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가장 신박한 방법
박치욱 지음 / 웨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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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듀대학교에서 최초로 ‘올해의 명강의상’을 두 차례 수상한 교수이자, 트위터에서 수백만 ‘청강생’을 둔 지식 내비게이터 박치욱이 사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신박한 공부의 순간을 공개한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저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일상은 도서관, 세계는 실험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라면 봉지 하나도 연구 논문 대하듯 한다.

어느 날 삶은 계란의 껍질이 잘 까지지 않는 것에 대해 ‘극대노’하여 장장 4년에 걸쳐 계란 삶는 법을 연구한다. 숨겨진 변수(hidden variable)를 찾아내고자 몰두한 결과, 마침내 ‘헨리의 법칙’을 응용하여 매끈한 삶은 계란을 얻는 방법을 찾아낸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책은 어떤 면에서는 한 과학자의 일탈과 반항의 기록이다. 나에게 가치 있는 공부를 하라고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는 이 사회에, 단지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도 공부할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이다. 가치를 따지지 않는 공부가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발칙한 주장이기도 하다. p9

문자의 기원은 같지만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그리스어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대부분의 문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데 말이다(물론 한자와 한글처럼 예전에는 위에서 아래로 쓰는 문자도 있었다). 또 소리 중에 자음만 적는 방식이다. 모음은 외워야(찍어야?) 한다. 한글로 예를 들자면 ㅇㅂㅈ, ㅇㅁㄴ이라고 쓰여있으면 아버지, 어머니라고 읽는 방식이다. 뭐 이런 표기법이 다 있나 싶은데, 사실 표음문자라고 해도 소리의 모든 요소를 기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한글도 음의 강약과 고저, 장단은 문자로 표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문자로 표시되지 않는 음의 요소를 비분절음운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히브리어와 아랍어는 모음을 비분절음운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p77~78

라틴어로 ‘respondeat superior’라는 표현이 있는데, 번역하자면 ‘주인이 답하게 하라Let the master answer’는 의미이다. 로마제국에서부터 통용되던 관습인데, 노예가 잘못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그 주인이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현대 영국과 미국의 관습법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조직의 리더가 명령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법적 책임은, 명령을 수행한 실무자가 아닌 그 명령을 내린 리더가 진다. p176

영감이 필요한가? 일단은 즐기면서 몰입해 풀어봐야한다. 퍼즐을 풀든 과학문제를 풀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풀이를 시도해보고 우리의 사고가 문제 풀이에 최적화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안 풀리면 면책상에서 일어나 몰입하는 동안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다른 영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수다도 떨고, 산책도 하고, 창밖을 보면 멍 때리기도 하고, 뭐가 되었든 뇌가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영감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풀리는 문제를 마냥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더 있다고 본다. 이렇게 경험을 다양화하는게 창의력에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그저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퍼즐을 풀면서, 연구를 하면서 찾은 내 나름의 창의력 발휘 비법이다. p235

혹시 이 책을 읽고 나에게도 탐험가 개미의 정신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게 되었다면 뜨겁게 응원하고 싶다.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무리해서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새로 알아가는 게 즐거운 분야가 있다면, 더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어쩌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아름다워지고 더 알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돌파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끝까지 가치와는 아무 상관없는 나만의 놀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괜찮다. 탐험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말이다. p282

공부를 해야할 청소년기에는

반항 혹은 포기인지 공부와 담을 쌓고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태웠는데

나이들고 나니 공부가 오히려 재미있다. ^^;

인생의 절반을 넘기는 시기에 가장 잘 한 일은

문화교양학과 편입해 2년만에 무사히(?) 졸업한 일이고,

강의를 위해 하나씩 업그레이드 했던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제외하고도

제과제빵, 전산회계, 전산세무, 코딩, 노인교육지도사, 미술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수료했다.

