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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짧은 소설
성석제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평점 :
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익살맞고 의뭉스럽기까지 한 인물의 행동 하나,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 풍자와 과장의 문장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낄 수 있다.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중학생 때에도 빵과의 악연은 이어졌다. 내가 전학을 간 서울의 중학교가 하필이면 당시 제과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삽립식품' 빵 공장 바로 옆에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 거의 정확하게 말하자면 3교시와 4교시 사이의 어느 시점,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구수하고 고소하고 잘 발효되고 잘 구워진 빵 특유의 냄새에 전교 3개 학년 4천명 가까운 중학생들은 합창을 하듯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쏟아냈다. 선생님들은 분필을 여기저기로 발사하며 수업분위기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애를 쓴다는 것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p239
이 책은 샘터에 5년동안 연재했던 40편의 글을 다듬어 실은 짧은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감있는 이야기 진행에 그의 위트까지 더해져
넘 재미있게 읽었다.
그 시절,
우리들만 아는 이야기...
지난책도 반쥴을 비롯한 종로통의 기억들을 소환시키더니
이번에도 추억나들이를 제대로 했다.
빵과 나1은 엄마가 생각나서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ㅠ.ㅠ
제목만 보고는
나두 빵 좋아하는데~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삼립식품' 이 상호를 보는 순간 마음이 쿵...
학교에 양호선생님이 상주해 계시듯
국민학교시절 엄마는
삼립식품의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관리자로 근무하셨었다.
엄마가 퇴근 하실 무렵이면 집앞 계단에
세자매가 나란히 앉아 엄마를 기다리곤 했는데
엄마가 반가운 것도 사실이지만
또하나
엄마손에 들려 있던 아직 포장 전의 빵꾸러미도
그 시절 우리들에겐 큰 기쁨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이지만
보름달이며 크림빵을 사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곤 한다.
당시 인기리에 상연된 <나바론 요새>라는 2차대전 당시의 전쟁영화 속
포신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 빵 냄새가 포연처럼 무차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침 주말에 김씨와 나바론 요새를 보며
나바론이 어디있는 줄 아냐는 둥
너 이영화보며 코 흘릴 때
자긴 대학생이었다는 둥
작은 소란(?)을 겪은 탓에
이 한구절에 또 깜빡 넘어갔다.^^
축복
"작가님, 앞으로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오래오래 살아주십시오.
그래야 저 같은 사람이 읽을 책을 더 많이 쓰시죠."p282
제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