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전하는 명화의 세계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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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의 마음에 쌓인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준다”는 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그림은 지치고 힘든 일상에 평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하나의 요소다. 바쁜 우리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한두 점 미술 작품을 소개해온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가 이번에는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으로 자신의 하루를 완성하는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 그림’은 화가의 명성보다 하나의 장면이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말한다. 바라볼 때마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작품을 그렸고,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인정하게 되는 화가, 살아가면서 더 이해하고 싶고 궁금한 화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인생 화가’다.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본인만의 ‘인생 화가’와 ‘인생 그림’을 찾기를 바란다고.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봐도 위로와 치유를 동시에 전하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그린 ‘피에르 보나르’, 비 오는 거리 풍경을 꾸준히 담아낸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 컬렉터이자 요트 선수, 보트 디자이너, 정원사이면서 화가였던 ‘구스타프 카유보트’ 등 화가 59명의 인생 작품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본문에 담긴 200점이 넘는 그림들과 이소영 작가 특유의 작품 해설로 우리를 다시금 작품 속 공간으로 안내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여전히 ‘좋은 미술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하며 지낸다. 흔히 좋은 미술 작품이라고 하면 여러 조건이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많은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은 작품,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시대를 지나 뒤늦게라도 조명을 받은 작품 등…. 하지만 이렇게만 작품을 정의하기에는 허기진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게 진정으로 좋은 미술이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견인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살고 싶게 하는 작품을 만나길 소망한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인생 그림’이 될 것이다. p12~13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미술학교 시험에서 떨어졌던 히틀러 역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오스트리아 소금광산에 안전하게 보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관통하는 동일한 주제인 '일상의 고요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빛의 마법으로 시간을 정지시켜놓은 듯한 그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이끈다. p287


파스텔 톤의 색감들과 가버 특유의 바스러지는 듯한 붓 터치, 그리고 빛의 다양한 느낌들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과는 또 다른 화풍을 보여준다. 내가 미국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버는 딸의 모습을 몇 점 더 그렸다. 태니스와 네 살 터울의 아들이 있었지만, 아들보다는 딸을 더 많이 담아낸 것을 보면 역시 딸 사랑은 아버지가 맞다. 그림 <태니스>는 그녀가 아홉 살 때, <동화>는 열한 살 때 그린 작품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인지 의젓하게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문학소녀 같다. p491

1871년 8월에 그려진 <녹턴: 파란색과 은색-첼시>는 휘슬러가 그린 <녹턴> 시리즈 중 처음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이 작품은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 Tate Britain Gallery에 있다. 휘슬러는 당시 영국에서 지내면서 런던 템즈강의 달빛을 그렸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나비 문양의 도장을 그렸는데, 그림 속에서도 나비 문양 도장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휘슬러는 이 작품을 두고 이런 말을 한다. “‘녹턴’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나는 예술적인 관심만을 나타내기를 원했고… 밤 풍경은 먼저 선, 형태 및 색상을 배열한 것이다.” p581


"나의 하루를 완성하는 건 그림이었다."

59인의 화가가 그려낸 '인생 그림'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

친구 경이에게 생일선물 받은 책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이제야 다 읽었다.

책이 두껍기도 하거니와 그림도 방대해 하루, 이틀 사이 바로 읽어 낼 분량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그림 그리고 커피와 함께한 시간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형카페의 소음도 잠재운채

날 인생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야기로 이끈 책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시카고 철도 건널목의 야상곡, 1893,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


비 오는 날

날씨가 감정에 주는 영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햇빛이 자잘하게 나를 감싸는 날은 이유없이 마음이 들뜨고, 온종일 비 오는 날은 이유 없이 울적해진다. 맑은 날에 울적해지면 날씨에게 미안해지기 마련인데, 비 오는 날은 울적해져도 날씨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마음을 뻥 뚫리게 해서 시원하지만, 온종일 내리는 비는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부터 날씨와 시간의 변화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날씨가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에 민감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이면 미국 인상주의 화가 프레드릭 차일드 해섬의 그림 중 비 오는 도시를 담은 그림이 생각난다.

