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그림으로 사랑을 말하고, 사랑의 그림을 읽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김수정 지음 / 포르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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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수정은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다수의 영재교육원에 출강하며 페인팅 이외에도 영재성과 창의성, 미술사 및 미술 감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20여 년 미술 강의를 하며 현실을 뛰어넘는 초현실주의를 가르칠 때 샤갈을 강조한다. 샤갈이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표현한 “꿈과 사랑, 환상의 세계”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포착하는 감각을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화가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한두 명의 화가 이름을 대지 못한다.”라는 저자는 화가마다 가진 각자의 재주와 품성,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고요한 우아함에 있어서는 페르메이르, 힘과 강인함에 있어서는 콜비츠, 슬픔에 있어서는 그웬 존의 이름을 이야기하곤 한다. 저자가 긴 삶과 애정에 있어서 사랑하는 화가는 단연 아나 앙케르라고 답한다. 까맣게 어두워진 시간, 서로의 곁에 앉아 달콤을 속삭이는 부부. 그의 그림이 곧 사랑이고 애정이다. 부부가 나누는 수다는 매일 당연한 일상이자, 당연한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사랑 앞에서의 욕심, 이것이 저자가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간 다섯 권가량의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가장 잘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적인 삶’이었다는 저자, 이 책에 그가 전하는 ‘현실적인 삶’ 그리고 ‘현실적인 사랑’이 담겨 있다.

 

<알라딘제공>

 

 

사랑의 신비는 파워로도 나타난다. 어떤 이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살아갈 의욕과 생명이 넘친다. 항상 힘이 나서 주체할 줄 모른다. 그때의 생명력을 잊지 못해 우리는 외로움에 사무쳐 힘겨워하고, 그때의 뜨거움을 잊지 못해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드라마를 보며 쓸쓸함을 달래고, 그때의 비상함을 잊지 못해 우리는 사랑의 경구를 읽고 외우며 힘을 충전한다. 사랑하는 이의 눈빛이 없을 지라도 그의 눈을 마주 보는 셈치고 한 번 더 일어서고, 사랑하는 이의 음성이 없을지라도 그의 목소리를 드든 것처럼 한 번 더 용기를 낸다. P31

사랑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도 성 누가도 디테일에 힘썼다. 이 종이 구석구석에는 그들이 가졌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경이, 성모에 대한 존경, 그 마음은 그저 사랑이다. 애정 없이는 끝까지 무엇인가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

그러니 감히 나는 단언한다. "사랑은 영원하다"는 성경의 말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영원한 사랑은 시간의 끝까지 가는 사랑이 아니다. 영원한 사랑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충성을 다하여, 끝맺음을 하는 사랑이다. P41

마음은 살아 움직인다.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사랑은 정녕 소멸하지 않는다. 사랑의 영역에서 죽음은 없다. 다 죽은 식물처럼 말라 버린 마음도 사랑의 기회를 만나면 목청 높여 외친다. 보라, 간절한 넝쿨손처럼 꿈틀거리는 이 그림이 증언한다. 나는 살아 있다고, 아직은 사랑할 수 있다고. 곧 죽어 스러지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이 계단참에서 기어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P88~89

사랑은 상대의 슬픔을, 그 깊은 곳의 아픔을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마음에는 깊고 어두운 우물이 있고, 우물 바닥에는 감추어둔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 검을 물이 휘몰아칠 때 올라오는 슬픔과 아픔, 우습게도 이 우물을 뒤흔드는 것은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의 뒤편이 암흑이라고 해도 다름없다.

사랑이 왔을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가. 분노와 질투, 갈등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189

앙리 마르탱, <봄의 연인>, 캔버스에 유채, 92X77.2cm,1902~1905, 개인소장

"사랑의 시작은 열정적이고 사랑의 지속은 인격이며

사랑의 끝은 성실이다.

그러하니..."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선택한

순전 사람을 위한 그림이야기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그림의 눈빛', '미술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일상이 일심동책'의 저자 김수정 작가의 신간을 읽었다.

그동안 아프기도 했지만 전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책이어서인지

쉽게 읽어지지가 않았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표지를 비롯해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을 먼저 마음에 들이고

천천히 작가의 그림이야기에 스며 들었던 책...

마르크 샤갈, <연인들>, 캔버스에 유채, 117.3X90.5cm, 1928, 개인소장

"홀로 강인한 그대여, 항상 로맨틱을 잃지 말아요.

로맨스가 휴업이라고 로맨틱마저 휴일은 아니랍니다."

영원한 사랑...

생각해보니 사랑을 믿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내게 있어 세상 가볍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사랑...

철없던 시절 내사랑은 대부분 짝사랑이었다.

끝도 없고 헤어짐도 없는...

고백을 못했던건 헤어지기가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붉고 푸른빛의 생동감 넘치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작가의 말처럼 조금은 살아갈 의욕이 생기는 것 같다.

로맨틱이라는 에너지...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하인리히 보겔러, <그리움>, 캔버스에 유채, 90X74.5cm,1900, 개인소장

"이 조용하고 서글픈, 겸손한 그림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꼭꼭 숨겨둔 그리움 한 조각이 없을 리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담겼다면 놀라운 인생은 어떻게든 만들어진다.

가늘고 연약하게 이어지고 끝끝내 완성된다."

작품속 여인은

누굴 떠올리며 그리워 하고 있는걸까?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그림...

고요하고 또 슬퍼보이는 이 그림에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인데

추석의 압박과 원치않은 코로나휴유증으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이 조금 말랑해지고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읽어 봐야지...

단 한 사람의 위로는 절대적이다.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하루를 버틸 용기를 얻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시간과 장소를 내어 곁에 머무를 만큼

자신은 가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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