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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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조금 우울했지만 오늘은 또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내는 당신에게, 강세형 작가의 위로가 도착했다. 바로, '희한한' 위로. 6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강세형 작가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를, 의심한다> 등의 책을 통해 때로는 위안을, 때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해왔다.

최근 몇 년 제법 힘겨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찾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들은 오히려 각자의 역량껏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한한' 위로가 되어준다.

어떻게든 애를 써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 다시 짓눌러 주저앉히는 것 같은 삶. 그때 작가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친구의 농담 앞에서, 낯선 이의 무심한 배려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영화 앞에서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라는 단순명료한 깨우침에 그녀는 슬럼프와 위기가 찾아온 이들에게,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진 못해도)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작은 책을 놓아둔다. <희한한 위로>라는 작은 책을.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출처 : 인터넷 알라딘 제공>


 

희한한 위로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북카트에 넣어두었는데

얼마전 강의를 듣고 있는 최작가님의 책을 구입하며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근간에 방송되는 모 CF속의 펭수가

'힘든데 어떻게 힘을 내나요!'라고 외칠때

나도 모르게 '맞아!~'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의 말처럼

정말 힘이 들땐

'다 잘될꺼야'라는 그 한마디가 위로는 커녕 야속하게 들리기도 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시험날이 다가오면 공부는 안하면서

구내염때문에 고생을 하곤 했다.

한두개가 아니고 크기도 커서

심할 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ㅠ.ㅠ

저자처럼 몇가지 검사를 받기도 했는데

류마치스는 맞지만 베체트는 아닌걸로...


결혼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여서

지금처럼 명절이 다가오거나 강의가 많아 몸이 힘들 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건 아니니

김씨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어깃장을 놓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심각한 얼굴로

본인이 아무래도 구강암(?)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너무 아파서 밥도 먹을수가 없노라며...


슬쩍보니 나보곤 엄살이라던 바로 그 구내염! ^^;

그 일로 병원에 다녀온 후부턴

나의 대표 꾀병(?)이라던 구내염을

'너 요즘 진짜 피곤하구나!' 정도의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게 되었으니

역시 경험만큼 확실한 건 없는 듯 하다.

 


 

얼마전,

이웃에게 받은 토분 두개에 꽃기린과 멕시코소철을 심었다.


요즘 내 또 다른 위로 반려식물...

책속에서 <아무튼, 식물>을 다시 보게 되니

너무 반가왔다.

망서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역시 이 책을 계기로 초보식물집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도 아침인사를 건네고

물을 주고

노란잎을 떼어주며

예쁜 초록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올 연말에 신승훈콘서트가 있다면

혼자라도 그의 콘서트에 꼭 가보리라 결심을 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의 한구절

긴 장마를 이겨낸 식물의 성장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 한 곡...


너무 사랑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이 가을에

이렇게 위로 받으며

또 잘 지내보기로 하자.


희한한 위로...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또한 참 희한하고 엉뚱한 곳에서 위로받곤 했던 것 같다. 너무도 따뜻하고 자상한 미소와 함께 "다 잘될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앞에선 배배 꼬인 심보를 보이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농담처럼 내뱉어진 친구의 말에서 오히려 위로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 하나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거나 하고 싶어서 틀어 놓은 코미디 영화가 뜬금없이 날 감동 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p10

그즈음 지인이 책 한권을 빌려줬다. 아는 후배가 책을 냈는데 모니터 겸 한 번 봐달라는 거였다. 그 책은 디어클라우드의 이랑씨가 쓴 <아무튼, 식물>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몇번이나 울컥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어쩐지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

위험한 시기에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아주 운이 좋았다.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위험한 날들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붙잡은 지푸라기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그렇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식물을 키우는 동시에 병원에도 갈것이다. <아무튼, 식물> 중에서 p70

나이를 먹는 다는 건,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어느 순간 단번에 정답이 딱! 찾아지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적어도 나에겐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며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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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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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정하고, 나다움을 알아차려, 세상을 보는 법을 주체적으로 살기로 내가, 살아가면서 깨달은 재미난 철학과 인생관을 이 책에 담아두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처럼 서울 같은 큰 도시로 나아가 젊음을 뻗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정화된 마인드를 가슴에 품고, 순수함을 배우는 시골 생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를 인정하고 나다움을 알아차려 다시 세상을 보는 힘을 기르기로 했다.
주체적으로 살기로 했다. 살면서 깨달은 재미난 철학과 인생관을 이 책에 담아두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처럼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젊음을 뻗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화된 마인드를 가슴에 품고 순수함을 배울 수 있는 시골 생활의 경험도 필요하다. 이제는 더 내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 책이 나를 대신해 움직여 줄 것이다. 촌스러운 철학이 종이 위헤 검은색 활자로 담겨, 세상 이곳저곳을 누빌 것이다. p13