해섬의 <비 오는 자정>과 <시카고 철도 건널목의 야상곡>은 비슷한 구도와 날씨를 담았지만, 전자는 유화이고 후자는 수채화이다. p77


책을 읽기전엔 비오는 자정과 같은 유화과 아닐까 했는데 물번짐을 보니 수채화가 맞네.

그렇다면 다음 학기 미술시간에 도전해 봐야겠다.

좋아하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빗줄기 등 쉽게 표현할 수 없을 듯 해 망서렸는데 왠지 이 작품은 그려보고 싶어졌다.

안되면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걸로... ^^;


책 들고 서 있는 소녀, 워터 맥이웬


급한 것과 소중한 것을 헷갈리며 지낼 때가 많다.

항상 급한 일을 더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소중한 일은 자꾸만 미뤄 두었다.

내 가족은 당연히 이해해 주겠지 생각하며...

이젠 소중한 것을 먼저 생각하는 일상을 살고 싶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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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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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서수연이 지은 깊은 휴식 같은 시 그림책. 백 년을 쉬고 온 이에게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는 아주 개운한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의 시, ‘백 살이 되면’이 그림책에 담겨 나왔다. 몹시 피로한 일상에서 따듯하고 긴 휴식을 마치기까지, 한 편의 이미지 서사가 평화로이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문득문득 한없이 평온해진 자의 귀여움과 반짝거림이 드러난다. 오래 머물고 싶도록 위로가 되는 그림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의 시,

‘백 살이 되면’이 그림책에 담겨 나왔다는 소식에 서평단에 지원했다.

책이 도착하고

생각보다 큰 크기의 그림책에 살짝 놀라고

내가 좋아하는 블루와 그린 상큼한 오렌지색 삽화가 어우러진

그림책에 이내 마음을 뺏겼다.

누군가 얼마나 살고 싶냐고 물으면

60세까지 짧고 굵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어느새 그 나이가 되었네...


백 살이 되면...

백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

.

.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을 땐

마음이 서늘해지며 좀 슬퍼졌다.ㅠ.ㅠ

눈뜨지 못한 아침,

죽음을 상상했던 것 같다.

주위에 고마왔다고 인사도 못 전했는데

갑자기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면 많이 슬플것 같아서...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

.

.

다행히 몇장의 책장을 넘긴 후 내가 좋아하는 비를 책속에서 만나고

나또한 이불속에서 빗소리를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 듯 하다.

팽팽한 긴장감과 고단함을 잠시 내려 놓고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을 때 다시 꺼내 읽을 듯 하다.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도...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백 살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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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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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분기점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난다. 어느샌가 사회와 타자가 요구하는 모습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이때 새롭게 발견하는 나의 모습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다양성이 심화된 시대에 새롭게 나를 정의하고 나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책이다. 나에 접근하고 이를 탐구하는 데 익숙한 심리학뿐 아니라 기존에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교육학, 문예학, 지리학, 언어학 등 나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어떻게 나를 발견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 인생의 변곡점마다 드러나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후위기 시대에는 어떠한 나가 필요한지, 한국이란 틀 안의 내 모습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 수 있는지, 이렇게 다양한 나에게서 도망칠 경우 어떠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등 자기 자신을 ‘하나의 나’가 아니라 ‘다양한 나’로 이루어진 존재로 바라보고,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나의 모습과 기존의 나를 융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졸데 카림은 “인간은 곁에 누가 있느냐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끝없이 자신을 재구축한다. 이제 우리는 매일 다르게 살 수 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우리는 낯선 나의 모습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때 새로운 나를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

'나'를 읽는 다섯번의 시간

인생이 던지는 모든 질문의 답에는 결국 '나'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는 '수호자' '사업가' '변론가' 옹호자' 등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모든 옹호자 내면에는 수호자가 있을 수도, 변론자가 있을 수도 있다.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다양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지라학자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라고 제안한다.

