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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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지성’,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그가 삶을 마무리하며 천착했던 테마는 인공지능(AI)이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저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물 《너 어떻게 살래》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된다.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책이다.

저자는 이미 60대부터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며 IT 강국의 정신적 기반을 다진 선각자였고, 70대에는 과학과 인문의 세계를 통섭하는 ‘디지로그 선언’으로 우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던 프런티어였다. 그뿐 아니다. 우리의 IT 기술을 이용해 새 밀레니엄의 첫새벽에 즈믄둥이의 출생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평창의 상공에 드론을 띄워 오륜기를 그리던 초유의 하이테크 연출가이자,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댑터’, 여러 IT 기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던 멘토이기도 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p12

AI(인공지능). 그 녀석들이 누군지 나는 잘 안다. 벌써 16년 전부터의 일이다. 대학 강당에서, 네이버 〈지식 프로모션〉에서, 그리고 새천년 행사장에서 수없이 이야기해온 화두다. 더구나 알파고는 내가 특별히 잘 아는 녀석이다. 출생의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 출생의 비밀, 그건 한국 TV 드라마의 단골 메뉴가 아니냐. 입이 근지러워서라도 못 참는다.

알파고, 언젠다는 한국에도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그것도 내가 은퇴를 결단하자마자 닫아 놓은 문짝을 두드릴 줄이야. 은둔자의 문을 두드린 게다. 조금 전 안드로이드가 내 호주머니 속에서 진동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p16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용감하고 실전에 강하다. 아이가 알파고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어느 어머니가 신문 톱기사처럼 인류 멸망을 말하겠는가. 아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그리고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도 내가 농담한 것처럼 말했을 거다.

그렇지. 알파고에 이세돌이 졌다고 해서 간단히 물러날 한국 주부들이 아니지. 암탉이 병아리를 지킬 때 매를 무서워하던가. 한국의 주부들은 매도 무서워 피한다는 그 맹모계인 게다. 문제는 식자우환 지식인들이다. 바로 그 조금 전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던 내 자신의 모습인 게다. p45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어. 이젠 내가 물을 차례야. 너희들이 대답해. 어떻게 하겠니. 앞으로 알파고와 사이좋게 지낼래, 아니면 코피 터트리며 싸우면서 이길 거니. 그것도 아니면 모든 걸 알파고의 뜻대로 고분고분 따르면서 그 밑에서 살아갈 거니. 이건 너희들의 선택에 달렸어.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이 엄마 아빠에게 들려줄 이야기야. 공부는 안 하고 밤낮 밥 먹고 게임만 한다고 야단치는 엄마 아빠에게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본 로봇은 일본에서 만든 TV 만화영화의 주인공이었찌. 이름은 아톰,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물어보면 알 거야. 그 녀석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힘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다녔어. 별명은 '철완 아톰'이었는데, 철완은 쇠로 된 팔이라는 뜻이고 아톰은 원자라는 뜻이야. 아톰의 원자의 에너지로 무쇠 팔을 휘두르는 로봇인 거지. 몸뚱아리가 센거야. p93

밤하늘을 인간의 눈으로 올려다보면 성좌들이 나타난다. 컴퓨터 0과 1의 수치로 인지하고 표현하는 컴퓨터가 제일 못하는 것이 바로 그 북두칠성 찾기, 패턴 인식이다. 패턴화라는 것은 사물의 특징을 추출하고 표현한다는 뜻으로, 사물을 독립된 부분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관계있는 사물들끼리 모아 한 의미로 만드는 것이다. 이 마음의 성좌, 의식의 별자리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 그 신화와 전설이 인간의 지능이요 감정이요 의식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바다와 교신하는 영성이다.p162

인터페이스란 인간(아날로그)과 컴퓨터(디지털)의 접촉면이다. 어려운 이야기 할 것 없다. 찻잔이 뜨거워 만질 수 없을 때 손잡이를 달아주면 해결된다. 쥘 수 없는 뜨거운 잔과 나 사이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손잡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다.'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으로 시작하는 옛 유행가의 그 '바다', 또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이별한 아버지와 딸을 이어주는 '책장'이 곧 인터페이스다. p320

그날, ‘알파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은 거다. IMF, 리먼 쇼크, 메르스…. 그동안 내 가슴속에서 멍들어 있던 문자들이 한꺼번에 내출혈을 일으킨다. 누가 이 땅을 일러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는가. 아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충격을 먹고 산다. 어제까지 AI라고 하면 ‘조류독감’인 줄 알고 알파고라고 하면 무슨 특목고 이름인 줄 알았던 한국인들이다. 그들이 하루아침에 또 낯선 영문자의 충격파에 휩쓸린다. p360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고 이어령교수의 한국인 시리즈 세번째 책 '너 어떻게 살래'를 읽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웠던 이어령교수...

