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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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결코 수집가가 아닌데, 정신 차려 보니 주변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더라며 변명하듯 투덜거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싸고 예뻐서 구입하고, 마라톤 완주 기념으로 받고, 출간 홍보 물품을 전달받고 하다 보니 티셔츠만 넣은 상자가 넘칠 지경이 되었다고. 이왕 티셔츠가 쌓인 김에, 각종 사연을 지닌 수백 장 컬렉션으로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는 출간의 사연마저 어딘지 하루키스럽다.

그는 서두에서 “마음에 들어 하는 낡은 티셔츠를 펼쳐놓은 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관해 짧을 글을 쓴 것뿐이어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생각한다며 “소설가 한 명이 일상에서 이런 간편한 옷을 입고 속 편하게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후세를 위한 풍속 자료로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능청스럽게 고백한다.

위트와 시니컬,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투덜거림, 천진난만한 순수함과 솔직함, 트렌디한 감각과 감성…… 하루키 에세이에서 기대하기 마련인 특유의 매력이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좀 더 좋아한다며 스스로 ‘에세이 파’를 자처하는 팬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현지에서는 시티보이 잡지를 표방하는 《뽀빠이》에 일 년 반 동안 연재되며 이미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출간 이후에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하루키 에세이의 저력을 증명했다. 일본 최고의 북디자이너 스즈키 세이치로 디자인 위에 더해진 한국어판만의 디테일,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백여 장의 티셔츠 사진, 권말에 특별 수록된 ‘티셔츠 인터뷰’도 눈여겨볼 것.

<인터넷 알라딘 제공>

 

 

티셔츠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다.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이내 사게 된다. 여기저기에서 홍보용 티셔츠도 받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완주 기념 티셔츠를 준다. 여행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고……. 이러다 보니 어느새 잔뜩 늘어나서 서랍에 못다 넣고 상자에 담아서 쌓아 놓는다. 절대로 어느 날 “좋아, 이제부터 티셔츠 수집을 하자” 하고 작심한 뒤 모은 게 아니다. p6


그건 뭐 좋은데 그렇게 받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다닐 수 있는가 하면 당연히 그런 짓은 못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Haruki Murakami’라고 대문짝만 하게 쓴 티셔츠를 입고 백주 대낮에 도쿄의 대로를 걸어 다닐 수는 없잖아요? 혹은 그런 토트백을 들고 중고 레코드를 사러 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티셔츠나 홍보물은 그냥 곱게 상자에 담긴 채 벽장에서 쿨쿨 잠들어 있다. p40~41


나도 물론 무지 티셔츠를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입긴 하지만, 그다음으로 자주 입는 것은 이런 유의 레터링만 있는 티셔츠다. 그것도 의미 있는 문맥을 가진 문장이 아니라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투박하게 글씨만 인쇄된 것이 좋다. 그림 있는 티셔츠처럼 질리는 일도 없고 메시지성도 적고 자태가 깔끔하다. 다른 옷과 맞춰 입기도 쉽다. p64


내 티셔츠 컬렉션은 아직도 한창 남아 있지만, 언제까지 해도 끝이 없을 테니 이쯤에서 일단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래서 마지막은 역시 맥주 관련 티셔츠. 티셔츠하면 여름, 여름 하면 맥주......잖습니까. 아니, 뭐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 무릎위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가운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는 것도 인생에서 큰 행복 중 하나죠. p151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얘기가 그얘기 같고

더 이상은 책을 늘리지말자 결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들이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


얼마전 접한 신간소식에 냉큼 주문하고만 그의 책제목은

'무라카미T'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그동안 모아온 티셔츠들의 사진과

그 옷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데

언젠가 읽었을 법한 이야기에 '내가 이럴줄 알았어' 싶으면서도

슬며시 웃음이 지어지는건 누가 뭐래도 난 그의 팬(?)이기 때문이리라.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코카콜라가 쓰여있는 붉은색 티셔츠는

뜻밖에 서핑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네.^^;

마치 케첩 같던 빨간 하인즈 티셔츠는 입으면 진짜 케찹 냄새가 날 것만 같다.

