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
쑥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수많은 독자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쑥 작가의 이야기가 <무명의 감정들>로 탄생했다. 보통의 이야기 같지만,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건네는 저자의 이야기는 고개를 숙인 현대인들에게 많은 위로를 선사했다.

삶에서 우리는 자주 이름을 잃어버린다. 누군가의 엄마, 어느 회사의 직급 등으로 불리는 동안 이름이 삶에서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우울을 감내하며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사투를 이어가는 사람들. 괜찮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는 날이 늘어나고, 요동치는 마음을 잡지 못해 매일 밤 우울함에 잠식되는 많은 요즘. 쑥 작가는 동질감의 위로를 던지며 꿋꿋하게 살아내자는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내가 먼저 밝히지 않는 감정을 구태여 들추는 것은 진정한 다정이 아니다. 어릴 적에는 들키고 싶은 일기장이 있었다. 누구든 알아줬으면 하는 가녀린 감정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아니다. 드러내는 것만 믿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나를 구성하고 싶은 것들이니까. 파고들지 않는 고요한 다정에는 나를 쉬게 하는 힘이 있다. 웃음이 아닌 다른 감정을 끝끝내 터놓게 만드는 기운이 있고. 오래된 진정성으로 살고 싶다. p53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산다. 빨래 건조대에 이불을 널어 만든 비밀기지 안에.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의 눈빛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반짝인다. 다만 곧잘 휘청거릴 뿐이다. 불안을 가득 안고 이불 속에서 더운 숨을 몰아쉬던 나의 아이. 찡그린 불안과 말릴 수 없는 충돌에 시큰한 밤을 견딘다. 내내 아이의 마음으로 나 하나를 가누며 산다. 타고난 예민한 기질 때문일까. 마음이 불안하고 저리다. 단단해졌다고 믿는 순간 무너지고, 괜찮다고 안심하는 순간 툭 꺼진다. 언제쯤, 언제쯤 구겨지지 않는 밤을 보낼 수 있을까. p103

예전에는, 그러니까 책임질 것이 없을 때는 마음은 맨 위의 것, 물리적인 것들은 그 아래의 것으로 생각했다. 물리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즉 가난하더라도 사랑과 낭만은 끝내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부서지는 마음과 낭만을 앓으면서 알았다. 현실을 살아야 마음도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매정과 척박을 인정해야 낭만과 환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부서지지 않는 마음. 그것은 입에 들어오는 먹거리의 아래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일말의 노력을 한다. 부서지지 않으려고. 인정하고 견디는 마음이 생을 잃지 않게 한다. p141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웃으면 그 순간은 정말로 아무 일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 일이 없는 게 맞았다. 그걸 깨닫고 더 행복해졌다. 홀로 남겨질 때 나의 불행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예전만큼 무섭지 않았다. 다시 환한 곳으로, 환하고 보송한 곳으로도 돌아갈 것을 아니까. 이 어둠이 깊은 만큼 그 빛이 더 밝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을 아니까. 그러니 견뎠다. 그런 짐작으로도 단박에 쫓아낼 수 없는 슬픔이 있어도 견뎠다. 나는 꿋꿋이 행복해질 거야. 슬픔도 내 것이지만 행복도 진정한 나의 것이다. 내가 쟁취한 나의 것. 나의 행복. p230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

나를 살아내는 일

무명의 감정들

연말이 다가오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 한해 아픈것외엔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잘보냈다는 만족감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들...

제주도여행에서 응급실을 찾았던 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와 집근처 대학병원에서 재진료를 받았고

방학이 시작되는 연말쯤으로 수술날짜를 잡아 두었었는데

다시 찾아온 복통으로 지난주 긴급하게 수술을 받았다. ㅠ.ㅠ

지난주말엔

더현대 크리스마스 빌리지 예약에 성공했다는 꼬맹이가

함께 가자고 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친구와 다녀오라고 사양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술 받은 발목을 또 다쳐 깁스를 했다는 연락이 왔다. ㅠ.ㅠ

이미 성장했고

집떠나 결혼하고 독립한 아이들이지만

이럴땐 참 마음이 힘들다.

기도밖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안과 자책으로

잠들기 힘든 밤을 보냈다. ㅠ.ㅠ

'조금은 가벼워져도 돼.

기꺼이 사랑받아도 돼.

겁이나면 숨어도 돼.