여러 매체를 통해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댑터'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온국민이 관심과 충격을 안겨준 알파고를 비롯해서

AI에 관련해 풀어주시는 방대한 이야기들은 대단하다고 밖엔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난, 컴퓨터학원에서 대학생들과 취업준비를 하는 성인들 대상으로

자격증관련 강의를 하는 컴퓨터강사였다.

나역시 주부지만 초등학교부터 아니 그 훨씬 어린아이시절부터

컴퓨터와 휴대폰에 익숙한 젊은 청년들과 달리

디지털 용어부터 어려워하는 주부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쉽지 않았었는데

아이들도 이해해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관련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주신 덕분에

훗날 다시 강의를 하게 될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AI, 인간, 로봇...

얼마전 읽은 '작별인사' 속 철이를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 들었었는데

15년전 쓰셨다는 '디지로그'를 진작에 읽었다면

조금은 덜 두려웠을까?!...

본문의 내용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안드로이드 로고에 관련 된 이야기,

페르시아 수학자 마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에서 유래 되었다는

알고리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던

마치 부록 같던 '샛길'도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하다.

나는 그 옛날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외쳤다. 그런데 이제는 외칠 필요가 없다. 노래하는 거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의 시대에는 '미닫이'라고 이름 붙일 줄 아는 융합의 한국인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따뜻한 가슴의 인(仁)을 가진 한국인이, 세계 어느 국민보다 넘치는 창의력을 가진 한국인이 세상을 앞서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디지로그》에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두고보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하는 두 세계를 균형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갈 날이 우리 눈앞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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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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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동네 문구점은 대형 온라인몰이 대체한 21세기에 문구점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한 명의 ‘문구 덕후’가 있었으니. ‘동백문구점’, 이름이나 위치만 보면 영락없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지만 각종 준비물이나 가위, 색종이, 줄넘기 등은 팔지 않는다는(복사나 스캔도 죄송하지만 안 된다는) 수상한 문구점 주인 아저씨(자칭)의 느리지만 유연한 삶의 이야기.

유한빈 작가는 매일같이 책을 읽고, 필사하고, 손글씨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온오프라인 글씨 교정 강의도 진행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펜크래프트’라는 활동명으로 선보인 정갈하고 아름다운 손글씨로 주목을 받으며 관련 도서도 집필한 바 있다. 이 같은 활자 덕질은 문구 덕질과 나란히 발걸음을 같이해왔다.

십여 년간 전 세계 노트를 섭렵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해 ‘노트 유목민’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마침내 좋아하는 필기구를 직접 만들어, 마니아층에게 판매하고, 오롯이 자신의 취향만으로 완성한 공간을 꾸려가는 삶으로 들어섰다. 채 열 평도 되지 않는 그의 동백문구점은 양장 노트, 다이어리, 만년필, 잉크 등 직접 제작 및 엄선한 제품들로 가득하고, 아늑하다.

[알라딘 제공]

같은 시대에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펜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파이롯트 하이테크’ 되시겠다. 아마 다들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센세이션하고 엘레강스하며 럭셔리하고 뷰티풀한 펜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같은 회사에서 쥬스업이라는 볼펜(내가 생각하기에 하이테크의 완벽한 상위 호환 버전이다. 잉크 발색도 더 뛰어나고 색상도 다양하고 내구성도 좋고 노크식이라 쓰기도 간편하다. 그립부엔 고무가 덧대 있어 그립감도 좋다)이 나와서 그런지 대형 문구점에 가봐도 예전처럼 하이테크 앞에서 서성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p35~36

만년필은 물론 다른 취미

를 갖고 있는 분들도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입문용이라고 해서 입문했다가 점점 더 좋은 제품에 눈이 돌아가서 하나둘 모으다 보면 ‘아, 그냥 하이엔드 끝판왕 하나 사서 오래오래 잘 쓸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끝판왕을 산다고 해도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끝판왕 모델이 여러 개가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철이 없었죠, 만년필에 빠져 몽블랑까지 사게 되다니. p51~52