또 하나 red STAG 사슴뿔이 그려있던 버번 위스키 티셔츠도 붉은색!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에는 굿즈로 티셔츠를 준 기억은 없는데

처음 그의 이름 또는 책제목이 인쇄된 티셔츠를 만나 볼 수 있었던 건

좋았던 것 같다. 이책 굿즈야말로 티셔츠여야 하는건 아닌가?!...





비치 보이스 티셔츠도 몇 년전에 호놀룰루에서 본 콘서트 기념 티셔츠.

비치 보이스라고 해도 지금은 리더 브라이언이 빠지고,

실질적으로는 마이클 러브=브루스 존스턴 아저씨 밴드여서

하와이와 비치 보이스라는 절호의 조합에서도 객석 분위기는 그리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티셔츠 디자인이 너무 멋있어서 사 왔다. p74 


많은 티셔츠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위의 비치 보이스 티셔츠

여름이면 생각나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색

블루의 조화가 내 맘에 쏙 들었다.


이 외에도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 음반, 달리기, 맥주 등

각양각색의 티셔츠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결론은 이런류의 에세이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것...

그 옛날 만화영화 캐릭터 아톰티셔츠도 있던데

조만간 내 디즈니 티셔츠들도 늘어놔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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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베이
조조 모예스 지음, 김현수 옮김 / 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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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 비포 유』와 『스틸 미』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조 모예스의 숨겨진 명작. 수백만 달러가 걸린 리조트 개발 계획 성사를 위해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에 온 마이크 도머. 이곳의 유일한 호텔 ‘실버베이 호텔’에 머물며 고래 관광선을 운행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아름다운 바다와 고래, 꾸밈없는 사람들은 개발 계획에 변수를 만들고, 호텔 주인의 조카이자 ‘이스마엘호’의 선장 라이자는 마이크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린다.

세상과 등진 채 호주의 작은 만에서 조용히 사는 라이자. 영국 런던에서 소위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이었던 마이크. 호주와 영국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두 남녀. 마음을 굳게 닫고 있는 라이자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마이크는 서로의 삶을 뒤흔들며 다가간다. 자신의 삶에 변수로 작용한 그들의 사랑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깨부수고 나오게 만든다. 자신보다는 서로의 삶을 지켜주기 원했던 이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끝까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곳은 이제 여름철마저 조용한 편이다. 대부분의 휴가철 관광객들은 이제 클럽이나 고층 호텔 그리고 확실한 즐길 거리들이 있는 코프스하버나 바이런베이로 향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대부분 그 편이 더 잘됐다 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p7


바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풍경 같다. 시야의 세 면을 끝없는 바다가 다 채울 정도로 멀리 나가면 당신의 시선은 물의 거대한 움직임에 길을 잃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비추는 눈부시게 빛나는 지점으로 빨려들기도 하고, 저 멀리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파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는 육지에 익숙한 인간이므로 긴장이 전혀 안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발밑으로 느껴지는 철썩임과 삐걱거림을, 그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나니 혼자라는 느낌이,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이는 배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나는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받아들이며 라이자의 얼굴에서 내내 팽팽하던 경계심이 차츰차츰 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p122


그것은 삶, 죽음 그리고 순환에 대한 메시지였다. 모든 것이 덧없으며,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줬던 것 같다. 언젠가는 분명 나의 레티와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날을 내가 직접 정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렸지만 p284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밤 눈물을 흘릴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작은 만을, 먼산을, 여기저기 흩어진 실버베이의 옥상들을 바라봤다. 새들의 노랫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소리, 내 위쪽에서 킁킁 울리고 있는 해나의 음악 소리를 들으며 마치 무언가가 나를 내집에서 끌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대체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이제는 나를 질식시키는 도시로, 내가 사랑할 수 있을지 확신조차 없는 여자에게로? p466

한참 바다를 내다보다 보면, 바다의 천변만화의 감정과 광란, 그 아름다움과 공포를 보고 있으면, 모든 이야기들이 거기 다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과 위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이 우리의 그물에 가져다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키를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이 모든 걸 조정할 수 없기도 하며,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붙드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p490




몇해전 존엄사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인상 깊었던 '미 비포 유'를 쓴 저자 조조 모예스의 초기작

'실버베이'를 읽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호주 어디쯤에 있을 실버베이를 상상하며

더욱 빠져 들었던 것 같다.


