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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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 왔다~” 예술이 어렵기만 했던 이들이 유튜브에서 ‘할미’를 만난 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부터 터졌다고 말한다. 발랄하고 호탕한 첫인사로 시작되는 이 ‘수상한 할머니’의 명화 수업은 마치 가까운 이웃집 소식처럼 귀에 쏙 들어오는 미술사를 전하며 30만 구독자, 누적 5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술관에 간 할미》는 바로 그 유쾌한 수업을 책으로 옮긴 미술 교양서다.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미술사 지식을 그림사랑꾼 할머니의 따뜻하고 웅숭깊은 시선으로 풀어냈다. 마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복잡하던 미술사가 어느새 평생 기억될 지식으로 새겨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할미에겐 살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단다. 나 젊었을 적에도 요즘의 휴대폰이란 물건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 휴대폰은 고사하고 사진기도 없었던 아주아주 옛날,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단체 초상화가 유행했어.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화가를 불러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거야. 초상화 한 점을 의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범한 집 한 채 가격을 훌쩍 넘을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비쌌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돈을 모아서 함께 있는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는 했어. 그래서 그 시절 그려진 단체 초상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야경>이야. p25


르 브룅은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직감했어. 왕실 화가라는 지위도, 파리의 호화로운 저택도 모두 내던지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서 도망치듯 프랑스를 떠났단다. 남은 이들이 대부분 혁명의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걸 보면, 이때 르 브룅이 내린 결단은 무섭도록 현명한 선택이었지. 이방인 신세로 떠돌아다니면서도 그녀는 단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어.

할미는 젊은 시절 도전하고픈 가슴 뛰는 일이 있어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단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개척해나간 르 브룅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는구나. p151


<비참한 기분>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처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단다. 온통 강렬한 붉은 색으로 뒤덮여 언뜻 뭉크의 <절규>가 생각나기도 하는 작품이지. 그래도 말이다, 이 할미는 베레프킨이 끝내 그림의 세게로 돌아온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누구나 방황하는 시간은 있는 법이고 그녀도 그 아픈 시간을 통과했기에 더 깊고 절실한 언어로 세상을 그릴 수 있었던 걸 게야. 인생이란 것이 그렇더구나. 때로는 차라리 없었으면 싶을 만큼 쓰디쓴 상처가, 그 속에서 돋아난 날개로 우리를 더 먼 세상까지 나아가게 해주는 법이란다. p198

그는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반려견과의 순간들을 여러 그림으로 남겼어.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한걸음에 달려나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심지어는 주인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변함없이 묵묵히 곁을 지키는 영원한 친구의 모습으로 말이야. 그림 속 강아지들의 그 한결 같은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지지. 때로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의미가 담긴 대단한 거장의 작품보다도, 이렇게 보자마자 마음을 툭 건드리는 그림들이 더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단다. p224~225

우리 똥강아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애써 묵혀두지 말고 마음껏 시작해보렴. 설령 지금이 아니더라도, 할미가 살아본 바로는 인생이린건 우리 생각보다 긴 여정이니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지스 할머니는 물론이고 이 할미가 본 대단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때를 찾아 빛나더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호 박완서 작가도 마흔에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소설을 발표했어. 그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우리에게 남긴 보석 같은 글이 770여편이나 된다는구나. 또 누구는 예순이 넘어서 처음 대학에 들어갔고, 누구는 그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했지. 그러니 처음부터 잘할 필요도 없고 꼭 남들보다 빨라야 할 이유도 없단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지금 이 순간 가볍게 시작해 보렴. 시작하기에 꼭 맞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란다. p265~266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별다방 창가자리에서

첨부터 궁금했지만 혹시나 가벼울까봐(?) 북카트에 담아두고

데려오지 못했던 책 한권을 읽고 있다.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미술관에 간 할미'

요며칠 때아닌 무더위로 밥하다가 몸에서 사리대신 소금이 나올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오늘 저녁은 파업을 선언했다.