4차 산업 혁명이 세상의 트랜드처럼 불린다. 이것은 정보와 지식의 개념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 산업이 발달할수록 많은 업종과 일자리들이 붐처럼 일어난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점차 편리함과 간소함을 중요시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4차산업에서의 농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힘든일이 많았고 아직도 풀리고 있지 않은 많은 일이 있지만, 진지하게 내가 맞대고 있는 현실을 대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언제가 크기만 크지 않은 기회가 여러 번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p165





촌스러워도 괜찮아...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제주도 서귀포의 시골 남원에서 나고 자라

서귀포촌놈(?)에서 벗어나

뉴질랜드에서 비로소 대한민구의 한 사람으로

마케팅과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가

나를 인정하고 나답게 살아온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으로

무덥고 바람소리가 무섭던 여름밤

잔잔한 울림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어린시절 난

서울 성수동에 살았다.

얼마전 친구들과 오랜만에 고향(?)에서 다시 만나

부모님이 이곳을 지키고 있으셨다면

우린 부자가 되었을텐데 하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솔직히 난 뚝섬이라고 부르던 내고향이

촌스러운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참 싫어서

누가 뚝섬에 사냐고 물으면 기여이 성수동이라고

고쳐 말했던 나...


어느해인가 장마철에 한강물이 범람해

어른 허리도 넘게 도로가 잠기고

강아지와 온갖 세간살이들이 물에 떠내려가던 기억도 선명하고

압구정으로 이사간 친구들이 부러워

우리도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철없이 부모님께 조르던 기억도 난다.


물론 지금은 가족들과 여름이면 뚝섬유원지에서 물놀이도 하고

자전거 타고 동생들과 뚝으로 놀러나가 다슬기도 잡던

밀레의 만종이 걸려있돈  이발소에서

나무판자에 걸터앉아 싹뚝 자른 머리가 남자애 같다고 엉엉 울던

그 어린시절의 뚝섬이 참으로 그립다.




남 신경쓸거 없다


남의 시선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랴. 남들이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비웃고 있는지, 한숨을 내쉬는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랴.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의 숨소리가 어떤지, 나는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하루를 살고 있다. 귀는 쫑긋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은 남을 슬슬쳐다보기 바쁘다. 가만히 내가 내뿜는 숨소리는 어떤지 맥박은 어떻게 뛰고 있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 잡념들이 어떤 형태로 떠나는지, 그런것들을 확인하자. 미래를 바꾸는 것은 나다. 남보다 나에게 관심을 주고 살펴보자. p113  

다른 에세이들도 좋았지만

내 민낯을 보인듯

가슴이 쿵 했던 문장 한 줄

'남 신경쓸거 없다!'


나에게도

페이스북이 거의 매일 업데이트되는 친구가 몇명 있었다.

예쁜 옷을 입고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수시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


밤늦게까지 강의를 하고

도와주는 사람 하나없이 집안일까지 해야하는 난

아니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 친구들의, 그 여유가 부러웠을게다.

더이상 비교하고 주눅들고 속상해 하지 않기 위해

앱을 지웠다. 이제는 나에게 집중할때...



책을 덮으며

이젠 평가 받아야 하는 수강생들 뿐 아니라

다른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전전긍긍하며

스스로 괴로워하지말고

나에게 괜찮은 내 자신이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해 보기로 했다.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며....



지금 여기 내게 달린 꼬리표에 집중하자.

과거는 고정된 석상과 같고 미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공기와도 같다.

지금 여기 만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p74


 


봄에서 겨울로 가는 길은 수개월이 걸린다. 겨울에서 봄은 단 하루만이 걸린다. 봄을 맞은 우리는 겨울을 생각하지 않고 겨울을 맞은 우리는 봄을 준비 하지 않는다. 세상은 겨울을 맞이할 시간을 넉넉하게 주고 봄은 갑작스럽게 준다. 시련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쁨은 갑작스럽게 선물한다. 이는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배려이다. p40



누구에게나 슬럼프의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진격하기엔 체력적 한계에 도달하고 뒤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을 때가 이다.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시간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때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p51


나이가 들고 깨달았다.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르다. 모든 일은 농사를 짓듯이 해야 한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떤 일에 좌절하고 있으면, ‘천천히 해라.’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참으로 답답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말이 정답이란 것을 깨닫는다. 농사는 오늘 씨를 뿌린다고 해서 내일 수확할 수 없다. p54

