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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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군 평사리에 정착한 소설가 공지영. 그 무렵 작가로서의 번아웃에 시달리며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을까, 심각한 회의에 빠진다. 고독 속에 스스로를 유폐하고, 그것에서 평화와 행복을 되찾아가던 어느 날, 작가는 문득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목적지는 예루살렘,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 평온한 일상을 살면서 잊고 있던 그곳으로.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2022년 가을에 떠난 순례의 여정 속에서 만난 깨달음의 기록으로,『그럼에도 불구하고』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산문이다. 그의 대표 에세이 중 하나인『수도원 기행 1, 2』를 잇는 영성 고백과 삶에 대한 절절한 통찰이 담겨 있다. 각 순례지가 작가에게 던져준 삶의 메시지를 묵상하고, 치열하게 현재와 과거, 하동과 예루살렘을 교차하며 또 한 번의 진한 감동을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구절을 읽은 며칠동안 나는 내내 골똘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저기압이나 고기압 혹은 기압골과 같이 우리 눈에 절대 보이지 않지만 필연코 존재해서 눈이나 비 혹은 햇빛이나 바람으로 닥쳐오는 어떤 놀라운 힘이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한 번 더 깨달았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하면서 내키는 대로 날고 움직이고 있는 줄 알았으나 실은 제트 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뛰어도 이 지구보다 빠른 속도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야 하나,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 아니 이 모든 것으로도 다 표현 할 수 없는 경외와 전율이 나를 엄습했다. 심지어 나는 지금 말하고 있지 않나 말이다. 저 광야가 매혹적이라고.

나는 결국 그분의 바람대로 광야에 혼자 서 있을 뿐 아니라, 서 있어보니 좋은데요, 계속 이렇게 살다 죽고 싶어요, 뭐 이러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p62~63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해졌다. 마치 몇십 년 만에 만난 어머니를 붙들고 울듯이, 어쩌면 그것보다 더 간절히 그리워하며 내 밖에서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결코 잊어버리지 않았으나 잊은 줄만 알았던 첫사랑의 기억과도 같은 나 자신. 사람은 신의 모상을 닮게 만들어졌으니 그 나 자신 속에 사랑의 원천인 신의 모습이 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그리움이 있을까. p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p189

한때 나도 아이들에게 집착한 적이 있었다. 내가 불행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성적을 위해 밤늦도록 매를 때려가며 가르치려고 한 일도 있고, 사람들 앞에서 버릇없이 굴면 가차 없이 벌을 주었다. 나중에는 엄격함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방식을 바꾸었다.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를 위해서 그 애 학교 운동장 담벼락을 돌며 몇 시간이고 기도를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그 유명한 집착이라는 것이구나, 이게 그 유명한, 남을 내 마음대로 하고, 아이에게 내가 몸소 하느님이 되어 그 애의 고유한 생김새대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교만의 죄구나, 싶었다. 내 긴 긴 기도도 실은 집착의 다른 포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나는 몹시 아팠다.

마리아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 넘어진 상처투성이 아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거나 소리쳤다는 기록이 없다. 하늘을 향해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 하고 기도했다는 말도 없다. 그녀는 침묵하며 아들의 길을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성을 완성한다. 내 맘에 들지 않고 이해도 할 수 없고 남들 보기에도 엄청나게 부끄럽지만, 그러나 아들에게 아들이 원하는 길을 가게 함으로써. p229~23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신앙이란 무엇이며 선함이란 또 무엇인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생각의 동굴은 깊어져서 새소리 멀어지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으로 나는 자주 잠수하곤 했었다.

그 생각들 속에서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내게도 그것은 참이다. p268


알라딘에서 기대평 적립금이라는 제도가 생겼는데

이 적립금은 소멸되기 전에 써야해서

신간을 사는 주기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다.

상술임을 알지만 사라지는 적립금을 포기할 수 없어

덕분에 신간을 더 자주 살펴보는 즐거움을 누린다.

어느날,

내 레이더망에 들어온 공지영 작가의 신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이미 외로운 나지만

성탄절에 베들레헴에 있는 꿈을 꾸기 시작한 나로썬

예루살렘 순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을 포기 하기가 쉽지 않았다.