과거의 아픔을 묻어두고 실버베이에 돌아와 이모의 호텔에 딸과 함께 머물며

고래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라이자...


영국에서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으로 리조트 사업을 성공 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실버베이에 온 마이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함께 바다로 나가 고래를 보고

라이자의 딸과 어울리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하지만 실버베이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그 중심에 마이크 그가 있다.

실버베이를 있는 그대로 자연을 지키려는 라이자와 

안정된 삶을 위해 개발을 성공 시켜야 하는 마이크

실버베이에 머물수록 조금씩 가치관이 변해가며  마음이 혼란스럽다.

 

고래관광이 너무 많이 예약된 날만 빼면

이젠 거의 매일 이스마엘호를 타고 고래의 이동을 보러 함께 나선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


눈부시게 부서지는 바다와 고래...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소리와 엔진소리...

아! 바다보러 가고 싶다...  ㅠ.ㅠ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비록 나의 가장 깊은 곳에는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이 있지만,

내겐 가족이 있었다. 그 생각에 나는 불현듯 행복감을 느꼈다.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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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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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이자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삶을 기록해온 김민철이 효율과 유용에 매달리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던 여행, 그 무방비와 무계획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출간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온 김민철은 시간에 흩어져버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에세이스트로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이 멈춰버린 순간, 과거의 여행지에서 보낸 그의 편지가 오늘의 당신에게 무사히 당도한다. 단 한 번의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함께한 찰나의 인연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쑥스러운 애정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수많은 질문과 선택이 쏟아지는 일상 속에 파묻히다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이라는 가정법을 상상하는 일은 가장 효과가 빠른 만능통치약이었다. 다음 휴가 계획도 없이 떠남의 위로를 잃어버린 채 비관과 낙관을 오가던 어느 날, 발코니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 그리운 풍경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모험을 서슴지 않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던 우리가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를 잊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해 김민철은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휴대폰 속 지난 여행 사진만을 뒤적거리는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 위해서.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도 좀 질렀어요. 그럴 땐 페달도 좀 더 힘차게 굴렸고요. 타닥타닥 더 거세게 휘날리는 비옷 자락에 기어이 여기까지 따라온 정리되지 않은 사랑의 감정도, 짐스러운 기대도, 잘해내야만 한다는 압박도, 구질구질한 책임감도 모두 후드득 떨어져 나갔어요. 그 자리엔 행복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죠. 얼마나 다행인지요. 행복이 이토록 쉬워서. 이 정도로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이 바로 저라서. p23~24


밤의 곤돌라라니. 그 섬세한 순간이라니. 그 떨림 가득한 감정이라니. 그 한순간을 만나기 위해 그 비싼 티켓을 사고, 그 고생을 해가며 여행을 떠난 걸지도 몰라. 그 한순간만으로도 여행의 의미는 다 충족되고도 남아.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그 별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만의 별. 여행자라면 누구나 이마에 박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별.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도 이마엔 자신만의 별이 박혀 있단다. 사막의 밤이, 파리 뒷골목이, 제주도 새벽의 들판 풍경이, 길모퉁이 평범한 카페에서 들은 음악 한 줄기가, 그림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별이 되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거지.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렇게 별이 되어버렸으니. 나의 별은 파리 퐁피두 센터에 있었는데, 너의 별은 밤의 베네치아에 있었구나.  p57~58


