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그림들 - 보통의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방법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월요일의 문장들』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보듬고 울렸던 조안나의 미술 에세이. 삶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쉼과 위로를 주고,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 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갈 힘을 주는 존재가 그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똑같은 런던 길을 걸어도 누군가는 그것을 소설로 또는 그림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로 여기고 지겨워한다.

예술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에, 권태와 지루함을 공기처럼 먹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잊지 말고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D 같은 존재다. 햇빛을 보지 못한 날엔 해를 담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진짜 길을 산책하게 되면 방에서 보았던 그림을 떠올린다. 풍경 속의 밖, 바깥 속의 풍경에 현재를 심는다. p114


호퍼, 조지아 오키프, 피에르 보나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를 만나고 나오면 시카고의 상징인 밀레니엄 공원과 지은지 100년이 넘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텔리젠시아 카페만 5개가 넘었다. 이 예술여행은 그 후 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남편이 다니던 대학교의 ESL 교실에 나가기 시작했고, 만나지 않고 살던 한국 사람들을 만났고,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주 시카고에 가게 되었다. 하나의 그림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호퍼의 그림은 미지의 것을 아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 빠질 정도로 큰 미시간 호수는 파도도 치기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호수가 바다도 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라고 늘 집에 있으란 법은 없었다. p145~147

모두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격자무늬에도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이가 되려면 더 많이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이 미끄러져 봐야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완벽히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수년간 추상 실험을 거듭한 끝에 단색화의 대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에서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정상화 작가처럼…. 문장을 뜯어내고 메우고, 들어내고 메우면서, 해도 해도 다시 나타나는 집안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완벽하지 않은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 p270

"오늘은

이 그림에서 쉬었다 가자"

그림 앞에서는 말이 필요없고,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온전히 젖어 있을 수 있으니까.

결국 이렇게 잘 보냈지만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위해

구입한 책

'나의 다정한 그림들'

추석연휴를 앞두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바빠서 얼굴 자주 볼 수 없는 백년손님 사위와 큰딸이 모처럼 집에 온다는데

말은 밖에서 먹자고 했지만 맘이 편하질 않았다.

늘 그렇듯 김씨가 사위 영양보충 시킨다고 한우를 사왔고

난 갈비찜과 전을 부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모처럼 엄마밥 먹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니

몸은 좀 힘들었지만 집에서 먹길 잘 한 걸로...





이 글에서는 뭉크의 절박한 '절규'가 아닌 그가 남긴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주일 치의 분노를 월요일 오전에 다 풀었더니 <양귀비를 든 여인>과 같은 그림이 눈에 띈다. 뭉크도 이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특히, 바닷가 풍경이나 정원 그림을 보면 뭉크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거친 아우트라인도 고통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생의 찬미를 위해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평생 사랑에 실패했던 뭉크인지라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연인일 것이다. 양귀비와 백합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서의 하루. 정원에서만큼은 그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44

가장 눈길을 끈 건 바로 이 그림 '양귀비를 든 여인'이다.

뭉크전에서 초창기 작품들이 '절규'를 통해 알고 있던 뭉크스타일의 그림이 아니어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느끼던 우울이나 불안을 느낄 수 없다.

아무래도 밝은 색채 때문인듯 한데 작가의 말처럼 '뭉크도 이런 작품이 있었네' 했었던...






슬렁슬렁 오늘의 그림을 고르다가, 첫 문장의 막막함처럼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빌헬름 함메르쇠이가 그런 실내 풍경 앞에 섰다. 그동안 함메르쇠이의 회색을 격하게 아낀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글에는 초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그린 수많은 집 안 풍경중 이젤이 놓인 그림에는 내가 글로 채워 놓고 싶은 '일상생활의 고요함'이 가득 들어 있다. 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내나 여자들의 뒷모습을 그렸던 그는, 이 그리멩선 자신의 동반자인 이젤을 왼편에 두었다. 자화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를 잘 표현하고 있는 그림이다. p250


꼬맹이를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아는듯 막내동생이 언니들을 초대해 주어서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동생들과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은 김씨와 미술관 나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가장 먼저 다가온 작품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흰 의자에 앉은 이다가 있는 실내 풍경'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뒷모습의 작품인데다가

혼자 거실에서 느끼는 평화로움과 안정이 감사한 마음이 들게하는...

저자의 전작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도 좋았는데 이번 신작도 참 좋네...