이런 생활을 십 년 가까이 하니까 그냥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를 만들 때 몇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사이즈는 A5 언저리일 것. 둘째, 표지와 책등에 장식을 할 것. 셋째, 줄 간격은 8mm일 것. 넷째, 줄이 연해서 글씨를 쓰고 나면 눈에 띄지 않을 것. 다섯째, 코팅되지 않은 종이일 것. 크게 이런 다섯 가지 조건으로 파주, 일산, 을지로를 돌며 인쇄소를 알아봤다. 인쇄소 사장님들은 ‘노트 그거 돈 되지도 않는데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대놓고 거절했다. p88

이곳저곳을 봤지만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돌아다니는데 임대 문의가 붙은 건물이 보였다. 그것도 망원동 동교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앞인데 초등학생이 쓸 문구를 팔지 않고 오히려 다 큰 어른들이 쓸 문구를 파는 문구점이라…… 미스 매치인데?

p92

우선 가장 중요시한 부분은 펜에 넣었을 때 필기감이 좋아지느냐다. 전적으로 필기감을 우선시해 제작하다 보니 색 분리가 된다거나 테가 뜬다거나 펄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는 가장 먼저 배제했다. 이런 경우 필기감이 필연적으로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글씨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가독성을 중요시해 발색이 대체로 선명한 편이다. 선명한 잉크와 그렇지 않은 잉크의 비율을 2 대 1 정도로 맞춰서 제작하고 있다. 당연히 잉크 색도 기존에 없던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유니크함과 오리지널리티는 소규모 개인 문구점의 큰 무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16

새로운 잉크병과 라벨 스티커까지 준비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을 해야 했다. 저녁 일곱 시 반 퇴근 후 열 시까지 잉크를 만들면 50~100병 정도를 만든다. 인기있는 검빨파 색상은 100병씩, 비교적 인기가 덜한 잉크는 50병씩 만든다.은근히 정교한 작업이라 집중력을 많이 요한다.

늦은 밤, 에너지가 고갈되어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아껴야 하기에 터벅터벅 지친 몸을 이끌고 십오 분을 걸어 지하철역으로 걸어간다. 사십 분 동안 지하철을 타고 환승한 뒤 삼송역에서 내려 십오 분을 걸어 집으로 향한다. 아침 열 시에 집을 떠났는데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밤 열한 시 반이다. 이런 삶이 반복되었다. p121~122

문구점이 학교 앞에 있다 보니 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기웃기웃거린다. 초등학교 앞에 있기는 이상한 비주얼인가 보다. 그런 미스 매치를 노렸으니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인가? 아이들끼리 놀다가 삼삼오오 모여 창 안을 들여다본다. 서로 눈치 보며 갈까 말까 이야기하다 결국 안 온다. 문구점에 오는 기자님들이나 손님들이 많이들 말한다. '여기 아이들도 많이 오겠어요.' 나는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아이들도 쎄한 걸 느끼나 보다. 삼삼오오 모여 떠들다가 문구점이라는 걸 보고 들어가자고 했다가 내부를 보고 뒷걸음질친다. 옆에 있는 한 아이가 ‘여기는 우리가 가면 안 되는 곳’이라며 친구를 말린다. 들어와도 되는데 안 들어오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다.

p165

이런 마인드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조언을 주위에서 많이 하지만 돈을 크게 벌지 못해도 이런 삶이 즐겁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백 가지 중 백 가지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한 한 가지로 모든 것을 평가받으면 억울하지 않나. 그렇게 오늘도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쓴다. 끙차, 일어나자. 잉크 만들러 가야지. p183~184

                            

문구덕후였던 저자가 한 초등학교 앞에 이름도 심쿵한

동백문구점을 창업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앞이지만 초등학생은 오지 않고

복사나 스캔도 되지 않는

작지만 쥔장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필기구를 파는 특별한 문구점...

표지와 책등에 장식을 한 A5 사이즈의 코팅되지 않은 종이의 노트

한 번 써 본 사람이 또 구입한다는 다이어리도 갖고 싶어진다.

