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짧은 소설
성석제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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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익살맞고 의뭉스럽기까지 한 인물의 행동 하나,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 풍자와 과장의 문장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낄 수 있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중학생 때에도 빵과의 악연은 이어졌다. 내가 전학을 간 서울의 중학교가 하필이면 당시 제과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삽립식품' 빵 공장 바로 옆에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 거의 정확하게 말하자면 3교시와 4교시 사이의 어느 시점,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구수하고 고소하고 잘 발효되고 잘 구워진 빵 특유의 냄새에 전교 3개 학년 4천명 가까운 중학생들은 합창을 하듯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쏟아냈다. 선생님들은 분필을 여기저기로 발사하며 수업분위기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애를 쓴다는 것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p239 



 

이 책은 샘터에 5년동안 연재했던 40편의 글을 다듬어 실은 짧은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감있는 이야기 진행에 그의 위트까지 더해져

넘 재미있게 읽었다.


그 시절,

우리들만 아는 이야기...


지난책도 반쥴을 비롯한 종로통의 기억들을 소환시키더니

이번에도 추억나들이를 제대로 했다.

빵과 나1은 엄마가 생각나서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ㅠ.ㅠ

제목만 보고는

나두 빵 좋아하는데~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삼립식품' 이 상호를 보는 순간 마음이 쿵...


학교에 양호선생님이 상주해 계시듯

국민학교시절 엄마는

삼립식품의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관리자로 근무하셨었다.

엄마가 퇴근 하실 무렵이면 집앞 계단에

세자매가 나란히 앉아 엄마를 기다리곤 했는데

엄마가 반가운 것도 사실이지만

또하나

엄마손에 들려 있던 아직 포장 전의 빵꾸러미도

그 시절 우리들에겐 큰 기쁨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이지만

보름달이며 크림빵을 사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곤 한다.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침 주말에 김씨와 나바론 요새를 보며

나바론이 어디있는 줄 아냐는 둥

너 이영화보며 코 흘릴 때

자긴 대학생이었다는 둥

작은 소란(?)을 겪은 탓에

이 한구절에 또 깜빡 넘어갔다.^^


축복


"작가님, 앞으로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오래오래 살아주십시오.

그래야 저 같은 사람이 읽을 책을 더 많이 쓰시죠."p282


제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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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위안
송호성 지음 / 화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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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고전은 “사고의 보고”이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인류 역사의 장대한 파노라마와 삶에 관한 풍부한 에피소드와 의미 깊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누리게 된다.

책을 읽는 목적은, 우선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쿨cool해지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쿨해진다’는 것은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의미로,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일종의 ‘구도 행위’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처럼 저자는 구도 행위와도 같은 독서를 통해, 깊은 감명과 인상을 받은 12명 철학자들의 언어를 함축적으로 요약해 <독서의 위안>을 펴냈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악한 사람은 결과만을 탐낸다”고 세네카는 말했다. 그러나 선한 사람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한다. 동기動機의 명분도 따져 봐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심良心이라는 정서情緖가 대두된다. 독서와 사색이 누구에게나 양심을 심어 준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자신을 설득하는’ 능력만큼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라는 인형人形의 줄을 잡아 당기는 누군가가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것은 설득의 힘이고 생명이며, 말하자면 바로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그 무엇이다.” p157


개성이라 일컬어지는 ‘존재의 가능성’을 밝혀내는 일은 단순한 이해理解의 문제를 넘어서는 생존生存에 관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개성을 나타낸 이후에 인생은 운명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수와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삶은 확연히 달랐다. ‘차이의 구별’이 사라질 때, 아마도 우리는 최악의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만일 어느 한 순간부터 우리 모두에게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에어로빅 배음背音과 같은 음音으로 들려오게 된다면, 종말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거나 다름없다. 종말은 거창하고 요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종말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우리를 잠식해온다. p165

