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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평점 :
국내 최고의 지식인들이 진행하는 EBS 클래스e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가 첫 책을 출간했다. 수많은 화가 중에서도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를 직접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정우철 도슨트는 어떤 기준으로 열한 명의 화가를 골랐을까? 코로나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오늘, 지금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인물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현실 앞에서 우리처럼 온몸으로 시련을 맞았던 예술가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기보다 기꺼이 극복하려 애를 썼던 이들이야말로 정우철 도슨트가 특별히 사랑한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뜨겁게 지켜냈던 예술가들이 결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술 지식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쯤 몰라도 그림 앞에서 울고 웃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깨달음은 정우철 도슨트가 선사하는 또 다른 미술 감상의 재미이다.
정우철 도슨트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도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한다. 저자의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로 화가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좀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책에, 제가 특별히 사랑하는 화가 열한 명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히 소개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지요. 여러분이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이 압축했고, 가장 대표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썼습니다. 제가 특별히 사랑하는 화가들을 소개하는 이 책이, 여러분과 그림을 좀 더 친해지게 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들 중 여러분의 마음에 유독 와닿는 화가가 있다면, 그 화가의 인생이 여러분의 고단한 하루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미술관에서 그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마주하고, 그림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p6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어두운 터
널을 통과할 때조차도 그는 사랑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붓으로 표현했어요.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p38
〈책이 있는 정물〉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보기로 도전한 마티스가 처음 스스로에게 만족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티스의 특징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다소 투박한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정물화인데, 어떤 화가든 마찬가지겠지만 마티스 역시 ‘보이는 대로’ 그리는 데서 출발합니다. 처음엔 있는 그대로 그리다가 점차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요소를 녹여내면서 본인만의 특징을 만들어내고, 시간이 지나면 그 요소는 화가만의 개성이 되지요. 이른바 재현에서 표현으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예술가마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일을 겪는지에 따라 화풍이 달라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화가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좀 더 풍부하고 밀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화가의 인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눈앞에 놓인 그림뿐 아니라 그림 너머의 작가와도 교감하게 되지요. p44~45
“일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했을 만큼 작업할 때 가장 충만한 기쁨을 느꼈던 그는 결국 1954년, 85세의 나이로 붓을 내려놓고 숨을 거둡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자리에 누워 있던 마티스는 자신을 오랫동안 간호했던 리디아를 시켜 펜과 종이를 가져오게 한 후,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곁을 지켰던 이를 위해 혼신을 다해 그림을 그린 마티스, 이런 예술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p62
무하의 인생 전체를 알지 못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던 시기만 안다면 그를 단순히 성공한 상업 작가로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만 무하는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모두 사랑한 작가였어요. 상업예술을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거리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
할 수 있게 했고, 순수예술을 통해서는 억눌렸던 민족의 자긍심을 표출해 많은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죠.
무하가 별이 된 지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그를 언급할 때 여전히 ‘거장’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고 나서 어디선가 무하의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예쁘고 화려한 그림만 그렸던 무하가 아닌, 언제나 민족과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하며 붓을 들었던 무하를 한번쯤 떠올리면 어떨까요? p113
당연하지만, 프리다도 자신의 삶을 비관한 적이 있었을 거예요. 왜 남들에겐 그저 주어지는 일들, 이를테면 하루하루 살아가고 사랑
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는 일이 왜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 걸까, 한탄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절망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화가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그녀의 일기장에는 “나는 1년을
앓았고, 척추 수술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자주 절망에 빠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데, 어떠신가요? 저는 마지막 문장이 참 뭉클했어요. 가끔 농담이랍시고 “죽고 싶다”, “그냥 죽지 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글쎄요. 저는 프리다를 공부하면서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p140
만약 클림트가 계속해서 유행을 따라갔다면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그저 남과 다르지 않은 화가로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너무도 쉽게 유행에 휩쓸리고 개성이 사라지는 요즘, 클림트의 삶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성공의 길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에 솔직하신가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여러분만의 무언가를 하나쯤 갖고 계신가요?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면을 쓰고 살다가 문득 지칠 때면, 클림트의 그림을 한번 감상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p167
그는 평생 광대를 즐겨 그린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지금은 광대가 여러 매체에서 다소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당시에는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연기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습니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광대에게서 영감을 얻었는데, 뷔페는 무대 위의 광대가 아닌 분장에 가려진 연기자를 봤습니다. 연기자들은 슬플 때도 힘들 때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하잖아요? 실제로 뷔페의 그림 속 광대는 항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가 광대에게 자신 자신을 투영했던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풍파가 심한 삶을 살았는데도 실제로 뷔페를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의 밝은 면만 기억했던 걸 보면 말이예요. p267
몇해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베르나르 뷔페전에서 처음 뵈었던
도슨트계의 아이돌(?) 정우철 도슨트님 첫번째 책 출간소식에 바로 구입한
내가 사랑한 화가들....
정우철 도슨트님을 떠올리면 기존의 전시해설과는 같은 듯 다른
관람객들을 배려한 쉽고 편안한 해설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책은 작가님이 특별히 사랑하신다는 열한명의 화가에 대한 인생을 들려주시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작품과 함께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탐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
소개해 주신 열한명의 화가들 중 마르크 샤갈을 포함한 아홉명의 화가는
전시회를 다녀온 기억을 떠올리며 집중했고
에곤 실레는 욕망이 그린 그림의 부제가 있던 영화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케테 콜비츠는 처음 접하는 화가다. 보호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검은 판화에서
또 자화상에서 작가의 결의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또한 마티스의 '책이 있는 정물' 처럼 우리가 화가를 떠올리며
상상하는 색감과 화풍과 다른 작품들을 만나는 일도 즐거운 시간...
오늘은 인상적이었던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