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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절망으로부터 -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던 위안의 기록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지음, 김한영 옮김 / 까치 / 2023년 3월
평점 :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했던 종교와 철학, 많은 사람들이 꿈꾸었던 내세의 혹은 미래의 이상향, 깊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음악이나 편지 등을 다루며, 지금껏 인류가 구해온 위로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종교인, 철학자, 지도자, 화가, 음악가, 시인, 사회운동가 등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의 중요한 인물들이 어떤 절망을 경험했으며 어디에서 위안을 얻었는지를 소개한다.
17편의 길지 않은 이야기들은 17번의 위안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고통스러운 세계를 신의 말씀으로 이해하고 그의 뜻에 겸허히 순종하던 종교인들(『구약 성서』의 인물들과 사도 바울로, 제1-2장), 슬픔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규범을 철저히 따랐던 철학자들(키케로, 아우렐리우스, 보에티우스, 단테, 제3-5장)의 이야기와 한 폭의 그림으로 확실한 구원의 모습을 전달한 엘 그레코(제6장), 신체의 즐거움을 예찬하며 시대의 고통을 건넜던 몽테뉴(제7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위로는 희망이 살아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희망은 삶이 우리에게 합리적으로 이해될때에만 가능하다. 삶은 부조리하고 무작위 사건들이 늦춤도 멈춤도 없이 잇따르다가 결국에 죽음에 이른다고 믿는다면, 체념이다 순간의 쾌락, 도피, 자살 등 모든 것이 이해되겠지만 위안을 사라진다. 위로에 필요한 희망은 우리 존재가 의미가 있거나, 노력에 따라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믿음에 의존한다. 그러한 믿음 덕분에 우리는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P27
세상을 밝히고 견딜 만하게 해주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그들 대다수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가 사랑 또는 우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우연한지 상상하게 된다. 그럴 때 세계는 암흑속에 빠지고, 우리는 인간의 다정함 덕분에 잠시 피했던 맹추위 속으로 되돌아 간다. p307
우리는 천사가 아니며, 우리는 축복받지 않았다고 카뮈는 말하고 있다. 전염병이 들이닥쳐서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들을 무참히 꺾는 일을 막을 방도는 없다. 카뮈는 그것이 "은총 밖에서 산다"는 의미라고 말한 것이다. 즉 절대적인 확신이나 마지막 위로 너머에서, 그리고 인류가 역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너머에서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뮈는 거기에서 멈취지 않았다. 은총 밖에서 산다는 것은 희망없이, 본받을 만한 사례없이 산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례는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려고 했던 사례는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바로 낯선 이의 침대맡에 앉아서 그가 홀로 죽지 않도록 밤새 곁을 지키며 말없이 볼살피는 늙은 여성의 모습이다. p327
우리 모두 결국에는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을지, 그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믿었던 평화와 화해의 순간에 이를지는 각자의 차례가 도어야 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시슬리 손더스는 우리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남기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에만 마지막 순간에 위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우리는 죽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하고 존중해주는 곳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때에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p362~363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관한 책이다. 결국 마지막에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교리가 아니라 사람, 즉 사람들의 모범, 특출함, 용기와 굳건함, 그리고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어 준다는 사실이다. 암흑의 시대에 역사, 진보, 구원, 혹은 혁명에 관한 추상적인 신념은 우리에게 그다지 많은 위안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교리 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여한 것은 사람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세속한다는 것의 의미,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P369
박해와 폭력에도 끝까지 신념을 지킨 사도 바울로
끔찍한 전장에서 속마음을 적어 내려간 아우렐리우스
시간을 뛰어넘는 천국을 그린 엘 그레코
이상향을 현실에서 이루려고 했던 카를 마르크스
상실의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구스타프 말러
아우슈비츠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프리모 레비
인류에 대한 믿음으로 부조리에 저항한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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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뒤흔드는 고통에 빠진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17편의 이야기 '그러나 절망으로부터'를 읽고 있다.
살다보면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
죽고 싶은 절망의 순간에도
나와 연결된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의 말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하는 내겐
또 다른 위로와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책으로
종교인, 철학자, 지도자, 화가, 음악가, 시인, 사회운동가 등이
글과 그림, 음악으로 들려주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전해 듣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떠나고 어느새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두고간 물건들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머물던 방문만 쳐다봐도
울컥 눈물이 나던 슬프고 무기력했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라도 다시 힘을 내 재취업을 고민할 수 있게 된 건
가족들과 친구들
또한 진심으로 날 위로해주었던 이웃들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내리는 별다방 창가에 앉아
희망을 꿈꾼다.
건강하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해 낼 수 있는 시간이 곧 올꺼라고...
선물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안개가 걷혀서 정원을 돌보았습니다.
벌새가 인동덩굴 꽃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녔지요.
나는 지상의 어떤 것도 소유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부러워할 만한 사람은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해를 당했어도 나는 다 잊었습니다.
한때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몸에서는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몸을 세우니, 푸른 바다와 배들이 보였습니다. P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