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진서 에세이.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좌절을 겪는다. 불운을 만나고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 또한 그랬다. 불임, 예상치 못한 부채, 가난, 남편의 시각장애 그리고 자신의 자율신경 실조증. 이런 연이은 시련의 시작은 ‘결혼’이었기에 그 선택을 후회하고 숨통을 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남몰래 애를 끓였다.

하지만 저자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대신 어느 날부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운을, 그 불운으로 비롯된 고행과 같은 나날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과 마음의 소용돌이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세밀히 말하기 힘들지만 어디에든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속내를 풀어헤쳤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헌신, 희생이나 사랑 같은 말로 덧칠해 꾸미지 않는다. 혹자의 감상처럼 ‘습자지 하나 걸치지 않은 글쓰기’다. 그렇기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자책하고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는 현실의 인간, 즉 당신과 나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이유로 불행한 우리 모두가 저자의 글에 공명하며 위로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꿈꾸지만, 늘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어쩌면 저마다의 인생이 던지는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물 빠진 청바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 낡은 운동화 차림의 내 모습과 윤택해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이 저절로 한 화면에 담겨 떠올랐다. 애써 꾹꾹 누르고 있던 나의 불안한 현실이 우르르 튀어나올까 두려웠다. 그 현실이, 뻥튀기 기계에서 예고 없이 터져 나오는 강냉이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나의 일상을 어지럽힐까 지레 겁을 먹었다.

언제쯤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걸 체념했고 내려놓았고 또 받아들였다. 잘난 사람들,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 비교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이 홀로 생활할 때만 가능한 일종의 불완전한 해탈이었던 모양이다. p44~45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린 어차피 똑같은 현실 속에 놓여 있었다. 아니, 남편이 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절을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생각의 전환.

이것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맨손으로 뒤엎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남편처럼 생각할 수 없었을까.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남편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할 텐데. 아직 희망과 열정을 가득 품고 사는 이십 대처럼, 소박하고 부족해도 늘 즐겁기만 한 어린아이들처럼. p84~85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질책하며 지난 삶을 후회한 것도 결국엔 남들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자꾸 그런 마음이 들었을 테다.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나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다면 이제 한탄을 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 내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면 그게 바로 나인 거니까. ‘바보 같은 나’가 아니라 ‘나대로 살아가는 나’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쳤어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고유한 감성과 마음, 생각. 그것들이 빚어낸 결과물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이제는 끌어안을 수 있겠다고 느낀다. 나는 나대로 어쩌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146~147

사랑, 의리, 책임감이라는 말로만은 설명이 부족한 것이 부부의 세계다.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부부의 인연이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이런 생각을 거듭할수록 결론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지금 이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때론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잡힌 듯한 억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챙길 사람이 없는 삶인들 과연 행복할까? 인간은 무언가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 누구도 오롯이 혼자서 행복할 수는 없다. p178~179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단순히 차림새나 외모, 말투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도 고요와 같은 맥락일텐데, 이를테면 '겉으로 드러난 고요'라고 스스로에게 일러두곤 한다. 시시각각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색깔을 내보일 수 있는 그런 단단함 혹은 유연함. 품격있는 가난,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 애쓰지 않는 행위들, 탐욕스럽지 않은 열망.

아마도 마음속 고요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내가 추구하는 우아함도 자연스레 드러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번잡함 속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여유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지. p211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결혼관련 할 말이 책 열권도 모자란 1인...

그리고보니 싸우는것도 어느새 지쳤는지 큰소리 안나고, 감정소모 안하며 지내온 시간이 꽤 된 듯 하다.

지금은 이러하지만 나또한 치열하게 살아온 30여년이기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3개월만의 초스피드 결혼

생각지도 못 한 토지구입으로 늘어난 빚

낯선도시로의 이사

계획했던 학원 개원 불발

불임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 남편

그러다 본인까지 병에 걸리고

.

.

.

에공.

어찌할까?...

계속되는 불행앞에

짧은 탄성과 함께

입술을 깨물게 된다.ㅠ.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와

한 남자를 구원한

마더 테레사 주인공까지...

저 또한, 행복하게 잘 살아내길 응원하겠습니다.