가끔은 인생에 져도 돼.'

괜찮지않은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고

오늘은

두녀석 모두 많이 회복되었고

출근도 잘 했다는 소식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별일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은 지혜로 삶을 탐구하는 50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와 그의 제자이자 많은 이의 마음 고민을 마주해온 상담 전문가 이서원, 두 지성이 만나 누구나 살면서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고민거리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이라는, 인생을 살며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여덟 가지 주제를 우선 정하고 각각의 주제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선별해 담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꽃이 꽃마다 다른 향기를 지니고 있듯 사람도 사람마다 다른 향기를 지닌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내 몸의 냄새를 몰랐던 것처럼 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나는 냄새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냄새나 향기는 몸에서만 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진 품격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있다. 빈집에 들어가면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집이 있고, 차가운 기운이 드는 집이 있다. 같은 빈집인데도 서로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주인의 기운과 향기가 공간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P34~35

나이가 들어 즐겁지 않은데도 자꾸만 즐거운 것을 찾고, 즐겁다고 생각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안쓰럽다. 그보다는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비결이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은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담담하고 편해진다. 그리고 묘하게 여유가 생기고 의욕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의욕은 작지만 소중한 의욕이다. 이 의욕이야말로 노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값진 의욕이다. 나는 즐겁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P48~49

내 그릇 크기만큼만 남을 담을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더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나의 그릇 크기가 더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내 그릇이 크지 않다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다. 그냥 이 정도의 그릇이라 인정하면 그만이다. 내 그릇이 작은 대야인데 큰 호수의 물을 담을 수는 없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그 사람의 결함, 그 사람의 그릇 크기, 그 사람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상대인 나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의 출발은 나의 성격, 문제, 그릇 크기여야 한다.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적당한 양을 담는 것이 인간관계의 원칙이다. P81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고통스럽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즐겁게 살려는 마음을 내야 한다. 이렇게 살아도 한생이고 저렇게 살아도 한생이라면 즐겁게 사는 것이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살면서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을 기쁨으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은 즐겁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P228

아흔을 앞둔 지금도 하루하루 사는게 재미있다는 정신과의사이자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선생님의 신작

'어디 인생이 원하는대로 흘러가던가요'를 읽고 있다.

수술후 어느덧 두 달하고도 절반의 시간을 보냈다.

채소와 과일 두접시 이상 먹기

가능한 내가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하고

꼴리는데로(?) 등이

수술후 내 결심이었는데

비교적 잘 지키고 있고

외부적으론 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듯 한 나날...

부산과 제주로 연달아 여행도 다녀왔고

오히려 전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지난주,

'다시 전신마취를 하고 재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은터라 걱정이 태산이다.

주위의 유방암수술 받은 지인들의 얘기도 그렇고

수없이 찾아본 수술후기에도 재수술에 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었는데

배액관 제거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사기로 수술부위의 물을 빼고 있는 상황으로

교수님도 예기치 못한 상화에 최후의 방법(?)을 제시하신게 아닌가 싶지만

만에 하나 다시 입원해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함에 매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진듯... ㅠ.ㅠ

아파보면, 고통이란 누가 위로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통은 상상으로 알 수 없으며 철저히 고통스러운 사람의 몫이다. 고통은 개인적이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이기에 고통스러운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때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하는 충동과 의지에서 스며 나오는 것이 지혜다.

지혜란 고통스러운 상황,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P218

난,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할까?

지금은 기도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다음주 외래가 있을 때까지

배액이 다 흡수되고 피부가 편편하게 제자리를 잡아주길...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늘 단순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한 것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단순해서 단순한 것이다.

바보가 단순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하나는 복잡하다가 단순해지는 것이다.

사색과 경험을 통해 달라 보이던 여러 현상이

실제로는 하나의 원리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단순해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잘하려고 하면 ‘힘을 빼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말 같지만,

복잡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단순한 깨달음이다.