세월은 인간에게 일종의 ‘고백’을 요구한다. 늙음이란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이며, 보다 심각하게는 스스로를 폭로하는 것이다. 40대는 30대보다, 그리고 30대는 20대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노출하게 되는데, 살아온 세월이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나라한 ‘자기 노출’은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자기 폭로’는 인간성을 부정否定하는 것이다. 예컨대 살인범이나 강간범 등은 여과 없이 자신을 폭로함으로써 주위를 긴장시키는 극단적인 경우이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탐욕도 함께 커가고, ‘때가 되면’ 자신의 추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폭로한다. p189



제목에 이끌려 데려온 독서의 위안...


책을 읽는 일외엔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올한해는 틈날때마다 책을 읽었다.


내 블로그에 가끔 들린다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요즘은 거의 다 책얘기더라?!~' ^^;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니

영화 포스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여행도 못하고

심지어 이젠 카페에서 멍때리는 것도 못하고

바빠도 주기적으로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을

지난 연말이후 못 보고 있으니

한동안은 책얘기를 더 하게 될꺼야... ㅠ.ㅠ


읽은 책들이

다 재밌고 좋고 맘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 두 구절이라도 맘에 와닿는 내용을 메모하고

그것들이 쌓여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느낀다.


오랜만에 읽는 철학자들의 메세지가

쉽게 읽혀지진 않은 책이었으나

다 읽고 난 후 묵직하게 와 닿는 울림이 있는

책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독서의 위안

언어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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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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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조금 우울했지만 오늘은 또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내는 당신에게, 강세형 작가의 위로가 도착했다. 바로, '희한한' 위로. 6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강세형 작가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를, 의심한다> 등의 책을 통해 때로는 위안을, 때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해왔다.

최근 몇 년 제법 힘겨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찾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들은 오히려 각자의 역량껏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한한' 위로가 되어준다.

어떻게든 애를 써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 다시 짓눌러 주저앉히는 것 같은 삶. 그때 작가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친구의 농담 앞에서, 낯선 이의 무심한 배려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영화 앞에서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라는 단순명료한 깨우침에 그녀는 슬럼프와 위기가 찾아온 이들에게,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진 못해도)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작은 책을 놓아둔다. <희한한 위로>라는 작은 책을.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희한한 위로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북카트에 넣어두었는데

얼마전 강의를 듣고 있는 최작가님의 책을 구입하며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근간에 방송되는 모 CF속의 펭수가

'힘든데 어떻게 힘을 내나요!'라고 외칠때

나도 모르게 '맞아!~'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의 말처럼

정말 힘이 들땐

'다 잘될꺼야'라는 그 한마디가 위로는 커녕 야속하게 들리기도 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시험날이 다가오면 공부는 안하면서

구내염때문에 고생을 하곤 했다.

한두개가 아니고 크기도 커서

심할 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ㅠ.ㅠ

저자처럼 몇가지 검사를 받기도 했는데

류마치스는 맞지만 베체트는 아닌걸로...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여서

지금처럼 명절이 다가오거나 강의가 많아 몸이 힘들 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건 아니니

김씨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어깃장을 놓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심각한 얼굴로

본인이 아무래도 구강암(?)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너무 아파서 밥도 먹을수가 없노라며...


슬쩍보니 나보곤 엄살이라던 바로 그 구내염! ^^;

그 일로 병원에 다녀온 후부턴

나의 대표 꾀병(?)이라던 구내염을

'너 요즘 진짜 피곤하구나!' 정도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게 되었으니

역시 경험만큼 확실한 건 없는 듯 하다.

 


 

얼마전,

이웃에게 받은 토분 두개에 꽃기린과 멕시코소철을 심었다.


요즘 내 또 다른 위로 반려식물...

책속에서 <아무튼, 식물>을 다시 보게 되니

너무 반가왔다.