저자의 응원처럼

마음이 시키는데로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답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조용한 산골 마을, 작은 식당에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소설 《달팽이 식당》이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특유의 맑고 깊은 시선으로 상처를 극복함으로써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는 ‘일본 힐링 소설의 원조’ 오가와 이토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p25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해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해,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은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p73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 p79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 엄마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외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에너지와 거의 동등할 만큼 깊고 무거웠다. 그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항상 맑은 마음으로만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의 마음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흙탕물이다. p173

그날 일을 더 떠올리면 내가 망가져 버릴 것 같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하도록 하자.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내 가슴속에 넣어 놓고 열쇠로 꼭꼭 잠가 두자. 아무에게도 도둑맞지 않도록. 공기에 닿아 색이 바래지 않도록. 비바람을 맞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p216


서른셋 나이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시즈쿠...

바다가 보이는 '라이온의 집'에서 남은 시간을 마무리 하기로 결심한다.

매주 일요일, 신청자의 쪽지를 뽑아 특별한 간식 시간이 열리는 이곳에서

삶을 정리하는 시즈쿠의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

'라이온의 간식'을 쓴 오가와 이토의 힐링 소설 '달팽이 식당'이 예쁜옷(?)을 입고 재출간 되었다.




책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엽서를 보며 달팽이 식당을 상상해본다.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식당

하루에 한팀만 받아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대접한다.

일년 내내 똑같은 상복 차림으로 지내는 할머니,

우연히 가족이 된 토끼가 거식증에 걸리자 도움을 청한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그녀가 준비하는 음식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며 힐링이 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엄마이야기엔 콕콕 마음이 아프다.

정숙한 외할머니 밑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로 택한 엄마,

그 엄마가 못마땅해 반기를 들며 평범한 삶을 선택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은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칠칠치 못한 인생을 보낸 엄마 루리코가

딸만큼은 바람직하지 못한 인생을 살지 않길 바라며 지은 이름 린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살아가 주길 바란다며

엄마 루리코가 남긴 마지막 편지엔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ㅠ.ㅠ

조만간 고즈에와 토끼를 위해 준비했던 밤크림이 산처럼 올려져 있는 몽블랑을 사먹어야겠다.

따뜻한 얼그레이 티 한 잔과 함께...

그 어느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 인문학 전문가 김종원의 지적 안목을 넓혀주는 열두 달 교양 수업
김종원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물, 작품, 사건, 숨겨진 이야기 등 365개의 인문학 지식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지금까지 출간한 저서가 판매 부수 70만 권을 돌파한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김종원의 최신작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우리나라의 문학, 미술, 건축, 음악, 종교, 역사, 철학, 과학, 경제, 공부 등의 인문학 주제를 12개월 파트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에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씩 찬찬히 읽다보면 매일 여행하듯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이 쌓여나가도록 구성했다. 이 책을 통해 알았던 지식은 다시 생각하고, 몰랐던 지식은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전문적인 미술평론가가 아닌 이상, 김환기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평론이나 평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에서 특별한 존재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부근에 미망인 김향안이 설립한 환기미술관이 있는데 방문을 추천한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근사한 음악이 그림을 한층 빛나게 한다. 무엇보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므로 그림 감상에 집중하기 좋다.

나는 김환기 화백이 생전에 남긴 말로 그를 이해한 바를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다. 한 사람의 언어는 곧 그 사람의 삶이며, 흘러넘친 영감이 미술이라는 예술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p88

윤이상이 '시대와 불화한 음악가'라면 조수미는 명실공히 '시대가 낳은 마돈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십년 동안 성악계의 정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 조수미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소리가 섞이지 않은 완전한 두성의 활용과 완벽한 절대음감, 그리고 미분음 플랫마저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소리라고 많은 음악가들은 말한다. p144


코로나 사태로 인해 최근 학습 격차가 더욱 심각해졌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는 시간에 오히려 싸고 잘 가르치는 학원에 마음껏 갈 수 있으니 예전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은 그나마 기댈 곳이 학교 공부마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공부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보면 그리 절망할 일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말만 들었지 다음 두가지 의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다. "공부한 무엇인가?","나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한국에서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는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시간의 여유', '틈'을 뜻하고, 일본에서는 '사생(궁리0하다'라는 의미로 통한다. 낱말 하나도 사는 공간이 다르면 이렇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나는 이 세가지 해석을 모두 더해서 이렇게 융합하고 싶다. "공부란, 중요한 어떤 것을 배우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거기에 사색이라는 칠을 해서 자신만의 지식을 스스로 얻는 과정이다." p444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물, 작품, 사건과 숨겨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을 읽고 있다.

