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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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태도에 관하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등 소설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 임경선 작가가 이번에는 '결혼생활'을 주제로 산문을 펴냈다.

< 평범한 결혼생활>의 출간 일인 2021년 3월 11일은 정확히 저자의 결혼 20주년 기념일. 온갖 기념일들을 챙기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저자는 지난해 겨울 초입에 불현듯 이듬해 결혼기념일이 20주년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만난 지 3주 만의 급작스런 청혼, 고작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년간의 결혼생활. 20년 세월을 한 남자와 살아낸 현실을 스스로 신기해하며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생활의 진실'에 대해 쓰기로 결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온전한 방법이라 여기며.

<인터넷 알라딘 제공>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p6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p75

무모함이란 실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인데 나는 잃을 게 없다,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갈 거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어떤 미친 열정, 나는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 있다. p79

성격상 누군가에게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의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유능한 남편을 잘 내조하는 아내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다. 나 자신이 유능한 게 더 중요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는 누구한테 기대는 걸 어려워하고, 남하테 기대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하던, 혼자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있다 해도 살다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자발적으로 결호넹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포함해서, 스스로 온전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흔히 속세에서 말하는 '가장의 역할'을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전형적인 '아내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전형적인 '남편의 역할'도 기대하지 않기로, 사회가 제멋대로 정해놓은 이상형은  인간이 스스로를 못 미더워하게끔 만들어버린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p117


평범한 결혼생활


다정한 구원, 태도에 관하여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자유로울 것 등

그동안 재미있게 읽은 임경선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작가는 결혼이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건가?

난 나와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결심했던 것 같은데...

물론 신혼여행 다녀와 시댁에 도착하자

모든 환상과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지만서두...ㅠ.ㅠ


결혼 20주년을 맞은 작가와

결혼 30주년이 지나버린 나는

결혼기간도 사람도 상황도 많이 다르리라는 것을 안다.


전형적인 '남편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40대를 지나

하루에도 몇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50대가 시작되던 무렵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은 밥솥이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갱년기 아줌마에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 폭탄성 발언을

터트린 그날이였을까?

난 '아내의 역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했다.


김씨와 나

이젠 오래전 연인(?)에서

오누이같은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가끔씩 싸우고

적당히 친한척하며...


나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인간이 가진 지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이란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퍼센트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질문들의 종착지는 결국 '그럼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 그렇다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패배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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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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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마음에 남아>, <그림의 눈빛> 같은 전작을 통해 그림이 주는 위로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한 바 있는 지은이 김수정은 이 책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에서 비대면 시대에 미술을 가까이하는 법에 주목했다.

틈만 나면 열어 보는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미술을 접하는 방법을 안내하며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통해 온기를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오랫동안 ‘미술이 우리를 구원하는 순간’을 이야기해온 지은이는 미술을 가까이함으로써 ‘미술 경험치’를 쌓고 감각의 범위를 넓혀 저마다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를 권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시간적 여유, 금전적 여유, 심리적 여유가 모두 있어야 취향이 자라납니다. 취향을 가꾸기 위한 장소, 에너지를 미리 분배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매달 첫번째 날은 어떤 전시회가 열리는지 검색하고 갈 곳 정하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은 전시회 가기, 한 달에 한 번은 예술책 독서 모임 나가기 등등 조금만 시간과 마음을 쓰면 방법은 무궁무진 합니다. p53


음악과 미술은 서로 다르지만 친한 친구입니다. 음악과 미술은 서로 돕습니다. 음악과 미술이 한 예술가 안에서 통합될 때, 그의 창작물에는 폭발적인 영향력이 나타납니다. 음악과 미술을 함께 사랑한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작곡가이면 화가였던 리투아니아의 미칼로유스 츄를료니스는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을 그렸고, 구스타프 클림트는 베토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베토벤 프리즈를 그렸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음악을 시각화하여 색채로 표현했고 청기사파를 결성해 전통적인 조성을 벗어던진 음악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교류했습니다. 음악과 미술의 특성은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깁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미술도 사랑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미술을 만나기만 한다면 시간을 들이는게 관건입니다. 음악과 미술의 기쁨이 함께 풍부해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저는 미술이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그냥 미술과 함께 나이들어보세요"라고 권유합니다. 단언컨대, 미술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p94~95


어떤 그림이어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내 인생의 그림' 하나를 머릿속에 키워드로 품으세요. 삶의 우연 가운데 발산하고 수렵하고 확장하도록 생각 지도를 펼쳐보세요.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가끔 인접한 키워드를 클릭해 넓게 펼쳐보네요. 회상을 통해 과거의 기쁨을 불러오세요. 그림하나로 그려보는 마인드맵의 가장 큰 선물은 삶의 기록과 행복의 재연입니다. 삶과 그림의 연결고리가 생길때 나의 그림 감상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가 다시 새로워집니다. p137



지난해,

태블릿으로 그린 모바일책가도에도 여러번(?) 등장했던

『그림의 눈빛』의 김수정 작가님의 신간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를 읽고 있다.