지금 창밖은 온통 푸른색입니다. 푸른 안개가 리베이라 지구 특유의 색감들을 모두 장악해버렸죠. 빨간색도 노란색도 초록색도 지금은 숨죽이고 있어요. 점점 하늘은 분홍색으로 바뀌어가는 중입니다. 그 색에 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있어요. 곧 사람들은 푸른 안개의 흔적을 잊고 그 노란 조명 아래 모이기 시작하겠죠. 그 조명 아래에서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기 시작하겠죠. 어떤 순간에라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도시니까요.
까만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이제 강가는 새들의 몫이에요. 수많은 새들이 강 위를 날고, 물 위를 휘젓고, 수면을 탁탁 치며 기이한 리듬을 만들어내죠. 저는 이른 아침부터 창문을 활짝 열어둘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며 전날의 안개 따위는 나 몰라라 말갛게 갠 리베이라 지구의 얼굴을 또 넋 놓고 바라보겠죠. 잠깐 등을 돌리면 사라질 얼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로션 하나를 바를 때에도 그 창문 앞에 서겠죠.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비가 올 때에도, 안개가 낄 때에도, 흐릴 때에도, 저녁 무렵 불이 켜지기 시작할 때에도 내내 그곳에 서 있을 거예요. 덕분에 저에게는 너무나도 다양한 포르투의 얼굴이 남겠죠. p129~130

우리, 다시 여행을 하는 거야.
시간속에서, 기억 속에서 이미 네게 기억이 많잖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잖아. 곱씹고 싶은 얼굴도, 혀끝에 미세하게 남은 맛도, 한없이 헤메고 싶던 오전도, 더 바랄게 없다 싶었넌 오후도, 웃다 지친 밤도, 잠들고 싶지 않던 새벽도, 해보다 먼저 올랐던 성곽도, 비가 오던 숲길도, 구원처럼 나타났던 찻집도, 아주 다 사라진건 아니잖아. 그곳을 여행하는 거야. 생생하게 되살리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움질일 수 밖에 없어. 간절한 사람이 더 부지런해 질 수밖에 없어. 여행을 좋아하는 네가,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좋아하는 여행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야. 가장 좋아하는 집에 앉아서 가장 멀리 떠나보자. 그러기에 딱 좋은 시간이 우리에게 도착한 거야. 문득 기억이 간절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다시 또 펜을 들자. 편지를 쓰는 거지. 여행을 사랑하는 너에게. 아무래도 여행만은 포기할 수 없는 너에게. p333~334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모두 내 취향과 감성을 자극했던 책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위 세 책의 저자 김민철님의 '우리를 우리를 잊지 못하고'

신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주문해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읽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어갔다가

필기시험공부는 하는둥 마는둥

앉은 자리에서 책한권을 다 읽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


남자 이름같지만 엄연히 여자...


벌써 몇번을 접하게 되는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지만

볼때마다 웃음이 번진다.

처음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기 전까진

나도 남자 작가인가 했었으니까...


표지부터 여행관련 책임을 알려주던 이번 신간은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 편지로 쓴 책으로

내가 그곳을 함께 거닐고 있는 듯

작가의 진심이

어느날의 하루가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지며

여행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지난 책에서 저자는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쉬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산지 꽤 오랜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겨울엔 좀 따뜻해지면...

그 뜨거웠던 여름엔 내년엔 떠날 수 있을꺼야하며

스스로 다독였던 마음이

이제는 어쩌면 우린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을찌도 몰라하는 마음에

우울해진 봄날에 마주한 책한권...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탔던 그날은

회색빛으로 가득한 춥고 음산한 날이었다.

손으로 감싼

머그잔 가득 찰랑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대신

의자도 없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이탈리아에 유학중이라는 가이드의 산타루치아를 들으며

곤돌라 맨 뒷좌석에 흔들리며 앉아 있었다.

밤에 곤돌라에 누워 별을 보는 일은 어떤 감동일까?....



낮에도 멋진 도시였지만

조명아래 더 아름다웠던 포르투...

다음날 아침 비현실적인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그 도시를 기억하기에

집에 돌아와 앨범을 꺼내들었다.