가까이에 두고

잘 보고 읽을 다정한 그림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모네와 고흐의 인상주의부터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을 미술사에서는 모더니즘 회화라고 한다. 바로크와 르네상스 등 많은 아름다운 미술사조가 있지만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에서는 이 모더니즘 회화 시기에 집중한다. 이 시기는 근대의 역동적인 변화만큼이나 예술계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인 시민혁명을 필두로 미술사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추상미술,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예술가 14명의 작품과 인생을 통해 모더니즘 회화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인기 팟캐스트 '후려치는 미술사'에서 많은 구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입담을 자랑해온 진행자 박신영 저자가 미술관 도슨트처럼 모더니즘 미술사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우연이라기엔 어쩐지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미술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더니즘 회화의 역사와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모더니즘 회화는 그저 자유롭고 다양한 것이 전부일까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들꽃처럼 자유롭게 피어나던 모더니즘 회화는 어느 순간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그림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현상을 어려운 말로 ‘자기인식self-consciousness’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것은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림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p6~7

미술을 다루는 책의 시작을 시민혁명으로 여는 것이 의아할 수 있겠지만, 모더니즘 회화를 이해하려면 그 발생 원인인 시민혁명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미술작품은 항상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죠. 시민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찾은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예술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로운 시민사뢰의 예술, 그것이바로 근대 회화, 모더니즘 회화입니다.

모더니즘 회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인상주의Impressionism입니다. 인상주의는 한마디로 ‘태양빛’을 그리는 그림입니다. 모더니즘 회화의 시작이 태양빛을 그리는 그림이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시민혁명의 배후에 태양이 있었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미술이 ‘태양을 그리는 그림’이니 말입니다. 물론 둘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은 없습니다. 그저 우연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소설의 복선처럼 아귀가 들어맞아 신기할 뿐입니다. p20~21

고흐는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 마치 신에게 부여받은 소명인 것처럼 모든 것을 제쳐두고 오로지 예술에만 매달렸습니다. 고흐의 이런 태도를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이라고 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가장 순수한 목적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후배 예술가들도 고흐의 순수한 태도가 존경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간 것을 보면 말입니다. p116

추상화의 탄생은 모더니즘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입니다. 마티스와 피카소에 의해 고전 회화가 무너지고 모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대표할 완전히 새로운 미술 장르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추상화의 탄생은 한편으로 이런 의미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술은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모사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연은 완벽하기 때문에 이를 모사한 미술은 항상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추상화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이미지 입니다. 이제는 신의 도움없이 인간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를 두고 신성모독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예술가들은 이제 신의 창조물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창조 행위를 모사하기 시작했습니다. p252~253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전 세계의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수많은 식민지들을 거느리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은 히틀러에 의해 잿더미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새롭게 재편할 또 다른 거인이 등장했으니,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예술의 중심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 뉴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때 모네, 고흐, 피카소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배출했던 파리는 이제 예술사에서 뒷전으로 완전히 물러났습니다. 유럽은 그야말로 잿더미가 되었으니 파리는 더 이상 예술을 발전시킬 공간도 에너지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뉴욕은 여전히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p280

인류는 지금껏 여러 가지 형태로 신을 표현해 왔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에서 아담과 신이 손가락을 맞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신을 인간의 지성으로 한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신의 형태를 윤곽선으로 가두었기 때문이죠. 윤곽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지점에 있는 숭고의 아름다룸은 한계가 없는 무한성, 절대성에 있습니다.

색면추상 예술가들은 미술사에서 지금까지 숭고를 표현해온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근원적인 숭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형태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p302~303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한 세기 동안 이어져온 모더니즘 회화의 결말은 회화의 완성이 아니라 해방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허무한 한느낌도 들지만 모더니즘 회화의 아름다움은 결말보다 발전과정에 있습니다. 한세기가 지난 시점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더니즘 회화가 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을 향해 달려가던 예술가들의 마음은 진심으로 가득했습니다.

동쪽 끝으로 가면 해가 떠오르는 세상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예술가들도 그 끝에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모더니즘 회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것입니다. 꿈을 쫓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p311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모더니즘 회화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기 시작한 건

2014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전부터 였던것 같다.

진행되는 도슨트를 듣고 다시 둘러보는 전시장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간...

한 권만 읽으면 명화 속 이야기가 보이는

최소한의 미술사 교양 수업

한 권만 읽으면 명화속 이야기가 보인다고?!...

그동안 그림보는걸 좋아하지만 아는게 없으니 그저 보는 것으로 그쳤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로 나올 미술사 책 리뷰제안에 기대를 안고 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한 책

고전의 끝, 새로운 시작을 알린 화가들...