일상은 도서관, 세계는 실험실이라고 생각하며

분야를 막론하고 매일 공부하는 대학교수인 저자.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인공지능까지,

불확실한 삶에서 가장 확실한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공부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믿고

주저하던 대학편입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내가 지원한 사회복지학과만 유일하게 정원을 넘은 탓에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이 환갑에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예전보다 눈도 침침하고 여기저기 아픈 나이가 되었지만

이번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제때(?) 졸업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게도 공부가

불확실한 삶에서 가장 확실한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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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김준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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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선 모든 것이 나를 지나쳐 빠르게 흐른다. 빌딩도, 사람도, 불빛도 넘쳐나는데 거리를 걷는 내 안은 휑하니 비어 있음을 느낀다. 이럴 때 도심 속 작은 숲처럼 마음 편안한 곳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2평짜리 베란다가 그런 곳이다. 직장인인 저자는 주말이면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베란다에 차린 작은 목공소에서 사각사각 나무를 깎는 도시의 목수가 된다.

객관적인 행복을 좇으며 인생의 단계를 밟아왔지만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던 때, 문득 손에 쥔 것은 어렸을 적부터 만들기 좋아했던 나무였다. 인생을 모조리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한구석엔 나다운 삶을 되찾고 싶었다. 잘 쳐다보지 않는 비좁은 장소였던 집 베란다에 하나둘 장비가 생기고 차곡차곡 목재가 쌓이자 마법이 시작되었다.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에는 나무를 만지는 시간의 기적이 담겨 있다. 쉬었다 가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공방의 장인, 반려묘를 위한 나무 급식대를 주문하는 손님, 자기만의 책상을 처음 디자인해본 학생 등 목공이 아니었더라면 생각지 못했을 인연들이 나무의 온기를 띠고 번져간다. 오늘도 도심 속 2평짜리 목공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나무를 닮아 따뜻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때 주의할 점은 나무의 결을 자연스럽게 맞추어야 한다는 덤이다. 무늬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늬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면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집성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하나의 판재로 보이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라며 띠게 된 세로방향의 결대로 붙은 나무들끼리는 단단하게 굳어 떨어지지 않는다. 강제로 분리하려 해도 접하면 주변이 뜯어지면 뜯어졌지 접합면은 그대로 붙어 있다. 마치 각기 달리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의 결이 인연이라는 접착제로 엉겨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처야 한다는 점이다. 무늬가 럼 말이다. P24

소설 속 레빈은 한 자루의 예리한 낫이 저 혼자 싱싱한 풀을 베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완전 몰립 상태에 빠진다. 노동을 통한 몰입에서 오는 최고의 행복감을 맛 본것이다. 목공작업을 하다 보면 레빈처럼 몰입의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마치 손이 저절로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고 다듬는 것터럼 의식과 몸동작이 일치하는 순간. 생활 속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잡념은 사라지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분명 오전에 시계를 본 것 같은데 어느새 오후로 훌쩍 도착해 있다. 그래서 목공인들 사이에서 목공은 ‘시간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P27

빠르게 가는 것이 무조건 바르게 가는 것이 아님을, 쉬었다 가는 것이 낙오되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일하며 배웠다. 연주를 하지 않는 바이올린의 줄은 느슨하게 풀어줘야 다음 연주에서 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속도를 내고 갈 때는 빠르게, 느리게 돌아볼 때는 천천히, 박자와 리듬에 맞춰 우아한 춤을 추듯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쉼과 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곳곳에 여유를 두는 생활을 권해본다. p46

나무로 만든 오피스 세트는 그동안 수고했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해 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P104

나무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귀퉁이 어딘가에서는 무리를 받고, 결국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도 오래 두고 편안하게 쓰는 가구와 같이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무에게 배운다. P117

베란다 목공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 온다. 나에겐 자신다운 결이 있냐고. 그 결에 얼마나 솔직하냐고. 스스로를 돌이키며 다짐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나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를 더 많이 가지자. 물질의 풍요보다 관계의 풍요에 시간을 투자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고정된 틀이 아닌 삶이라는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탐구하고 싶다. p138

취미부자인 내가

배워보고 싶은 것중에 하나가 목공이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엔 중장년들을 위한 평생학습으로

인생학교가 4개의 대학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과정이 목공소품등을 만드는 목수학교였다.

어쩌다보니

사진이나 3D프린터에 밀려 다음해엔 꼭 배워봐야지 했던터라

베란다를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또 다른 꿈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지나온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비 오는 날도 햇살 가득한 날도 올 것이다.

그 시간들이 새긴 삶의 결가 골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씩 맞춰나갈 것이다.

결과 결이 불어 또 하나의 무늬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결은 나무를 닮아갈 것이다. p25

반복적인 생활에 돌파구를 찾고자 시작한 목공...