김씨 퇴근하면 여름맞이 삼계탕을 먹기로해서

이시간이 모처럼 여유롭다.

다정한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듯

편안한 문체가 정겹기도 하거니와

기존에 알고 있던 미술사는 정리되고,

새롭게 접하는 화가와 작품들은 귀담아 듣게 된다.

이번에 내 마음을 빼앗은 화가는 '마리안느 폰 베레프킨'으로

뛰어난 재능으로 '러시아의 렘브란트'로 불리웠다고...

뭉크의 작품과 닮은 듯 다른 강렬한 붉은색과 내가 좋아하는 푸른빛에

더해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요며칠 처음으로 이종출판사의 위드로우 미션에 참여하고 있다.

'카골의 어반 스케치 기초'를 순서대로 따라 그리는 스케치 미션인데

펜하나로 차근차근 그려보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혹시 또 모르지.

모리스 할머니 닮은 우희할머니로

언젠가는 나만의 그림세계를 펼칠 수 있을찌도... ^^;

'시작하기에 꼭 맞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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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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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팬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마스다 미리는 공감 만화가,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매달 혼자서 일본 구석구석을 다녀온 여행기, 『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에서는 혼자 여행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에서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즐거울지만 생각하면 되는 여행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 출간 이후, 2년 만에 마스다 미리 여행 에세이, 『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이 북포레스트에서 출간되었다. 왠지 지쳤다 싶을 때 익숙하게 찾아가는 여행지가 있으면 좋을 것이고,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의 설레는 기분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그때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 그 음식을 또 먹고 싶다, 묵었던 그 호텔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훌쩍 여행을 떠난다. 또 아직 가보지 않았거나 해보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새로운 여행에 기대를 품는다. 그렇게 멀리 또 가까이 느긋하고 자유롭게 다녀온 여행 에세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왠지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익숙하게 찾아가는 여행지가 있으면 좋다.

그 길을 산책하고

그 카페에 들르고

밤에는 호텔 침대에서 조용히 잠들자.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을때,

이럴 때의 설레는 기분도 좋은 법이다.

시시한 여행은 없다.

분명히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다.

가까이도 멀리도 유유히. p9

잠시 해변을 산책했다. 모래사장에서 재미있게 생긴 돌찾기를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겠다. '밤'과 똑같이 생긴 돌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뭐 어쨌다는 건 아닌데 괜히 기쁘다. 새롭게 리모델링한 사카모토 료마 기념관에도 들렀고, 다음으로 주유 버스를 타고 '마키노 식물원'에 갔다. 여긴 식물원이 아니라 거뜬히 산 같은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식물원이다. 식물 하나하나에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평온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장미꽃이 피었다. 소중하게 돌봄 받았을 장미 옆에 민들레가 저 혼자 알아서 피었다. 민들레에는 민들레다운 아름다움이 있어서, 장미 같지 않은 나 자신을 투영하며 감동에 잠겨 바라보았다. p43

여행지의 먹거리는 즐겁다. 여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평소에 이걸 먹었겠다고 상상하며 먹는다.

이걸 먹고 이 길을 걷고 여기 말을 하고 여기 말을 읽고 여기 말로 생각한다. 분명히 다른 인생일 텐데 왜일까, 내면은 나인 채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p105

신록과 흐르는 강물 소리, 맛있는 빵. 떠안고 있던 귀찮은 일들이 한 아름, 두 아름은 작아진 것 같다. 기분 전환에는 여행이 최고다. p112

그렇다면 숙소 문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바라보는 하이킹을 하려면 그린델발트나 인터라켄에서 숙박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산으로 가는 곤돌라나 등산철도 승강장이 가까운 곳은 그린델발트로, 산골짜기에 있는 소박한 동네다. 인터라켄은 거기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산에 가기 편리한 곳은 그린델발트지만 인터라켄은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무대가 된 호수가 있고, 레스토랑이라 가게가 많아 동네가 활기차다. 여행에서 만난 독일 노부부는 하이킹은 하지 않고 인터라켄 거리에서 2주간 느긋하게 보내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피서지다. p151

지난주엔 하는 일 없이 바빴다.

