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 - 지나온 삶에 짓눌려 왔던 모든 여성을 위한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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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곡점에 선 여성들이 흔히 겪는 감정과 문제를 심리학을 통해 분석하고 해결 방향을 안내한다. 내면의 원형과 결핍된 자아에 초점을 맞추어 ‘내 안의 잃어버린 나’와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심리치료사로서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온 경험을 살려, 저자는 중년 여성의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실제로 상담하듯 풀어내어 그들의 삶을 생생히 비춘다. 이 책과 함께 내면의 웅크린 감정을 만나 진정한 자신의 삶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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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심리적 바탕은 여성성이다. 여성성의 본질이 잘 드러나는 중년 여성에 대한 탐구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들이 당면한 고뇌, 갈등, 아픔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나의 이야기처럼 그녀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니, 그게 다 남녀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주로 연구하는 심리학 분과인 대상관계이론과 분석심리학은 사람을 돕는 '봉사 심리학'이 되었고, 나는 치유를 넘어 성장을, 아니 인생을 말하고 있었다. p4~5


이제 때가 왔습니다. 지금 홀로서기를 하지 않으면 이후의 삶은 강박적으로 변하거나 우울해질 것입니다. 정신 에너지를 외부에서 거둬들여 내면으로 향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행자입니다. 중년에는 누구나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원형이 그의 삶을 수행자의 길로 안내합니다. 그래서 칼 융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 했습니다. 내면에서 충만한 자기를 만나기 전에는 외적 선행을 중단하세요. 억압된 속앓이는 낯선 감정으로 방출되고 그 자리는 잔잔한 평화로 채워집니다. 의식의 지평은 더 넓어집니다. 그러고 나서야 자기조절이 가능한 착한 사람도, 세상의 엄마도 될 수 있습니다. p21~22

지금 당신의 우울과 허전은 가족주의의 달콤함이 없어져서 생긴 것입니다. 보다 큰 엄마는 가족주의의 즐거움 그 이상의 영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노후의 꽃은 가족의 영광이 아니라 삶을 꿰뚫는 지혜입니다. 지혜를 얻은 자는 반드시 그 지혜를 함께 나눌 사람이 생깁니다. p74


모성의 위대한 착각은 영원한 희생과 헌신입니다. 자식은 평생 애물단지라는 말은 자식과 분리하지 못한 부모의 넋두리입니다. 자식은 인생의 동반자가 아닙니다. 품에 안았다가 그의 동반자를 찾아가라고 세상에 내어주어야 할 독립적 인격체입니다.

모년가 서로 분리하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서로에게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모녀관계는 다양한 감정으로 얽혀 있습니다. 우선 물리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딸들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세요. 당분간 섭섭하고 슬프고, 또는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하고 계신겁니다. 견디기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오롯한 당신이 되어 딸들과 또 다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p88~89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고, 특히 중년 이후에는 타자에게 원인을 둔 것들을 무조건 자기에게로 가지고 와야 합니다.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원형이 돕습니다. 원형은 자아가 생각해낼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변화에 맞게 상황을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강한 정동으로 마음에 영향을 줍니다. 변화를 위한 깊은 자기암시는 매우 유익합니다. p132~133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사람의 내면에는 자라다가 만 어린이가 있습니다. 당신은 어린이다움을 억압하고 어른만을 키웠습니다. 사람은 가끔 어린이 상태로 퇴행도 해야 하고, 그것은 마음이란 기계에 윤활유를 공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타인에게 감정이입이 힘들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어린이다운 감성을 억눌렀기 때문입니다. p148

이전의 나와 작별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시간

내 안의 잃어버린 감정과 마주하는 여성 심리학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


지난주 내내 마음이 좀 힘들었다.

코로나19의 불안도 마스크 해제 등 좀 잦아든 듯 하고

너무 오래 쉰듯해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다니던 학원말고는 내가 지원한 업체 등에서는 연락이 없다. ㅠ.ㅠ

나이가 걸리긴 했어도

그동안의 내 경력과 수집하듯 취득한 자격증 들이면 한두곳에서

면접이라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시에서 지원하는 한 곳에 입사지원을 하며 응시원서를 새로 쓰는데

학력도 나이도 출신지도 밝히지 않는 새로운 형식에 관련서류 네장을 작성하며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서류전형에 통과한다고 해도 다시 일하는 것에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남을 돕고 솔선수범한던 내 성향도 이젠 변한 듯 싶어...

