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상상력과 기품 있는 문체로 세계 문단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오가와 요코의 국내 첫 산문집.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를 이번 산문집에서는 한층 더 가깝고 너르게 만나볼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의 단편을 독자적인 시선으로 포착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따뜻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작가 고유의 스타일은 에세이에서도 여전하다.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는 크게 ‘소설가로서의 글쓰기, 일상의 회복으로서의 산책, 가족을 포함한 여타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나 작가의 반려견인 래브라도 ‘러브’와의 산책이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킨 애견 러브와 산책하며 일상의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글쓰기나 삶의 무게가 버겁게 다가올 때 산책은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약이 되어준다. 타박타박, 가만가만, 산책의 담담한 리듬감을 닮은 책은 요즘처럼 마음이 답답한 시기에 우리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하얀 늪에 끝없이 빠져들 때는
"힘 내, 너라면 쓸 수 있어.
자,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하고
큰 소리로 기운차게 응원해주는 사람보다,
이요르처럼 한숨을 쉬면서
저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p21

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날아오르는 기적을 글로 쓰고,
거기에 제목을 붙여 보존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내게도 번듯한 역할이 있다, 하고 생각된다.
그리고 다시 쓰다 만 소설 앞에 앉는다. p91


잠 못 이루는 밤,
세상의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동전을 닦거나 주어진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는 내일 또 소설을 쓰자는 다짐을 할 수 있다.p171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걷다보면 괜찮아질 거야'를 읽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외에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무렵의 난,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키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작가들의 책을 즐겨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의 저자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연배가 비슷한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꼰대 같지만 '그땐 말이야~' 싶은 

우리만 아는 우리시대의 에피소드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데

이번책도 그랬다.


'긴뜨기, 한길긴뜨기, 두길긴뜨기'를 읽으면서는

학창시절의 가정시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필요해서 만든 교과과정이긴 했겠지만

내겐 그저 가장 재미없고 지루했던 시간이었던 탓에

교과서 밑에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꺼내 놓고

선생님 몰래 딴 짓을 하곤 했다.

이러하니 수놓기나 뜨개질 과제가 싫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간호사 인니들중 고모부 먼 친척이기도 한

솜씨 좋은 윤언니가 내 모든 숙제를 대신 해결해준 덕분에

내 실기점수는 언제나 수! ^^;


'눈물과 안경'도 완전공감되는 꼭지중에 하나였는데

심지어 요즘은 안경을 쓰고서도 안경을 찾고 있으니.... ㅠ.ㅠ



'걷다 보면 괜찮아질거야'를 집콕했던 지난 겨울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공감이 되었을까?!...


풀리지 않은 걱정과 고민도

꼬맹이와 나란히 걸으며 얘길 나누다보면

이내 별거 아닌 일이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병원에 가면 "노화현상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작가와 독자인 탓에

신간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도

많이 공감하며 긴템포로 한 번에 끝까지 읽어냈다.

 

"걱정은 저리 밀쳐두고 일단 산책부터 할까요?"


 

걸으면서 늘 지금 쓰다가 막힌 소설의 상태를 정리하고,
다음 장면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하곤 했어요.
또는 혼란스러운 현실의 문제를 풀었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결론을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소설을 쓰다가 피곤해질 때,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때,
"아, 그래. 산책을 하면 되지"하고 중얼거리고는
선크림을 바르고 집을 나섭니다.
소설을 계속 쓰는 한
아니, 살아 있는 한 저는 산책을 하겠지요.
_ 작가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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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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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고 해방시켜 더욱 즐겁게 살기’를 지향하는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한 일본 최고의 심리 상담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분노, 인내, 경쟁심, 허세, 불안, 초조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내 편으로 만들어 모든 의식의 중심이 타인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평소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감정을 무시하고 참기만 했다면, 늘 남을 의식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불안하기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는 그것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말로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며 그 원인이나 이유를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깨닫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해소해 나간다면 그 자체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46