기말시험이후로 미뤄놓았던 약속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별다방 프리퀀시 멀티플백 수령하러 핑계김에 광장시장까지 다녀왔더니

올만에 백수가 과로사 할뻔?!... >.<

발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

반차낸 꼬맹이를 기다리며 좋아하는 작가중에 하나인

미스다 마리의 '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을 읽었다.

막연하지만 앞으로 내생일엔 생일기념으로 혼자 여행을 떠날까한다.

국내도 좋고, 해외도 좋고

혼자 여유있게 길을 걷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구경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였을게다. 여행얘기를 담은 이 작은 책이 썩 마음에 들었거든...

안가본 나라가 여행했던 나라들보다 훨씬 많으니

가능하면 새로운 곳으로 여행지를 고르곤 하지만

스위스는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중에 하나다.

할머니 하이디가 되어서 들판을 뛰어 다니고도 싶고

재방송 할 때마다 보고 또 보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호수도 가보고 싶어서...

저자도 노년에 여행할만한 나라로 스위스를 추천하면서도

온가족이 함께 하면 파산각이라는 이야기에 혼자 피식 웃었다.

여행중 가장 비싼 화장실을 이용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

동유럽여행중에 일정이 짧아 제외할 수 밖에 없었던

폴란드도 꼭 가봐야지 싶어진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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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철학자 - 개정증보판
우애령 지음, 엄유진 그림 / 하늘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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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카운슬링 에세이 작가인 우애령의 그림이 있는 에세이다. 이야기 속 '철학자'는 아파트에서 오리를 기르려는 몽상가이자, 버려진 존재들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자궁형 인간이며, 숨은 골짜기 은곡재에서 땅을 일구는 농부이기도 하다.

"그대를 풍차 앞의 돈키호테에 임명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이 물건들을 모두 가져다 쓰셔도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철학자도 끼워 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철학자의 일상을 바라보며 크산티페다운(?)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오히려 그의 매력을 한껏 전해 주었던 작가의 책 『행복한 철학자』. 그럴수록 함께 지내 온 세월에 대한 연민,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가족의 사랑, 세상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호평을 받았던 책.

그 '철학자'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했다. 먹그림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더욱 풍성해지고, 일상 속 사색이 빛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오리와 철학자」는 채색의 향을 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철학자들이 주로 남성이었다면 그 사람들의 훌륭한 아내들도 많았을텐데 그런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유감스럽게도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철학자의 아내의 원형은 아마도 저 유명한 크산티페 일 것이다. 청년들과 담론을 나누고 있는 소크라테스에게 잔소리 끝에 물을 끼얹었다는 크산티페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물세례를 맞은 소크라테스가 별로 탓하는 기색도 없이 청년들에게 천둥이 치면 비가 오기 마현이라고 이야기하고 옷을 툭툭 털고 그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 아닌가. p28

노철학자는 답사에서 말하기를 결혼이나 회갑, 이런 날들을이 원래는 축하할 날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젲도 사람들이 축하하느라고 법석을 떠는 것은 아마도 결혼으로 인해 고생이 시작되는 것이나 육십이 지나 죽음이 가까워 오는 것에 대한 슬픔을 슬쩍 얼버무리기 위한 것 같다고.