비오는 포르투도 보고 싶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나빌레라라는 드라마 속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

이 책을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산책길 꼬맹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주저없이 여행이라고 대답한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고

여행지에서 먹었떤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이래선 우린 살빼기 틀렸음을 고백한 벚꽃지는 밤... ^^;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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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법!
유인경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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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터널을 건너온 인경 언니가
가늘고 길게, 가볍고 경쾌하게 사는 삶을 전한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 본 인생 선배 유인경 작가가 전하는,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는 그동안 방송을 통해 여성들의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풀어 줬던 유인경 멘토가 중년의 후배들을 위해 쓴 첫 번째 자기계발 책이다.
전쟁터 같았던 중년을 지나 60대가 되어서도 명랑한 삶을 유지하는 그는 후배들이 자주 찾아와 묻는 인생의 질문에 대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이젠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자신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 줘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중년 여성이 갖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노후의 경제력과 진로에 대한 갈등, 인간관계와 가족 돌봄에 대한 부담감, 잃어버린 자아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그는 서른아홉 가지의 각기 다른 인생 고민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려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중년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민과 그에 뒤따르는 유인경 작가 특유의 명쾌하고 재기발랄한 조언에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 못 부른다고 마냥 빼다가 마이크를 한 시간이나 독점하는 이상한 선배 언니처럼 작가는 절대 못 쓸 것 같았던 중년의 이야기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써냈는데, 그것은 누구보다 중년의 아픔을 많이 겪었던 저자의 경험이 가이드 역할을 해 준 덕분이다. 실제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저자가 실제로 겪고 또 주변 동료, 후배, 친구들의 고민을 날것 그대로 담은 것이기에 더욱 진실하고 따뜻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양가의 치매 부모를 모시느라 자기 삶이 없는 상담자에겐 냉큼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고, 시댁 유산만 바라는 남편을 속물로 치부하는 상담자에겐 배부른 소리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남편보다 남사친에게 끌린다며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에겐 책임감이 결여된 관계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며 남사친에게 진지하게 이혼을 생각 중이라고 말하면 아마도 다음날부터 연락이 뜸해질 것 같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때론 뒤끝 없는 농담 같은 유인경식 조언은 낙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결을 모색하여 읽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서른아홉 가지 고민 상담을 다 읽은 뒤에도 현실은 바뀌는 것 없이 여전할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조언을 경청한 독자라면 분명 주어진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할 수 있는 여유가 마음 한쪽에 자리잡지 않을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 본 인경 언니에게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법’을 한 수 배워 보자.

[출판사 제공]


나는 이제 엄마들이 조금은 더 뻔뻔하고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아이들 뒷바라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마다하며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 삶을 살 수는 없잖아요. 100점짜리 엄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지는 엄마가 아닙니다. 내 인생만 중요하게 여기는 엄마도 아니죠.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듯 자녀와 자신이 균형 있게 발전하고 성장해야 좋은 엄마이지 않을까요? p40


중년기의 내가, 이것저것 너무 많은 음식 앞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뷔페식당 같았다면, 오십 이후의 나는 단출한 한 두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전문식당 같아요. 딱 맞는 내 스타일, 내 입맛을 찾은 듯 망설임 없이 메뉴를 선택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깁니다. 그래서 나이드는 것, 늙어 가는 것을 서글퍼하거나 억울해하기보다 평화롭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p202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기교를 채택했답니다. 때때로 어려운 악절에 들어가면 절대 속도를 늦춰서 노화로 인한 속도의 감퇴를 자연스럽게 감췄죠. 그게 더 대비되어 인상적인 연주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체력의 약화가 꼭 약점만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일화지요. 나 역시 줄어든 근육량과 에너지를 인정하고 삶의 속도를 ‘안단테’로 바꾸려고 해요. 악보에서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 연주하란 뜻의 안단테를 유지하다 천천히 매우 느리게인 ‘아다지오’로 넘어가는 것이 우리 삶의 마무리인 노화의 과정이겠죠. p240


 

빅데이터분석기사 시험은 나만 어려웠던건 아닌 듯 하고

6개월 넘게 공부한 젊은 친구들도 생소한 문제가 많았다는 후기를 읽으며

'그까이꺼 다음에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되징~' 하며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전 경향신문 기자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유인경 작가님의 신간이 도착했다.
평소에도 위트 있는 멘트로 시청자의 답답한 마음을 경쾌하게 풀어주는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코 빠뜨리고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찌도...ㅠ.ㅠ


간간이 방송을 통해 저자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갱년기 증상도 느낄 틈없이 바쁜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엄마로 아내로 편찮으신 어머님을 돌봐야 하는 딸로 1인 다역을 해내며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낸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책으로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사실 나역시 우리 가족들은 나없이는 안된다는 생각에

