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말 찾기
홍승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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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부러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 건 아니다. 그저 나에게 화두인 이슈를 포장하지 않고 표현하는 거다. 나누고 싶어서, 나눠야 살 것 같아서. 그저 내 소매 끝에 매달린 먼지를 떼듯,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뿐이다. 그럼 다른 누군가 입을 뗀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또 다른 이야기를 부른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꺼내지 않은 말 속에 숨어 있던 뱉고 싶은 말을 배운다. 꼭 직면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누군가 꺼낸 말들 사이에서 내가 꺼내지 않은 말들을 돌아본다. 그렇게 함께 해방하는 감각을 배운다.

말만으로 모든 것에서 자유롭긴 어렵지만, 꺼내지 않고 시작되는 자유는 없으니까. 내 해방이 당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당신의 해방이 내 해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배운다.

당신이 입을 떼는 그 순간에. P74

사람들이 멋지다고 말하는 수많은 작가들은 사실 전혀 멋지지 않기에 타인의 손을 잡고 싶어서 쓴다. 세상이 보통이라고 믿어온 방식과 다르게 사는 우리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렇게 사는 것에 강철 같은 안정감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렇게 친구들을 불러 모아 불안해지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p98

나는 오해한다. 쉽게 오해한다. 두려움은 오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미움도, 적의도, 분노도 오해일 수 있다. 설사 그게 오해가 아닌 진실이어도 나에게는 소통할 기회가 있다. 그 기회를 겁이 난다는 이유로 미리 차단하고 싶지 않다. 일단 진심으로 표현한다. 언젠가 상대에게 내 말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샤워하다가, 밥 먹다가, 변기에 앉아 있다가, 혹은 자기와 사랑하는 이들이 차별이라는 벽 앞에서 멈칫하거나 다쳤을 때. 어떤 순간이든 그에게 이 말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 가정법을 안고 계속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 쉽게 두려워하지만, 결국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느끼는 순간은 온다. 내 오해가 깨졌던 순간들처럼, 내 두려움이 억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처럼. 그렇게 두려움과 오해를 넘어 말을 건넨다. P146~147

약한 내 모습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박이 옅어진다. 마이크를 든다고 갑자기 철인이 되거나, 아픈 몸이라는 사적이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나와 당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로 마짐했다. 그때부터 내 상태를 숨기지 않고 알리고, 그만큼 앉아서 듣는 사람들의 몸이나 마음이 다양한 상태라는 걸 알라차리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지금 모인 건 다양한 변수를 거쳐 우연히 다가온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서로의 마음, 기분, 몸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그 시간을 건넌다. P238

얼마전 위즈덤하우스에서

'여름 휴가철 읽기 좋은 에세이 BEST4'에 관련된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소개된 책

'풍덩'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떼인 근력 찾아 드립니다'

'숨은 말 찾기' 네권의 책 중 두권은 읽은 책이라

도장깨기하듯 남은 두권을 읽기로 했는데

그중 '숨은 말 찾기'가 궁금해 먼저 구입해 읽어 보기로...^^;

그렇게 괴롭다면, 숨고 싶다면, 나는 왜 이 일을 할까? 왜 굳이 드러낼까. 표현할까. 지난 7년간 망설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이 있었기에 드러내는 쪽으로 몸을 기울일 수 있었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편견을 먹고 자라는 성장 위주의 언어가 아닌, 편견을 해체하고 세계를 돌보는 언어. 배제가 아닌 연대의 언어. 나를 자유롭게 한 언어. 당신에게도 꼭 닿길 바라는 이야기들. 자유들. 그 이야기를 전할 때만큼은 익숙한 문장을 뒤로하고 용기 낼 수 있었다.

익숙한 문장 : 숨다. 망설이다. 멈칫하다. 주저하다. 불안하다. 수치스럽다.

낯선 문장 : 드러내다. 마주하다. 말하다. 표현하다. 존재하다. 아름답다. P6

편견을 해체하고 세계를 돌보는 언어.

배제가 아닌 연대의 언어.

나를 자유롭게 한 언어.

당신에게도 꼭 닿길 바라는 이야기들. 자유들...

저자가 스스로 이야기 한 것처럼 일부러 자극적인 언어를 쓰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내년이면 앞에 숫자가 바뀌는 이제는

할머니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 무서운 대한민국의 갱년기 아줌마 독자지만

가끔은 예상치도 못한 단어와 문장들로 얼굴 붉히며(?) 공연히 힐끔힐끔 주위를 살피게 되었던 책 숨은 말 찾기...

나를 자유롭게 할 언어?

내게도 필요하지만 난 아직 입을 열 준비가 안된 듯 하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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