스테들러 꿀벌 연필

지워지는 볼펜

이제는 국민볼펜

하이테크 대항마

최근에 구입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워지는 프릭션 볼펜

필기할 일 별로 없는 요즘도 문구점에 가면

필기구 코너를 기웃거리는 내게

이 책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매일같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한다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오래 참고 있던 만년필 구매 욕심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블랙, 블루, 그린, 퍼플 등의 잉크를 채워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필압이 강해 만년필 촉이 상하고 종이가 일어나고

잉크를 교체하는 일을 귀찮아 하면서?!...^^;

결국 잘 되는 것을 포기 하게 된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려 놓으니 더 내려갈 곳이 있을까 싶어 마음이 편해진다.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불편한 것도 좋아하고

잘 안되면 마음이 편하다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재취업을 고민하며 해도 안될꺼라는 불안과

내려놓지 못한 욕심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듯 하다.

내게 혹은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날

찾아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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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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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작별인사』의 인물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명제를 두고 논쟁하는 장면은 김영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메시지와 논리적 거울상을 이룬다. ‘나는 내가 알던 내가 맞는가’를 질문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모습은 김영하 소설에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기억, 정체성, 죽음이라는 김영하의  주제가 『작별인사』에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롭게 직조된다. 달라진 것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로 더 깊이 경사되었다는 것이다.  원고에서 핵심 주제였던 정체성의 문제는 개작을 거치며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 대신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신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p9

“그건 마치 커피에 크림을 떨어뜨린 후에 정확히 어떤 모양으로 퍼져갈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해. 예측할 필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어. 노을 같은 무해하고 장엄한 카오스는 그냥 감상하면 그만이야. 뭐하러 예측을 하겠어? 노을이 우릴 죽이는 것도 아닌데.”

“정말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네요.”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한 사실은 아니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럼 미래를 알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건 ‘미래’라는 말이 뭘 의미하느냐에 달렸어.” p33

우리 둘은 부부 같기도 했고, 때로 모자 같기도 했다. 무엇이든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선이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예감하고 있었다. 밤이면 시베리아의 광활한 밤하늘을 은하수가 가로질렀다. 나는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럴 때면 『천자문』의 두번째 문장을 생각했다. ‘일월영측(日月盈?)하고 진수열장(辰宿列張)이라.’ 해와 달은 차고 기울며, 별과 별자리들은 열을 이루어 펼쳐져 있다. 나는 고대의 중국인들과 같은 하늘을 보며 그들이 적은 문장을 그대로 읊곤 했다. p285

“그 부분 다시 읽어줄래?”

“어디? ‘현실하고 다른 일을 상상해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이 부분?”

“그래, 그 부분.”

나는 앤의 대사를 다시 읽어주었다. 선이는 꿈을 꾸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렸을 때 그 지하실에 동화책이 몇 권 있었다고 그랬잖아.”

“그래, 네가 『빨간 머리 앤』 얘기했던 거 기억나.”

“방금 든 생각인데, 그때도 나는 좀 전에 네가 읽어준 부분을 참 좋아했어. 그후로 나도 앤처럼 늘 현실하고 다른 일을 상상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일 수는 없다고, 그럴 리는 없다고 말이야. 그 덕분에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몰라. 다시 들으니 참 좋네…” p289

나는 그대로 거기 남았다.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남아 지켜보았다. 오래지 않아 내 몸 여기저기에도 서서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끔은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가 거기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곤 했다…어느 날, 나는 오두막의 포치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동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문득 이 넓은 대지에 인간을 닮은 존재는 이제 나 하나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p292

'살인자의 기억법'이후

9년만의 장편소설 '작별인사'

김영하작가의 신간,

그것도 제목이 '작별인사'라는 이유로 출간소식이 들리자 바로 데려왔는데

뜻밖의 만남이었던 미래소년(?) 철이를 쫓아 가는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 ㅠ.ㅠ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가 떠오르기도 했던 이번 소설은

한 IT기업 연구원인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천자문을 공부하는 등 조금도 의심없이 인간이라 믿고 살아온 철이가

납치된채 수용소로 끌려가 위기를 만나며 혼돈속에서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을 감행하는 모습과 그가 만난 민이, 선이, 달마 등과 나눈 대화들을 통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고민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는데

한동안 낯을 가리느라 책장 넘기기가 힘들다가

중반부를 지나면서야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번의 삶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작별인사...