망서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역시 이 책을 계기로 초보식물집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도 아침인사를 건네고

물을 주고

노란잎을 떼어주며

예쁜 초록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올 연말에 신승훈콘서트가 있다면

혼자라도 그의 콘서트에 꼭 가보리라 결심을 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의 한구절

긴 장마를 이겨낸 식물의 성장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 한 곡...


너무 사랑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이 가을에

이렇게 위로 받으며

또 잘 지내보기로 하자.


희한한 위로...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또한 참 희한하고 엉뚱한 곳에서 위로받곤 했던 것 같다. 너무도 따뜻하고 자상한 미소와 함께 "다 잘될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앞에선 배배 꼬인 심보를 보이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농담처럼 내뱉어진 친구의 말에서 오히려 위로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 하나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거나 하고 싶어서 틀어 놓은 코미디 영화가 뜬금없이 날 감동 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p10

그즈음 지인이 책 한권을 빌려줬다. 아는 후배가 책을 냈는데 모니터 겸 한 번 봐달라는 거였다. 그 책은 디어클라우드의 이랑씨가 쓴 <아무튼, 식물>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몇번이나 울컥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어쩐지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

위험한 시기에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아주 운이 좋았다.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위험한 날들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붙잡은 지푸라기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그렇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식물을 키우는 동시에 병원에도 갈것이다. <아무튼, 식물> 중에서 p70

나이를 먹는 다는 건,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어느 순간 단번에 정답이 딱! 찾아지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적어도 나에겐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며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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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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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정하고, 나다움을 알아차려, 세상을 보는 법을 주체적으로 살기로 내가, 살아가면서 깨달은 재미난 철학과 인생관을 이 책에 담아두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처럼 서울 같은 큰 도시로 나아가 젊음을 뻗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정화된 마인드를 가슴에 품고, 순수함을 배우는 시골 생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를 인정하고 나다움을 알아차려 다시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기로 했다.
주체적으로 살기로 했다. 살면서 깨달은 재미난 철학과 인생관을 이 책에 담아두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처럼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젊음을 뻗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화된 마인드를 가슴에 품고 순수함을 배울 수 있는 시골 생활의 경험도 필요하다. 이제는 더 내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 책이 나를 대신해 움직여 줄 것이다. 촌스러운 철학이 종이 위헤 검은색 활자로 담겨, 세상 이곳저곳을 누빌 것이다. p13


4차 산업 혁명이 세상의 트랜드처럼 불린다. 이것은 정보와 지식의 개념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 산업이 발달할수록 많은 업종과 일자리들이 붐처럼 일어난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점차 편리함과 간소함을 중요시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4차산업에서의 농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힘든일이 많았고 아직도 풀리고 있지 않은 많은 일이 있지만, 진지하게 내가 맞대고 있는 현실을 대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언제가 크기만 크지 않은 기회가 여러 번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p165





촌스러워도 괜찮아...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제주도 서귀포의 시골 남원에서 나고 자라

서귀포촌놈(?)에서 벗어나

뉴질랜드에서 비로소 대한민구의 한 사람으로

마케팅과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가

나를 인정하고 나답게 살아온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으로

무덥고 바람소리가 무섭던 여름밤

잔잔한 울림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어린시절 난

서울 성수동에 살았다.

얼마전 친구들과 오랜만에 고향(?)에서 다시 만나

부모님이 이곳을 지키고 있으셨다면

우린 부자가 되었을텐데 하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솔직히 난 뚝섬이라고 부르던 내고향이

촌스러운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참 싫어서

누가 뚝섬에 사냐고 물으면 기여이 성수동이라고

고쳐 말했던 나...


어느해인가 장마철에 한강물이 범람해

어른 허리도 넘게 도로가 잠기고

강아지와 온갖 세간살이들이 물에 떠내려가던 기억도 선명하고

압구정으로 이사간 친구들이 부러워

우리도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철없이 부모님께 조르던 기억도 난다.