자연은 자연 치유의 기능이 있다. 너무 더운 날은 비를 내려 기온을 내리게 하고 너무 추운 날은 눈을 내려 기온을 올리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의 이동에 따라 저기압, 고기압의 기압 차로 태풍의 진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자연적으로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새로운 생명과 무생물에 기회를 주기도 한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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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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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유럽 곳곳의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대문호가 실제로 머물렀던 지역과 장소들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그의 정신적인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은, 전문 연구자의 생생한 '도스토옙스키 기행'의 기록이자 그의 문학 세계로 흥미롭게 독자들을 초대하는 충실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물리적인 이동과 정신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보고자 했다. 대문호가 실제로 살았던 도시, 머물렀던 지역, 방문했던 나라를 따라가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생각과 그의 펜 끝에서 흘러나온 글을 추적하고자 했다. 국경을 넘고 교차로를 지나가고 다리를 건너가며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 "지도"를 그려 보고자 했다. 그래서 제목에 '지도map'에서 파생된 단어 '매핑mapping'을 집어넣었다. 이 책의 '매핑'은 실질적인 지도와 형이상학적인 지형도 모두를 함축한다. p6


그가 살 당시 이 지역의 이름은 "신의 집"이라는 뜻의 "보제돔카Bozhedomka"였다. 그것은 반어적으로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마지막 안식처, 즉 극빈자 묘지를 지칭했다. 18세기 말까지 그 일대에는 행려병자와 무연고자와 자살자를 위한 빈민 공동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민 병원 건물을 번듯한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것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속내를 반영한다는 게 역사가들의 얘기지만, 실제로 가보면 오히려 생뚱맞게 위풍당당한 그 건물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따뜻하고 안전한 방 안에서 날마다 빈곤과 질병과 죽음을 내다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쌍하다는 생각은 나중에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무섭고 싫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타인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척, 타인의 고통을 못 본 척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느 순간엔가는 자신의 상대적으로 풍족한 삶이 다른 누군가의 고통 덕분에 가능한 게 아닐까라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그의 마음속에 바윗덩어리처럼 무겁게 들어앉은 저 비참한 무리의 모습이 훗날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고통받는 어린아이의 형상으로 응축되었을지도 모른다. p37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부부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경우, 연구자 거의 전원이 부인 안나에게 공로를 돌린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 인생에서 가장 "센 여성"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교육도 다 초월하는 타고난 어떤 우직함으로, 그녀는 자기보다 나이가 25살이나 많은 천재 작가의 인생을 단박에 "평정"했다. 그녀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자 궁극의 사랑이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안나는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변화와 불행을 꿋꿋하게 견뎌 냈다. 대문호는 이 착하고 강인한 여성에게 언제나 "충성"을 다짐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
안나부인은 자신이 지적으로 많이 뒤처진다며 겸손해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대단히 현명했다. 섣불리 남편의 영역에 밀치고 들어가지 않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 만큼 현명했다. 그녀는 남편의 천재성과는 다른 자기만의 영역, 자기만의 장점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p233
 
현실과 밀착된 시공간 덕분에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소설의 경계를 뚫고 나온다. 후대의 열혈 연구자들은 스톨랴르니 골목과 스레드냐야 메샨스카야 거리가 만나는 지점의 한 건물을 "라스콜니코프의 집"이라 지명했다. 도스토옙스키 "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건물 외벽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부조가 붙어 있고, 표석에는 "이 지역 거주민의 비극적인 운명은 도스토옙스키에게 공동선을 향한 열정적인 가르침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라는 상당히 거창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허구의 인물과 그의 하숙집이 버젓이 역사성을 획득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전당포 노파의 집도 특정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작은 방에서 나와 코쿠시킨 다리를 건너 "730걸음"을 걸어가 노파의 셋집에 도착한다. "한쪽 벽면은 시궁창을 향해, 다른 벽면은 거리를 향해 나 있는 아주 큰 건물"의 현재 주소는 "그리보예도프 제방길 104번지"다. 호기심에서 2015년 어느 더운 여름날 "라스콜니코프의 집"에서부터 "노파의 집"까지 걸어가 보았다. 1천 걸음 넘게 걸어가도 건물이 안 나오기에 세는 것을 포기했다. 소설과는 달리 평일 오후의 제방길은 햇살만 뜨거울 뿐 한산하고 괴괴했다. p253-255



어느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에 꽂혔다. ^^;


손에 잡히는 킬링타임용 책들을 주로 읽다가

바로 고전읽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워밍업(?)이 필요하던 차에

소소당에서 호순님이 선물해 주신 책 매핑 도스토옙스키...