책속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편찮으신 엄마가 계셔 동생들을 보내고 애어른으로 살아야 했던 내면아이,

내 울타리안에서 안정을 느끼던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느꼈던 불안과 상실감,

김씨와 한 공간에 있으며 찾아오던 답답함,

재취업을 결정하고 다시 나만의 시간속에서 걸어나와 세상으로 나서기까지의 용기...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내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근조근 알려준다.


이제 때가 왔노라고 지금 홀로서기를 하지 않으면 이후의 삶은 강박적으로 변하거나 우울해질꺼라고 한다.

우선 물리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딸들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라고,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고,

특히 중년 이후에는 타자에게 원인을 둔 것들을 무조건 자기에게로 가지고 와야 한다고...

딸들이나 남편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기보다 내 삶을 인정하고

내 자신의 내면의 성장을 통해 관대해지는 나를 소망한다.

나이 오십은 마음의 전환점입니다.

이 시기에 ‘자기의 초월 기능’은 강력한 드라이브로서 동기를 유발합니다.

사춘기의 무모한 충동과는 달리 합리적 충동이 마음에 새로운 바람몰이를 합니다.

그 바람 속에서 정반대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내가 아니라고 한 것들은 나의 중요한 구성요소였습니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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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정서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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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보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고, 이게 과연 예술이기는 한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즘 미술’.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맥락’이 필요하다. 작품 하나, 작가 한 명을 넘어 현대미술의 맥락과 흐름을 이해할 때 비로소 현대미술은 진짜 가치를 드러낸다. 이 책은 맞물리는 12가지 키워드를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찬찬히 풀어낸다. 미술사를 통째로 서술하거나, 유행이 지나간 주제를 다루지 않고, 엄선한 알짜 키워드로 요새 가장 뜨거운 ‘요즘 미술’의 세계로 독자를 친절히 안내한다.

현대미술의 포문을 연 ‘미니멀리즘’, 생각만으로 미술이 된 ‘개념미술’, 기계로 찍어냈지만 예술이 되는 ‘팝 아트’, 미술을 막론한 시대의 화두 ‘인공지능’까지, 12가지 키워드는 ‘요즘 미술’의 생생한 세계에 곧바로 닿아 있다. 원리를 알면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맥락을 알면 모르는 작품이 풀린다. 맞물리며 연결되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현대미술이 형성되었고, 점차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책장을 덮으면, 처음 보는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도 스스로 감상할 힘이 자연스레 생긴다.

현대미술의 지형을 이해하고 보면, 작품 하나하나가 더더욱 빛난다. 컬러 도판과 큐알 코드를 통해 직접 작품을 감상하며 취향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할 수도 있다. 마주한 작품의 가치를 친절한 해설로 천천히 꺼내어 보면, 단순히 ‘미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와 현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현대미술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난해하지 않을 ‘요즘 미술’의 세계는, 우리와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빛나는 통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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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요즘 미술'이라고 불리는 '현대미술'의 뜻부터 짚어보려 합니다. 현대미술은 말 그대로 현대에 나타난 미술을 뜻합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현대'로 규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을 기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 이전은 '근대미술', 그리고 현대미술을 거쳐 1989년 이후로는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p6

이처럼 물질적인 작품보다 비물질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미술을 개념미술이라고 부릅니다. 개념미술 중에는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만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고, 아이디어와 여러 오브제가 결합하는 경우도 있으며, 언어를 제시하는 방식 등 아주 다양한 작품이 존재합니다. 개념미술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철학자 헨리 플린트가 1961년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솔 르윗이 1967년 <아트포럼>에 기고한 글에서, 예술작품은 물질적이고 형식적인 측면보다 아이디어와 개념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었어요. p44


앤디 워홀은 항상 이미지만을 소재로 가져왔고, 따라서 그의 작품은 모두 깊이가 없는 ‘표면’뿐입니다. 워홀이 남긴 초상화들은 정신세계를 지닌 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한 겹 표피만 남은 텅 빈 얼굴들을 하고 있어요. p102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창작을 돕는 하나의 기술적 도구로서 시각예술을 확장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창의력은 인간의 창의력을 복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프로그래머들이 알고리즘을 만들고, 예술가는 만들어진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니까요. p241

일반적인 재화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곤 하지만 미술품 가격은 아주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경매전문가 휴 힐더슬리는 미술품의 가치가 매겨지는 열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미술품의 질, 크기, 매체, 주제, 진위여부, 희귀성, 보존 상태, 역사성 중요성, 출처, 유행이 그것입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교수 보리스 그로리스버그 또한 고정요소(미술가, 주체, 매체, 크기, 질, 파급력, 희소성, 보전 상태)와 가변요소(소장 이력, 관련된 문헌, 전시 경력, 홍보, 거래된 장소, 외부 환경, 유행, 신선미)로 가격이 결정되는 요소를 분석했습니다. p254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평면성이라는 모더니즘의 원리가 사각형의 캔버스 틀 안에서는 끝내 해결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환영마저도 없애려고 했던 시도가 바로 미니멀리즘입니다. p256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바나나를 벽에 붙였는데 예술이라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요즘 미술'의 세계

키워드만 알아도 작품이 말을 건다!


