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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평점 :
<가만히 부르는 이름> <태도에 관하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등 소설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 임경선 작가가 이번에는 '결혼생활'을 주제로 산문을 펴냈다.
< 평범한 결혼생활>의 출간 일인 2021년 3월 11일은 정확히 저자의 결혼 20주년 기념일. 온갖 기념일들을 챙기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저자는 지난해 겨울 초입에 불현듯 이듬해 결혼기념일이 20주년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만난 지 3주 만의 급작스런 청혼, 고작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년간의 결혼생활. 20년 세월을 한 남자와 살아낸 현실을 스스로 신기해하며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생활의 진실'에 대해 쓰기로 결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온전한 방법이라 여기며.
<인터넷 알라딘 제공>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p6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p75
무모함이란 실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인데 나는 잃을 게 없다, 오로지 그 사람 하나만을 보고 갈 거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어떤 미친 열정, 나는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 있다. p79
성격상 누군가에게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의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유능한 남편을 잘 내조하는 아내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다. 나 자신이 유능한 게 더 중요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는 누구한테 기대는 걸 어려워하고, 남하테 기대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하던, 혼자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있다 해도 살다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자발적으로 결호넹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포함해서, 스스로 온전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흔히 속세에서 말하는 '가장의 역할'을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전형적인 '아내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전형적인 '남편의 역할'도 기대하지 않기로, 사회가 제멋대로 정해놓은 이상형은 인간이 스스로를 못 미더워하게끔 만들어버린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p117
평범한 결혼생활
다정한 구원, 태도에 관하여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자유로울 것 등
그동안 재미있게 읽은 임경선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작가는 결혼이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건가?
난 나와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결심했던 것 같은데...
물론 신혼여행 다녀와 시댁에 도착하자
모든 환상과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지만서두...ㅠ.ㅠ
결혼 20주년을 맞은 작가와
결혼 30주년이 지나버린 나는
결혼기간도 사람도 상황도 많이 다르리라는 것을 안다.
전형적인 '남편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40대를 지나
하루에도 몇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50대가 시작되던 무렵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밥은 밥솥이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갱년기 아줌마에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 폭탄성 발언을
터트린 그날이였을까?
난 '아내의 역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했다.
김씨와 나
이젠 오래전 연인(?)에서
오누이같은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가끔씩 싸우고
적당히 친한척하며...
나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인간이 가진 지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이란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퍼센트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질문들의 종착지는 결국 '그럼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 그렇다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패배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