도슨트 정우철님의 글처럼 예전 책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정말 작가와 조금은 가까와진것 같다.

예를 들면 책에 소개된 소소한 예술책 모임에 참석

구석자리에 말한마디 못하고 존재감없이 앉아 있지만

눈빛은 반짝반짝 귀는 쫑긋 세우고

내맘데로 신입회원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갈

ART GUIDE는 충분히 흥미로왔다.


미술도 습관이다!

날마다 가볍게

나만의 미술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


- SNS에서 예술 관련 채널 구독하기 (O)
- 오늘 나의 기분을 표현한 그림 발견하기 (X)
- 전시회, 예술 도서에 대한 감상을 짧은 글로 기록하기 (O)
- 좋아하는 작품 이미지를 곁에 두기(ex. 엽서, 스마트폰 케이스 등) (O)
- 관심 있는 전시회 일정 미리 확인하기 (△)
- 한 달에 1회 이상 미술관이나 갤러리 방문하기 (△)
- 전시회를 다녀온 후 마인드맵으로 감상 정리하기 (X)
- 좋아하는 작품 따라 그리기 (O)


나만의 미술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중

예술 관련 채널 구독하기는 이미 하고 있고

전시회, 예술 도서에 대한 감상도 블로그에 기록 중...

<<책에서 언급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도

궁금한 마음에 바로 구입했다. ^^;>>

전시회에서 도록과 함께 구입한 엽서를

액자에 넣어 두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모작하는 것도 좋아한다.

미리 전시회 일정을 확인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전시장을 찾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통에

지난해 여름에 관람했던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마지막으로

아직 미술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ㅠ.ㅠ

기운 좀 차리면 예술의 전당 '로즈 와일리전'을 가볼 생각이다.

다녀오면 마인드맵으로 감상도 정리해 보고...



창가에서 - 빈첸초 이롤리(1860~1949)


나의 기분을 표현하는 그림발견하기는

따라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중 하나인데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인 오늘

내가 고른 그림은 '창가에서'이다.

내일은 진짜 봄비(?)가 왔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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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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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서의 판도를 바꾼 ‘1일 1페이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자 국내 작가의 첫 책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가 출간되었다. 진솔하고 섬세한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온 작가 정여울의 안내로 심리학의 세계를 여행하는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의 늪에 자주 빠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위한 폭넓은 지혜와 따뜻한 치유의 모음집이다. 심리학부터 책, 일상, 사람, 영화, 그림, 대화까지 7가지 주제를 통해 심리학의 주요 이론과 키워드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실제 내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365가지의 특별한 ‘힐링 액션’을 소개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오늘날, 진짜 나를 만나고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고 나와 타인, 나와 세상 역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루 1분,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올바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고 내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성장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탈무드는 꿈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신이 매일 밤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주는데, 우리는 봉투도 뜯지 않은 채 버리고 만다." 신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신이 인간에게 보내는 간절한 연애편지, 그것이 바로 꿈이 아닐까. 꿈은 무의식이 의식을 향해 보내는 편지이며, 그 모든 무의식의 메세지가 '너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잘 들여다보라'는 초대장이다. 무의식은 매일밤 꿈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향한 구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당신이 '미처 살지 못한 삶(the unlived life)'을 꼭 살아내야 한다고, 꿈은 내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에겐 더욱 뜨겁게 열정과 자유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말라고, 더 많은 사람을 후회없이 사랑하고 보살피라고.p019


여행을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진실은 바로 우리의 서로 다른 '차이'가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었다. 하나의 장소에만 익숙해지면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약해지고, 그럴수록 유연성과 포용력이 떨어지게 된다. 나는 온갖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이 공존하는 여행을 통해, 내 안의 편견과 내 안의 고정관념이 기쁘게 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p119


그는 공포에 당당하게 맞섬으로써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 이렇듯 스트레스 자체는 위험신호이지만, 그 위험신호에 과감하게 맞선다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고통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우리의 판단에서 비롯된다. 성공이나 실패, 강함과 약함 따위는 실제로 존재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경험을 재단하는 낙인찍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p145



정여울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한 책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사실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건

심리학이나 인문학이 아닌

여행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었는데

그이후에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등 

꾸준히 작가의 책을 만나며 자존감을 회복중이다.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랬네. 결국 내가 문제였어.

대상포진은 어느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처음 시작이었던 잇몸통증이 여전하다.ㅠ.ㅠ

할머니되면 하는줄 알았던 임플란트를

벌써부터 하게 될찌도 모른다는 걱정에

요며칠 통증보다 심하고 아픈 우울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그까이꺼 눈 딱감고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으로 잘 치료받고

이제는 정말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보내리라 결심해 본다.