나다운 삶을 되찾고 싶어 시작한 그의 나무와 함께하는 작업을 따라가다보면

그곳에 인생이 있고,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며 힐링의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나무향 가득한 나만의 공간에서

자르고 깎고 다듬어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어 내는 일...

오래전부터 작은 약장을 하나 갖고 싶었는데

책에 소개된 아빠 서랍장이 딱 내 취향이다.

지난해에 더해 별다를 것 없는 올해 계획에 하나 더해

목공을 배워 아빠 서랍장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내친김에 캠핑 박스도?!.... ^^;

목공을 하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선 발을 들여 놓고 한 걸음씩 떼다 보면

어느덧 중간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하나의 단계에 집중할수록 부쩍 성장한 손기술과 만나게 된다.

"대담해져요. 끝까지 밀어 붙여요. 안주하지 말아요."라는 윌의 대사처럼,

반드시 끝이 있는 이 삶에서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소중히 임하다 보면

결국 후회없는 마지막을 만나리란 생각이 든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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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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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군 평사리에 정착한 소설가 공지영. 그 무렵 작가로서의 번아웃에 시달리며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을까, 심각한 회의에 빠진다. 고독 속에 스스로를 유폐하고, 그것에서 평화와 행복을 되찾아가던 어느 날, 작가는 문득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목적지는 예루살렘,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 평온한 일상을 살면서 잊고 있던 그곳으로.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2022년 가을에 떠난 순례의 여정 속에서 만난 깨달음의 기록으로,『그럼에도 불구하고』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산문이다. 그의 대표 에세이 중 하나인『수도원 기행 1, 2』를 잇는 영성 고백과 삶에 대한 절절한 통찰이 담겨 있다. 각 순례지가 작가에게 던져준 삶의 메시지를 묵상하고, 치열하게 현재와 과거, 하동과 예루살렘을 교차하며 또 한 번의 진한 감동을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구절을 읽은 며칠동안 나는 내내 골똘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저기압이나 고기압 혹은 기압골과 같이 우리 눈에 절대 보이지 않지만 필연코 존재해서 눈이나 비 혹은 햇빛이나 바람으로 닥쳐오는 어떤 놀라운 힘이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한 번 더 깨달았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하면서 내키는 대로 날고 움직이고 있는 줄 알았으나 실은 제트 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뛰어도 이 지구보다 빠른 속도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야 하나,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 아니 이 모든 것으로도 다 표현 할 수 없는 경외와 전율이 나를 엄습했다. 심지어 나는 지금 말하고 있지 않나 말이다. 저 광야가 매혹적이라고.

나는 결국 그분의 바람대로 광야에 혼자 서 있을 뿐 아니라, 서 있어보니 좋은데요, 계속 이렇게 살다 죽고 싶어요, 뭐 이러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p62~63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해졌다. 마치 몇십 년 만에 만난 어머니를 붙들고 울듯이, 어쩌면 그것보다 더 간절히 그리워하며 내 밖에서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결코 잊어버리지 않았으나 잊은 줄만 알았던 첫사랑의 기억과도 같은 나 자신. 사람은 신의 모상을 닮게 만들어졌으니 그 나 자신 속에 사랑의 원천인 신의 모습이 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그리움이 있을까. p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p189

한때 나도 아이들에게 집착한 적이 있었다. 내가 불행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성적을 위해 밤늦도록 매를 때려가며 가르치려고 한 일도 있고, 사람들 앞에서 버릇없이 굴면 가차 없이 벌을 주었다. 나중에는 엄격함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방식을 바꾸었다.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를 위해서 그 애 학교 운동장 담벼락을 돌며 몇 시간이고 기도를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그 유명한 집착이라는 것이구나, 이게 그 유명한, 남을 내 마음대로 하고, 아이에게 내가 몸소 하느님이 되어 그 애의 고유한 생김새대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교만의 죄구나, 싶었다. 내 긴 긴 기도도 실은 집착의 다른 포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나는 몹시 아팠다.

마리아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 넘어진 상처투성이 아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거나 소리쳤다는 기록이 없다. 하늘을 향해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하고 기도했다는 말도 없다. 그녀는 침묵하며 아들의 길을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성을 완성한다. 내 맘에 들지 않고 이해도 할 수 없고 남들 보기에도 엄청나게 부끄럽지만, 그러나 아들에게 아들이 원하는 길을 가게 함으로써. p229~23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신앙이란 무엇이며 선함이란 또 무엇인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생각의 동굴은 깊어져서 새소리 멀어지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으로 나는 자주 잠수하곤 했었다.