창밖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고

낯선 음악과 적당한 소음속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익숙한 문체에 책읽는 속도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다.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내 눈물은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참된 고독속으로...

"사는 게 허망하잖아요.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왜 이 수녀원이어야 했냐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수녀님의 대답이었는데

왠일인지 이 구절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났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때

삶은 시작된다.

_ 안소니 드 멜로

지난해,

나 또한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냈다.

'본인 부고'란 단어를 처음 접한 날이기도 했는데

오래도록 소식이 끊겼던 친구가 내 생일을 기억해

생일축하 인사와 함께 안부를 묻고

친구가 경상도 어디쯤에 집을 짓고 있다며

놀러 오라는 얘길 들은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날의 일이라

문자를 받고도 믿어지지 않아

그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아직도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ㅠ.ㅠ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고통의 순간도 많았지만

그 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신앙을 회복하기에 힘쓰며 여기까지 온 듯 하다.


문득,

오래전 성가로 부르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생각났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날...

이름을 불러주신 예수님은

어쩌면 그의 고통, 그의 병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이름을 불린 자캐오는 평생 처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키가 작다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고,

세리라고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고,

네 집에 머무르고 싶다'고 하며 이름을 불린 것은

어쩌면 처음이었다는 것을.

자기를 알아봐준다는 것, 이름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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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후에도 가뿐하게 걷습니다 - 고령자 의료 명의가 실천하고 추천하는 건강 안내서
아보 마사히로.나카야마 야스히데 지음, 이용택 옮김 / 이너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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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명을 진료한 고령자 의료 명의와 재활과 물리치료사와 함께 고안한 내용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운동법과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다가오는 100세 시대, 현재 평균수명은 남녀 모두 80세가 넘지만, 아무에게도 신세를 지지 않고 홀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남녀 모두 70세 초반이다. 노후에도 삶의 질을 해치고 싶지 않거나, 간병을 받는 기간을 줄이고 싶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꼿꼿하게 걸을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운동법을 따라 하길 바란다.

70대 이후에도 자신의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몸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올바른 걷기 동작, 집이나 회사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실내 트레이닝, 운동 전후에 실천하는 스트레칭 등 누구나 무리 없이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운동법이 다양하다. 일부러 헬스장에 다닐 필요도 없고 운동 기구에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해마다 지키지 못하면서도 하는 결심중에 하나가

'체중을 좀 줄이고 건강하게 지내자'이다.

연말쯤 시작된 감기가 3주째 계속되고 있어

건강에 대한 바램이 더 절실하기도 한데

그런 생각때문인지 알라딘에서 온 신간알림 중

이 책 '70세 이후에도 가뿐하게 걷습니다'가 관심을 끌어

그동안 건강관련 북카트에 담아 있던 책들을 뒤로 하고

이 책을 먼저 구입하게 되었다.

비슷한 연배의 저자가 알려주는 건강안내서는

어렵지 않고 쉬운 동작들의 실내운동으로

겨울철 운동부족으로 고심하던 차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한껏 부담을 안은채 만보걷기에 목메이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그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

최근 생전 하지 않은 실수를 해서

이제 정말 치매를 걱정해야 싶어 우울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김씨가 목과 어깨통증으로 통증의학과에 3주간 통원하고

보험청구를 가입되어 입던 실비보험사가 아닌 엉뚱한 곳에 하곤

잘못되었다는 것도 몰랐다는게 정말 충격이었다.

필요이상으로 꼼꼼한 계획형 인간이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ㅠ.ㅠ

사정이 이렇다보니 '뇌의 인지 기능 높이기'도 관심있던 섹터중 하나였다.

'햇빛 쐬기'를 일상적인 습관으로...

수면부족은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

의식적으로 깊이 호흡해 보자.

웃으면 복이 온다.