근간에 이렇게 하루에 한 페이지씩 부담없이 읽고 문화예술분야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출간 되고 있는데 이번엔 문화예술 작품들 뿐 아니라 건축, 철학, 역사,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월별로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2월 미술편에서 만나 찜해두었던 석파정은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술작품뿐 아니라 조망도 좋아서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일거양득(?)의 시간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날, 환기미술관이나 근처 윤동주 문학관에도 가봐야지...

조수미가 새계적인 소프라노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은 후 만난

넷플릭스 '테이크 원'에서 클래식에 국악을 접목시켜 멋진 무대를 보여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름답고 멋진 노래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수미의 무대는 정말 최고였다.


공부


코로나사태로 학습격차가 많이 벌어졌다는 얘길 종종 듣고 있다.

공부할 나이가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역시도 매일 바쁘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학습하던 시간이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멈춰있다.

1년에 한가지씩 새로운 것에 도전해 자격증을 취득했었고

그것이 취미이든, 자기계발이든 배우는 것에 열심이었었는데...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서로 연결해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10월의 마지막날...

앞으로 두 달 남은 2022년을 보내고 나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나이가 되었다.

인문학적 허영(?)이라 할찌라도

난 특별한 삶을 동경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한가지,

성장을 위한 노력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트료시카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Dear 그림책 시리즈. 인형 속에 인형이 있는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한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 그림책이다. 작가의 손에서 정성스레 빚어진 마트료시카 일곱 자매가 먼 나라, 어느 집 소녀의 손에 놓인.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고요한 밤이 오자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유은실 작가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를 오랫동안 생각하며 내 안의 아이를 줄곧 불러내었다. 그 아이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느끼며, 단단한 목각 인형에 깃든 여린 영혼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김지현 작가는 저마다의 향기로 가득하고 조금은 처연한 영혼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꾸었다. 차곡하고 보드라운 소묘, 엷게 스며든 물감 자국, 화가의 손길이 지나간 모든 곳에 지극한 정성이 느껴진다. 다정한 글과 서정적인 그림이 들려주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는 우리 영혼에 깊은 잔향을 남긴다.
<알라딘 제공>


마트료시카

내가 마트료시카의 매력을 알게 된 건

몇해전 블로그 이웃께서 직접 인형에 그림을 그리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던것 같다.

전통의상을 입은 커다란 첫째인형부터 손톱만한 막내인형까지 나란히 줄 세운 닮은꼴 목각인형 마트료시카에 묘한 매력을 느끼며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모스크바 공항에서 마주했을땐 선뜻 데려오지 못했다.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트료시카를 읽으며 왜 갖고 싶었지만 데려오지 않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공항에서 본 마트료시카는 무섭게(?) 생겼었어.^^;

김지현 작가가 그려낸 마트료시카는 부드럽고 아름답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슬퍼보이고 때론 짠하게 느껴진다.




그저 크기가 각기 다른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지나온 우리의 삶과 인생이 담겨져 있었다.

외롭고 쓸쓸한 날도 있었고

비바람속에 혼자 서 있는것 같던 날도 있었지...

마치 전쟁처럼 일하며 아이들을 키워내어 이제야 인생의 봄날을 맞았는데 난 아직 책속의 첫째처럼 성숙한 자아를 가지진 못한것 같아...ㅠ.ㅠ

짧은 글이지만 정감있는 그림들과 함께 큰울림을 주었던 일곱굽이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그림으로 사랑을 말하고, 사랑의 그림을 읽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김수정 지음 / 포르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김수정은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다수의 영재교육원에 출강하며 페인팅 이외에도 영재성과 창의성, 미술사 및 미술 감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20여 년 미술 강의를 하며 현실을 뛰어넘는 초현실주의를 가르칠 때 샤갈을 강조한다. 샤갈이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표현한 “꿈과 사랑, 환상의 세계”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포착하는 감각을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화가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한두 명의 화가 이름을 대지 못한다.”라는 저자는 화가마다 가진 각자의 재주와 품성,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고요한 우아함에 있어서는 페르메이르, 힘과 강인함에 있어서는 콜비츠, 슬픔에 있어서는 그웬 존의 이름을 이야기하곤 한다. 저자가 긴 삶과 애정에 있어서 사랑하는 화가는 단연 아나 앙케르라고 답한다. 까맣게 어두워진 시간, 서로의 곁에 앉아 달콤을 속삭이는 부부. 그의 그림이 곧 사랑이고 애정이다. 부부가 나누는 수다는 매일 당연한 일상이자, 당연한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사랑 앞에서의 욕심, 이것이 저자가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간 다섯 권가량의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가장 잘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적인 삶’이었다는 저자, 이 책에 그가 전하는 ‘현실적인 삶’ 그리고 ‘현실적인 사랑’이 담겨 있다.