이책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찾아서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과 체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직접 찾아보고 그의 인생과 문학에 대해 소개한 책으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보다 친절하게 도스토옙스키와 친해 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친구들과 환갑기념여행으로 가기로 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제는 예르미타시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도스토옙스키가 '가난한 사람들'을 쓸 당시 머물렀다는 하숙집과

서점 돔크니기도 꼭 가봐야겠다고 기록해 두었다.


이제 준비는 마쳤으니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이라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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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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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원희는 여느 보통의 부산 할머니이다. 보통의 할머니이지만 모험심이 넘치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일매일 궁금한, 젊은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기뻐하고 동년배들에게는 파이팅을 보내는,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소비할 줄 아는 할머니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짚을 나이가 되어가지만 그 대신 여행 짐을 싸서 캐리어를 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해외 자유 여행에 나이 제한은 없으니까.

김원희 할머니의 여행은 청년들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모습으로 여행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방에는 관절약과 소염제, 찜질 팩이 들어 있고 무리하지 않는 여행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떠나온 여행지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지나온 시간'이 있고 그런 시간들은 '아직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영화나 책 속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어 찾아 떠난 여행지에는 "안녕하세요?" 하고 서툰 한국말을 걸며 길을 안내해주는 청년들이 있고 모닝펍에서 생맥주 한잔을 즐기는 동네 사람이 있으며 홀로 배낭을 메고 세계 자유 여행중인 75세 일본 할머니 '언니'도 있었다.

유명한 건축물보다도 타국의 동년배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고, 청년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매혹당하고, 어디에서나 마음의 자물쇠가 풀리기도 한다. 예약은 'Reservation'으로만 알았는데 'Book'이라는 단어에도 같은 뜻이 있다는 걸 여행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것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이 책에서 나이듦의 경험과 그 나이여서 가능한 흥미로운 통찰, 신선한 시선으로 즐거운 삶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해외 자유 여행’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이듦에 있어서 무기력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해낼 수 있는 것, 그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노년이기에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p24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의 무지를 당당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 설령 상대의 실수라 하더라도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는 지혜로움도 있다. 다툼이 생겨 서로 떨어질 경우, 낯선 나라에서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감당 못할 외로움인지, 불안스러운 환경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혼자가 두렵다. 젊었을 때는 혼자, 고독, 사색, 그런 멋진 낱말들이 그립지만 노년이 되면 그런 것이 얼마나 두려운 낱말들인지 알게 된다. p36
 

설령 누군가가 나이든 그대를 모른 척하거나 적대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그것은 그가 그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늙음, 그 육신의 추레함이 싫을 뿐이니까. p156


글쎄, 70쯤 되면 그냥 조금은 아파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불편한 육신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새로 태어나고,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고, 이용되어지고 그리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164


오늘 영감은 서울에서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있다 하여 새벽에 나갔다. 물론 나 잠들 때 혼자 나갔다. 버스에서 아침식사를 줄 거라고 했다. 아침잠이 없는 영감은 내가 잠든 사이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 공복을 못 견디는 영감은 아침 일찍 혼자 토스트를 해서 먹는다. 자신의 아침 배를 채우겠노라고 마누라를 일찍 깨우는 것은 늙은 아내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졸혼에 이르지 않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있다. 그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냉장고에서 떡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을 때운다. 새삼 생각한다. ‘늙으니 참 편하구나.’ p203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제목도 책표지도 너무나 멋진

네이버블로거 할매는 항상 부재중  

맑고맑은님의 새책이 나왔다! ^^


전작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중'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무조건 재미있을꺼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번 책엔 패키지여행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여행지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물론

그 연세에서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연륜이 느껴지는 다양한 이야기 들이

내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책을 읽으며 웃었다 훌쩍였다 늦은밤 티슈를 뽑아 들고 눈물을 찍어내니

김씨가 흘끔 쳐다보곤 한마디 하려다 아차 싶은지 그냥 고개를 돌린다.

눈치없이 한마디 했다간 배로 당할 껄 이제는 아는게지...