삶은 매 순간이 예측 불가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 -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
랄프 스키 지음, 이예원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이자 인상파의 대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는 꽃, 정물, 정원, 풍경과 도시의 풍경으로 사후 화가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초상화가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작품 분야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이 책은 반 고흐가 초상화들을 그렸던 주요한 ‘목적지’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네덜란드, 프랑스의 파리, 아를, 프로방스의 생 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 쉬르 우와즈까지.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초상화, 그리고 자상화 그림 75점이 담겨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빈센트 반 고흐는 꽃, 정물, 정원, 풍경과 도시의 풍경으로 사후 화가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초상화가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작품분야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예술가로서 너무나 다양한 여러가지 것들에 에의해 감동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초상화의 예술에 헌신해왔고 이 점에서 스스로를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과 다르다고 여겼다. '내가 가장 열정을 작는 분야는, 내 직업군의 다른 모든 화가들과는 너무나, 너무나도 다르게도 바로 초상화, 현대적 초상화이다. '현대적 초상화'로 기존 회화 기법의 특징 없는 사실적 모사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며 순색과 충부한 표현력이 넘치는 붓질로 자신만의 생명을 갖고 동시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여러 초상화를 남겼다. p8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이자 내 블로그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를 떠올리면 해바라기, 밤의 테라스 카페 등 꽃이나 정물, 도시의 풍경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데 이 책에선

가끔 작품을 접할 기회는 있었으나 잘 알지 못했던

'감자 먹는 사람들' 을 비롯해서 신비로운 초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의 파리, 아를, 프로방스의 생 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 쉬르 우와즈까지.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초상화 등을 담았다.





흰 모자를 쓴 시골 여자의 얼굴

이 여성은 초상화를 위해 가장 좋은 모자를 쓰고 나왔으면서도 목사님의 아들을 위한 모델이 된다는 사실이 불편한 한것처럼 보인다. 빈센트가 모델료를 지불하기는 했지만, 많은 농부들은 여전히 모델이 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들 얼굴의 특징을 기록하는 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 지점에서는 가 보고 있는 것에 감동을 맛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볼 수 있어' p35




미술수업때 반 고흐 작품중에 처음 따라 그려본 초상화

흰 모자를 쓴 시골 여자의 얼굴...

긴 내용은 아니었지만 제목도 모델도 궁금했던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어 또 좋았던...





탕기영감의 초상

파리, 1887년 가을

탕기영감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미술재료값을 그림으로 대신 받아주곤 했다. 그는 빈선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해서 가게에서 그림을 전시해주길 요청하기도 했가. 빈센트와 탕기는 둘 다 일본의 목판화에 열광했고, 그래서 이 그림에서는 일본식 판화를 배경에 두어 기념이 되도록 했다.

따라서 이 초상화는 동서양 이미지의 독창적인 융합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탕기는 사후에는 위대한 한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이 구입했다. p49




유진 보슈의 초상

아를, 1888년 9월

빈센트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였던 보슈가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전형적인 시인 초상화에 완벽히 어울리는 모델이라 생각했다. 이 초상화는 그가 모델을 직접 만나기 전에 초상화를 상상했던 드문 사례이다. p68

주아브영 소위 미예의 초상

아를, 1888년 9월 말

빈센트와 이 젊은 군인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서로 책을 교환하고 문학에 대해 토론했고 심지어 미예는 빈센트에게 드로잉 레슨을 받기도 했다. 빈센트는 미예의 잘생긴 외모와 태평스러운 연애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휘황찬란한 주아브뱅 군복을 입은 그의 초상화를 그릴 때, '연인'으로 묘사했다. p69

반 고흐의 어느 미디어 전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사진은 남아있어 궁금했던 작품들을 이번에 책에서 찾았다. (^^)V

러빙 빈센트속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에 더해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들을 만난 볼 수 있어 좋았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도자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따스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가 8년 만에 전하는 신작 시집. ‘위로 시인’이자 ‘치유 시인’으로서 아픈 이들에게 건네는, 반짝이는 진주처럼 맑게 닦인 백 편의 시가 담겼다. 1부와 2부는 투병 중에도 나날이 써낸 신작 시만으로 엮었다.

