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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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이가 들면 다음 세대의 빵을 훔치는 기분이 들지? 무엇이 우리를 계속해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게 할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영원’이라는 10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파스칼, 몽테뉴, 프로이트, 니체 등 풍부한 인용으로 세계적 명성에 어울리는 유려한 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포기를 포기하라’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우라’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시간을 보내라’ ‘죽는 날까지 사랑하라’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 등 인생 후반의 시간을 반짝이는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여전히 한창인 당신을 위하여, 생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힘을 시험하라며 등을 떠미는 가능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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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하나도 안 변했다!"라는 말은 조심스러운 확인 요청이다. 30대가 됐든 60대가 됐든 우리는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해주기를, 우리가 표준시간대에서 잘 버티고 있다고 확인해주기를 원한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면, 목격자가 유리창 너머로 범인 얼굴을 확인할 때처럼 안면 인식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뇌는 재빠르게 계산을 수행하면서 상대의 이목구비를 뜯어보고 기억을 되살려낸다. p61 

 

50세가 넘으면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무엇이 아침마다 우리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상사에 다시 매진하게 하는가?

20세 때는 있는 힘껏 미래를 열고 싶다.

뭔가 놀랍고 대단한 일을 해내고 싶다.

이때는 기계적인 삶이 혐오스럽고 어떻게든 몰두 할 수 있는 일에 열광하고 싶다. p72


스쳐 지나가는 시간, 희미한 기쁨조차도 어찌나 다채롭고 풍부한지 똑같은 시간, 똑같은 기쁨은 결코 없다. 하루 동안의 시간에도 오만가지 가능성이 꿈틀거린다. 광맥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를 캐내듯 그 가능성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운명이 빈약할수록 픽션은 건실해진다. 픽션이 한없이 작은 것을 파고들 때, 보일 듯 말 듯한 뉘앙스를 잡아낼 때,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비극의 반열에 올려놓을 때는 실로 그렇다. 성장이란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썰물의 나날에도 미세한 격랑은 일어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서사 구조는 있다. 그게 바로 소설적인 것이다. 픽션은 이야기라는 복된 짐을 진 욕망에서 나온다. p73-74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그만큼 현명하게 살라는 뜻이지만, 최대한 즐기면서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처음 보듯 바라보고 처음 사는 듯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듯 보고 마지막으로 사는 듯 살아야 한다. 일단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생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재화처럼 여기고 지금 당장 누려야 한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섬광 같은 순간, 시간의 지속으로부터 훔쳐낸 순간이다.
어느 나이에나 '잘 사는 법'에는 상호 보완적인 두 제안이 있다. 카르페디엠은 날과 시간과 기회를 붙잡는 기술이다. 또 다른 제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계획을 품는 것이다. 매 순간이 결정적이고, 매 순간은 지나가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살 수가 없다. 기쁨, 사랑, 우정은 공동의 미래를 열어준다는 가치가 있을 뿐이다.
p106


철학은 삶을 배우는 것, 특히 유한의 지평에서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루는 호기로운 아침, 눈부신 정오, 차분한 석양까지, 사람의 한 평생과 닮았다. 또한 인생은 봄과 뜨거운 여름, 가을과 겨울이라는 한 해와도 구조가 같다. 그래도 우리는 내일도 걔어날 테고 내년에도 인사를 나눌 것이다. p107 



​"황혼은 완성의 시간인가,

또 다른 사춘기인가?"


어느새 11월도 절반이나 지나갔고

담주 월요일엔 벌써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 기다리고 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조바심을 내며

세계적인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를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언젠가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마주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70대 어르신들의 동창모임이 있으셨으리라 짐작되는데

문 앞에서 할머님 두 분이 담소를 나누시다가 

친구분으로 보이는 또 다른 할머님이 계단을 올라오시자

반갑게 맞으시며

"어머~ 넌 하나도 안변했다아~" 하신다.

속으론 '정말?, 주름진 얼굴에 굽은 허리의 진짜 할머님이신데?!...'

하면서도 호호 깔깔 소녀같은 어르신들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아직 50대인 난,

어느땐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또 어느땐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나름 열심히 여기까지 살아왔다.

