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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로 알려진 남자가 있다. 까다롭고 어렵다는 뇌수술을 하며 30년이 넘는 의사 생활을 해온 헨리 마시. 그가 접한 삶과 죽음의 경계, 인생의 깨달음을 글로 써낸 이야기가 《참 괜찮은 죽음》에 있다.
출간 즉시 영국의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영국에서 가장 독자들이 신뢰하는 문학상인 PEN Ackerley Prize를 수상할 만큼 글이 아름답고 빼어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뇌 전문 외과 의사의 삶은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깊은 보람도 느낄 수 있지만, 거기에는 합당한 대가가 따른다. 외과 의사는 때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무시무시한 결과와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런가 하면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 또한 배워야 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초연함과 연민 사이에서, 그리고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것이다. 뇌를 수술하는 외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내 실패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이 책으로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서로가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P9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일이 잘못되었을 때 실수를 숨기거나 부인하지 않으면 의외의 결과가 기다리는 잠깐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환자와 그의 가족이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의사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리고 정말 운이 좋다면, 그 의사는 용서라는 귀한 선물을 받을지도 모른다.
대런의 어머니는 그날 이후 항의를 계속하지 않았다.그녀가 온전히 이 일을 내려놓았다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어두운 그림자를 지닌 채 살까봐 나는 두렵다. 그녀가 아들을 돌본 의사들을 요서할 마음이 없어, 아들이 내질렀던 단말마의 외침에 영원히 시달리며 살게 될까 봐. P250
신경과학에 따르면 우리에게 영혼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신경세포가 전기 화학적으로 지껄인는 것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아, 느낌과 생각, 타인에 대한 사랑, 희밍과 야망, 미움과 공포 모두 우리의 뇌가 죽으면 같이 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영혼을 대하는 이러한 관점에 분개한다는 걸 잘 안다. 우리에게서 사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빼앗고 인간의 생각을 단순한 전기화확적 반응으로 격하시킨다는 생각은 열 받을만 하다. 스스로를 단순한 자동인형이자 기계로 생각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P276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참 괜찮은 죽음'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만해도
내가 위통증으로 응급실에 다녀오고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갈 수도 있다는 얘길 들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랬으니 책표지와 맞춘다고
평소에 잘 안먹는 말차프라푸치노를 주문했었겠지... ㅠ.ㅠ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섬세한 문필가라는 헨리 마시의
뇌수술로 목숨을 건진 사람,
세상을 떠난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중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던 건 아무래도 암투병중이시던 그의 어머님의 죽음이었던 것 같다.
본인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린 의사지만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된 어머니의 곁에서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2주간의 시간...
"사랑에 둘러싸여 있다는 건 아주 특별한 느낌이야"
"난 지금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단다."
건강하게 장수한 끝에 내 집에서 고통없이 빠른기간에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맞이하는 죽음
저자는 어머니와의 이와같은 이별을 완벽한 죽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비오고 바람부는 새벽
혼자 찾은 응급실 풍경
잔뜩 겁이난 아이들의 울음소리
뭔가 화가난 아저씨의 호통
침대 끌리는 소리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도 이가 딱딱 부딛칠 정도로 파고 들던 한기...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언젠든 다시 입원할 상황이 올찌도 몰라
김씨 들고가기 편하도록 가방을 꾸려 놓았지만
주위의 걱정과 기도로 기운만 없을 뿐
아직까진 별다른 이상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번일과 이 책을 계기로 한층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된 듯 하다.
나또한 참 괜찮은 죽음을 맞기 위해
더욱 건강도 챙기고
지금 주어진 삶을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고통이 없어야겠지만 죽음에서 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의사들처럼 나도 온갖 형태의 죽음을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어머니가 그런식으로 돌아가신건 정말이지 커다란 복이었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기왕이면 자는 동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 복은 그리 쉽게 오지 않으리란 걸 잘 안다.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어 오늘 내일하며 얇은 끈처럼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어머니는 교회를 다니셨지만 나는 신앙도 없다.
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으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하는 동안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되뇌셨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