심리학자는 주요 생애사건을 맞딱뜨릴 때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문예학자는 자연에서, 언어학자는 일본과의 비교에서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얼굴을 내미는 낯선 나의 모습을 수용할 방법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에 들어 있다. '나'는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라는 존 러스킨의 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를 당연히 좋아한다. 그런데 '좋아 하는 거'것과 '좋은'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가령 날씨가 늘 쾌청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민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비가 오는 날씨를 참 좋아한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살았떤 한국 교민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중해성기후의 쾌청한 하늘이 매일 이어지다가 여름이 끝나는 10월쯤 비다운 비가 처음 내릴 때, 한국 교민들은 그 비를 만끽하며 추억에 젖곤 한다. 어떤 장소에 사느냐에 따라 좋아하는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다. p52


그 가능성을 붙잡는 주체성이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준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것은 구체적인 삶의 경험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 탐색이 아니다. 실패하고 차이고 깨지는 구체적 사건을 겪으면서 낯설게 만난 나에게, 찬찬히 말을 건네고 표정을 들여자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르 편히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깨진 현실에서 불쑥 튀어 나온 나는 살아오면서 부모도 친구도 배우자도 만나지 못했던 모습일 수도 있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또는 하이드 내면의 지킬 박사처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와는 전혀 닮지 앟을 수 있다. 이런 낯선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p70

그러나 기억하자! 이제까지 자동 반사적으로 회피하거나, 억압했던 나를 마주하려는 용기를 내지 않으면 근사한 '나'가 되려는 모든 노력은 쉽게 찢어지는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접근금지 팻말을 세워두고 단절된 자신을 만나지 않으면 나답지 않은 느낌, 광대로 사는 것 같은 공허한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p92~93


지금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간을 넘어 다양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과 개방된 마음으로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함이 중요하다. 고정되고 안정된 '나'가 아닌, 변화하면서도 그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나'가 필요한 시대다. 한국과 일본사이에는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나를 위해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고 다가가야 하는 이유다. p196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한 자기발견의 인문학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김씨의 직장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는 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이제 내가 다시 일할 때가 되었군'하며

재취업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3년여를 쉬었으니

이력서도 재정비해야했고

나이도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으니

마음 가짐도 달리해야 했다.


처음 몇일은 도무지 이력서를 넣을 만한 업체가 없었고

그 뒤로 열 곳 남짓 이력서를 전송했지만

아직 연락 온 곳은 한 곳도 없다. ㅠ.ㅠ

그러면서 드는 생각

사춘기이후부터 끊임없이 내게 했고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그나마 다행인 건 휴직전 근무하던 학원에서 저녁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김씨의 회사도 붙여놨던 폐업공지를 떼고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나이가 60대 전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딱 좋은 나이의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 교수 다섯명이 집필했다는 이 책은

젊은 날의 과도한 열정은 없지만 다행히 아직은 뭔가 하고 싶은 내게

많은 공감과 다시 열심을 내고 싶다는 용기를 주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사치가 아님을...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것들을 경험하며 매력에 빠질 뿐 아니라

낯선 것들을 만나 헤쳐나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나였음을...

이제까지 자동 반사적으로 회피하고 억압했던 나를

용기있게 마주하고 나답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가자.


고정되고 안정된 '나'가 아닌,

변화하면서도 그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나'로....

다른 사람들의 정신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정신의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잘 살피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지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현대지성,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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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절망으로부터 -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던 위안의 기록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지음, 김한영 옮김 / 까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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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했던 종교와 철학, 많은 사람들이 꿈꾸었던 내세의 혹은 미래의 이상향, 깊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음악이나 편지 등을 다루며, 지금껏 인류가 구해온 위로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종교인, 철학자, 지도자, 화가, 음악가, 시인, 사회운동가 등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의 중요한 인물들이 어떤 절망을 경험했으며 어디에서 위안을 얻었는지를 소개한다.

