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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터너에서, 모네, 고흐까지
야마다 고로 지음, 허영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서양 회화의 거장과 명작을 소개하는 일본의 인기 유튜브 채널 ‘야마다 고로의 어른을 위한 교양 강좌’에서 인상주의와 그 계보를 잇는 화가들을 소개한 영상들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488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인상파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인생, 그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이 실려 있다.
또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대화 형식의 구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의 특징과 화가의 인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화가들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다양한 도해와 상세한 용어 및 관련 정보에 대한 주석까지 더해져 재미있게 읽는 동안 자연스레 교양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고로: 터너는 이 단계에 이르면서, 대상의 형태만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에게 주는 인상을 그렸어요. 속도가 빠르다든가, 기관차가 힘차다든가, 비가 내려서 안개가 꼈다든가. 그런 지극히 추상적인 ‘인상’을 담았고, 증기기관차의 형태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시: 이 작품이 ‘인상파’적이라는 뜻인가요?
고로: 맞아요. 그런 점에서는 터너가 인상파를 앞서갔습니다.p30
고로:그래서 밀레의 <이삭줍기>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성경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훈을 하나 더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평가를 받게 되는 법이다'라는 사실입니다. 뭐, 그래도 괜찮다고 이해해야겠죠.
이런게 인생이겠죠. 그러니까 어떤 재능이든 썩히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나를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잖아요. 어쩌면 내가 틀린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정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p57
고로: 게다가 인상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느낌이 잘 드러나는 그림’이라는 점도 루이 루르아는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서리가 내렸을 때의 분위기도 제대로 재현되었고, 북적이는 인파도 알아볼 수 있다는 입장인 거죠. 관목이 무성하게 우거진 느낌도, 아침 안개가 자욱한 바다의 느낌도 제대로 전해지는 특징이 핵심인 것을 깨달았던 거예요. 그리고 인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바로 그것이라고 인정했고요. 사진으로 포착할 수 없는 감흥을 표현하는 예술을 추구했기 때문에 인상파라는 호칭을 흡족하게 받아들였어요. 루이 르루아도 비난만 했다면 스스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튼 그가 쓴 기사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p166
고로: 시슬레의 그림은 팬이 많아요. 그 이유를 물어보면 "집에 장식하기 딱 좋네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가많은데, "시슬레의 대표작이 뭔니까?"라고 물어보면 좀처럼 시원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네라면 <인상, 해돋이>나 <수련>, 르느아루라면 <이렌 캉 당베르 양의 초상>이 바로 떠오르는데, 시슬레는 그런 작품이 없죠. 그래서 인상파를 이야기할 때도 자주 거론되지 않습니다. 가볍고, 상쾌하고, 지저분한 면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상에 남지 않았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걸림돌 하나 없이 매끄러운 점이 시슬레만의 특지잉었기 때문일까요? 피사로가 꼽은 가장 인상주의적인 화가였던 시슬레는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 인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223
고로: 인상파는 일명 ‘외광파’라고 불릴 정도로 태양빛 아래에서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입니다. 아틀리에 밖으로 나가서 자연의 빛이 생생한 표현을 추구했습니다. 풍경화도 마무리까지 야외에서 그렸어요. 모네는 외광과 계절에 따른 색채 변화를 <수련>과 <건초더미> 연작을 그리면서 고집스럽게 추구해 나갔지요. 그에 반해 드가는 어땠을까요? <에투알>을 밖에서 그렸을까요?
어시: 아니었겠죠.
고로: 당연히 실내에서 그렸습니다. 발레는 야외에서 공연하지 않으니까요. 관련 책을 보면 드가는 유전적인 눈병인 ‘눈부심 병’을 앓았다고 하는데, 어쨌든 눈 질환이 있어서 바깥의 빛을 싫어했다고 해요. 그래서 실내에서 당시 새롭게 등장한 인공조명의 효과를 추구했습니다. p253~254
고로: 생 레미 수도원은 정신과 전문 병원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점점 왜곡되어 갔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다음 페이지의 작품이에요. 사이프러스 나무는 흔들리고, 구름은 소용돌이치고… 정말 혼란스럽잖아요? 문제는 일부러 이런 표현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고흐 본인은 그냥 평범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나는 본 것만 그릴 수 있다’라고 직접 말했으니까요. 본인은 어디까지나 눈으로 본 모습을 그대로 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시: 그러기엔 좀 이상해요….
고로: 거꾸로 말하면, 고흐에게는 세상이 이렇게 보였던 거예요. 시각적 이상이 있었지만 자각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p465~466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린다.
긴 장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비핑계삼아 브런치 약속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기껏 가야할 곳이 정형외과다.
지난 봄부터 삐그덕 거리던 무릎이 제주도 다녀온 후론
더 아파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프고 겁이 나지만
그래도 수술 안하고 조금 더 내 연골로 걸을 수 있다면
그까이꺼 좀 참아보자. >.<
영화를 한 편 예매했다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미루어 놓았던 책중에 가장 두꺼운 벽돌책(?)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인상파이야기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미술관련책들과는 다른 형식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대화형식으로
궁금했던 인상파 작품들에 대해 조금 더 가까와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모네, 드가, 르느와르, 고흐 등 화가들의 삶과
인상파 관련 미술사를 공부했으니 며칠후 전시회에서 만날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시간이다.
한동안 시험공부한다고 미술수업도 많이 빠졌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힘을 내어 수채화와도 친해져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