'마우리치오 카델란'의 전시를 관람했을 때 내마음이 딱 이랬던 것 같다.

전시를 관람할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내 느낌데로 보자는 마음과는 달리

작가의 의도나 '아! 좋다~'는 생각이 1도 안들고 마음이 관람내내 불편했으니... ㅠ.ㅠ


며칠전 다녀온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전도 과히 다르지 않았다.

나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피카소전시는 다른 거장들의 전시에 비해

늘 만족도가 떨어졌는데 이번엔 마음을 비우고 갔음에도 이게 뭔가 싶더라.

책에도 언급되었던 잭슨 폴락이나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작품에 빠져 들기엔 뭔가 아쉬운 전시였던 듯 싶다.


흥미로왔던 작품으론 평소에 잘 접할 수 없었던

자연환경을 캔버스로 활용한 사례들이었는데

미술관을 벗어나 자연속에 펼쳐진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덕수궁 미술관 주변나무와 정원에 설치되었다는 목걸이를 아직도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목걸이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한 듯 보이지만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애도를 건네는 작품으로 읽힌다고 한다.

미술시장의 구조, 미술품 가격 형성과정, 아트컬렉팅을 접할 수 있었던 부록도

관심을 끌었는데 그중 상상을 초월하는 미술품 가격에 놀라곤 했던터라

가격이 형성되는 요소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AI가 그린 그림이나 사진이 1등을 차지 하는 세상...

여전히 내겐 어렵고 가까이하기에 힘든 요즘 미술이지만

이 책을 통해 요만큼은 친해졌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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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전하는 명화의 세계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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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의 마음에 쌓인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준다”는 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그림은 지치고 힘든 일상에 평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하나의 요소다. 바쁜 우리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한두 점 미술 작품을 소개해온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가 이번에는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으로 자신의 하루를 완성하는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 그림’은 화가의 명성보다 하나의 장면이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말한다. 바라볼 때마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작품을 그렸고,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인정하게 되는 화가, 살아가면서 더 이해하고 싶고 궁금한 화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인생 화가’다.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본인만의 ‘인생 화가’와 ‘인생 그림’을 찾기를 바란다고.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봐도 위로와 치유를 동시에 전하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린 ‘피에르 보나르’, 비 오는 거리 풍경을 꾸준히 담아낸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 컬렉터이자 요트 선수, 보트 디자이너, 정원사이면서 화가였던 ‘구스타프 카유보트’ 등 화가 59명의 인생 작품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본문에 담긴 200점이 넘는 그림들과 이소영 작가 특유의 작품 해설로 우리를 다시금 작품 속 공간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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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좋은 미술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하며 지낸다. 흔히 좋은 미술 작품이라고 하면 여러 조건이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많은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은 작품,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시대를 지나 뒤늦게라도 조명을 받은 작품 등…. 하지만 이렇게만 작품을 정의하기에는 허기진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진정으로 좋은 미술이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견인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살고 싶게 하는 작품을 만나길 소망한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인생 그림’이 될 것이다. p12~13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미술학교 시험에서 떨어졌던 히틀러 역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오스트리아 소금광산에 안전하게 보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관통하는 동일한 주제인 '일상의 고요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빛의 마법으로 시간을 정지시켜놓은 듯한 그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이끈다. p287


파스텔 톤의 색감들과 가버 특유의 바스러지는 듯한 붓 터치, 그리고 빛의 다양한 느낌들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과는 또 다른 화풍을 보여준다. 내가 미국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버는 딸의 모습을 몇 점 더 그렸다. 태니스와 네 살 터울의 아들이 있었지만, 아들보다는 딸을 더 많이 담아낸 것을 보면 역시 딸 사랑은 아버지가 맞다. 그림 <태니스>는 그녀가 아홉 살 때, <동화>는 열한 살 때 그린 작품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인지 의젓하게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문학소녀 같다. p491

