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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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원희는 여느 보통의 부산 할머니이다. 보통의 할머니이지만 모험심이 넘치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일매일 궁금한, 젊은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기뻐하고 동년배들에게는 파이팅을 보내는,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소비할 줄 아는 할머니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짚을 나이가 되어가지만 그 대신 여행 짐을 싸서 캐리어를 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해외 자유 여행에 나이 제한은 없으니까.

김원희 할머니의 여행은 청년들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모습으로 여행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방에는 관절약과 소염제, 찜질 팩이 들어 있고 무리하지 않는 여행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떠나온 여행지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지나온 시간'이 있고 그런 시간들은 '아직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영화나 책 속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어 찾아 떠난 여행지에는 "안녕하세요?" 하고 서툰 한국말을 걸며 길을 안내해주는 청년들이 있고 모닝펍에서 생맥주 한잔을 즐기는 동네 사람이 있으며 홀로 배낭을 메고 세계 자유 여행중인 75세 일본 할머니 '언니'도 있었다.

유명한 건축물보다도 타국의 동년배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고, 청년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매혹당하고, 어디에서나 마음의 자물쇠가 풀리기도 한다. 예약은 'Reservation'으로만 알았는데 'Book'이라는 단어에도 같은 뜻이 있다는 걸 여행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것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이 책에서 나이듦의 경험과 그 나이여서 가능한 흥미로운 통찰, 신선한 시선으로 즐거운 삶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해외 자유 여행’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이듦에 있어서 무기력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해낼 수 있는 것, 그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노년이기에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p24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의 무지를 당당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 설령 상대의 실수라 하더라도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는 지혜로움도 있다. 다툼이 생겨 서로 떨어질 경우, 낯선 나라에서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감당 못할 외로움인지, 불안스러운 환경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혼자가 두렵다. 젊었을 때는 혼자, 고독, 사색, 그런 멋진 낱말들이 그립지만 노년이 되면 그런 것이 얼마나 두려운 낱말들인지 알게 된다. p36
 

설령 누군가가 나이든 그대를 모른 척하거나 적대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그것은 그가 그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늙음, 그 육신의 추레함이 싫을 뿐이니까. p156


글쎄, 70쯤 되면 그냥 조금은 아파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불편한 육신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새로 태어나고,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고, 이용되어지고 그리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164


오늘 영감은 서울에서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있다 하여 새벽에 나갔다. 물론 나 잠들 때 혼자 나갔다. 버스에서 아침식사를 줄 거라고 했다. 아침잠이 없는 영감은 내가 잠든 사이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 공복을 못 견디는 영감은 아침 일찍 혼자 토스트를 해서 먹는다. 자신의 아침 배를 채우겠노라고 마누라를 일찍 깨우는 것은 늙은 아내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졸혼에 이르지 않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있다. 그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냉장고에서 떡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을 때운다. 새삼 생각한다. ‘늙으니 참 편하구나.’ p203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제목도 책표지도 너무나 멋진

네이버블로거 할매는 항상 부재중  

맑고맑은님의 새책이 나왔다! ^^


전작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중'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무조건 재미있을꺼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번 책엔 패키지여행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여행지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물론

그 연세에서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연륜이 느껴지는 다양한 이야기 들이

내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책을 읽으며 웃었다 훌쩍였다 늦은밤 티슈를 뽑아 들고 눈물을 찍어내니

김씨가 흘끔 쳐다보곤 한마디 하려다 아차 싶은지 그냥 고개를 돌린다.

눈치없이 한마디 했다간 배로 당할 껄 이제는 아는게지...


아프고나서 한가지 좋아진건

퇴근하면 리모컨 조정하듯 물가져와라! 뭐 먹을꺼없냐?부터

각종 물건들의 셔틀(?)을 시키던 김씨가 이젠 본인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조금 더 학습을 하면 자신의 아침배를 채우겠다고 나를 깨우는 일은

도리가 아니라는 걸 그도 알게될까? ^^;


인생의 중반을 훨씬 넘긴 나이에

컴퓨터강사로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일이 힘들때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수업하시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선생님의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고

자유여행을 떠나는 것이 겁나고 두려울때도

잘 해낼꺼라는 격려에 용기를 얻기도 했으며

놓치고 지나가는 좋은 양서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모두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 할 일이었다.

한번도 뵌 적없는 이웃이시지만

제가 선생님 엄청 팬인거 아시지요?

이번 책은 느낌이 정말 좋아요~

오프라인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선생님의 책을

곧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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