그 생각들 속에서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내게도 그것은 참이다. p268


알라딘에서 기대평 적립금이라는 제도가 생겼는데

이 적립금은 소멸되기 전에 써야해서

신간을 사는 주기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다.

상술임을 알지만 사라지는 적립금을 포기할 수 없어

덕분에 신간을 더 자주 살펴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어느날,

내 레이더망에 들어온 공지영 작가의 신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이미 외로운 나지만

성탄절에 베들레헴에 있는 꿈을 꾸기 시작한 나로썬

예루살렘 순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을 포기 하기가 쉽지 않았다.


창밖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고

낯선 음악과 적당한 소음속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익숙한 문체에 책읽는 속도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다.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내 눈물은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참된 고독속으로...

"사는 게 허망하잖아요.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왜 이 수녀원이어야 했냐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수녀님의 대답이었는데

왠일인지 이 구절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났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때

삶은 시작된다.

_ 안소니 드 멜로

지난해,

나 또한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냈다.

'본인 부고'란 단어를 처음 접한 날이기도 했는데

오래도록 소식이 끊겼던 친구가 내 생일을 기억해

생일축하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묻고

친구가 경상도 어디쯤에 집을 짓고 있다며

놀러 오라는 얘길 들은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날의 일이라

문자를 받고도 믿어지지 않아

그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아직도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ㅠ.ㅠ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고통의 순간도 많았지만

그 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신앙을 회복하기에 힘쓰며 여기까지 온 듯 하다.


문득,

오래전 성가로 부르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생각났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날...

이름을 불러주신 예수님은

어쩌면 그의 고통, 그의 병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이름을 불린 자캐오는 평생 처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키가 작다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고,

세리라고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고,

네 집에 머무르고 싶다'고 하며 이름을 불린 것은

어쩌면 처음이었다는 것을.

자기를 알아봐준다는 것, 이름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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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후에도 가뿐하게 걷습니다 - 고령자 의료 명의가 실천하고 추천하는 건강 안내서
아보 마사히로.나카야마 야스히데 지음, 이용택 옮김 / 이너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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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5만 명을 진료한 고령자 의료 명의와 재활과 물리치료사와 함께 고안한 내용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운동법과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다가오는 100세 시대, 현재 평균수명은 남녀 모두 80세가 넘지만, 아무에게도 신세를 지지 않고 홀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남녀 모두 70세 초반이다. 노후에도 삶의 질을 해치고 싶지 않거나, 간병을 받는 기간을 줄이고 싶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꼿꼿하게 걸을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운동법을 따라 하길 바란다.

70대 이후에도 자신의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몸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올바른 걷기 동작, 집이나 회사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실내 트레이닝, 운동 전후에 실천하는 스트레칭 등 누구나 무리 없이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운동법이 다양하다. 일부러 헬스장에 다닐 필요도 없고 운동 기구에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해마다 지키지 못하면서도 하는 결심중에 하나가

'체중을 좀 줄이고 건강하게 지내자'이다.

연말쯤 시작된 감기가 3주째 계속되고 있어

건강에 대한 바램이 더 절실하기도 한데

그런 생각때문인지 알라딘에서 온 신간알림 중

이 책 '70세 이후에도 가뿐하게 걷습니다'가 관심을 끌어

그동안 건강관련 북카트에 담아 있던 책들을 뒤로 하고

이 책을 먼저 구입하게 되었다.

비슷한 연배의 저자가 알려주는 건강안내서는

어렵지 않고 쉬운 동작들의 실내운동으로

겨울철 운동부족으로 고심하던 차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한껏 부담을 안은채 만보걷기에 목메이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그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

최근 생전 하지 않은 실수를 해서

이제 정말 치매를 걱정해야 싶어 우울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김씨가 목과 어깨통증으로 통증의학과에 3주간 통원하고

보험청구를 가입되어 입던 실비보험사가 아닌 엉뚱한 곳에 하곤

잘못되었다는 것도 몰랐다는게 정말 충격이었다.