기계처럼 일하는 것이 싫었고

뭔가 몰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죽어라 애써왔는데

요즘 들어 그렇게 안달복달하며 살았던 시간이

그런 내가 딱해지곤 한다.


나조차도 이제 몇년후면 할머니가 되리라.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찌도 모르겠으나

그보다 앞서 나이가 들어가며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아마도 건강과 가정경제였던 것 같다.

친정어머님이 오래도록 병상에 계셨기에

나도 엄마처럼 아파서

아이들이 날 걱정하고 나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늘 노심초사 하고 있다.

미리 걱정하고 나이듦을 두려워 하는 내게

노작가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춤추라!' 충고한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의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뻐하자.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렇지만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있고 풍성 할 수도 있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p304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ㅠ.ㅠ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았지만

돌아보면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었고

착하고 예쁜 두 딸을 보물로 얻었기에...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아라"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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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자전 에세이
유미 호건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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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이혼, 세 딸의 싱글맘, 꿈, 재혼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의 도전을 다룬 이야기.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의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이민을 결정했다. 미국 이민 후 첫 남편과의 이혼으로 싱글맘이 되었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세 딸을 훌륭하게 키워냈을 뿐만 아니라 평생의 꿈이었던 미술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동료 작가들과의 그룹전에서 우연히 래리 호건을 만나 3년 교제 끝에 재혼했다. 그 후 남편 래리 호건은 메릴랜드 주지사에 당선되었고, 유미 호건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그녀는 주지사인 남편을 도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고, 특별히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모국인 한국으로부터 진단 키트 50만 개를 수입할 수 있도록 조처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미국 주 정부 가운데 메릴랜드가 가장 신속하게 방역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또한, 퍼스트레이디로서 모국 한국과 메릴랜드의 유대를 강화하고 바이오산업, 교육, 특산물 등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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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왔다.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언젠가는 오상암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내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더 나은 곳에서 미술 공부도 하고 대학교도 가고 싶어 미국 이민을 결정했다.
p32

늘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고단하기 그지없는 미국 생활이었지만 딸들이 있어 하루하루 버텨 나갈 수 있었다. p48


래리는 교제하면서 나의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미술공부를 계속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그는 나에게 공부를 다시 해서 학업을 마쳤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돕겠다고 했다. 결혼하기 전에 이런 약속을 하고 믿음직스럽게 내 곁을 지키는 그에게 더욱 신뢰가 갔다. p62


“어려워도 포기하지 마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 p78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를 관저에 꼭 심고 싶었다. 동백꽃은 전남 여수에서 늦겨울 추위를 뚫고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이 의미를 한인 교포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꽃들을 심고 싶었다. p129


우리는 이민자로서 저마다의 배경, 출신, 전통, 문화를 지니고 각자의 아메리칸드림을 찾으러 이 땅에 왔지만 다 같이 공유하는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p159


아메리칸 드림...


초등학교 입학 무렵이었던 것 같다.

외삼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나에겐 자상한 외삼촌이셨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장남의 자리는 무거우셨을 외삼촌...

엄마친구 동생이었던 외숙모...

또래라 친하게 지냈던 사촌동생들과의 이별은 서운했지만

그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신 사업도 성공하셨고

동생들은 하버드 졸업후 의사로 재직중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이 책의 저자 유미 호건은 가족들과 함께도 아닌

혈혈단신 열아홉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을 위해

이미 아이도 있는 남자의 아내가 되어 미국 땅을 밟는다.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던 텍사스의 에어컨도 없는 집

믿고 의지해야할 남편은 술과 도박에 빠져있고

결국 첫남편과 이혼하고 그녀에겐 돌봐야하는 세아이가 남았다.

홀몸으로 타국에서 싱글맘으로의 삶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딸 들 때문에 그 세월을 견뎠다고 한다.

평생 꿈이었던 미술작가가 되고

우연히 만난 래리 호건과의 재혼

그후 남편은 메릴랜드 주지사에 당선되고

소아암 환자를 돕는 등 최초의 한인 퍼스트레이디로서 행보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이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인 삶을 살고 싶은데...ㅠ.ㅠ



돌이켜 보면 무엇하나 녹록한 게 없는 인생길이었다.