물론 지금은 가족들과 여름이면 뚝섬유원지에서 물놀이도 하고

자전거 타고 동생들과 뚝으로 놀러나가 다슬기도 잡던

밀레의 만종이 걸려있돈  이발소에서

나무판자에 걸터앉아 싹뚝 자른 머리가 남자애 같다고 엉엉 울던

그 어린시절의 뚝섬이 참으로 그립다.




남 신경쓸거 없다


남의 시선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랴. 남들이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비웃고 있는지, 한숨을 내쉬는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랴.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의 숨소리가 어떤지, 나는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하루를 살고 있다. 귀는 쫑긋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은 남을 슬슬쳐다보기 바쁘다. 가만히 내가 내뿜는 숨소리는 어떤지 맥박은 어떻게 뛰고 있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 잡념들이 어떤 형태로 떠나는지, 그런것들을 확인하자. 미래를 바꾸는 것은 나다. 남보다 나에게 관심을 주고 살펴보자. p113  

다른 에세이들도 좋았지만

내 민낯을 보인듯

가슴이 쿵 했던 문장 한 줄

'남 신경쓸거 없다!'


나에게도

페이스북이 거의 매일 업데이트되는 친구가 몇명 있었다.

예쁜 옷을 입고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수시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


밤늦게까지 강의를 하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없이 집안일까지 해야하는 난

아니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 친구들의, 그 여유가 부러웠을게다.

더이상 비교하고 주눅들고 속상해 하지 않기 위해

앱을 지웠다. 이제는 나에게 집중할때...



책을 덮으며

이젠 평가 받아야 하는 수강생들 뿐 아니라

다른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괴로워하지말고

나에게 괜찮은 내 자신이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해 보기로 했다.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며....



지금 여기 내게 달린 꼬리표에 집중하자.

과거는 고정된 석상과 같고 미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공기와도 같다.

지금 여기 만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p74


 


봄에서 겨울로 가는 길은 수개월이 걸린다. 겨울에서 봄은 단 하루만이 걸린다. 봄을 맞은 우리는 겨울을 생각하지 않고 겨울을 맞은 우리는 봄을 준비 하지 않는다. 세상은 겨울을 맞이할 시간을 넉넉하게 주고 봄은 갑작스럽게 준다. 시련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쁨은 갑작스럽게 선물한다. 이는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배려이다. p40



누구에게나 슬럼프의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진격하기엔 체력적 한계에 도달하고 뒤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을 때가 이다.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시간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때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p51


나이가 들고 깨달았다.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르다. 모든 일은 농사를 짓듯이 해야 한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떤 일에 좌절하고 있으면, ‘천천히 해라.’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참으로 답답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말이 정답이란 것을 깨닫는다. 농사는 오늘 씨를 뿌린다고 해서 내일 수확할 수 없다. p54

자연은 자연 치유의 기능이 있다. 너무 더운 날은 비를 내려 기온을 내리게 하고 너무 추운 날은 눈을 내려 기온을 올리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의 이동에 따라 저기압, 고기압의 기압 차로 태풍의 진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새로운 생명과 무생물에 기회를 주기도 한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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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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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유럽 곳곳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대문호가 실제로 머물렀던 지역과 장소들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그의 정신적인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은, 전문 연구자의 생생한 '도스토옙스키 기행'의 기록이자 그의 문학 세계로 흥미롭게 독자들을 초대하는 충실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물리적인 이동과 정신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했다. 대문호가 실제로 살았던 도시, 머물렀던 지역, 방문했던 나라를 따라가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생각과 그의 펜 끝에서 흘러나온 글을 추적하고자 했다. 국경을 넘고 교차로를 지나가고 다리를 건너가며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 "지도"를 그려 보고자 했다. 그래서 제목에 '지도map'에서 파생된 단어 '매핑mapping'을 집어넣었다. 이 책의 '매핑'은 실질적인 지도와 형이상학적인 지형도 모두를 함축한다. p6