혼자 떠나는 여행을 결심하는 일이 쉽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첫 여행당시엔 집에 돌아와보니 냄비란 냄비는 다 나와 있고

설겆이며 분리수거할 물건들이 뒤죽박죽 산더미처럼 쌓여 밤새워 치웠던 기억이 있지만

세월이 흘러 몇년전부턴 여행을 떠나기가 한결 수월해져 곰국을 끓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제는 돌아오면 청소며 설겆이 빨래까지 내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내는 가족들 모습에 다음엔 한달쯤 집을 비워보겠노라고 결심해 보기도 한다.


글을 쓸 때는 내 생각과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거라 덜 부끄러운(?) 느낌입니다. 책을 쓰기 위해 그동안 내 삶의 곳곳에 비축해 두었던 생각과 사건들, 다른 작가의 책이나 사람들에게서 받은 영감들을 꺼내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대단한 전문서적도 못되고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물도 아닌 수필집이 대부분이지만 나다운 책이어서, 글을 쓰는 순간을 사랑해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책을 씁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고요.p76~77


방송보다는 글 쓰는 일이 더 좋다는 이야기에도 많은 공감이 되었는데

내가 막연히 내이름으로 된 책을 쓰고 싶다는 이유도 저자와 다르지 않아

메모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옮겨두었다.^^;


난 방송이나 글로 지겹게 남편 흉을 보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공감력이 거의 없고 취향도 다르고 수시로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주지만, 내가 아프면 응급실에 데려가고 구시렁거리면서도 수시로 결리는 어깨에 파스를 붙여 주는 고마운 사람이거든요. 때론 중고품 시장에 내놓고 싶기도 하지만 남편 덕분에 인내심이 커진 것도 고맙답니다. p104


블로그에 김씨 흉(?)을 자주 보는 편이라 공감력 제로에 스트레스 지수 높이는

남편이야기에도 슬며시 웃음이 배어 나온다. 

중고품 시장에서도 절대 팔리지 않을 김씨

서로 등긁어주고 파스 붙여주며 잘 살아보아요~


#내가사라지면우리남편부채춤춘다에오백원

#오늘은뭐시키지?#맘편하면0칼로리

#션과최수종은희귀템#공짜는없답니다

#부질없는것들과이별하기#다른사람이될이유가사라져요

#매일의기쁨채집#그게진짜노후준비


책내용도 내용이지만 마지막에 남겨두신 한문장에도

가끔씩 빵터지곤 했는데 이젠 아픈 몸과 친구하며 안단테로

천천히 평화롭게 살기위해 노력해보기로 하자.

지금이 내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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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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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지식인들이 진행하는 EBS 클래스e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가 첫 책을 출간했다. 수많은 화가 중에서도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를 직접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정우철 도슨트는 어떤 기준으로 열한 명의 화가를 골랐을까? 코로나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현실 앞에서 우리처럼 온몸으로 시련을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극복하려 애를 썼던 이들이야말로 정우철 도슨트가 특별히 사랑한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뜨겁게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술 지식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깨달음은 정우철 도슨트가 선사하는 또 다른 미술 감상의 재미이다.

정우철 도슨트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도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한다. 저자의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로 화가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좀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책에, 제가 특별히 사랑하는 화가 열한 명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히 소개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지요. 여러분이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이 압축했고, 가장 대표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제가 특별히 사랑하는 화가들을 소개하는 이 책이, 여러분과 그림을 좀 더 친해지게 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들 중 여러분의 마음에 유독 와닿는 화가가 있다면, 그 화가의 인생이 여러분의 고단한 하루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미술관에서 그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마주하고, 그림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p6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어두운 터
널을 통과할 때조차도 그는 사랑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붓으로 표현했어요.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p38