“저마다 무슨 일인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샌 존재들에게”(황인숙 시인, 추천의 글) 시인은 작은 햇빛 한줄기로 가닿고자 한다. 때로 생경하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결심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인의 맑고 고운 언어들이, 우리의 상처와 슬픔에도 “환한 꽃등”(「아픈 날의 일기 1」) 하나씩 밝혀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듯이

내 몸이 힘들고 우울할 땐

햇빛 주사를 자주 맞는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뜻해지고

우울한 맘이 이내 내밝아지는

햇빛 한줄기의 주사

고맙다고 고맙다고

목례를 하면

먼 곳에 있는 해님이

다정히 웃는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두꺼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생명의 빛으로 초대하는

나의 햇빛 한줄기로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이 준 넉넉한 양분으로

나는 나에게

이웃에게

둥근 사랑을

시작한다

– 햇빛 주사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

갑자기

나에겐

생각의 빗방울이 많아지고

어딘가에 깊이 숨어 있던

고운 언어들이

한꺼번에 빗줄기로 쏟아져 나와

나는 감당을 못 하겠네

기쁘다

행복하다

즐겁다

나는 그냥

하루 종일 웃으며

비를 맞고 싶을 뿐

눈매 고운 새 한 마리

초대하고 싶을 뿐

– 비 오는 날

기쁠 때

슬플 때

아플 때

그리고

삶이 버겁고

억울한 일 당했을 때

하느님도다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는 나에게

작은 하나님

구원의 천사임을

하느님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고 싶네

부르는 것 자체로

기도가 되는 엄마

먼저 다기 그 나라에

나도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저기 가서도

제일 먼저 불러볼 그 이름

엄마

이 세상에 나를 낳아주시고

저세상으로 떠나신 이후에도

계속나를

사랑으로 키우고 계신 엄마

나의 엄마

– 엄마

간 밤 꿈에

그림이 아름다운 열두 장의 카드를 사며

더 살까 말까 망설이다 눈을 뜨니

아쉬우면서도

행복한 느낌!

고맙다는 말

축하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시처럼 적으면서

살아온 날들

내 일생동안

누군가에게 날아간

사계절의 고운 카드를

그리워하며

다시 보고 싶은 카드 속의 문장들

어느 훗날 나는

존재 자체로 한 장의 카드가 되어

날아갈 준비를 하네

더 이상

가게에서 사지 않아도 될

가장 아름다운 카드 한 장으로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내일도

그냥 그냥 기뻤다고 고백하리라

한 장의 러브레터로 살다 갔다고

누군가 그렇게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 꿈 일기⎯카드를 사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었던 것 같다.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더 잘 될꺼라고 응원의 말을 듣고 싶던

시린 가을날

난 이 책을 구입했다.

햇살주사를 읽으며는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았고

비오는 날은 아껴가며 비소식이 있는 날 읽었다.

엄마는 내게 폭풍눈물을 흘리게 했고

꿈 일기를 읽으며는 나도 러브레터 같은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며

조금은 밝고 기쁠 내일을 꿈꾼다.

한번도 뵌 적 없지만

수녀님도 늘 건강하시길...

오래도록 우리곁에서 위로로 남아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섯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김겨울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몇 년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유려한 산문과 책을 위해 새로 쓴 글을 담은 것으로, 그동안 피아노, 책, 유튜브 등이 주제였던 것과 달리 오로지 자신이 주인공인 책이다. 이 책은 여러 해 동안 쓰인 글이 모인 만큼 한 사람의 사색과 애호가 어떻게 글이 되고, 말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음악이 되고, 시가 되고, 끝내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겨울의 나이테다.

작가는 책 서두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이라고. 작가는 각지고 아픈 언어 사이에서 시를 찾던 학창 시절, 진은영의 시 ⌜대학 시절⌟을 닳도록 읽으며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를 버티던 스물의 어느 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죽음을 생각하던 10여 년”을 보내며 “읽고 쓰는 것밖에” 자신을 구할 도리가 없어 필사적으로 책과 글에 매달린 겨울의 날들을 꺼내어놓는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너는 누구니?"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나는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생각하고 쓰고 생각하고 쓴다. 더 이상 세상을 생각하며 울지 않지만 세상의 무한함에 여전히 매료된다. 세상을 보는 안경들은 내내 흥미롭다.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땅을 더듬어가며 짐작해본다. 나의 쓰임이 이곳 언저리에 있지 않을까 어림해보면 삶에 저울이 있다면, 저울이 이있어서 불안이며 열정이며 경력 같은 것을 놓고 셈이라는 것을 할 할수 있다면, 내 삶의 저울은 큰 바다를 향해 힘껏 기울었다. 아무도 쓸모를 묻지 않으나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질문으로 가득 찬 바다로. 이곳에 잠겨 질식하더라도, 나보다 큰 이곳에서 나는 기꺼이 웅크린다. 몹시 행복하다. p38