삶이 곧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이라는 말을 아주 쉽게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인생에 한 선을 그어 칠십이라고 한다면 십년 살면 십년을 죽은 것이요 이십 년을 살면 이십 년을 죽은 것이니, 사는 것이 곧 죽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p156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는 사랑과 내 입장에 서서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사랑이 있다는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결혼문제를 의논하러 오는 사람들은 자기는 배우자가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있는데 뭐가 불만이냐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내 생각을 위주로 한 배려와 진정한 배려에 차이가 있다면, 상대방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 무엇인가를 경청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점일 것이다. p170

정년을 앞두고 뜰을 내다보는 철학자의 뒷모습에 쓸쓸함이 감도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대한 아쉬움일까. 자기와의 힘겨운 투쟁뒤에 오는 고달픔일까. 이제 철학자는 말러의 음악에 나오는 구정처럼 세상이 나를 버리고 나 또한 세상을 버린다는 생각에 젖어 강물에 배를 띄우고 멀리 떠나가는 사람의 심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폴로와 뮤즈, 디오니소스 사이를 방황하며 살아온 철학자의 노년은 어떤 형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지 자못 궁금하다. p242

아주 오랜만에 옛 직장동료들을 만났다.

남자직원들은 OB모임을 만들어 1박2일 여행도 다니곤 한다는데

여자직원들은 결혼하고 사는 지역이 달라져서인지

소식이 끊긴 직원들이 많다.

멀리 아이오하에서 날아온 직장선배이자 나의 중매쟁이인 숙언니와

퇴사후 날 컴퓨터 강사로 이끈 후배 순이...

두사람을 기다리며 읽은 책,

'행복한 철학자'는 저자의 또 다른 책 제목처럼

'당진 김씨'와 살고 있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책소개처럼

함께 지내 온 세월에 대한 연민,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가족의 사랑,

세상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 책으로

결혼하고 서로 다른 성격과 사고로 많이 싸우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김씨가 측은 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루종일 함께하는 주말이 늘 힘들고 지쳤었는데

앞으로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사이좋게(?) 잘 지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일은 재래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프리퀀시 가방 수령하는 목적이 숨어있는건

김씨에겐 비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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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터너에서, 모네, 고흐까지
야마다 고로 지음, 허영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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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회화의 거장과 명작을 소개하는 일본의 인기 유튜브 채널 ‘야마다 고로의 어른을 위한 교양 강좌’에서 인상주의와 그 계보를 잇는 화가들을 소개한 영상들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488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인상파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인생, 그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이 실려 있다.

또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대화 형식의 구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의 특징과 화가의 인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화가들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다양한 도해와 상세한 용어 및 관련 정보에 대한 주석까지 더해져 재미있게 읽는 동안 자연스레 교양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고로: 터너는 이 단계에 이르면서, 대상의 형태만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에게 주는 인상을 그렸어요. 속도가 빠르다든가, 기관차가 힘차다든가, 비가 내려서 안개가 꼈다든가. 그런 지극히 추상적인 ‘인상’을 담았고, 증기기관차의 형태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시: 이 작품이 ‘인상파’적이라는 뜻인가요?

고로: 맞아요. 그런 점에서는 터너가 인상파를 앞서갔습니다.p30

고로:그래서 밀레의 <이삭줍기>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성경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훈을 하나 더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평가를 받게 되는 법이다'라는 사실입니다. 뭐, 그래도 괜찮다고 이해해야겠죠.

이런게 인생이겠죠. 그러니까 어떤 재능이든 썩히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나를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잖아요. 어쩌면 내가 틀린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정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p57

고로: 게다가 인상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느낌이 잘 드러나는 그림’이라는 점도 루이 루르아는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서리가 내렸을 때의 분위기도 제대로 재현되었고, 북적이는 인파도 알아볼 수 있다는 입장인 거죠. 관목이 무성하게 우거진 느낌도, 아침 안개가 자욱한 바다의 느낌도 제대로 전해지는 특징이 핵심인 것을 깨달았던 거예요. 그리고 인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바로 그것이라고 인정했고요. 사진으로 포착할 수 없는 감흥을 표현하는 예술을 추구했기 때문에 인상파라는 호칭을 흡족하게 받아들였어요. 루이 르루아도 비난만 했다면 스스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가 쓴 기사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p166