17편의 길지 않은 이야기들은 17번의 위안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고통스러운 세계를 신의 말씀으로 이해하고 그의 뜻에 겸허히 순종하던 종교인들(『구약 성서』의 인물들과 사도 바울로, 제1-2장), 슬픔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규범을 철저히 따랐던 철학자들(키케로, 아우렐리우스, 보에티우스, 단테, 제3-5장)의 이야기와 한 폭의 그림으로 확실한 구원의 모습을 전달한 엘 그레코(제6장), 신체의 즐거움을 예찬하며 시대의 고통을 건넜던 몽테뉴(제7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위로는 희망이 살아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희망은 삶이 우리에게 합리적으로 이해될때에만 가능하다. 삶은 부조리하고 무작위 사건들이 늦춤도 멈춤도 없이 잇따르다가 결국에 죽음에 이른다고 믿는다면, 체념이다 순간의 쾌락, 도피, 자살 등 모든 것이 이해되겠지만 위안을 사라진다. 위로에 필요한 희망은 우리 존재가 의미가 있거나, 노력에 따라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믿음에 의존한다. 그러한 믿음 덕분에 우리는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P27

세상을 밝히고 견딜 만하게 해주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그들 대다수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가 사랑 또는 우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우연한지 상상하게 된다. 그럴 때 세계는 암흑속에 빠지고, 우리는 인간의 다정함 덕분에 잠시 피했던 맹추위 속으로 되돌아 간다. p307


우리는 천사가 아니며, 우리는 축복받지 않았다고 카뮈는 말하고 있다. 전염병이 들이닥쳐서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들을 무참히 꺾는 일을 막을 방도는 없다. 카뮈는 그것이 "은총 밖에서 산다"는 의미라고 말한 것이다. 즉 절대적인 확신이나 마지막 위로 너머에서, 그리고 인류가 역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너머에서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뮈는 거기에서 멈취지 않았다. 은총 밖에서 산다는 것은 희망없이, 본받을 만한 사례없이 산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례는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려고 했던 사례는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바로 낯선 이의 침대맡에 앉아서 그가 홀로 죽지 않도록 밤새 곁을 지키며 말없이 볼살피는 늙은 여성의 모습이다. p327

우리 모두 결국에는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을지, 그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믿었던 평화와 화해의 순간에 이를지는 각자의 차례가 도어야 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시슬리 손더스는 우리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남기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에만 마지막 순간에 위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우리는 죽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하고 존중해주는 곳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때에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p362~363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관한 책이다. 결국 마지막에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교리가 아니라 사람, 즉 사람들의 모범, 특출함, 용기와 굳건함, 그리고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어 준다는 사실이다. 암흑의 시대에 역사, 진보, 구원, 혹은 혁명에 관한 추상적인 신념은 우리에게 그다지 많은 위안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교리 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여한 것은 사람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세속한다는 것의 의미,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P369


박해와 폭력에도 끝까지 신념을 지킨 사도 바울로

끔찍한 전장에서 속마음을 적어 내려간 아우렐리우스

시간을 뛰어넘는 천국을 그린 엘 그레코

이상향을 현실에서 이루려고 했던 카를 마르크스

상실의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구스타프 말러

아우슈비츠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프리모 레비

인류에 대한 믿음으로 부조리에 저항한 알베르 카뮈

.

.

.


삶을 뒤흔드는 고통에 빠진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17편의 이야기 '그러나 절망으로부터'를 읽고 있다.

살다보면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

죽고 싶은 절망의 순간에도

나와 연결된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의 말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하는 내겐

또 다른 위로와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책으로

종교인, 철학자, 지도자, 화가, 음악가, 시인, 사회운동가 등이

글과 그림, 음악으로 들려주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전해 듣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떠나고 어느새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두고간 물건들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머물던 방문만 쳐다봐도

울컥 눈물이 나던 슬프고 무기력했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라도 다시 힘을 내 재취업을 고민할 수 있게 된 건

가족들과 친구들

또한 진심으로 날 위로해주었던 이웃들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내리는 별다방 창가에 앉아

희망을 꿈꾼다.

건강하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해 낼 수 있는 시간이 곧 올꺼라고...


선물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안개가 걷혀서 정원을 돌보았습니다.

벌새가 인동덩굴 꽃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녔지요.

나는 지상의 어떤 것도 소유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부러워할 만한 사람은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해를 당했어도 나는 다 잊었습니다.