이제 겨우 낯을 익혔으니

그리 멀지 않은 날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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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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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러자 스웨덴 전역에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수많은 스웨덴인들을 불안에서 끌어내어 평화와 고요로 이끌었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에 진단받은 후에도 유쾌하고 따뜻한 지혜를 전하며 살아갔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으로 17년간 수행을 떠났던 저자의 여정과 깨달음, 그리고 마지막을 담은 책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삶에 감동과 용기를 전해주었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저는 영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성장하고자 오랫동안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함께 나눌 기회가 참 많았다는 점에서 저는 진정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 많은 기회가 삶을 더 순조롭게, 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바라건대 이 책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삶을 더 순조롭게,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지혜 중 몇 가지는 제 삶의 중추였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죽을 날을 받아 든 지난 몇 년간은 더욱 그러했지요. 여기가 모든 것이 끝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시작하는 곳이 될 수도 있고요. p9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내려놓을 능력이 있습니다. 관심을 어디로 돌릴지 또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일에 얼마종안 관심을 기울일지 선택할 능력도 있지요. 여러분에게도 당연히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잠재된 능력을 무시하거나 아예 잃어버린다면, 우리 삶은 여태까지 몸에 깊이 밴 행동과 관점에 좌우됩니다. 모든 결정을 습관적으로 내리게 되지요. 이를테면 과거에 목줄이 묶여 끌려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는 같은 트랙을 계속해서 돌고 또 돌게 됩니다. 그런 삶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존엄도 품위도 없습니다. p36

우리는 누구나 순간의 지성을 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자아가 던지는 질문과 요구는 그보다 몇 배나 시끄러워 지혜의 소리를 완전히 묻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주파수를 바꾸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틈을 내어 멈추고 고요를 느끼는 겁니다. 정적은 순간을 찾는 것이지요.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안의 평화를 발견하려면 우리에게 내재한 소중한 능력을 돌보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러지 못할 때 우리의 관심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요란한 소리에 쏠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삶이 막장 드라마가 되어버립니다. 갈등에 끌리고, 불안과 불행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항시 현실과 투쟁하게 되지요. p85~86

인간은 본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p134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보살핀다면 또 어떨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 전체가 반드시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고귀한 마음가짐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p223

우리가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사랑하는 이들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없음을 머리로 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이해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더는 이만하면 됐다고 믿으며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모든 사람과 반드시 이별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확실하며 그 외의 나머지는 다 추측이고 가능성입니다. 그 진실이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되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삶 자체에 다가갈 유일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다정하게, 다정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p287~288

숨을 거둘 날이 오면, 그날이 언제든 저더러 싸우라 하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제가 다 내려놓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와주길 바랍니다. 제 곁을 지키며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때가 됐을 때 제가 늘 원했던 끝이 어떤 것인지 기억할 수 있도록 당신의 열린 손바닥을 보여주세요.

p305

인생에 아름다운 끝은 있다

2022년 스웨덴을 뒤흔든 어떤 삶과 죽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서인지

그 어느때보다 내 자신에 대해

또한 웰다잉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신간코너를 기웃거리다 제목에 끌려 데려온 책인데

성공가도를 달리다 불현듯 모든걸 내려놓고 수행에 길에 들어서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성공을 했다고

부를 이뤘다고

신앙심이 깊다고 해서

병이나 죽음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두려움과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안의 평화를 발견하려면 우리에게 내재한 소중한 능력을 돌보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자기답게 살아가라고 충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력 존엄사'법이 처음 발의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연명치료거부와는 또 다른...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만큼

마음도 무거운 우요일이 될 것 같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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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 온전한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기
전진소녀 이아진 지음 / 앤페이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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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아무튼 출근> 등의 방송을 통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18살 목수로 알려진 전진소녀 이아진의 에세이.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고, 돈이나 명예보다 꿈과 행복을 찾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한국에서는 물속에 기름 같은 아이로 섞이지 못하던 저자는 14살에 호주로 유학을 떠난다. 호주에 가서도 동양인, 말도 못하는 애가 되어 한 번 더 처참하게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오기와 끈기로, 악착같은 노력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 앞에 놓인 인생 퀘스트를 하나씩 깨며 교내 인싸로 성장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렵게 적응한 학교에서 졸업을 1년여 앞두고 자퇴를 결정한다. 모두에게 당연한 대학교 진학이 그에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의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데 그저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만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닫고, 방향을 틀어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는 공사현장에서 집 짓는 18살 소녀 목수로, 자신의 꿈을 향한 첫 챕터를 시작했다.