감정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정보이자 신호로써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참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따르지 않고 있다'라는 나를 위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요컨대 인내는 나 자신이 스스로를 소홀리 대하고 있다는 무의식이 보내온 메시지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사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스스로에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p72

남의 눈에 비친 '훌륭한 나'를 연기하려 할수록 자신을 포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안될테니 결국 그것은 곧 자시 마음을 속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만족하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는 행위는 타인을 통해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을 속이고 부정한다는 이율배반의 불안함과 초조함, 두려움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p120~121


원래 당신은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저 지금껏 그 능력을 허세 부리는데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다. 그러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다 보면, 허세를 위해 쏟았던 노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며 틀림없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p135

마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안식처가 있다. 그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상대의 말보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믿는다.
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지만,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상대의 말이 내 마음에 어떻게 울리는가? 하고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상대의 마음을 감지할 수 있다. p210~211


실감의 축적에 따라 긍정적인 인생이 될지. 부정적인 인생이 될지 결정된다. 그러므로 의식의 밑바탕을 긍정적인 색으로 꾸준히 칠해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성공을 목표로 하면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 행복을 목표로 하면 내가 원하는 행복을 이룰 수 있다. 하루하루 '사소한 기쁨'을 내 편으로 만들면 행복도 성공도 저절로 생겨난다.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진실을 찾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p216~217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생긴것만 보면 소도 잡게 생겼는데(?) 실상은 싸움도 잘 못하고

지는게 이기는 거라며 참는데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보니 김씨만 아니면 화낼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



몇해전인가 강의하는게 지치기도하고 싫어져서 

1년 남짓 사무직으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지 않을까 싶은데

딸또래의 젊은 직원들과 나름 참으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지만

H샘이 오시면서 참고 있던 감정의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해도

눈치보지 않고 칼퇴를 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난 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걸 알면서도

그렇게 참고만 지냈는지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ㅠ.ㅠ


감정을 조절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것과 같은 행위를 지속하다 보면

결국에는 '나다움'도 점점 잃고 말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에게 전하는 아주 귀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p6


책을 읽다보니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듯

마음이 콕콕 아프다며 신호를 보낸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혀질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후 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컴퓨터강의를 하는 강사임에 감사하며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원장님 이하 모든 직원들이 반겨 주셨고 코로나19상황에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던 수강생들이 있어 더 힘을 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존감도 다시 끌어 올리고 잃어 버렸던 '나다움'도 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내친김에 빡BTI 인내심테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LV3. 마찰을 꺼리는 중립기어!





유형특징


V 평소 분란이나 마찰이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V 그래서 착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기서 반전 

 

V 사실 착해서 그런건 아니다 


 맞다. 너무 맞아서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나 한개도 안착하거든... ^^;


"감정은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앞으로 기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면서 

사소한 기쁨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나 이젠 안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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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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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결코 수집가가 아닌데, 정신 차려 보니 주변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더라며 변명하듯 투덜거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싸고 예뻐서 구입하고, 마라톤 완주 기념으로 받고, 출간 홍보 물품을 전달받고 하다 보니 티셔츠만 넣은 상자가 넘칠 지경이 되었다고. 이왕 티셔츠가 쌓인 김에, 각종 사연을 지닌 수백 장 컬렉션으로 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는 출간의 사연마저 어딘지 하루키스럽다.

그는 서두에서 “마음에 들어 하는 낡은 티셔츠를 펼쳐놓은 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관해 짧을 글을 쓴 것뿐이어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생각한다며 “소설가 한 명이 일상에서 이런 간편한 옷을 입고 속 편하게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후세를 위한 풍속 자료로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능청스럽게 고백한다.