뇌활성에 필수적인 항산화대책

비만은 만병의 근원

지난달 피검사 결과

당화색소가 평균보다 높다는 진단을 받고

과일섭취량 줄이기와 동네 한바퀴가 아닌 네바퀴를 돌라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를 받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나이들면 걱정하는 성인병들에 대한 불안은 늘 있었지만

할머님이 당뇨와 그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는 걸 봐와서

당뇨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바로 코 앞에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니

이제 더 이상 건강관리에 대한 습관개선과 노력을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2024년 새해엔

몸도 마음 모두 그 어느때보다 건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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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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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면이 강인한 사람도 홀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겪으면, 친밀한 타인이나 눈에 익은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기 마련이다. 실로 그렇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낯설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입소문이 만든 밀리언셀러 『언어의 온도』와 스테디셀러 『말의 품격』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기주 작가가 산문집 『보편의 단어』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간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이기주 작가는 이번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희망과 후회, 생명과 죽음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행간에 심어놓은 묵직한 질문을 이정표 삼아 책 속의 길을 산책하다 보면, 각자의 삶을 떠받치는 단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이 어떠한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살다보면 새롭고 낯선 무언가가 일상을 덮쳐 흙처럼 쌓이는 날이 있고, 익숙한 것이 세월의 바람에 사정없이 깎여 나가는 날도 있다.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 모두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을 떠받치는 건 후자가 아닌가 싶다. 낯선것은 우릴 설레게 만들기는 하지만, 눈에 익거나 친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을 편안히 기댈 수 없다.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주는 건 우리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p12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리면 자칫 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진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지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데 공을 을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p17

인간관계에 대한 소신이 어그러지며 흔들리던 날, 나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어디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는지 알 수 없거나 심지어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이날 난 오랜 기간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 사람의 연락처를 미련 없이 삭제 했다.

나는 바람이 빠져 쪼그라든 풍선 같은 연락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짐했다.

'앞으론 웬만하면 휴대전화에 낯선 이름과 전화번호를 욱여넣지 말아야지. 새로운 사람과 얼굴을 익히며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집중해야지. 그런 태도야말로 날 귀하게 여기는 방법일 테니까! p103~104

쩌면 우린 머리와 마음에서 운이라는 모호한 세계를 걷어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행운과 불운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어쩌다 운이 밀려와도 필요 이상으로 들뜨지 않을 수 있으며, 하루 아침에 운이 떨어져나가더라도 지나치게 낙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운에 집착하지 않아야 운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p256

감사

세상은 살만하다고 다시 믿게 하는 주문.

지난 연말,

조카에게 안부메세지와 함께 뜬금 없지만 연말선물이라며

인터넷서점 키프트카드가 선물로 왔다.

어려서부터 초등학교선생님인 엄마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넘 애쓰고 어른스러워서 안쓰러웠던 아이인데

이모생일은 물론 아플때, 마음이 힘들때도

따뜻한 안부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선물로

내게 힘을 주는 고마운 하영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어떤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수채화관련 책 한권과

'언어의 온도', '글의 품격', '그말이 내게로 왔다' 등으로

이미 잘알려져 있는 이기주 작가의 '보편의 단어' 신간소식에

미리 예약주문하고 지난주에 수령했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엔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젓한 카페에서 빗소리와 함께 커피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저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이처럼 정교함을 요할진대,

사랑을 주고 받는 과정은 오죽할까 싶다.

우린 사랑에 빠지거나 심지어 벗어날 때도 상대를 향해

감정의 촉수를 세워 사랑의 생성과 종말을 감지한다.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p138

비오는 주말,

조용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별다방에서

여전히 부러운 마음으로 책 한 권을 다 읽고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하지 못한 삶에 지치고,

고요엔 또 불안한...

작가는 이런 내게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라고 이야기 한다.

내 마음을 나조차 어쩌지 못하고 힘들 때

내 편에서 객관적으로 얘기해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다시 이 책을 꺼내들게 될 듯 하다.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하는...

