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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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이자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삶을 기록해온 김민철이 효율과 유용에 매달리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던 여행, 그 무방비와 무계획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출간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온 김민철은 시간에 흩어져버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에세이스트로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이 멈춰버린 순간, 과거의 여행지에서 보낸 그의 편지가 오늘의 당신에게 무사히 당도한다. 단 한 번의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함께한 찰나의 인연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쑥스러운 애정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수많은 질문과 선택이 쏟아지는 일상 속에 파묻히다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이라는 가정법을 상상하는 일은 가장 효과가 빠른 만능통치약이었다. 다음 휴가 계획도 없이 떠남의 위로를 잃어버린 채 비관과 낙관을 오가던 어느 날, 발코니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 그리운 풍경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모험을 서슴지 않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던 우리가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를 잊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해 김민철은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휴대폰 속 지난 여행 사진만을 뒤적거리는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 위해서.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도 좀 질렀어요. 그럴 땐 페달도 좀 더 힘차게 굴렸고요. 타닥타닥 더 거세게 휘날리는 비옷 자락에 기어이 여기까지 따라온 정리되지 않은 사랑의 감정도, 짐스러운 기대도, 잘해내야만 한다는 압박도, 구질구질한 책임감도 모두 후드득 떨어져 나갔어요. 그 자리엔 행복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죠. 얼마나 다행인지요. 행복이 이토록 쉬워서. 이 정도로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이 바로 저라서. p23~24


밤의 곤돌라라니. 그 섬세한 순간이라니. 그 떨림 가득한 감정이라니. 그 한순간을 만나기 위해 그 비싼 티켓을 사고, 그 고생을 해가며 여행을 떠난 걸지도 몰라. 그 한순간만으로도 여행의 의미는 다 충족되고도 남아.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그 별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만의 별. 여행자라면 누구나 이마에 박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별.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도 이마엔 자신만의 별이 박혀 있단다. 사막의 밤이, 파리 뒷골목이, 제주도 새벽의 들판 풍경이, 길모퉁이 평범한 카페에서 들은 음악 한 줄기가, 그림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별이 되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거지.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렇게 별이 되어버렸으니. 나의 별은 파리 퐁피두 센터에 있었는데, 너의 별은 밤의 베네치아에 있었구나.  p57~58


지금 창밖은 온통 푸른색입니다. 푸른 안개가 리베이라 지구 특유의 색감들을 모두 장악해버렸죠. 빨간색도 노란색도 초록색도 지금은 숨죽이고 있어요. 점점 하늘은 분홍색으로 바뀌어가는 중입니다. 그 색에 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있어요. 곧 사람들은 푸른 안개의 흔적을 잊고 그 노란 조명 아래 모이기 시작하겠죠. 그 조명 아래에서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기 시작하겠죠. 어떤 순간에라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도시니까요.
까만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이제 강가는 새들의 몫이에요. 수많은 새들이 강 위를 날고, 물 위를 휘젓고, 수면을 탁탁 치며 기이한 리듬을 만들어내죠. 저는 이른 아침부터 창문을 활짝 열어둘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며 전날의 안개 따위는 나 몰라라 말갛게 갠 리베이라 지구의 얼굴을 또 넋 놓고 바라보겠죠. 잠깐 등을 돌리면 사라질 얼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로션 하나를 바를 때에도 그 창문 앞에 서겠죠.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비가 올 때에도, 안개가 낄 때에도, 흐릴 때에도, 저녁 무렵 불이 켜지기 시작할 때에도 내내 그곳에 서 있을 거예요. 덕분에 저에게는 너무나도 다양한 포르투의 얼굴이 남겠죠. p129~130

우리, 다시 여행을 하는 거야.
시간속에서, 기억 속에서 이미 네게 기억이 많잖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잖아. 곱씹고 싶은 얼굴도, 혀끝에 미세하게 남은 맛도, 한없이 헤메고 싶던 오전도, 더 바랄게 없다 싶었넌 오후도, 웃다 지친 밤도, 잠들고 싶지 않던 새벽도, 해보다 먼저 올랐던 성곽도, 비가 오던 숲길도, 구원처럼 나타났던 찻집도, 아주 다 사라진건 아니잖아. 그곳을 여행하는 거야. 생생하게 되살리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움질일 수 밖에 없어. 간절한 사람이 더 부지런해 질 수밖에 없어. 여행을 좋아하는 네가,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좋아하는 여행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야. 가장 좋아하는 집에 앉아서 가장 멀리 떠나보자. 그러기에 딱 좋은 시간이 우리에게 도착한 거야. 문득 기억이 간절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다시 또 펜을 들자. 편지를 쓰는 거지. 여행을 사랑하는 너에게. 아무래도 여행만은 포기할 수 없는 너에게. p333~334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모두 내 취향과 감성을 자극했던 책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위 세 책의 저자 김민철님의 '우리를 우리를 잊지 못하고'

신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주문해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읽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어갔다가

필기시험공부는 하는둥 마는둥

앉은 자리에서 책한권을 다 읽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


남자 이름같지만 엄연히 여자...


벌써 몇번을 접하게 되는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지만

볼때마다 웃음이 번진다.

처음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기 전까진

나도 남자 작가인가 했었으니까...


표지부터 여행관련 책임을 알려주던 이번 신간은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 편지로 쓴 책으로

내가 그곳을 함께 거닐고 있는 듯

작가의 진심이

어느날의 하루가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지며

여행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지난 책에서 저자는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쉬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산지 꽤 오랜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겨울엔 좀 따뜻해지면...

그 뜨거웠던 여름엔 내년엔 떠날 수 있을꺼야하며

스스로 다독였던 마음이

이제는 어쩌면 우린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을찌도 몰라하는 마음에

우울해진 봄날에 마주한 책한권...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탔던 그날은

회색빛으로 가득한 춥고 음산한 날이었다.

손으로 감싼

머그잔 가득 찰랑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대신

의자도 없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이탈리아에 유학중이라는 가이드의 산타루치아를 들으며

곤돌라 맨 뒷좌석에 흔들리며 앉아 있었다.

밤에 곤돌라에 누워 별을 보는 일은 어떤 감동일까?....



낮에도 멋진 도시였지만

조명아래 더 아름다웠던 포르투...

다음날 아침 비현실적인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그 도시를 기억하기에

집에 돌아와 앨범을 꺼내들었다.

비오는 포르투도 보고 싶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나빌레라라는 드라마 속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

이 책을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산책길 꼬맹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주저없이 여행이라고 대답한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고

여행지에서 먹었떤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이래선 우린 살빼기 틀렸음을 고백한 벚꽃지는 밤... ^^;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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