위트와 시니컬,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투덜거림, 천진난만한 순수함과 솔직함, 트렌디한 감각과 감성…… 하루키 에세이에서 기대하기 마련인 특유의 매력이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좀 더 좋아한다며 스스로 ‘에세이 파’를 자처하는 팬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현지에서는 시티보이 잡지를 표방하는 《뽀빠이》에 일 년 반 동안 연재되며 이미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출간 이후에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하루키 에세이의 저력을 증명했다. 일본 최고의 북디자이너 스즈키 세이치로 디자인 위에 더해진 한국어판만의 디테일,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백여 장의 티셔츠 사진, 권말에 특별 수록된 ‘티셔츠 인터뷰’도 눈여겨볼 것.

<인터넷 알라딘 제공>

 

 

티셔츠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다.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이내 사게 된다. 여기저기에서 홍보용 티셔츠도 받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완주 기념 티셔츠를 준다. 여행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고……. 이러다 보니 어느새 잔뜩 늘어나서 서랍에 못다 넣고 상자에 담아서 쌓아 놓는다. 절대로 어느 날 “좋아, 이제부터 티셔츠 수집을 하자” 하고 작심한 뒤 모은 게 아니다. p6


그건 뭐 좋은데 그렇게 받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다닐 수 있는가 하면 당연히 그런 짓은 못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Haruki Murakami’라고 대문짝만 하게 쓴 티셔츠를 입고 백주 대낮에 도쿄의 대로를 걸어 다닐 수는 없잖아요? 혹은 그런 토트백을 들고 중고 레코드를 사러 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티셔츠나 홍보물은 그냥 곱게 상자에 담긴 채 벽장에서 쿨쿨 잠들어 있다. p40~41


나도 물론 무지 티셔츠를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입긴 하지만, 그다음으로 자주 입는 것은 이런 유의 레터링만 있는 티셔츠다. 그것도 의미 있는 문맥을 가진 문장이 아니라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투박하게 글씨만 인쇄된 것이 좋다. 그림 있는 티셔츠처럼 질리는 일도 없고 메시지성도 적고 자태가 깔끔하다. 다른 옷과 맞춰 입기도 쉽다. p64


내 티셔츠 컬렉션은 아직도 한창 남아 있지만, 언제까지 해도 끝이 없을 테니 이쯤에서 일단 마무리하기로 한다. 그래서 마지막은 역시 맥주 관련 티셔츠. 티셔츠하면 여름, 여름 하면 맥주......잖습니까. 아니, 뭐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 무릎위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가운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는 것도 인생에서 큰 행복 중 하나죠. p151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얘기가 그얘기 같고

더 이상은 책을 늘리지말자 결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들이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


얼마전 접한 신간소식에 냉큼 주문하고만 그의 책제목은

'무라카미T'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그동안 모아온 티셔츠들의 사진과

그 옷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데

언젠가 읽었을 법한 이야기에 '내가 이럴줄 알았어' 싶으면서도

슬며시 웃음이 지어지는건 누가 뭐래도 난 그의 팬(?)이기 때문이리라.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코카콜라가 쓰여있는 붉은색 티셔츠는

뜻밖에 서핑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네.^^;

마치 케첩 같던 빨간 하인즈 티셔츠는 입으면 진짜 케찹 냄새가 날 것만 같다.

또 하나 red STAG 사슴뿔이 그려있던 버번 위스키 티셔츠도 붉은색!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에는 굿즈로 티셔츠를 준 기억은 없는데

처음 그의 이름 또는 책제목이 인쇄된 티셔츠를 만나 볼 수 있었던 건

좋았던 것 같다. 이책 굿즈야말로 티셔츠여야 하는건 아닌가?!...





비치 보이스 티셔츠도 몇 년전에 호놀룰루에서 본 콘서트 기념 티셔츠.

비치 보이스라고 해도 지금은 리더 브라이언이 빠지고,

실질적으로는 마이클 러브=브루스 존스턴 아저씨 밴드여서

하와이와 비치 보이스라는 절호의 조합에서도 객석 분위기는 그리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티셔츠 디자인이 너무 멋있어서 사 왔다. p74 


많은 티셔츠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위의 비치 보이스 티셔츠

여름이면 생각나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색

블루의 조화가 내 맘에 쏙 들었다.