1871년 8월에 그려진 <녹턴: 파란색과 은색-첼시>는 휘슬러가 그린 <녹턴> 시리즈 중 처음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이 작품은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 Tate Britain Gallery에 있다. 휘슬러는 당시 영국에서 지내면서 런던 템즈강의 달빛을 그렸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나비 문양의 도장을 그렸는데, 그림 속에서도 나비 문양 도장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휘슬러는 이 작품을 두고 이런 말을 한다. “‘녹턴’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나는 예술적인 관심만을 나타내기를 원했고… 밤 풍경은 먼저 선, 형태 및 색상을 배열한 것이다.” p581


"나의 하루를 완성하는 건 그림이었다."

59인의 화가가 그려낸 '인생 그림'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

친구 경이에게 생일선물 받은 책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이제야 다 읽었다.

책이 두껍기도 하거니와 그림도 방대해 하루, 이틀 사이 바로 읽어 낼 분량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그림 그리고 커피와 함께한 시간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형카페의 소음도 잠재운채

날 인생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야기로 이끈 책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시카고 철도 건널목의 야상곡, 1893,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


비 오는 날

날씨가 감정에 주는 영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햇빛이 자잘하게 나를 감싸는 날은 이유없이 마음이 들뜨고, 온종일 비 오는 날은 이유 없이 울적해진다. 맑은 날에 울적해지면 날씨에게 미안해지기 마련인데, 비 오는 날은 울적해져도 날씨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마음을 뻥 뚫리게 해서 시원하지만, 온종일 내리는 비는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부터 날씨와 시간의 변화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날씨가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에 민감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이면 미국 인상주의 화가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의 그림 중 비 오는 도시를 담은 그림이 생각난다.

해섬의 <비 오는 자정>과 <시카고 철도 건널목의 야상곡>은 비슷한 구도와 날씨를 담았지만, 전자는 유화이고 후자는 수채화이다. p77


책을 읽기전엔 비오는 자정과 같은 유화과 아닐까 했는데 물번짐을 보니 수채화가 맞네.

그렇다면 다음 학기 미술시간에 도전해 봐야겠다.

좋아하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빗줄기 등 쉽게 표현할 수 없을 듯 해 망서렸는데 왠지 이 작품은 그려보고 싶어졌다.

안되면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걸로... ^^;


책 들고 서 있는 소녀, 워터 맥이웬


급한 것과 소중한 것을 헷갈리며 지낼 때가 많다.

항상 급한 일을 더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소중한 일은 자꾸만 미뤄 두었다.

내 가족은 당연히 이해해 주겠지 생각하며...

이젠 소중한 것을 먼저 생각하는 일상을 살고 싶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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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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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서수연이 지은 깊은 휴식 같은 시 그림책. 백 년을 쉬고 온 이에게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는 아주 개운한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의 시, ‘백 살이 되면’이 그림책에 담겨 나왔다. 몹시 피로한 일상에서 따듯하고 긴 휴식을 마치기까지, 한 편의 이미지 서사가 평화로이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문득문득 한없이 평온해진 자의 귀여움과 반짝거림이 드러난다. 오래 머물고 싶도록 위로가 되는 그림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의 시,

‘백 살이 되면’이 그림책에 담겨 나왔다는 소식에 서평단에 지원했다.

책이 도착하고

생각보다 큰 크기의 그림책에 살짝 놀라고

내가 좋아하는 블루와 그린 상큼한 오렌지색 삽화가 어우러진

그림책에 이내 마음을 뺏겼다.

누군가 얼마나 살고 싶냐고 물으면

60세까지 짧고 굵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어느새 그 나이가 되었네...


백 살이 되면...

백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

.

.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을 땐

마음이 서늘해지며 좀 슬퍼졌다.ㅠ.ㅠ

눈뜨지 못한 아침,

죽음을 상상했던 것 같다.

주위에 고마왔다고 인사도 못 전했는데

갑자기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면 많이 슬플것 같아서...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

.

.

다행히 몇장의 책장을 넘긴 후 내가 좋아하는 비를 책속에서 만나고

나또한 이불속에서 빗소리를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 듯 하다.

