 위로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전한다. 스스로를 한 덩이의 빵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종종 자신이 지금 빵이 되기 위해 어떤 시기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한다고 한다. 어딘가 미숙한 나는 아직 반죽인 상태일지도, 너무 힘든 시기의 나는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 뜨거운 오븐 속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서 매순간 정성을 들일 뿐이다.

부드러운 마들렌이 되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거친 공갈빵이든 공주같은 크로와상이든 자기만의 맛과 매력이 있으니까. 가장 나다운 멋스럽고 맛있는 빵이 되면 그만이다. 가끔은 재료를 잘못 넣는 실수를 할 때도 있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레시피가 더욱 특별한 맛을 낼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자타공인 빵순이의 빵 묘사는 특별하다. 따끈하고 폭신, 쫄깃한 식감부터 고소하고 달달한 향기까지 책을 읽고 있으면 ‘책빵(책을 읽으며 빵을 먹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깐깐한 입맛의 소유자인 작가가 알려주는 맛있는 샌드위치, 수프 레시피와 함께 귀여운 일러스트로 맛있는 빵집을 소개하는 ‘빵지 순례 지도’까지 알차게 담았다.

[알라딘 제공]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게 100퍼센트 만족도를 채워 주는 답안이 되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맛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할 땐 좀 더 모험을 해봐도 된다고 자신을 독려한다.
오늘 맛없는 스콘을 먹을까 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것보다 그 순간 먹고 싶은 걸 가볍게 택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젠 빵집에 가면 부담 없이 빵을 집어 든다. 사소한 것부터 내 욕망에 충실해 본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식빵을 사는 게 목적이었더라도, 빵 굽는 냄새에 취하면 즉흥적으로 다른 종류의 빵을 집기도 한다. 어느새 내 손에 들린 건 새로운 종류의 빵일 때가 많아졌다. p15~16


브런치 가게의 부드럽고 촉촉한 핫케이크도 좋지만 가끔은 엄마가 만들어 준 수더분한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 가장자리가 약간 타 버린 달콤 구수한 핫케이크를.
고향에 내려가면 오랜만에 엄마에게 핫케이크를 구워 달라고 해야겠다. 고소한 흰 우유와 먹으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추억의 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소울 간식은 이따금 삶에 지치거나, 적막한 고요가 감돌 때 위안을 준다. 위로가 화려하거나 멋있을 필요는 없다. 포근히 감싸 주는 따뜻한 맛이면 충분하다. p31~32


완성된 샌드위치와 따뜻한 핫초코를 먹을 때의 호사스러움. 나를 위한 정성 어린 한 끼가 마음에 들었고, 새로운 식재료를 손질해 본 경험도 즐거웠다. 하루를 보상하는 의미가 큰 한 끼, 대충 때우기보다는 그날의 피로를 풀 만족스러운 음식을 메뉴로 정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것이 빵순이인 나에겐 빵이다. p42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왜 좋아하는지, 언제부터 좋아하는지 또는 언제부터 싫어졌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착각하게 된다. 이런 걸 보면 타인을 아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나를 오롯이 안다는 건 더 어려운 문제다.
난 이걸 좋아해. 난 이런 사람이야.
규정에 스스로를 가둘 때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보게 된다.
비건 빵집을 두루 섭렵하면서 자각하게 된 건 난 비건 빵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묵직한 빵을 좋아한다는 것. 빵을 통해 이렇게 나 자신을 알아 가기도 한다. p97


빵은 한입 먹으면 맛있는지 맛없는지 단박에 아는데 내 것을 완성하는 것에는 왜 이리 미숙하고 불확실한 걸까.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프로인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여전히 난 빵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뛰어난 미각이 발달한 프로 빵순이지만 삶에 있어서는 어수룩한 새내기다. 부지런히 배워 나가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 마침표를 찍으며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확신을 갖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p207



며칠전, 

냉동생지를 꺼내 크로와상을 구웠다.

함께 먹을 우유와 버터를 꺼내곤

꼬맹이 좋아하는 카야잼을 찾다가

느닷없이 눈물이 났다.


아주 오래전 김씨 직장을 따라 군산으로 내려가던해

큰아이가 수족구로 아무것도 못먹고 많이 아팠는데

시어머님이 멀리 떠난 아픈 손녀딸 생각이나

남겨진 냉장고속 요플레를 못드셨다는 말씀을

그땐 그런가보다 하고 가벼이 넘겼던 것 같다.


막상 내입장이 되니 

아이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앞에두면

아이들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 ㅠ.ㅠ


내고향(?) 성수 어니언의 팡도르

인천 개화당 스콘

이성당 야채빵

동네빵집 시나몬식빵...


빵좋아하는 엄마 닮아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여행지에서도 유명한 빵집은 꼭 들려

엄마 좋아하는 빵을 한아름 사오곤 했는데

앞으론 어렵겠지?!...





 

2022년 첫출근!

혼자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일찍감치 일어나 선물해준 오븐토스터에

계란빵 만들어 먹고 출근한다고 한다.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


블로그 처음 시작할땐

빵굽는 냄새가 그 어떤 향기보다 좋아

10년후 예쁜 빵집주인을 꿈꿨던 시절도 있었는데...

여러가지 일로 힘들고 지친 연말

작은 위로가 되었던 책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빵지순례코스를 따라

턱별시민(?)이 된 꼬맹이와의 데이트가 기대되기도 하다.


이제는

꼬맹이 이사로 방전된 몸을 충전해야 할 시간...

오랜만에 시민의 강을 걸어봐야겠다.

도서관에서 찜해두었던 책도 빌리고

근처 동네빵집에서 갓 구운 식빵도 사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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