 

<알라딘제공>

 

 

사랑의 신비는 파워로도 나타난다. 어떤 이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살아갈 의욕과 생명이 넘친다. 항상 힘이 나서 주체할 줄 모른다. 그때의 생명력을 잊지 못해 우리는 외로움에 사무쳐 힘겨워하고, 그때의 뜨거움을 잊지 못해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드라마를 보며 쓸쓸함을 달래고, 그때의 비상함을 잊지 못해 우리는 사랑의 경구를 읽고 외우며 힘을 충전한다. 사랑하는 이의 눈빛이 없을 지라도 그의 눈을 마주 보는 셈치고 한 번 더 일어서고, 사랑하는 이의 음성이 없을지라도 그의 목소리를 드든 것처럼 한 번 더 용기를 낸다. P31

사랑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도 성 누가도 디테일에 힘썼다. 이 종이 구석구석에는 그들이 가졌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경이, 성모에 대한 존경, 그 마음은 그저 사랑이다. 애정 없이는 끝까지 무엇인가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

그러니 감히 나는 단언한다. "사랑은 영원하다"는 성경의 말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영원한 사랑은 시간의 끝까지 가는 사랑이 아니다. 영원한 사랑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충성을 다하여, 끝맺음을 하는 사랑이다. P41

마음은 살아 움직인다. 마음이 살아 있는 한 사랑은 정녕 소멸하지 않는다. 사랑의 영역에서 죽음은 없다. 다 죽은 식물처럼 말라 버린 마음도 사랑의 기회를 만나면 목청 높여 외친다. 보라, 간절한 넝쿨손처럼 꿈틀거리는 이 그림이 증언한다. 나는 살아 있다고, 아직은 사랑할 수 있다고. 곧 죽어 스러지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이 계단참에서 기어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P88~89

사랑은 상대의 슬픔을, 그 깊은 곳의 아픔을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마음에는 깊고 어두운 우물이 있고, 우물 바닥에는 감추어둔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 검을 물이 휘몰아칠 때 올라오는 슬픔과 아픔, 우습게도 이 우물을 뒤흔드는 것은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의 뒤편이 암흑이라고 해도 다름없다.

사랑이 왔을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가. 분노와 질투, 갈등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P189

앙리 마르탱, <봄의 연인>, 캔버스에 유채, 92X77.2cm,1902~1905, 개인소장

"사랑의 시작은 열정적이고 사랑의 지속은 인격이며

사랑의 끝은 성실이다.

그러하니..."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선택한

순전 사람을 위한 그림이야기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그림의 눈빛', '미술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일상이 일심동책'의 저자 김수정 작가의 신간을 읽었다.

그동안 아프기도 했지만 전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책이어서인지

쉽게 읽어지지가 않았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표지를 비롯해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을 먼저 마음에 들이고

천천히 작가의 그림이야기에 스며 들었던 책...

마르크 샤갈, <연인들>, 캔버스에 유채, 117.3X90.5cm, 1928, 개인소장

"홀로 강인한 그대여, 항상 로맨틱을 잃지 말아요.

로맨스가 휴업이라고 로맨틱마저 휴일은 아니랍니다."

영원한 사랑...

생각해보니 사랑을 믿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내게 있어 세상 가볍고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사랑...

철없던 시절 내사랑은 대부분 짝사랑이었다.

끝도 없고 헤어짐도 없는...

고백을 못했던건 헤어지기가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붉고 푸른빛의 생동감 넘치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작가의 말처럼 조금은 살아갈 의욕이 생기는 것 같다.

로맨틱이라는 에너지...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하인리히 보겔러, <그리움>, 캔버스에 유채, 90X74.5cm,1900, 개인소장

"이 조용하고 서글픈, 겸손한 그림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꼭꼭 숨겨둔 그리움 한 조각이 없을 리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담겼다면 놀라운 인생은 어떻게든 만들어진다.

가늘고 연약하게 이어지고 끝끝내 완성된다."

작품속 여인은

누굴 떠올리며 그리워 하고 있는걸까?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그림...

고요하고 또 슬퍼보이는 이 그림에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인데

추석의 압박과 원치않은 코로나휴유증으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이 조금 말랑해지고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읽어 봐야지...

단 한 사람의 위로는 절대적이다.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하루를 버틸 용기를 얻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대신 겪어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시간과 장소를 내어 곁에 머무를 만큼

자신은 가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