그가 살 당시 이 지역의 이름은 "신의 집"이라는 뜻의 "보제돔카Bozhedomka"였다. 그것은 반어적으로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마지막 안식처, 즉 극빈자 묘지를 지칭했다. 18세기 말까지 그 일대에는 행려병자와 무연고자와 자살자를 위한 빈민 공동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민 병원 건물을 번듯한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것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속내를 반영한다는 게 역사가들의 얘기지만, 실제로 가보면 오히려 생뚱맞게 위풍당당한 그 건물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따뜻하고 안전한 방 안에서 날마다 빈곤과 질병과 죽음을 내다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쌍하다는 생각은 나중에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무섭고 싫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타인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척, 타인의 고통을 못 본 척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느 순간엔가는 자신의 상대적으로 풍족한 삶이 다른 누군가의 고통 덕분에 가능한 게 아닐까라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그의 마음속에 바윗덩어리처럼 무겁게 들어앉은 저 비참한 무리의 모습이 훗날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고통받는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응축되었을지도 모른다. p37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부부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연구자 거의 전원이 부인 안나에게 공로를 돌린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 인생에서 가장 "센 여성"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교육도 다 초월하는 타고난 어떤 우직함으로, 그녀는 자기보다 나이가 25살이나 많은 천재 작가의 인생을 단박에 "평정"했다. 그녀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자 궁극의 사랑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안나는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변화와 불행을 꿋꿋하게 견뎌 냈다. 대문호는 이 착하고 강인한 여성에게 언제나 "충성"을 다짐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
안나부인은 자신이 지적으로 많이 뒤처진다며 겸손해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대단히 현명했다. 섣불리 남편의 영역에 밀치고 들어가지 않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 만큼 현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천재성과는 다른 자기만의 영역, 자기만의 장점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p233
 
현실과 밀착된 시공간 덕분에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소설의 경계를 뚫고 나온다. 후대의 열혈 연구자들은 스톨랴르니 골목과 스레드냐야 메샨스카야 거리가 만나는 지점의 한 건물을 "라스콜니코프의 집"이라 지명했다. 도스토옙스키 "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건물 외벽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부조가 붙어 있고, 표석에는 "이 지역 거주민의 비극적인 운명은 도스토옙스키에게 공동선을 향한 열정적인 가르침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라는 상당히 거창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허구의 인물과 그의 하숙집이 버젓이 역사성을 획득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전당포 노파의 집도 특정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작은 방에서 나와 코쿠시킨 다리를 건너 "730걸음"을 걸어가 노파의 셋집에 도착한다. "한쪽 벽면은 시궁창을 향해, 다른 벽면은 거리를 향해 나 있는 아주 큰 건물"의 현재 주소는 "그리보예도프 제방길 104번지"다. 호기심에서 2015년 어느 더운 여름날 "라스콜니코프의 집"에서부터 "노파의 집"까지 걸어가 보았다. 1천 걸음 넘게 걸어가도 건물이 안 나오기에 세는 것을 포기했다. 소설과는 달리 평일 오후의 제방길은 햇살만 뜨거울 뿐 한산하고 괴괴했다. p253-255



어느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에 꽂혔다. ^^;


손에 잡히는 킬링타임용 책들을 주로 읽다가

바로 고전읽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워밍업(?)이 필요하던 차에

소소당에서 호순님이 선물해 주신 책 매핑 도스토옙스키...


이책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찾아서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과 체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직접 찾아보고 그의 인생과 문학에 대해 소개한 책으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다 친절하게 도스토옙스키와 친해 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친구들과 환갑기념여행으로 가기로 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제는 예르미타시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도스토옙스키가 '가난한 사람들'을 쓸 당시 머물렀다는 하숙집과

서점 돔크니기도 꼭 가봐야겠다고 기록해 두었다.


이제 준비는 마쳤으니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이라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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