굽이굽이 산을 오르내리는 것 같은 숨 가쁜 인생이었다.

그러나 나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고,

긍정적으로 살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러서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 희망은 언제나 그대 편이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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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권예슬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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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______조차 취향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 안의 무해한 존재들에게 ‘취향’이라 이름 붙이는 순간들을 기록했다. ‘까무룩’이라는 단어, 오전 9시 40분 동작대교를 지나는 열차 안, 채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달콤함, 단발머리를 흔들 때 목 끝에 닿는 머리칼과 바람의 느낌, 어릴 때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들. 이런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취향이라 이름 붙여도 되는지 몰랐고, 그것들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어리숙했던 과거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항상 선택 앞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해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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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가난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가난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몰랐고, 그것들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어리숙했던 것이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서 나 역시 좋아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p15


‘남는 에너지로 취향을 가꾸는 게 아니라, 취향을 가꾸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거였구나.’ 없는 줄 알고 지내왔지만 사실은 방치해 두고 있었던 내 소중한 취향들. 비록 여전히 희미한 색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내 취향들이 그 자체로 더욱 오래 윤기 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고 시간을 쏟아볼 셈이다. 금방 사라질 한 줌의 취향이라도. p28


요즘은 전보다 잘 사는 기분을 자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말 사소한 순간이라도 꾸준히 쌓아 나가다 보면 정말 ‘잘 사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잘 사는 기분은 정말이지 중요하다. 쌓여 가는 그 기분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p65


말만 하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하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 더 나아가 ‘아직도 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나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다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스스로를 가만히 쓰다듬어주며 ‘나 정말 대단하네!’ 라고 말할 수 있는 먼 훗날의 나를 떠올리며, 오늘도 시작해 보련다. p165


취향을 찾아가는 지도가 있다면 그 지도의 끝에는 진짜 ‘나’가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머나먼 여정을 떠나온 것일지도. 그러니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나만의 취향 찾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여행으로써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때론 길도 헤매고 생각지 못한 경험도 하면서 차곡차곡 나만의 취향 여행기를 완성해 보는 거다. 완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아마 완벽한 완성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를 멈추지 않고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겠지. p227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도

그 어느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다.




모든게 다 귀찮기만한 날이었지만

그냥있다간 기분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것 같아

가방에 책한권을 넣고 별다방을 찾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까하다가

할로윈 메뉴중 묘한 보랏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던

아이스 젠틀 조커 스윗 사워를 주문했다.

보라색과 붉은 색의 으스스한 색감으로 즐기는 할로윈 메뉴라는데

내취향은 아닌걸로...

별다방에서 신메뉴를 맛보긴 하지만

굳이 커피취향을 묻는다면

난 그냥 아메리카노가 좋다.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취향의 기쁨...


 

 


 

그림이 잘 그려질때도 있고 그러지 못 한 날도 있다

어깨너머로 배운 부족한 실력이기에

잘 그려지지않은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일단 펜을 들어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그려진 날의 성취감을 또 맛보고 싶어서

아무것고 그리지 않은 날의 기록보다

삐뚤빼뚤한 그림이라도 그려낸 날의 기록들이

내겐 의미가 더 깊을테니까... p60


지난 여름,

실력도 안되면서 다음달 있을 전시회에

선생님과 다른 회원들의 누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잘그려지지않은 그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캔버스를 채워갔었다.

막상 계획했던 8개의 캔버스를 채우고나니

성취감보다는 허탈감이 더 커서 그 이후

연필도 펜도 못들고 있던 차에

인스타툰 연재 작가라는 저자의 한 컷 그림과 글에

딱딱하게 뭉쳐있던 안좋았던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진 느낌이다.



'내 취향은 이래요~'라고 말하기엔

무향의 보잘것없는 취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겉으로 봤을 때는 멀쩡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군더더기들을 꽁꽁 숨겨두고

모른 척하기 바빴던 날들을 떠올린다.