이 외에도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 음반, 달리기, 맥주 등

각양각색의 티셔츠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결론은 이런류의 에세이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것...

그 옛날 만화영화 캐릭터 아톰티셔츠도 있던데

조만간 내 디즈니 티셔츠들도 늘어놔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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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베이
조조 모예스 지음, 김현수 옮김 / 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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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와 『스틸 미』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조 모예스의 숨겨진 명작. 수백만 달러가 걸린 리조트 개발 계획 성사를 위해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에 온 마이크 도머. 이곳의 유일한 호텔 ‘실버베이 호텔’에 머물며 고래 관광선을 운행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아름다운 바다와 고래, 꾸밈없는 사람들은 개발 계획에 변수를 만들고, 호텔 주인의 조카이자 ‘이스마엘호’의 선장 라이자는 마이크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린다.

세상과 등진 채 호주의 작은 만에서 조용히 사는 라이자. 영국 런던에서 소위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이었던 마이크. 호주와 영국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두 남녀. 마음을 굳게 닫고 있는 라이자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마이크는 서로의 삶을 뒤흔들며 다가간다. 자신의 삶에 변수로 작용한 그들의 사랑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깨부수고 나오게 만든다. 자신보다는 서로의 삶을 지켜주기 원했던 이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끝까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곳은 이제 여름철마저 조용한 편이다. 대부분의 휴가철 관광객들은 이제 클럽이나 고층 호텔 그리고 확실한 즐길 거리들이 있는 코프스하버나 바이런베이로 향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대부분 그 편이 더 잘됐다 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p7


바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풍경 같다. 시야의 세 면을 끝없는 바다가 다 채울 정도로 멀리 나가면 당신의 시선은 물의 거대한 움직임에 길을 잃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비추는 눈부시게 빛나는 지점으로 빨려들기도 하고, 저 멀리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파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는 육지에 익숙한 인간이므로 긴장이 전혀 안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발밑으로 느껴지는 철썩임과 삐걱거림을, 그 불안정함을 극복하고 나니 혼자라는 느낌이,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이는 배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나는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받아들이며 라이자의 얼굴에서 내내 팽팽하던 경계심이 차츰차츰 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p122


그것은 삶, 죽음 그리고 순환에 대한 메시지였다. 모든 것이 덧없으며,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줬던 것 같다. 언젠가는 분명 나의 레티와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날을 내가 직접 정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렸지만 p284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밤 눈물을 흘릴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작은 만을, 먼산을, 여기저기 흩어진 실버베이의 옥상들을 바라봤다. 새들의 노랫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소리, 내 위쪽에서 킁킁 울리고 있는 해나의 음악 소리를 들으며 마치 무언가가 나를 내집에서 끌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대체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이제는 나를 질식시키는 도시로, 내가 사랑할 수 있을지 확신조차 없는 여자에게로? p466

한참 바다를 내다보다 보면, 바다의 천변만화의 감정과 광란, 그 아름다움과 공포를 보고 있으면, 모든 이야기들이 거기 다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과 위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이 우리의 그물에 가져다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키를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이 모든 걸 조정할 수 없기도 하며,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붙드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p490




몇해전 존엄사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인상 깊었던 '미 비포 유'를 쓴 저자 조조 모예스의 초기작

'실버베이'를 읽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호주 어디쯤에 있을 실버베이를 상상하며

더욱 빠져 들었던 것 같다.


과거의 아픔을 묻어두고 실버베이에 돌아와 이모의 호텔에 딸과 함께 머물며

고래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라이자...


영국에서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으로 리조트 사업을 성공 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실버베이에 온 마이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함께 바다로 나가 고래를 보고

라이자의 딸과 어울리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하지만 실버베이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그 중심에 마이크 그가 있다.