아프고나서 한가지 좋아진건

퇴근하면 리모컨 조정하듯 물가져와라! 뭐 먹을꺼없냐?부터

각종 물건들의 셔틀(?)을 시키던 김씨가 이젠 본인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조금 더 학습을 하면 자신의 아침배를 채우겠다고 나를 깨우는 일은

도리가 아니라는 걸 그도 알게될까? ^^;


인생의 중반을 훨씬 넘긴 나이에

컴퓨터강사로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일이 힘들때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수업하시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선생님의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고

자유여행을 떠나는 것이 겁나고 두려울때도

잘 해낼꺼라는 격려에 용기를 얻기도 했으며

놓치고 지나가는 좋은 양서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모두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 할 일이었다.

한번도 뵌 적없는 이웃이시지만

제가 선생님 엄청 팬인거 아시지요?

이번 책은 느낌이 정말 좋아요~

오프라인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선생님의 책을

곧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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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리셋 -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인생 리셋 공식
이라야 지음, 박세현 그림 / 미디어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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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가 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이들과 견주어 봐도 딱히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모나 형제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탐탁지 않다.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보면 모두가 목표의식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위축된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순간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불투명한 내일 때문에 초조하고 외로워진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긴밀한 유대감이나 위안을 얻어 보려 하지만 나를 지지해 줄 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알려 준다. 그저 열심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그동안 살았던 방식을 리셋(Reset)해 보라고 방법을 제안한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할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각 꼭지가 끝날 때마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에서는 여러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인생을 찬찬히 탐구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우리가 사는 세상은 치열하며 예고가 없다. 분명히 어디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옳은지, 어딘가로 가는 것 같은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나아가고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것인지 당사자인 자신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막막하고 답답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진정한 내 편이 없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도움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지만 마땅한 사람이나 기원도 없다. 이때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혼자'인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섣불리 외로워하지 마라. 실제로 보면 너나없이 같은 처지다. 다만 아는 척 살아갈 뿐이다.
세상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날마다 익숙하듯 살지만 모두 '지금'은 처음 사는 것이다. 되돌려 살 수도 없고 지우고 다시 시작 할 수도 없다. 매우 불합리한 조건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다행이다. p41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인생지침서
퍼스널 리셋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하던차에

예기치않은 사고로 다치고 나니

처음 일주일은 이렇게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하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참에 정말  푸욱 쉬어보자 싶기도 했지만

어언 한달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학원에서는 계속 연락이 오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OA강의인데

이렇게 일을 그만두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을 때 내가 설 강단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시간은 그 어느때보다 많지만

형평상 사진도 찍으러 나갈 수 없고

그림도 그리기가 어려우니 더 속상하고 답답했던 것 같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
1. 지금 당신 앞에 주어진 일들을 적어 보자.
2. 주어진 일들의 우선순위를 매겨 보자.
3. 자신이 하는 일이나 걱정 중 타인의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4. 오늘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일은 무엇인가?
5. 오늘 할 일 중 가장 주용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6. 이루었을 때 가장 성취감이 높은 일을 크게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이자.

선택과 집중은 언제나 옳다 p139

목차만 봐도 꽤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한 chapter가 끝날 때마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을 제시하고 있는데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거나 아흔살까지의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향후 5년후의 내모습을 그려보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볼까 한다.


며칠전 도로시와 올리브랑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며 배려하며 살자고

카톡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무기 침묵에 대한

각나라의 속담들이 눈에 띄어 옮겨 보았다.
 

프랑스 : 침묵은 금이다.
독일 :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침묵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을 말하라.
이스라엘 : 제대로 침묵하는 것이 제대로 말하기보다 더 어렵다.
이탈리아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침묵할 줄만 안다면 그는 충분히 아는 것이다.
루마니아 : 침묵도 대답이다.
스페인 : 듣고 보고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삶의 쓴맛을 보리라
덴마크 : 절약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입부터 절약해야 한다.
터키 : 현명한 사람의 입은 그의 가슴 속에 있다.
중국 : 어떤 사람은 일생 말을 하고도 아무 말도 안한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일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한 한 것이 아니다.
일본 : 한번고 입 밖에 내지 않은 말들은 침묵의 꽃이다.

침묵의 지혜가 담긴 속담 p241

이른 아침

가족들 식사준비하며 FM라디오를 듣곤 하는데

오늘은 방송국이 폐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음악만 흘러나왔다.

늘 DJ의 멘트와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다가

찬양만 듣는 시간이 나쁘다기 보단

뭔가 어색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루했던 장마도 지나가고

창밖에 푸른 하늘과 햇빛에 반짝이는 나무들

간간히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너무나 평화롭기만 한데...

적지 않은 나이에 코로나19로 처음 경험하는게 많은 2020년...


다시 한 번 신발끈 질끈 묶고

새로운 날 힘차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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