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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김준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월
평점 :
도시에선 모든 것이 나를 지나쳐 빠르게 흐른다. 빌딩도, 사람도, 불빛도 넘쳐나는데 거리를 걷는 내 안은 휑하니 비어 있음을 느낀다. 이럴 때 도심 속 작은 숲처럼 마음 편안한 곳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2평짜리 베란다가 그런 곳이다. 직장인인 저자는 주말이면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베란다에 차린 작은 목공소에서 사각사각 나무를 깎는 도시의 목수가 된다.
객관적인 행복을 좇으며 인생의 단계를 밟아왔지만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던 때, 문득 손에 쥔 것은 어렸을 적부터 만들기 좋아했던 나무였다. 인생을 모조리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한구석엔 나다운 삶을 되찾고 싶었다. 잘 쳐다보지 않는 비좁은 장소였던 집 베란다에 하나둘 장비가 생기고 차곡차곡 목재가 쌓이자 마법이 시작되었다.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에는 나무를 만지는 시간의 기적이 담겨 있다. 쉬었다 가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공방의 장인, 반려묘를 위한 나무 급식대를 주문하는 손님, 자기만의 책상을 처음 디자인해본 학생 등 목공이 아니었더라면 생각지 못했을 인연들이 나무의 온기를 띠고 번져간다. 오늘도 도심 속 2평짜리 목공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나무를 닮아 따뜻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때 주의할 점은 나무의 결을 자연스럽게 맞추어야 한다는 덤이다. 무늬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늬가 흐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면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집성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하나의 판재로 보이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라며 띠게 된 세로방향의 결대로 붙은 나무들끼리는 단단하게 굳어 떨어지지 않는다. 강제로 분리하려 해도 접하면 주변이 뜯어지면 뜯어졌지 접합면은 그대로 붙어 있다. 마치 각기 달리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의 결이 인연이라는 접착제로 엉겨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처야 한다는 점이다. 무늬가 럼 말이다. P24
소설 속 레빈은 한 자루의 예리한 낫이 저 혼자 싱싱한 풀을 베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완전 몰립 상태에 빠진다. 노동을 통한 몰입에서 오는 최고의 행복감을 맛 본것이다. 목공작업을 하다 보면 레빈처럼 몰입의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마치 손이 저절로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고 다듬는 것터럼 의식과 몸동작이 일치하는 순간. 생활 속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잡념은 사라지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분명 오전에 시계를 본 것 같은데 어느새 오후로 훌쩍 도착해 있다. 그래서 목공인들 사이에서 목공은 ‘시간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P27
빠르게 가는 것이 무조건 바르게 가는 것이 아님을, 쉬었다 가는 것이 낙오되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일하며 배웠다. 연주를 하지 않는 바이올린의 줄은 느슨하게 풀어줘야 다음 연주에서 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속도를 내고 갈 때는 빠르게, 느리게 돌아볼 때는 천천히, 박자와 리듬에 맞춰 우아한 춤을 추듯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쉼과 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곳곳에 여유를 두는 생활을 권해본다. p46
나무로 만든 오피스 세트는 그동안 수고했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해 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P104
나무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귀퉁이 어딘가에서는 무리를 받고, 결국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도 오래 두고 편안하게 쓰는 가구와 같이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무에게 배운다. P117
베란다 목공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 온다. 나에겐 자신다운 결이 있냐고. 그 결에 얼마나 솔직하냐고. 스스로를 돌이키며 다짐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나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를 더 많이 가지자. 물질의 풍요보다 관계의 풍요에 시간을 투자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고정된 틀이 아닌 삶이라는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탐구하고 싶다. p138
취미부자인 내가
배워보고 싶은 것중에 하나가 목공이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엔 중장년들을 위한 평생학습으로
인생학교가 4개의 대학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과정이 목공소품등을 만드는 목수학교였다.
어쩌다보니
사진이나 3D프린터에 밀려 다음해엔 꼭 배워봐야지 했던터라
베란다를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또 다른 꿈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지나온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비 오는 날도 햇살 가득한 날도 올 것이다.
그 시간들이 새긴 삶의 결가 골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씩 맞춰나갈 것이다.
결과 결이 불어 또 하나의 무늬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결은 나무를 닮아갈 것이다. p25
반복적인 생활에 돌파구를 찾고자 시작한 목공...
나다운 삶을 되찾고 싶어 시작한 그의 나무와 함께하는 작업을 따라가다보면
그곳에 인생이 있고,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며 힐링의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나무향 가득한 나만의 공간에서
자르고 깎고 다듬어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어 내는 일...
오래전부터 작은 약장을 하나 갖고 싶었는데
책에 소개된 아빠 서랍장이 딱 내 취향이다.
지난해에 더해 별다를 것 없는 올해 계획에 하나 더해
목공을 배워 아빠 서랍장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내친김에 캠핑 박스도?!.... ^^;
목공을 하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선 발을 들여 놓고 한 걸음씩 떼다 보면
어느덧 중간에 와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하나의 단계에 집중할수록 부쩍 성장한 손기술과 만나게 된다.
"대담해져요. 끝까지 밀어 붙여요. 안주하지 말아요."라는 윌의 대사처럼,
반드시 끝이 있는 이 삶에서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소중히 임하다 보면
결국 후회없는 마지막을 만나리란 생각이 든다.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