나도 적어보고 싶은 나만의 보편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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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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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본격 문학부터 대중 문학을 아우르는 일본의 대표 작가로, 《남쪽으로 튀어》, 《양들의 테러리스트》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작가다. 명실상부 그의 대표작인 ‘공중그네 시리즈’는 어딘가 이상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어쩌다 그의 마수에 걸려버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유의 편안한 웃음과 따뜻한 메시지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일본에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290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국내에서도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수많은 독자가 인생책으로 손꼽은 그 시리즈가 17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찾는다. 그동안 후속편에 대한 거듭되는 요청에도 고사해왔던 오쿠다 히데오가 마음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마주하며 ‘이라부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궁금증에서 닥터 이라부의 귀환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초긴장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적시에 찾아온 반가운 변심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네 별명이 시청률 귀신이라고 하더군. 뭐, 방송인답고 좋긴 한데, 숫자에 너무 일희일비하다 보면 전체를 놓치게 돼. 무슨 일이든 지상주의는 안 좋아. 힘을 빼는 자세도 필요하지. 그 의사 선생한테 가서 진찰이라도 한번 받아보는 게 어때? 이라부 선생이라고 했나? 여하튼 그 선생이 나오면 묘하게 치유가 되더군.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거겠지. 코로나 우울증의 특효약은 힘을 빼는 걸지도 몰라. 역시 정신과 의사는 달라. 어쩌면 대단한 명의가 아닐까. 하하하!”

사장이 그렇게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일단은 기분이 좋아보여서, 게이스케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미야시타는 틱증상이 멈추지 않아 계속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p70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증후군의 원인. 알아냈어.”

“뭡니까?”

“말하자면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거야, 후쿠모토 씨의 경우는.”

가쓰미는 그 지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노 조절은 최근에 매스컴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긴 하지만,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상담의 차원에서 쓰이는 말일 터였다.

가쓰미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이라부가 “금방 화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화를 안 내는 것도 문제거든”이라고 덧붙였다.

“이건 일본 사람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지. 타인의 규칙 위반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봐도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게속 분노가 쌓여서, 결국은 자기 안에서 폭발해버리는 거지.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이나 공황장애는 거기에서 온 거야. 그러니 쉽게 고칠 수 있어. 화를 내면 돼.”

아라부가 황당한 소리를 가볍게 풀어 놓았다. 가쓰미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p91

“인생에는 승패가 없어. 동물을 보고 배워야 해. 서식지가 확실하게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게 생활하잖아? 가령 너구리가 도시로 잘못 들어섰을 경우, 자기는 도시 삶을 극복하고 싶다는 소리를 할까? 올 곳을 잘못 짚었다며 서둘러 돌아가잖아. 도시에서 또 다른 나를 찾자, 그런 발상이 신경증의 근원이야. 앞으로는 너구리가 되어 편하게 살자고. 알겠지?”

그런 말을 듣자, 이번에는 이라부가 너구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 그래도 여러 가지 것을 극복해낸 덕분에 인류는 문명을 손에 넣었을 테고…….”

“어라? 말 좀 하네.”

"그, 그게 맞잖아요. 인류도 처음에는 불을 무서워했을 거예요. 그런데 결국은 그것을 다루게 괬고, 한행지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죠. 그, 그, 그러지 않았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멸종 했을 겁니다."

유야가 말을 더듬으면서도 힘겹게 얘기하자, 아라부가 아이처럼 입을 삐죽 내밀며 "설복 강했네. 분하다-"라고 투덜거렸다. p300~301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통쾌한 처방"

<공중그네>의 이상하고 유쾌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17년 만에 돌아왔다.

한때는 일본작가의 책을 정말 많이 읽었었는데

한동안 뜸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반가왔던 것처럼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라디오 체조'도 기대를 안고 주문했다.

"타인의 규칙 위반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봐도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게속 분노가 쌓여서, 결국은 자기 안에서 폭발해버리는 거지.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이나 공황장애는 거기에서 온 거야.

그러니 쉽게 고칠 수 있어. 화를 내면 돼.”

조금의 가벼움과 약간의 대충이 필요한 우리에게

닥터 이라부가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내겐 제목이기도 한 '라디오 체조'가 가장 좋았는데

아마도 내 얘기 같아서이기도 한 것 같다.

참는거 누구보다 잘 하던 나였는데

어느날 부터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이 오면

식은땀과 함께 과호흡이 시작된다.

죽지는 않을꺼라는 걸 알지만

이런 고약한 병을 앓고 있다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사람많은 밀폐된 공연장 등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공연관람에 그로인해 브레이크가 걸리니

이를 극복하는데 힘들고 자책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내게 저자는 이라부의 말을 빌려

참지말고 '화를 내면 돼'라고 충고한다.