〈책이 있는 정물〉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보기로 도전한 마티스가 처음 스스로에게 만족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티스의 특징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다소 투박한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정물화인데, 어떤 화가든 마찬가지겠지만 마티스 역시 ‘보이는 대로’ 그리는 데서 출발합니다. 처음엔 있는 그대로 그리다가 점차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요소를 녹여내면서 본인만의 특징을 만들어내고, 시간이 지나면 그 요소는 화가만의 개성이 되지요. 이른바 재현에서 표현으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예술가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을 겪는지에 따라 화풍이 달라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화가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좀 더 풍부하고 밀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화가의 인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눈앞에 놓인 그림뿐 아니라 그림 너머의 작가와도 교감하게 되지요. p44~45


“일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했을 만큼 작업할 때 가장 충만한 기쁨을 느꼈던 그는 결국 1954년, 85세의 나이로 붓을 내려놓고 숨을 거둡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자리에 누워 있던 마티스는 자신을 오랫동안 간호했던 리디아를 시켜 펜과 종이를 가져오게 한 후,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곁을 지켰던 이를 위해 혼신을 다해 그림을 그린 마티스, 이런 예술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p62


무하의 인생 전체를 알지 못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던 시기만 안다면 그를 단순히 성공한 상업 작가로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만 무하는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모두 사랑한 작가였어요. 상업예술을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거리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
할 수 있게 했고, 순수예술을 통해서는 억눌렸던 민족의 자긍심을 표출해 많은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죠.
무하가 별이 된 지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그를 언급할 때 여전히 ‘거장’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고 나서 어디선가 무하의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예쁘고 화려한 그림만 그렸던 무하가 아닌, 언제나 민족과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하며 붓을 들었던 무하를 한번쯤 떠올리면 어떨까요? p113


당연하지만, 프리다도 자신의 삶을 비관한 적이 있었을 거예요. 왜 남들에겐 그저 주어지는 일들, 이를테면 하루하루 살아가고 사랑
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는 일이 왜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 걸까, 한탄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절망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화가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그녀의 일기장에는 “나는 1년을
앓았고, 척추 수술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자주 절망에 빠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데, 어떠신가요? 저는 마지막 문장이 참 뭉클했어요. 가끔 농담이랍시고 “죽고 싶다”, “그냥 죽지 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글쎄요. 저는 프리다를 공부하면서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p140


만약 클림트가 계속해서 유행을 따라갔다면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그저 남과 다르지 않은 화가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너무도 쉽게 유행에 휩쓸리고 개성이 사라지는 요즘, 클림트의 삶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성공의 길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에 솔직하신가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여러분만의 무언가를 하나쯤 갖고 계신가요?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면을 쓰고 살다가 문득 지칠 때면, 클림트의 그림을 한번 감상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p167


그는 평생 광대를 즐겨 그린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지금은 광대가 여러 매체에서 다소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당시에는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연기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습니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광대에게서 영감을 얻었는데, 뷔페는 무대 위의 광대가 아닌 분장에 가려진 연기자를 봤습니다. 연기자들은 슬플 때도 힘들 때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하잖아요? 실제로 뷔페의 그림 속 광대는 항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가 광대에게 자신 자신을 투영했던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풍파가 심한 삶을 살았는데도 실제로 뷔페를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의 밝은 면만 기억했던 걸 보면 말이예요. p267



 

몇해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베르나르 뷔페전에서 처음 뵈었던

도슨트계의 아이돌(?) 정우철 도슨트님 첫번째 책 출간소식에 바로 구입한

내가 사랑한 화가들....


정우철 도슨트님을 떠올리면 기존의 전시해설과는 같은 듯 다른

관람객들을 배려한 쉽고 편안한 해설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책은 작가님이 특별히 사랑하신다는 열한명의 화가에 대한 인생을 들려주시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작품과 함께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탐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


소개해 주신 열한명의 화가들 중 마르크 샤갈을 포함한 아홉명의 화가는

전시회를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며 집중했고

에곤 실레는 욕망이 그린 그림의 부제가 있던 영화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케테 콜비츠는 처음 접하는 화가다. 보호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검은 판화에서

또 자화상에서 작가의 결의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또한 마티스의 '책이 있는 정물' 처럼 우리가 화가를 떠올리며

상상하는 색감과 화풍과 다른 작품들을 만나는 일도 즐거운 시간...

오늘은 인상적이었던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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