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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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이가 들면 다음 세대의 빵을 훔치는 기분이 들지? 무엇이 우리를 계속해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게 할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영원’이라는 10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파스칼, 몽테뉴, 프로이트, 니체 등 풍부한 인용으로 세계적 명성에 어울리는 유려한 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포기를 포기하라’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우라’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시간을 보내라’ ‘죽는 날까지 사랑하라’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 등 인생 후반의 시간을 반짝이는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여전히 한창인 당신을 위하여, 생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힘을 시험하라며 등을 떠미는 가능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넌 하나도 안 변했다!"라는 말은 조심스러운 확인 요청이다. 30대가 됐든 60대가 됐든 우리는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해주기를, 우리가 표준시간대에서 잘 버티고 있다고 확인해주기를 원한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면, 목격자가 유리창 너머로 범인 얼굴을 확인할 때처럼 안면 인식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뇌는 재빠르게 계산을 수행하면서 상대의 이목구비를 뜯어보고 기억을 되살려낸다. p61 

 

50세가 넘으면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무엇이 아침마다 우리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상사에 다시 매진하게 하는가?

20세 때는 있는 힘껏 미래를 열고 싶다.

뭔가 놀랍고 대단한 일을 해내고 싶다.

이때는 기계적인 삶이 혐오스럽고 어떻게든 몰두 할 수 있는 일에 열광하고 싶다. p72


스쳐 지나가는 시간, 희미한 기쁨조차도 어찌나 다채롭고 풍부한지 똑같은 시간, 똑같은 기쁨은 결코 없다. 하루 동안의 시간에도 오만가지 가능성이 꿈틀거린다. 광맥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를 캐내듯 그 가능성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운명이 빈약할수록 픽션은 건실해진다. 픽션이 한없이 작은 것을 파고들 때, 보일 듯 말 듯한 뉘앙스를 잡아낼 때,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비극의 반열에 올려놓을 때는 실로 그렇다. 성장이란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썰물의 나날에도 미세한 격랑은 일어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서사 구조는 있다. 그게 바로 소설적인 것이다. 픽션은 이야기라는 복된 짐을 진 욕망에서 나온다. p73-74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그만큼 현명하게 살라는 뜻이지만, 최대한 즐기면서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처음 보듯 바라보고 처음 사는 듯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듯 보고 마지막으로 사는 듯 살아야 한다. 일단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생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재화처럼 여기고 지금 당장 누려야 한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섬광 같은 순간, 시간의 지속으로부터 훔쳐낸 순간이다.
어느 나이에나 '잘 사는 법'에는 상호 보완적인 두 제안이 있다. 카르페디엠은 날과 시간과 기회를 붙잡는 기술이다. 또 다른 제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적인 계획을 품는 것이다. 매 순간이 결정적이고, 매 순간은 지나가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살 수가 없다. 기쁨, 사랑, 우정은 공동의 미래를 열어준다는 가치가 있을 뿐이다.
p106


철학은 삶을 배우는 것, 특히 유한의 지평에서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루는 호기로운 아침, 눈부신 정오, 차분한 석양까지, 사람의 한 평생과 닮았다. 또한 인생은 봄과 뜨거운 여름, 가을과 겨울이라는 한 해와도 구조가 같다. 그래도 우리는 내일도 걔어날 테고 내년에도 인사를 나눌 것이다. p107 



​"황혼은 완성의 시간인가,

또 다른 사춘기인가?"


어느새 11월도 절반이나 지나갔고

담주 월요일엔 벌써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 기다리고 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에 조바심을 내며

세계적인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를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언젠가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마주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70대 어르신들의 동창모임이 있으셨으리라 짐작되는데

문 앞에서 할머님 두 분이 담소를 나누시다가 

친구분으로 보이는 또 다른 할머님이 계단을 올라오시자

반갑게 맞으시며

"어머~ 넌 하나도 안변했다아~" 하신다.

속으론 '정말?, 주름진 얼굴에 굽은 허리의 진짜 할머님이신데?!...'

하면서도 호호 깔깔 소녀같은 어르신들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아직 50대인 난,

어느땐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또 어느땐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나름 열심히 여기까지 살아왔다.

기계처럼 일하는 것이 싫었고

뭔가 몰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죽어라 애써왔는데

요즘 들어 그렇게 안달복달하며 살았던 시간이

그런 내가 딱해지곤 한다.


나조차도 이제 몇년후면 할머니가 되리라.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찌도 모르겠으나

그보다 앞서 나이가 들어가며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아마도 건강과 가정경제였던 것 같다.

친정어머님이 오래도록 병상에 계셨기에

나도 엄마처럼 아파서

아이들이 날 걱정하고 나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늘 노심초사 하고 있다.

미리 걱정하고 나이듦을 두려워 하는 내게

노작가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춤추라!' 충고한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의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뻐하자.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렇지만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있고 풍성 할 수도 있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p304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ㅠ.ㅠ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았지만

돌아보면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었고

착하고 예쁜 두 딸을 보물로 얻었기에...


"하루하루를 삶의 완성처럼 살아라"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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