3월엔 아파서 쉬고 있었던

그림도 다시 그리고

찜해두었던 영화와 책을 볼 것이며

꼬맹이와 저녁식사후

호수공원까지 산책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조금씩

몸도 마음도 치유해 보자....

새봄엔....



<보고 싶은 영화>

더 파터

중경삼림

헬렌 - 내 영혼의 자화상

힐빌리의 노래


<읽고 싶은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줄리언 반스

여자의 미술관 - 정하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 원재훈

나를 돌보는 책 - 이토 에미

글쓰기에 대하여 - 마거릿 애트우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주변에서 멘토를 지금 당장 찾을 수 없다면 일단은 좋은 책을 읽어보자. 아무리 인생 2모작, 3모작 시대라고들 하지만, '인생을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우리는 오직 1인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독서를 이렇게 정의했다. 다른 사람이 힘들게 얻어낸 것을 가장 쉽게 얻어내는 방법, 그것이 독서라고 저자가 온 힘을 기울여 만든 하나의 작은 소우주를 우리는 쉽게 얻어낼 수가 있다. 독서라는 지극히 사소한 행위를 통해 타인의 인생이라는 최고의 멘토를 오직 책 한권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셈이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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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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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마지막 그림>,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화가의 출세작> 등 전작에서 화가와 그림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리 작가는 이번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에서 남성 캔버스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명작을 피워내기까지 그 뒤에서 큰 역할을 한 여성들을 비롯해 판위량, 매리 커샛, 베르트 모리조 등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내, 뮤즈, 예술가이기 전 이들 여성은 가부장 사회를 받치는 ‘밑돌’로서 늘 고통받아왔다. 작가는 남성 중심 사회가 모른 척했던 여성을 향한 폭력 역시 이 책을 통해 폭로하고자 한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여성의 고통을 예술로 둔갑시킨 시대에 대한 고발이자 그림 속 여성에 관한 작가의 해석이 ‘낯섦’과 ‘신선함’이 아닌 ‘옳음’이었음을 밝히는 과정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을 들으며 가부장제 밑돌로 살다가 원통하게 죽은 여자들. 한 줌 발언권도 없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 그들이 바로 한국판 잔소리꾼 굴레를 쓴 여자들, 헤이르티어와 캐서린이 아니겠는가. 처녀 귀신은 죽어서야 비로소 고을 사또의 방에 찾아와 말을 할 수 있었다. 전설과 설화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의 모습에서 공포와 함께 진한 슬픔까지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p62


실제 대부분의 ‘진짜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수동적이지도, 무표정한 인형 같지도, 그리고 순진과 도발을 넘나드는 모습도 아니다. 미국의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의 캠페인 영상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어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여자아이처럼 달려보라”고 주문했더니 그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두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뛰었다. 그렇다면 진짜 여자아이들에게 같은 주문을 했을 땐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편견과는 달리 그들은 ‘여자아이답게’ 씩씩하고 힘차게 뛰어다녔다. 우리 집 소녀에게 한번 주문해봤다. “어린이 모델이 됐다는 상상을 해보고, 포즈를 취해줄래?” 그랬더니 아이는 양손으로 허리를 힘차게 잡은 후, 얼굴이 찌그러지도록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실 속 ‘진짜 여자아이’의 모습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p86~88


세상은 남편 돈 쓰는 아내에겐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하다. 반면 아내의 시간을 가로채는 남편에겐 너무나 관대하다. 아내의 삶과 시간을 많이 착취한 남편일수록 더 성공하게 되기에, 가부장 사회는 아내의 헌신을 더 독려하기도 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의 삶은 ‘뱀과 사다리 게임’과 같다. 열심히 인생의 사다리를 올라가도 아내가 되는 순간 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갈 확률이 높다. 바로 이것이 비혼 여성에게 ‘이기적’이라고 결코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 누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겠는가. p154


여성 예술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 자료를 읽다가 이마를 여러 번 짚었다. 한참 그들의 재능에 대해 언급하다가 뜬금없이 외모 평가가 끼어드는 기록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1984)에 대해 미술사학자 게일 레빈(Gail Levi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크래스너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녀의 사망 후 몇몇 지인과 작가들은 크래스너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강조하곤 했다. 크래스너의 학창 시절 동료는 그녀가 지독하게 못생겼지만 스타일은 우아했다고 말했다.” 크래스너의 남편이자 ‘액션 페인팅’의 대가였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을 언급할 때는 “탈모가 있었지만 야성적인 매력이 넘쳤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성 예술가의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p156



 

 

 <자화상> 판위량, 1936,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가장 어려운 건 아무래도 인물화가 아닐까 싶다.