 





취향은 좋아하는 내 모습이 점점 더 많아지는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이다.
내게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생각에 더 집중하며 살겠다는 다짐이다.
오늘도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기를,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비(雨)...

   아아 지금은 따뜻한 커피...

   아이스크림(체리쥬빌레)...

   음악(Elton John Tonight)...

   영화와 책...

   향수(Estee Lauder Pleasures)...

   비오는 바다, 오래된 LP, 갓 구운빵...


내가 한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며

내가 잘 몰랐던 나를 만나기 위해

취향을 찾아가는 지도를 만들어 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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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김파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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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디자이너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회사 밖에서 먹고살기를 실험 중인 독립 작업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생존 에세이. 김파카 작가는 여전히 무릎이 꺾이는 수많은 순간에 맞서 ‘유연하게 버티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계획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루틴을 잡는 것, 때로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게 더 빠르다는 것,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법,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법 등 프리-작업자의 생존 체력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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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마다, 그리고 나의 자의식이 미쳐 날뛸 때마다 정신 차리기 위해 다음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1. 목표를 이루기 전에 목표를 이룬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자.

2. 고상한 척하지 말고 가감 없이 드러내자. 내가 뭐라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p61

“예전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이제는 뭘 포기할 건지 뭘 버릴 건지 고민하는 나이가 됐어.” 이것저것 관심사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때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 p108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쓸데없이 기대할 일도 사라진다. 괜한 미련을 남기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계획하지 않은 빈틈 사이로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온다. 그 에너지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사건이기도 하고, 또 다른 계획이기도 하다. p148

나의 의지는 늘 쉽게 켜지고, 또 쉽게 꺼졌다. 이런 양초 같은 근성에 나는 오랫동안 실망하고 낙담했다. 아랫목 정도는 뜨뜻하게 데우는 뭉근한 장작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퇴사 후, 나를 찬찬히 지켜보니 아궁이처럼 한곳에 오래 머물며 불을 피우기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양초가 나의 기질과 더 잘 어울렸다. 양초의 불꽃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쉽고 다른 불꽃을 만나 새로운 향기를 피울 수도 있었다. 오히려 그 자유로움이 해방감을 주었다. 게다가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불꽃이 쉽게 꺼진다고 해도, 또 금세 살아나니까. p175

무더위만 사라지면...

추석만 지나면...

10월이 되면 의욕적으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줄 알았다.

옷깃을 여미게 되는 추위가 찾아온 그때도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고

나역시 집나간 의욕을 되찾고 싶어 읽게된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삽화도 직접 그리고 글도 쓰는 작가라 그런지 그림관련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태블릿으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때만해도 1일1그림을 다짐하며 아트레이지로 그려내는 그림들 특히 한번도 배워보지못한 유화 느낌의 그림들이 신기하고 또 재밌었는데 지금은 고장난 스테들러 S펜도 기존 펜도 어디론가 도망가고 태블릿은 방치되어 있는지 오래다. ㅠ.ㅠ

블로그에 일기처럼 일상을 올린다고 늘 말하면서도 누군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채 솔직한 마음을 다 들어내어 적지 못 한 것도 사실이고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게 많았던 내가 점점 모든게 시들해지고 포기하는 나이가 된 것도 맞는 듯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끊임없이 말하면서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결론은 늘 정해져 있었다.

 

 

 

걱정 고민은 그냥 묻어 버리고

언젠가 하고 싶은게 이거(?)라며

지금부터 시작할 용기와 결단이 아직은 내겐 없는 듯 하다.

다시 도전하고 싶은 1일1그림을 위해

어제 탄 적금으로 아이패드부터 사야할까?