한때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몸에서는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몸을 세우니, 푸른 바다와 배들이 보였습니다.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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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 담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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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서는 다이어리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를 집필한 윤슬 작가가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지고 찾아왔다. “이상하게 어중간하다는 말이 싫었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스스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으로 복잡한 시간을 보냈다는 저자의 고백에 마음이 간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답답함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자는 생각으로 삶에 숨겨진 다른 가능성을 찾는 모험을 떠난다.

한 명의 존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 기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윤슬 작가는 지금까지 16종의 책을 출간했다. 거기에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엄마, 작가, 출판사 대표까지. best가 아닌 only를 꿈꾸며 나아가는 저자의 행보가 단 한 번의 삶을 기억하며, 숙제가 아니라 축제처럼 살아보자고 마음을 부추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래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살고 싶어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읽고 또 읽었다. 궁금해서 읽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내가 정상인지 혹은 비정상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읽은 것을 기록하고 삶에 적용할 것은 없는지를 찾았다.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다. p23

책을 한 권씩 완성할 때마다 어느 한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한다. 아주 다이내믹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프롤로그도 옷을 갈아입고, 표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겨난 것 같다. 똑같은 배경 화면 속에서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풍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더하거나 빼기를 하면서 말이다. 만나는 사람이 다양해지고 있다. 어느 하나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해 앞으로도 프롤로그는 계속 바뀔 것 같다. 마치 내 삶이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다. p39


열등감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본값을 변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관념적인 사람이 되어 기본값은 탄탄해졌고 합리화의 도구가 되었다. 이십 년을 훌쩍 넘기는 시간 동안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다. 나의 영역이라는 것은 없었다. 외적인 성과도 내적 동기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의를 다지는 일에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내 삶에서 분리시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학구열이 높았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 우리 집에는 ‘고전문학 100권’이 있었다. 모서리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뒷심을 발휘했는지, 스물 중반이 되면서부터 책에 다시 손이 가기 시작했다. 눈에 잡히는 책은 모조리 읽었다. p149


우리의 대화에서 소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현재의 관심, 배우고 있는 것, 원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에 관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며 어떤 날에는 단호하게, 어느 순간에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디까지나 자기 이야기를 하기에 다른 누군가 혹은 무엇이 들어올 틈이 없다. 오롯이자신에게 집중하고,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응원하고, 지지한다. 거기에 한가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있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공통된 시각이다. 진정성 있는 성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을 향해 평생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p166

미처 몰랐던 진짜 내모습 찾기 프로젝트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제목에 끌려 '나의 비서는 다이어리입니다'의 윤슬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다.

살고 싶어서,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프롤로그부터 거의가 내 얘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인듯 싶어 책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장녀로써 아버지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딸로 살기도 그렇고

이제 할머니가 될 나이가 되었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겪었던 고단함도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며 겪는 좌절과 내려놓아야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소회까지...

난 스스로 잘 참고 타인에게만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근간엔 내 참을성에 자꾸 발동이 걸린다. 대화가 아닌 혼자만 떠드는 사람, 관심의 주제가 다른 사람등 예전에 거절을 잘 못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못하겠다.

덕분에 방대했던(?)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나 오히려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 현재의 관심이 같고, 배우고 싶은게 같은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 인한 감사가 넘친다.

며칠전,

가끔 내 블로그에 들리는 친구에게 내가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 생각이 많은 것 같다는 걱정을 들었다.

그도 맞다. 하지만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것 같다. 살고 싶어서,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같은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난 잘 살고 있는지, 잘 살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 싶어서 책을 읽고 또 읽는 것 같다.

친구의 걱정처럼 이제 미리부터 했던 걱정 따윈 그만하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


요즘 나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으며 긍정의 옷을 몸에 걸쳤닥고 해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한 상황을 상상하고,

아직 오지 않은 불안과 두려운 감정에 둘어싸여 발을 동동거리고 싶지 않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의 일어나지도 않을 확률에 내 인생을 내맡기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아침이 너무 찬란하다. p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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