실버베이를 있는 그대로 자연을 지키려는 라이자와 

안정된 삶을 위해 개발을 성공 시켜야 하는 마이크

실버베이에 머물수록 조금씩 가치관이 변해가며  마음이 혼란스럽다.

 

고래관광이 너무 많이 예약된 날만 빼면

이젠 거의 매일 이스마엘호를 타고 고래의 이동을 보러 함께 나선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


눈부시게 부서지는 바다와 고래...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소리와 엔진소리...

아! 바다보러 가고 싶다...  ㅠ.ㅠ


나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비록 나의 가장 깊은 곳에는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이 있지만,

내겐 가족이 있었다. 그 생각에 나는 불현듯 행복감을 느꼈다.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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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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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의 작가이자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삶을 기록해온 김민철이 효율과 유용에 매달리던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던 여행, 그 무방비와 무계획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출간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카피를 만들어온 김민철은 시간에 흩어져버릴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에세이스트로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이 멈춰버린 순간, 과거의 여행지에서 보낸 그의 편지가 오늘의 당신에게 무사히 당도한다. 단 한 번의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함께한 찰나의 인연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쑥스러운 애정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수많은 질문과 선택이 쏟아지는 일상 속에 파묻히다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되면'이라는 가정법을 상상하는 일은 가장 효과가 빠른 만능통치약이었다. 다음 휴가 계획도 없이 떠남의 위로를 잃어버린 채 비관과 낙관을 오가던 어느 날, 발코니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과 그리운 풍경이 떠올랐다.

낯선 도시에서 모험을 서슴지 않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늘 먼저 손 내밀어주던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던 우리가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를 잊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해 김민철은 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비로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휴대폰 속 지난 여행 사진만을 뒤적거리는 우리를 위해, 무엇보다 제 몫의 희망을 챙기기 위해서.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도 좀 질렀어요. 그럴 땐 페달도 좀 더 힘차게 굴렸고요. 타닥타닥 더 거세게 휘날리는 비옷 자락에 기어이 여기까지 따라온 정리되지 않은 사랑의 감정도, 짐스러운 기대도, 잘해내야만 한다는 압박도, 구질구질한 책임감도 모두 후드득 떨어져 나갔어요. 그 자리엔 행복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죠. 얼마나 다행인지요. 행복이 이토록 쉬워서. 이 정도로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이 바로 저라서. p23~24


밤의 곤돌라라니. 그 섬세한 순간이라니. 그 떨림 가득한 감정이라니. 그 한순간을 만나기 위해 그 비싼 티켓을 사고, 그 고생을 해가며 여행을 떠난 걸지도 몰라. 그 한순간만으로도 여행의 의미는 다 충족되고도 남아.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그 별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만의 별. 여행자라면 누구나 이마에 박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별.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도 이마엔 자신만의 별이 박혀 있단다. 사막의 밤이, 파리 뒷골목이, 제주도 새벽의 들판 풍경이, 길모퉁이 평범한 카페에서 들은 음악 한 줄기가, 그림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별이 되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거지.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렇게 별이 되어버렸으니. 나의 별은 파리 퐁피두 센터에 있었는데, 너의 별은 밤의 베네치아에 있었구나.  p57~58