고로: 시슬레의 그림은 팬이 많아요. 그 이유를 물어보면 "집에 장식하기 딱 좋네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가많은데, "시슬레의 대표작이 뭔니까?"라고 물어보면 좀처럼 시원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네라면 <인상, 해돋이>나 <수련>, 르느아루라면 <이렌 캉 당베르 양의 초상>이 바로 떠오르는데, 시슬레는 그런 작품이 없죠. 그래서 인상파를 이야기할 때도 자주 거론되지 않습니다. 가볍고, 상쾌하고, 지저분한 면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상에 남지 않았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걸림돌 하나 없이 매끄러운 점이 시슬레만의 특지잉었기 때문일까요? 피사로가 꼽은 가장 인상주의적인 화가였던 시슬레는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 인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223

고로: 인상파는 일명 ‘외광파’라고 불릴 정도로 태양빛 아래에서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입니다. 아틀리에 밖으로 나가서 자연의 빛이 생생한 표현을 추구했습니다. 풍경화도 마무리까지 야외에서 그렸어요. 모네는 외광과 계절에 따른 색채 변화를 <수련>과 <건초더미> 연작을 그리면서 고집스럽게 추구해 나갔지요. 그에 반해 드가는 어땠을까요? <에투알>을 밖에서 그렸을까요?

어시: 아니었겠죠.

고로: 당연히 실내에서 그렸습니다. 발레는 야외에서 공연하지 않으니까요. 관련 책을 보면 드가는 유전적인 눈병인 ‘눈부심 병’을 앓았다고 하는데, 어쨌든 눈 질환이 있어서 바깥의 빛을 싫어했다고 해요. 그래서 실내에서 당시 새롭게 등장한 인공조명의 효과를 추구했습니다. p253~254

고로: 생 레미 수도원은 정신과 전문 병원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점점 왜곡되어 갔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다음 페이지의 작품이에요. 사이프러스 나무는 흔들리고, 구름은 소용돌이치고… 정말 혼란스럽잖아요? 문제는 일부러 이런 표현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고흐 본인은 그냥 평범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나는 본 것만 그릴 수 있다’라고 직접 말했으니까요. 본인은 어디까지나 눈으로 본 모습을 그대로 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시: 그러기엔 좀 이상해요….

고로: 거꾸로 말하면, 고흐에게는 세상이 이렇게 보였던 거예요. 시각적 이상이 있었지만 자각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p465~466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린다.

긴 장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비핑계삼아 브런치 약속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기껏 가야할 곳이 정형외과다.

지난 봄부터 삐그덕 거리던 무릎이 제주도 다녀온 후론

더 아파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프고 겁이 나지만

그래도 수술 안하고 조금 더 내 연골로 걸을 수 있다면

그까이꺼 좀 참아보자. >.<

영화를 한 편 예매했다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미루어 놓았던 책중에 가장 두꺼운 벽돌책(?)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인상파이야기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미술관련책들과는 다른 형식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대화형식으로

궁금했던 인상파 작품들에 대해 조금 더 가까와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모네, 드가, 르느와르, 고흐 등 화가들의 삶과

인상파 관련 미술사를 공부했으니 며칠후 전시회에서 만날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시간이다.

한동안 시험공부한다고 미술수업도 많이 빠졌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힘을 내어 수채화와도 친해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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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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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헤미안 랩소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답으로 ‘메가 히트작’을 떠올렸다면 그것도 맞다. 하지만 다른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이 영화들의 한국어 자막이 모두 같은 번역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황석희 번역가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와 닿는 재기발랄한 번역으로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를 번역한다. 흔히 번역이라고 하면 영어에서 한국어, 한국어에서 프랑스어와 같이 서로 다른 언어들 사이의 번역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럼 같은 한국어끼리는 어떨까. 오늘날 우리는 서로의 말을 문제없이 이해하며 소통하고 있을까. 황석희 번역가의 신간 《오역하는 말들》은 번역가의 시선에서 조금 더 예민하게 바라본 일과 일상 속 오역들에 대한 이야기다.