필요이상으로 꼼꼼한 계획형 인간이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ㅠ.ㅠ

사정이 이렇다보니 '뇌의 인지 기능 높이기'도 관심있던 섹터중 하나였다.

'햇빛 쐬기'를 일상적인 습관으로...

수면부족은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

의식적으로 깊이 호흡해 보자.

웃으면 복이 온다.

뇌활성에 필수적인 항산화대책

비만은 만병의 근원

지난달 피검사 결과

당화색소가 평균보다 높다는 진단을 받고

과일섭취량 줄이기와 동네 한바퀴가 아닌 네바퀴를 돌라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를 받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나이들면 걱정하는 성인병들에 대한 불안은 늘 있었지만

할머님이 당뇨와 그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는 걸 봐와서

당뇨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바로 코 앞에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니

이제 더 이상 건강관리에 대한 습관개선과 노력을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2024년 새해엔

몸도 마음 모두 그 어느때보다 건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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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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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면이 강인한 사람도 홀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겪으면, 친밀한 타인이나 눈에 익은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기 마련이다. 실로 그렇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낯설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입소문이 만든 밀리언셀러 『언어의 온도』와 스테디셀러 『말의 품격』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기주 작가가 산문집 『보편의 단어』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간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이기주 작가는 이번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희망과 후회, 생명과 죽음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행간에 심어놓은 묵직한 질문을 이정표 삼아 책 속의 길을 산책하다 보면, 각자의 삶을 떠받치는 단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이 어떠한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살다보면 새롭고 낯선 무언가가 일상을 덮쳐 흙처럼 쌓이는 날이 있고, 익숙한 것이 세월의 바람에 사정없이 깎여 나가는 날도 있다.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 모두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을 떠받치는 건 후자가 아닌가 싶다. 낯선것은 우릴 설레게 만들기는 하지만, 눈에 익거나 친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을 편안히 기댈 수 없다.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우리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p12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리면 자칫 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진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지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데 공을 을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p17

인간관계에 대한 소신이 어그러지며 흔들리던 날, 나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어디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는지 알 수 없거나 심지어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이날 난 오랜 기간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 사람의 연락처를 미련 없이 삭제 했다.

나는 바람이 빠져 쪼그라든 풍선 같은 연락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짐했다.

'앞으론 웬만하면 휴대전화에 낯선 이름과 전화번호를 욱여넣지 말아야지. 새로운 사람과 얼굴을 익히며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집중해야지. 그런 태도야말로 날 귀하게 여기는 방법일 테니까! p103~104

쩌면 우린 머리와 마음에서 운이라는 모호한 세계를 걷어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행운과 불운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어쩌다 운이 밀려와도 필요 이상으로 들뜨지 않을 수 있으며, 하루 아침에 운이 떨어져나가더라도 지나치게 낙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운에 집착하지 않아야 운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p256

감사

세상은 살만하다고 다시 믿게 하는 주문.

지난 연말,

조카에게 안부메세지와 함께 뜬금 없지만 연말선물이라며

인터넷서점 키프트카드가 선물로 왔다.

어려서부터 초등학교선생님인 엄마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넘 애쓰고 어른스러워서 안쓰러웠던 아이인데

이모생일은 물론 아플때, 마음이 힘들때도

따뜻한 안부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선물로

내게 힘을 주는 고마운 하영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어떤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수채화관련 책 한권과

'언어의 온도', '글의 품격', '그말이 내게로 왔다' 등으로

이미 잘알려져 있는 이기주 작가의 '보편의 단어' 신간소식에

미리 예약주문하고 지난주에 수령했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엔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젓한 카페에서 빗소리와 함께 커피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저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이처럼 정교함을 요할진대,

사랑을 주고 받는 과정은 오죽할까 싶다.

우린 사랑에 빠지거나 심지어 벗어날 때도 상대를 향해

감정의 촉수를 세워 사랑의 생성과 종말을 감지한다.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p138

비오는 주말,

조용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별다방에서

여전히 부러운 마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고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하지 못한 삶에 지치고,

고요엔 또 불안한...

작가는 이런 내게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라고 이야기 한다.

내 마음을 나조차 어쩌지 못하고 힘들 때

내 편에서 객관적으로 얘기해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다시 이 책을 꺼내들게 될 듯 하다.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하는...

나도 적어보고 싶은 나만의 보편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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