지금 창밖은 온통 푸른색입니다. 푸른 안개가 리베이라 지구 특유의 색감들을 모두 장악해버렸죠. 빨간색도 노란색도 초록색도 지금은 숨죽이고 있어요. 점점 하늘은 분홍색으로 바뀌어가는 중입니다. 그 색에 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있어요. 곧 사람들은 푸른 안개의 흔적을 잊고 그 노란 조명 아래 모이기 시작하겠죠. 그 조명 아래에서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기 시작하겠죠. 어떤 순간에라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도시니까요.
까만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이제 강가는 새들의 몫이에요. 수많은 새들이 강 위를 날고, 물 위를 휘젓고, 수면을 탁탁 치며 기이한 리듬을 만들어내죠. 저는 이른 아침부터 창문을 활짝 열어둘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며 전날의 안개 따위는 나 몰라라 말갛게 갠 리베이라 지구의 얼굴을 또 넋 놓고 바라보겠죠. 잠깐 등을 돌리면 사라질 얼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로션 하나를 바를 때에도 그 창문 앞에 서겠죠.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비가 올 때에도, 안개가 낄 때에도, 흐릴 때에도, 저녁 무렵 불이 켜지기 시작할 때에도 내내 그곳에 서 있을 거예요. 덕분에 저에게는 너무나도 다양한 포르투의 얼굴이 남겠죠. p129~130

우리, 다시 여행을 하는 거야.
시간속에서, 기억 속에서 이미 네게 기억이 많잖아.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잖아. 곱씹고 싶은 얼굴도, 혀끝에 미세하게 남은 맛도, 한없이 헤메고 싶던 오전도, 더 바랄게 없다 싶었넌 오후도, 웃다 지친 밤도, 잠들고 싶지 않던 새벽도, 해보다 먼저 올랐던 성곽도, 비가 오던 숲길도, 구원처럼 나타났던 찻집도, 아주 다 사라진건 아니잖아. 그곳을 여행하는 거야. 생생하게 되살리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움질일 수 밖에 없어. 간절한 사람이 더 부지런해 질 수밖에 없어. 여행을 좋아하는 네가,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좋아하는 여행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야. 가장 좋아하는 집에 앉아서 가장 멀리 떠나보자. 그러기에 딱 좋은 시간이 우리에게 도착한 거야. 문득 기억이 간절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다시 또 펜을 들자. 편지를 쓰는 거지. 여행을 사랑하는 너에게. 아무래도 여행만은 포기할 수 없는 너에게. p333~334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모두 내 취향과 감성을 자극했던 책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위 세 책의 저자 김민철님의 '우리를 우리를 잊지 못하고'

신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주문해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읽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어갔다가

필기시험공부는 하는둥 마는둥

앉은 자리에서 책한권을 다 읽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


남자 이름같지만 엄연히 여자...


벌써 몇번을 접하게 되는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지만

볼때마다 웃음이 번진다.

처음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기 전까진

나도 남자 작가인가 했었으니까...


표지부터 여행관련 책임을 알려주던 이번 신간은

가장 좋았던 순간을 가장 다정한 방식 편지로 쓴 책으로

내가 그곳을 함께 거닐고 있는 듯

작가의 진심이

어느날의 하루가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지며

여행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지난 책에서 저자는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쉬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산지 꽤 오랜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겨울엔 좀 따뜻해지면...

그 뜨거웠던 여름엔 내년엔 떠날 수 있을꺼야하며

스스로 다독였던 마음이

이제는 어쩌면 우린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을찌도 몰라하는 마음에

우울해진 봄날에 마주한 책한권...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탔던 그날은

회색빛으로 가득한 춥고 음산한 날이었다.

손으로 감싼

머그잔 가득 찰랑거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대신

의자도 없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이탈리아에 유학중이라는 가이드의 산타루치아를 들으며

곤돌라 맨 뒷좌석에 흔들리며 앉아 있었다.

밤에 곤돌라에 누워 별을 보는 일은 어떤 감동일까?....



낮에도 멋진 도시였지만

조명아래 더 아름다웠던 포르투...

다음날 아침 비현실적인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그 도시를 기억하기에

집에 돌아와 앨범을 꺼내들었다.

비오는 포르투도 보고 싶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나빌레라라는 드라마 속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

이 책을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산책길 꼬맹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주저없이 여행이라고 대답한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고

여행지에서 먹었떤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이래선 우린 살빼기 틀렸음을 고백한 벚꽃지는 밤... ^^;



닿을 수 없는

그곳의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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