20년간 번역 일을 해 왔지만 “계속 나를 단속하지 않으면 별 생각 없이 번역체를 쓰고 넘어가 버린다.”라며 익숙한 문장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는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우리끼리는 좀 더 애정을 쏟아 서로의 원문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굴 욕하든 궁지에 몰든 몰아붙이든 그 사람이 숨이라도 한번 크게 쉬도록 그의 남은 땅은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언제부턴가 서로 지적하기에 급급한 사회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주변만 오역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나의 진의조차 오역한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치일 때일수록 자신의 여정을 오역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드라마 <파친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을 번역할 때의 비하인드는 번역에 관심 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로울 에피소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최근까지도 영화 번역과 공연 번역을 같은 방식으로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혼자서 푸념을 늘어놨던거지. 의미를 그렇게 잔뜩 희생하고도 고작 이렇게밖에 못 채우나하고. 너무 휑하게 비워 둔 번역은 의역을 넘어 오역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오역으로 보이는 번역마저 그들이 숨을 채워 넘으면 다시 멀쩡한 정역이 된다. 아니, 심지어 더 좋은 번역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한결 놓인다. 조금은 비워도 된다. 내겐 이제 동료가 있다. P70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말을 더 귀담아들어야 하는 게 논리적으로도 옳다. 정작 중요한 의견들은 일방적인 애정이 섞였으니 무가치하다 여기고 내 인생에 지분 한 톨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경청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이런 완벽한 오역이 있나. P89~90

성공한 사람의 대다수가 '성공은 운'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입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거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은 운’이란 말을 오역해선 안 된다. 아마 본인들도 그 말의 허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성공은 ‘오로지 운’도 아니고 ‘오로지 노력’도 아니다. 개화할 정도로 충분히 쌓아 온 노력이 좋은 때를 만나 결실로 구체화하는 게 성공이 아닐까. 그러니 남들이 운이 먼저라고 하든, 노력이 먼저라고 하든, 또 다른 뭔가가 먼저라고 하든 일단은 멈춰서 고민하기보다 뚜벅뚜벅 제 길을 갔으면 좋겠다. P232~233

‘여지’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남은 땅’이다. 누굴 욕하든 궁지에 몰든 몰아붙이든 그 사람이 숨이라도 한번 크게 쉬도록 그의 남은 땅은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고 까치발로라도 서 있을 수 있도록 한 뼘이나마 남은 땅을, 여지를 줘야 한다. P264

드디어 1학기 기말고사가 끝이났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법제관련 과목은 외울게 너무 많기도 했고

기출문제가 많지 않은 과목들이 대부분이라 공부하는게 쉽지 않았다.

늘 그렇듯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시험결과가 나올때까진

푹 쉬기로 하자.

꼬맹이가 보고 싶다던 릴로 & 스티치도 보고

그동안 구입하고 읽지 못하고 쌓아놓았던 책들도 읽고

샤갈도 만나러 가야지...

아참! 일단 내일은 김씨가 고생했다고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니

기대해 보는걸로... ^^;

'오늘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나요?'

오역하는 말들

늦은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내려

가장 궁금했던 책인 황석희번역가의 오역하는 말들을 읽고 있다.

B급감성 데드풀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꼬맹이 덕분에 관심이 생긴 작가인데

영어에 취약해서인지 더욱더 감탄하며,

감정을 끌어내는 대사에 폭소를 터트리기도 하고

깜깜한 화면을 뒤로하고 고오래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기도 한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뒤늦게 관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도

그가 아니었으면 그저 그런 영화로 남았을 것 같다.

성공은 ‘오로지 운’도 아니고 ‘오로지 노력’도 아니다.

개화할 정도로 충분히 쌓아 온 노력이 좋은 때를 만나

결실로 구체화하는 게 성공이 아닐까.

그러니 남들이 운이 먼저라고 하든,

노력이 먼저라고 하든,

또 다른 뭔가가 먼저라고 하든 일단은 멈춰서 고민하기보다

뚜벅뚜벅 제 길을 갔으면 좋겠다.

살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번 학기는 후회도 많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조금만 쉬고 다시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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