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3월
평점 :
노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유럽 곳곳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대문호가 실제로 머물렀던 지역과 장소들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그의 정신적인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은, 전문 연구자의 생생한 '도스토옙스키 기행'의 기록이자 그의 문학 세계로 흥미롭게 독자들을 초대하는 충실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물리적인 이동과 정신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했다. 대문호가 실제로 살았던 도시, 머물렀던 지역, 방문했던 나라를 따라가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생각과 그의 펜 끝에서 흘러나온 글을 추적하고자 했다. 국경을 넘고 교차로를 지나가고 다리를 건너가며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 "지도"를 그려 보고자 했다. 그래서 제목에 '지도map'에서 파생된 단어 '매핑mapping'을 집어넣었다. 이 책의 '매핑'은 실질적인 지도와 형이상학적인 지형도 모두를 함축한다. p6
그가 살 당시 이 지역의 이름은 "신의 집"이라는 뜻의 "보제돔카Bozhedomka"였다. 그것은 반어적으로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마지막 안식처, 즉 극빈자 묘지를 지칭했다. 18세기 말까지 그 일대에는 행려병자와 무연고자와 자살자를 위한 빈민 공동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민 병원 건물을 번듯한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것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속내를 반영한다는 게 역사가들의 얘기지만, 실제로 가보면 오히려 생뚱맞게 위풍당당한 그 건물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따뜻하고 안전한 방 안에서 날마다 빈곤과 질병과 죽음을 내다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쌍하다는 생각은 나중에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무섭고 싫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타인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척, 타인의 고통을 못 본 척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느 순간엔가는 자신의 상대적으로 풍족한 삶이 다른 누군가의 고통 덕분에 가능한 게 아닐까라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그의 마음속에 바윗덩어리처럼 무겁게 들어앉은 저 비참한 무리의 모습이 훗날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고통받는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응축되었을지도 모른다. p37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부부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연구자 거의 전원이 부인 안나에게 공로를 돌린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 인생에서 가장 "센 여성"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교육도 다 초월하는 타고난 어떤 우직함으로, 그녀는 자기보다 나이가 25살이나 많은 천재 작가의 인생을 단박에 "평정"했다. 그녀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자 궁극의 사랑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안나는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변화와 불행을 꿋꿋하게 견뎌 냈다. 대문호는 이 착하고 강인한 여성에게 언제나 "충성"을 다짐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
안나부인은 자신이 지적으로 많이 뒤처진다며 겸손해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대단히 현명했다. 섣불리 남편의 영역에 밀치고 들어가지 않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 만큼 현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천재성과는 다른 자기만의 영역, 자기만의 장점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p233
현실과 밀착된 시공간 덕분에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소설의 경계를 뚫고 나온다. 후대의 열혈 연구자들은 스톨랴르니 골목과 스레드냐야 메샨스카야 거리가 만나는 지점의 한 건물을 "라스콜니코프의 집"이라 지명했다. 도스토옙스키 "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건물 외벽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부조가 붙어 있고, 표석에는 "이 지역 거주민의 비극적인 운명은 도스토옙스키에게 공동선을 향한 열정적인 가르침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라는 상당히 거창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허구의 인물과 그의 하숙집이 버젓이 역사성을 획득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전당포 노파의 집도 특정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작은 방에서 나와 코쿠시킨 다리를 건너 "730걸음"을 걸어가 노파의 셋집에 도착한다. "한쪽 벽면은 시궁창을 향해, 다른 벽면은 거리를 향해 나 있는 아주 큰 건물"의 현재 주소는 "그리보예도프 제방길 104번지"다. 호기심에서 2015년 어느 더운 여름날 "라스콜니코프의 집"에서부터 "노파의 집"까지 걸어가 보았다. 1천 걸음 넘게 걸어가도 건물이 안 나오기에 세는 것을 포기했다. 소설과는 달리 평일 오후의 제방길은 햇살만 뜨거울 뿐 한산하고 괴괴했다. p253-255
어느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에 꽂혔다. ^^;
손에 잡히는 킬링타임용 책들을 주로 읽다가
바로 고전읽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워밍업(?)이 필요하던 차에
소소당에서 호순님이 선물해 주신 책 매핑 도스토옙스키...
이책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찾아서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과 체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직접 찾아보고 그의 인생과 문학에 대해 소개한 책으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다 친절하게 도스토옙스키와 친해 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친구들과 환갑기념여행으로 가기로 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제는 예르미타시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도스토옙스키가 '가난한 사람들'을 쓸 당시 머물렀다는 하숙집과
서점 돔크니기도 꼭 가봐야겠다고 기록해 두었다.
이제 준비는 마쳤으니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이라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