팽팽한 긴장감과 고단함을 잠시 내려 놓고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을 때 다시 꺼내 읽을 듯 하다.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도...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백 살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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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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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분기점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난다. 어느샌가 사회와 타자가 요구하는 모습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이때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다양성이 심화된 시대에 새롭게 나를 정의하고 나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책이다. 나에 접근하고 이를 탐구하는 데 익숙한 심리학뿐 아니라 기존에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교육학, 문예학, 지리학, 언어학 등 나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어떻게 나를 발견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 인생의 변곡점마다 드러나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후위기 시대에는 어떠한 나가 필요한지, 한국이란 틀 안의 내 모습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 수 있는지, 이렇게 다양한 나에게서 도망칠 경우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등 자기 자신을 ‘하나의 나’가 아니라 ‘다양한 나’로 이루어진 존재로 바라보고,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나의 모습과 기존의 나를 융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졸데 카림은 “인간은 곁에 누가 있느냐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끝없이 자신을 재구축한다. 이제 우리는 매일 다르게 살 수 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우리는 낯선 나의 모습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때 새로운 나를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

'나'를 읽는 다섯번의 시간

인생이 던지는 모든 질문의 답에는 결국 '나'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는 '수호자' '사업가' '변론가' 옹호자' 등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모든 옹호자 내면에는 수호자가 있을 수도, 변론자가 있을 수도 있다.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다양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지라학자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라고 제안한다.

심리학자는 주요 생애사건을 맞딱뜨릴 때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문예학자는 자연에서, 언어학자는 일본과의 비교에서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얼굴을 내미는 낯선 나의 모습을 수용할 방법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에 들어 있다. '나'는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라는 존 러스킨의 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를 당연히 좋아한다. 그런데 '좋아 하는 거'것과 '좋은'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가령 날씨가 늘 쾌청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민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비가 오는 날씨를 참 좋아한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살았떤 한국 교민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중해성기후의 쾌청한 하늘이 매일 이어지다가 여름이 끝나는 10월쯤 비다운 비가 처음 내릴 때, 한국 교민들은 그 비를 만끽하며 추억에 젖곤 한다. 어떤 장소에 사느냐에 따라 좋아하는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다. p52


그 가능성을 붙잡는 주체성이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준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것은 구체적인 삶의 경험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 탐색이 아니다. 실패하고 차이고 깨지는 구체적 사건을 겪으면서 낯설게 만난 나에게, 찬찬히 말을 건네고 표정을 들여자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르 편히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깨진 현실에서 불쑥 튀어 나온 나는 살아오면서 부모도 친구도 배우자도 만나지 못했던 모습일 수도 있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또는 하이드 내면의 지킬 박사처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와는 전혀 닮지 앟을 수 있다. 이런 낯선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p70

그러나 기억하자! 이제까지 자동 반사적으로 회피하거나, 억압했던 나를 마주하려는 용기를 내지 않으면 근사한 '나'가 되려는 모든 노력은 쉽게 찢어지는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접근금지 팻말을 세워두고 단절된 자신을 만나지 않으면 나답지 않은 느낌, 광대로 사는 것 같은 공허한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p92~93


지금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간을 넘어 다양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과 개방된 마음으로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함이 중요하다. 고정되고 안정된 '나'가 아닌, 변화하면서도 그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나'가 필요한 시대다. 한국과 일본사이에는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나를 위해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고 다가가야 하는 이유다. p196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한 자기발견의 인문학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김씨의 직장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는 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이제 내가 다시 일할 때가 되었군'하며

재취업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3년여를 쉬었으니

이력서도 재정비해야했고

나이도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으니

마음 가짐도 달리해야 했다.


처음 몇일은 도무지 이력서를 넣을 만한 업체가 없었고

그 뒤로 열 곳 남짓 이력서를 전송했지만

아직 연락 온 곳은 한 곳도 없다. ㅠ.ㅠ

그러면서 드는 생각

사춘기이후부터 끊임없이 내게 했고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그나마 다행인 건 휴직전 근무하던 학원에서 저녁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김씨의 회사도 붙여놨던 폐업공지를 떼고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나이가 60대 전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딱 좋은 나이의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 교수 다섯명이 집필했다는 이 책은

젊은 날의 과도한 열정은 없지만 다행히 아직은 뭔가 하고 싶은 내게

많은 공감과 다시 열심을 내고 싶다는 용기를 주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사치가 아님을...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것들을 경험하며 매력에 빠질 뿐 아니라

낯선 것들을 만나 헤쳐나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나였음을...

이제까지 자동 반사적으로 회피하고 억압했던 나를

용기있게 마주하고 나답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가자.


고정되고 안정된 '나'가 아닌,

변화하면서도 그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나'로....

다른 사람들의 정신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정신의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잘 살피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지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현대지성,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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