바라건대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판단을 잠시 멈추는 사람들의 세계, 상대방의 삶에 자신의 상을 욱여넣으려고 들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 복잡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세계. 세 줄 요약만 듣고 홀연히 사라지지 않는 이들의 장황한 말을 듣고 싶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물화되지 않는 소중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므로 우리는 고전 다이제스트와 ‘결말 포함 줄거리’와 ‘후렴구 모음’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하다못해 친구의 말조차 세 시간 이상 듣는 일이 적은 세상에서 그나마 우리 자신을 톱니바퀴로만 두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예술 경험일 것이다. p51~52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작게 틀어둔 채 눈을 감고 내일 아침 요거트에 뭘 넣어 먹을지 생각하다가, 문득 터무니없는 행복을 느꼈다. 울며 자해를 하거나, 자다가 환청을 듣고 깨거나, 다시 잠들지 못해 새벽을 뒤척이거나, 내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내일 아침의 요거트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영원처럼 반복되던 긴 시간을 버텨서 이런 날이 오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알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도 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이 왔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p91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어떤 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나의 여러 특질들은 나를 바닥까지 끌고 갈 만한 것들이었지만 그만큼 다시 끌어올릴 힘을 지닌 것들이기도 했다. 이슬아와 이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이것이 '무인의 성정'이라는 점에 합의했다. 나는 뒷산을 뛰어다니고 창을 멀리 던지는 무인처럼 버텼다. 복수를 다짐하는 무인처럼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밥을 챙겨 먹고 커피를 몸에 부어서 운 좋게 터널을 빠져나왔다. 어쨋든 살아내는 모든 사람은 결국 살아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p92

졸업 후에 나는 알려져 있듯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가 됐다. 유튜브에서 나는 문학 책도 과학 책도 인문학 책도 소개한다. 유튜브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출판인들에게는 유튜브 강연을 한다. 내가 책과 유튜브라는 각각의 경계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 혼란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전에 책의 저자 소개에 이렇게 썼다. “유튜브와 책 사이, 글과 음악 사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서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 이 세계가 이렇게 넓다는 것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영역이 실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그 모든 게 인간이라는 것이 아주 기쁘다. p140

나는 내가 신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그것은 결코 지울 수 없는 내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가 변화해가는 모습 역시 그렇게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고기를 줄이고 일회용품을 줄일지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각자의 일을 응원하고, 나이 마흔의 삶을 그려본다. 그 즈음에는 꼭 근처에 살자고 말한다. 이렇게 곁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그저 이렇게 죽 사는 것이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든든한 친구와 10년 뒤, 또 10년 뒤를 그리며 바지런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삶은 아름답게 마감되겠구나, 하는 그런 예감이다. p217

바스라지는 낙엽과 함께 짧기만했던 가을이 지나가고

갑자기 겨울이 찾아오던 날

난 왠지 슬프고 불안해졌다.

'겨울의 언어'

어느해 겨울에 읽었던 '책의 말들'이 넘 좋았던 기억에

겨울과 함께 찾아온 그녀의 신작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주문했고

별다방 구석자리에 앉아 늘 마시던 아아 대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밀려있는 책들을 뒤로하고 또 구매버튼을 누르며 일말의 망서림이 있었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않고 바로 구입하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으니

이 따끈한 신간이 주는 위로와 즐거움은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피아노'에서도 익히 느꼈던 음악에 대한 깊이

거기에 더해,

철학과

유튜브와 책 사이,

글과 음악 사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서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문장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던 책이다.

창밖에 비는 내리고

오랜만에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조금은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딸아이가 먹고 싶다는 김밥을 싸고

오븐에 군고구마를 굽고 있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도 다시 힘을 내어야할 시간...

그만 투덜대고, 다시 한 발짝 내디뎌야겠다.

혼돈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반가이 맞이하며... ㅠ.ㅠ

통제밖의 세계.

의미가 없는 삶.

그렇기에 겸손하게 노력하는 마음.

그것은 어느 순간 우리를 해방시킨다.

내가 자기혐오에 빠질 때마다,

나의 못남을 탓할 때마다,

나의 삶에 구멍이 나고 균열이 생긴다고 느낄때마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내가 나의 못남을 탓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나의 오만일지도 모른다고,

그만 투덜대고, 다시 한 발짝 내디뎌야 한다.

혼돈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반가이 맞이하며.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