[알라딘 제공]

나에게 ‘처음’이라는 단어는 ‘실패’와 같은 의미였다. 처음은 항상 어긋났고, 그로 인해 좌절하고 절망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처음’을 겪어냈다. 온몸으로 경험할수록 수많은 처음이, 실패로 끝나버린 일들이 결국 나의 꿈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실패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던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p5

나를 믿고 당당해지는 법을 배우면서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도서관에 가고, 혼자 수업을 들으며, 혼자 남겨져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혼자 하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와 친해지는 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다. 그저 내가 나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혼자 하는 방법, 혼자 해내는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그때 나에게는 그 시간이 꼭 필요했다는 것을 느낀다. 만약 그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면 여전히 주변을 채워줄 사람들을 찾느라 나를 돌볼 여유 없이 허울뿐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을 것이다. p48~49

언제나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찾아 헤맸다. 혼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와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살아있는 것 같았다. 운동선수라는 타이틀보다 몸을 움직이며 플레이하는 행위가 좋았고, 화가라는 타이틀보다 색을 활용해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이 좋았다. 항상 어떤 타이틀이 아니라 그 과정, 그 행동을 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내 꿈은 무언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화가가 되거나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되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것은 셀수 없이 많았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지 놀랄 정도로, 매 순간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꿈을 꾸게 됐다. p81~82

‘나중’을 위한 투자, 지금 열심히 해야 다음이 있다는 말은 의미를 잃었다.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미래가 오기도 전에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당시의 나는 죽을 맛이었다. ‘미래를 위해서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데, 그렇게 쌓은 미래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꿈을 위해 달리는 과정은 가슴이 두근거려야 하는 게 아닌가. 지칠 때가 있더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왜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고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는 걸까. p97

내가 만난 장애물」 중에서 하나는 편견이었다. ‘여자’ ‘어린애’를 제외하더라도 건설 현장에 대한 편견은 정말 심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가다’라는 표현이다. 방송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분명 나는 그 일을 사랑하고,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하찮은 육체노동. 어떤 사람은 불쌍하다며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고작 그런 일이나 하냐며 한심해했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고민했던 시간과 결심들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고 세상에 퇴짜를 맞는 기분도 들었다. 그럴수록 빌더는 자랑스러운 직업이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역할이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p145

내 앞에 아무리 좋은 것들이 있어도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든지 자신이 가지는 신념, 마음의 방향이다. 더불어 환경은 의지로 선택할 수 없지만 마음은 의지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마음이 달라지면 결국 환경도 바뀐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스스로를 믿지 못하거나 동정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라는 결론이 났다. 내가 받은 환경의 혜택, 좋은 부모님으로 인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인정하고 그렇게 완성된 지금의 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 이후를 내가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p242~243

유학, 자퇴, 공사 현장의 18살

집 짓는 소녀 목수가 되기까지

실패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찾아 달린

〈전진소녀〉 이아진의 성장일기!

온전한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기

I AM

저자를 처음 만난 건 TV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서였다.

통상 숙련되고 건장한 남성들의 일터라고 생각되는 건축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왜소하고 어린 소녀 목수...

그리고 어느만큼의 시간이 흘러 이번엔 책 'I AM'을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장이 된 엄마는 밤낮없이 바쁘고

안식을 줄 집은 외로움을 느끼는 장소로 바뀐지 오래...

덕분에 집보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더 좋았던 저자는

중학교에 입학하자

입시를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엄마의 권유로 14살에 떠나게 된 호주 유학

언어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인싸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나또한, 저자의 나이쯤일때 유학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아주 가끔 '그때 유학을 떠났다면 내 인생은 조금 달라져 있을테지'하는

하나마나한 공상을 하곤 하는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혼자 말도 통하지 않는 캐나다로의 유학은

쉽게 결심하지 못할 듯 하다.

포기할 수 없는 영어공부

더 이상 숨지않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어렵게 적응한 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자퇴...

다시 한국에 돌아와 집짓는 목수가 되길 자청한 저자

힘들고 어려운 일임엔 분명하지만

주위의 편견을 깨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전진하는 저자의 모습에

마음속에서 진심을 담은 힘찬 응원을 보내게 된 책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를 편견 없이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나라는 작은 세상을 편견 없는 건강한 곳으로 만들어 후회나 원망보다는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아직 나에게는 보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경험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무궁무진하다.

멈추지 않고, 나의 속도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배워갈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꿈꾸기를 지속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사람을 위한 예술가라는 꿈에 다가가 있을 거라 자신한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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