우울함의 특효약은 힘을 빼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급하게 해결할 일이 도처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연말내내 너무 긴장하고 힘을 주고 살았다.

힘을 빼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하고 싶은 일하며 건강하게 사는 일...

그것이 올한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라디오 체조, 준-비!

탄타라탄, 탄타라탄, 타타타타탄,

탄타라탄, 탄타라탄, 타타타타-

난 라디오 체조는 모르니 국민체조라도 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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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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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버지는 일과가 끝난 후 집에 있던 업라이트 피아노를 몇시간이고 연주하곤 했다. 그는 피아노를 사랑했다. 한동안 자동차 범퍼에 '피아노'라고만 적힌 스티커를 붙여 놓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음악인의 양대 산맥인 바흐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다소 불안정할지언정 수줍어하지 않고 연주했다. 그리고 연주하는 내내 음악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찬양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은 분명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p27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더욱이 미술관 문을 열기까지 30분 정도 남겨두고 근무 자리에 도착하는 날이면 말을 걸어 나를 속세로 끌어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 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메트의 옛 거장 전시관이 마을이라면 주민은 거의 9천 명에 달한다(몇 년이 흐른 후 전시실 하나하나를 섭렵하면서 모두 세어본 결과 정확히는 8496명이었다. 전시관을 크게 확장한 다음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숫자가 되었지만 여기에는 배경에 나오는 아기 천사, 투우장의 관객, 개미 크기의 곤돌라 사공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그런 것들까지 모두 셀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그건 나에게 얼마나 시간이 많았는지를 실감하지 못해서다). 주민들은 596점의 그림 속에 살고 있는데 우연히도 거의 그 숫자에 맞먹는 햇수 이전에 붓으로 창조된 사람들이다. p37

한 두시간쯤 흘렀을까. 튼튼한 바위 기반처럼 느껴지는 미술관을 떠나 그 너머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펼쳐진 소위 현실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부모님과 누이 미아는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돌아갔다. 나는 암트랙 기차를 타고 새로운 고향 뉴욕으로 향했다. 내 나이 스믈 다석이었다. 모든 의미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미드타운 의 분주한 행인들 틈에 섞였다.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따. 필라델피나 미술관에서는 침묵속에 빙빙 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p67~69

그즈음 틈틈이 이집트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마느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p87

방문객들이 미술관을 관람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람 구경도 할수록 는다. 이러한 ‘기예’에 통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매일 보는 수천 명의 사람 중에서 전형적인 인물들을 골라내는 법을 터득했다. 첫 번째는 ‘관광객’ 유형이다. 대개 사는 지역 고등학교의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무조건 가장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예술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보는 눈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거장 전시관의 솜씨들을 관람하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뭐, 액자를 본 것만으로도!” 그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작품에 접목할때면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그들은 예술계의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매트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놀라워하면서 실망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채 미술관을 나선다. p140~141

내 비위를 맞추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두 학생은 내가 하는 말이 옳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두상 주위를 돌며 노트에 이것저것 필기를 한다. 그러고 나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 고 인사하고는 또 다른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에피콰니를 만나기 위해 떠난다. 멀어져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기운이 난다.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저 아이들이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그러기 위한 좋은 출발을 한 것 같다. p296

10년전, 배치된 구역에서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부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p325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사랑하는 형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힘을 얻는 모습이 담겨져 있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있다.

책으로만 만나보던 그림을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에서 압도되어 바라보던 감동의 순간을 잘 알고 있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은데

지난해 생각지도 못한 유방암 수술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라

가족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고

믿고 의지하던 형이 본인의 결혼식날 세상을 떠나고

느꼈을 그 허망함 상실감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메트로폴리탄 개장시간에 입장해 끝날 때까지

그곳에 있어 보고 싶어졌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경비원

원래 내꿈은 귀여운 할머니였는데

책을 읽다보니 미술관 경비원이 되어 보고 싶어졌다.

꿈꾸는 건 괜찮겠지?!... ^^;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부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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