얼굴의 눈, 코, 입과 귀의 크기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인물이 되는 까닭에

오드리 헵번이 오드리 될뻔이 되기도 하고

기껏 그려놓은 중년의 음악인 장사익이

젊은 배우 조승우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좌절을 느끼기도 했었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다 눈에 들어온

책표지의 인물화 한점...


중국의 판위량이라는 화가가 그린 '자화상'이

왠지 모르게 내눈에 또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그렇게 내게 온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남성 캔버스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이 책은

책표지의 판위량뿐 아니라 베르트 모르조 등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거나

한때 르느아르, 드가의 뮤즈였다가 뒤늦게 화가가 된 수잔 발라동...


얼마전 포스팅 했던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애덤 스미스 뒤에도 저녁 식탁을 기꺼이 차려냈던

그의 어머니가 계셨던 것처럼

자코메티도 그의 아내의 헌신속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조각작품들이 탄생했다는 등

그동안의 미술관련 책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빅아이즈의 화가 마가렛 킨

남편의 유령작가로 살았던 콜레트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넘치게 가부장적인 우리집 김씨의 만행(?)까지 더해져

책 읽는 동안 자꾸 화가난다...


용감한 소방관이 되겠다며 치마입기를 싫어하는 꼬맹이에게

핑크색 원피스를 입히지 못해 속상해했던

오래전 내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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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겨울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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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시리즈. 구독자 16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13년 차 책 소개 프로그램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누구보다 먼저 눈에 띄는 신간을 발견하고 함께 읽자고 퍼뜨리는 성실한 독자, 책 읽는 사람은 물론 읽지 않는 사람까지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가 김겨울이 자신을 책 가까이 머무르게 한 글과 장서를 엮어 독서 에세이를 내놓았다.

대중에게 김겨울은 ‘말하는 사람’이자 책과 독서를 ‘보여 주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 책에서 김겨울은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그간 대중에게 내보인 말과 행동 이면에 묻어 둔 생각을 100권의 책을 통해 풀어 놓는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갈수록 책과 멀어지고 있는 이들, 주변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유익한 자극을 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책이 좋은 수면제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블루라이트를 방출하지 않고 뇌를 억지로 셧다운 시키지도 않는 건강 친화적 수면제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잠이 오지 않을 때 책을 읽는 건 남는 장사다. 잠에 들거나, 어찌되었든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서술한 요상한 상태로 읽게 되기도 하지만. p39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둘 중 어느것도 포기할 수 없다. 더 나은 삶과 세상이라는 개념 자체 도달하려면 쓸모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립 하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것은 실은 서로를 밀어내는게 아니라 보충하는 관계에 있다. p79


책이 암호며 퍼즐이며 도랑이며 죽비가 된다는 사실은 늘 놀랍다. 책의 바다에 빠져 어리석게 죽을까봐 책은 책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책은 책만이 아니라고 자꾸만 말하고 싶어진다. 삶보다 못한 것을 삶보다 위대하다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그래도 p189


그러니 고독한 이가 책을 벗 삼으면 적당히 대화도 할 수 있고 듣기만 할 수도 있고 자기 얘기만 할 수도 있고 언제든 멈출 수도 있다. 뭘 충전할 필요도 없고 연결할 필요도 없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이 믿음직한 벗은 여전히 나만큼 느려서 나의 고독을 안심시킨다. 근현대의 어느 쪽방에서, 중세의 수도원에서, 고대의 왕실에서 책을 읽던 사람의 등과 우리의 등이 겹쳐지므로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p205



설명절을 앞두고 앞으로 있을 힘든일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심리로

책을 잔뜩 주문해 두었드랬다.

물론 아플꺼라는 건 내 계획에 없었지만

통증으로 힘든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던 2주의 시간동안

연휴전에 도착한 책들은 내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가끔은 심사숙고해서 주문했음에도 몇장 못 넘기고

조용히 책을 덮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넘 얇아서 대략난감했던

'고양이를 버리다'보다 외양은 솔직히 더 부실했지만

책 내용은 너무 좋아서 드물게 연달아 두번을 읽어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책의 말들...


책을 접지도 않고, 밑줄도 긋지 않고

가능한 처음 구입한 상태로 깨끗하게 다루는 내성향도

저자와 다르지 않아 실수로 모서리가 찍히거나 커피를 묻히면

얼마나 속상한지 내가 넘 잘알지~ 싶기도 하고

"가방에 책 한권도 들어 있지 않은 사람과는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같다 


작가가 들려주는 책의 말들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등

몇권의 책을 제외하면 외국 작가의 책들은 제목만 알고 있거나 처음 만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한해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틈틈히 찾아 읽어 보려 한다.


그렇게 연말쯤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땐 이렇게 저렇게 알아서

작가와의 숨바꼭질 놀이(?)를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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