늘 장비발을 우선시 여기는 난

오늘도 장비타령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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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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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예술가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사물과 형상, 나아가 자신의 삶의 태도와 사유를 소박하고 순수하게 표현한 안규철의 에세이집이다. 그는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란 제목으로 월간 《현대문학》에서 2010년부터 11년 간 연재해오고 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2013년 출간된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의 후속작인 <사물의 뒷모습>은 2014년 1월호부터 연재한 글과 그림 67편을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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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면 없는 대로 살고. 자꾸 달아나는 것들을 달아나도록 놔두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상자와 서랍을 더 많이 만들어서 그들을 그 안에 가두기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수도승들의 단정한 생활을 따라 해봐야 한다. 때가 되면 부르지 않아도 어느새 피는 꽃들처럼 사라진 것들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니, 지금은 어지러운 책상 위를 깨끗이 치우고 언제 쓸지 모르는 잡동사니들을 내다 버릴 시간, 내가 먼저 그들로부터 달아나야 할 시간이다. p39~41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나는 스케치북과 연필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연필 끝을 통해 전해지는 켄트지의 촉감과 그것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거기서 허용되는 자유, 그 위에서 달팽이처럼 천천히 움직일 수 있고, 마냥 멈춰 있을 수 있고, 또 언제든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자유를 사랑한다. 딱딱한 A4 용지에 볼펜으로 쫓기듯 써내려가는 공문서 같은 글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가 거기 있다. p177~179

밤새 퍼붓던 비가 새벽녘에 그쳤다. 건너편 산자락은 아직 낮은 구름 속에 있고, 어둠 속에서 젖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을 새들은 부산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계곡의 요란한 물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어제 내린 비는 앞으로 여러 날 동안 그렇게 골짜기를 흘러 내려갈 것이다. 비가 오는 시간이 있고, 비가 가는 시간이 있다. 바위와 모래 틈 사이에 머무는 물방울들의 시간. 그 시차가 숲을 만들고 풀벌레를 키우고 새들을 먹여 살린다.
빗물이 곧바로 강과 바다로 돌아가지 않고 세상 구석구석에 스며들며 순환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동안, 나무와 풀과 들짐승들이 자란다.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은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이 종결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기 전까지의 시간,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까지 물방울이 겪는 숱한 우여곡절의 시간, 뜻밖의 급류와 흙탕물의 시간, 얼음처럼 차갑고 어두운 지하수의 시간, 누군가의 땀과 뜨거운 눈물이 되는 시간을, 우리도 빗물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p243~244 




'사물의 뒷모습'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을 고르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왠지 끌리는 제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대부분 순위에 상관없이 구입하는 편이고

자주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곤 하는데

베스트셀러라고 덜컥 사서 읽다보면

전혀 내 취향(?)이 아니어서 낭패를 본 경험이 반복되다보니

근간엔 장바구니에서 좀 묵혀두었다가 구입하는 편이다.

오래전 누군가가 ‘살아지더라’고 말했을 때, 내게는 그 말이 ‘사라지더라’로 들렸다.

내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이 한동안 실제로 사라져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들렸을지 모른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살게 되더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냥, 그저 그렇게, 조용히, 그날그날, 회환과 그리움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가오는 시간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서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말, '살아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의례적이지만 반가운 인사를 건넨 나에게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온 이 짧은 대답 속에서

질문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단호한 거부가 들어 있었다. 

괜찮다는 말, 어쩔 수 없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그래서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니 어설픈 위로 따위를 듣지 않겠다는 말.

‘살다’ ‘살아오다’ ‘살아가다’ ‘살아내다’ ‘살아남다’가 아니라,

‘살아버리’고, ‘살아치우’고, ‘살아 없애’는 삶,

그래서 결국 삶 속에서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그런 삶.  p83~84



이책도 처음 추천도서코너에서 보고 북카트에 넣어두었었는데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배달된 한 문장에

이 구절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지더라...

사라지더라...


다시 읽어도 이 구절을 되뇌이게 되고

그후에 만난 비 이야기도 참 좋았다.

어느해인가 동생들과 여름휴가를 떠났는데

밤새 비가 내렸드랬다.

낮은 구름속에 가려진 산자락

비에 젖어 더 싱그러웠던 나무와 꽃들

맑은 새들의 노랫소리...


늘 바다가 그리웠었는데

오늘은 산이 그립다.

아니다 그냥 비가 그리운 것 같다.


정막이 싫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기다리던 비소식이 들린다.

물방울이 겪는 숱한 우여곡절의 시간,

누군가의 땀과 뜨거운 눈물이 되는 시간,

내일은 그렇게 

빗물처럼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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