하얀드레스를 푸른 하늘에 비친 모습으로 표현한

빛을 그리는 화가 클로드 모네와

마치 의도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지우고 따뜻함만 남겨놓은 듯한

봄처럼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리고

어두운 측면을 가감없이 그려낸

그동안 알고 있던 작품외에 '두명의 댄서'를 통해

벨 에포크의 어둠을 알게된 에드가 드가...

어제 미술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술사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네의 '올랭피아'를 화두에 올렸었는데 '인상주의를 개발한 사람들'에서 작품과 함께 기득권에 반기를 든 마네의 이야기를 읽으니 책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진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외젠 들라크루아, 1830

"화가는 자신 앞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것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소리 개인성을 중시하는 것

낭만주의에서 귀족적 취향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평민계급이 자유의 여신과 함께 귀족을 짓밟고 혁명을 완수하는 내용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대했던 '모나리자' 대신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작품은 바로

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었다.

그당시엔 들라크루아란 화가에 대해서도 이 작품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이 작품이 수많은 그림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14명의 화가들 중에서 가장 내시선을 끈건 뜻밖에도 마크 로스크였다.

유명화가의 전시는 어찌하던 관람하러 노력하는데 그동안 유일하게 제외됐던 화가가

바로 마크 로스코였다.

그 흔한 선 하나없이 색으로만 채워진 작품앞에 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탓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는데

'숭고의 미술'에 실린 마크 로스코편을 읽고 나니

형태를 완전히 제거하고 색으로만 숭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색면추상'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어렵지만 그의 작품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이는게 사실이다.

푸른빛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로썬

위의 '파랑 위 녹색'은 기회가 되면 꼭 직접 보고 싶은 작품...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미술사와 예술가에 대해

알게 된 시간으로 추상화와도 조금은 친해진 느낌...

아직 앙리 마티스 특별전 관람전인데

추석 지나면 꼬맹이 옆구리 찔러 다녀와야겠다.




** 이 책은 출판사 길벗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는 만큼 보인다 : 한 권으로 읽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국토의 명작과 명소를 명문으로 전해온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30주년 기념판이다. 5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국내 최장수 베스트셀러 ‘답사기’ 시리즈에서 한국미의 정수이자 K-컬처의 원류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14편을 가려 뽑아 한 권에 담았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 문화유산을 향하여 ‘사랑하면 알게 된다’의 철학을 설파해왔고, 한국미의 원류를 말하며 언제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의 미학을 강조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국토의 최남단, 전라남도 강진과 해남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1장 제1절로 삼은 것은 결코 무작위의 선택이 아니다. 답사라면 사람들은 으레 경주·부여·공주 같은 옛 왕도의 화려한 유물을 구경 가는 일로생각할 것이며, 나 또한 답사의 초심자 시절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난 세월 내가 답사의 광(狂)이 되어 제철이면 나를 부르는곳을 따라가고 또 가고, 그리하여 나에게 다가온 저 문화유산의 느낌을확인하고 확대하기를 되풀이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수없이 여러번 다녀온 곳이 바로 이 강진·해남땅이다.

강진과 해남은 우리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여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 없었으니 그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대단한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한 곳이며, 지금도 반도의 오지로 어쩌다 나 같은 답사객의 발길이나 닿는 는이 조용한 시골은 그 옛날 은둔자의 낙향지이거나 유배객의 귀양지였을 따름이다. p13~14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지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한다. 지금 말한 그 졸업생은 이제 들판의 이미지에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얻게 된 것이다. 남도의 들판을 시각적으로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않은 사람은 산과 들 그 자체뿐 아니라 풍경화나 산수화를 보는 시각에서도 정서 반응의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답사와 여행이 중요하고 매력적인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이 산비탈의 과수밭으로 펼쳐졌을 때 우리 일행은 남도의 황토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누런 황토가 아닌 시뻘건 남도의 황토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시각적 충격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p15

서양 사람들이 그들의 자연 빛에 맞추어 만든 먼셀 색상표에 눈이 익어버렸고, 그 수치에 맞추어 제조된 물감과 잉크로 그림 그리는 일, 인쇄하는 일, 그렇게 제작된 제품에 익숙한 우리의 눈에 저 남도의 봄날이그려보인 원색의 향연은 차라리 이국적이고, 저 먼 옛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그림에서나 본 조선왕조의 원색으로 느껴진다. 하물며 연지빛, 등황빛, 치자빛, 쪽빛의 청순한 색감을 여기서 더 논해 무엇할까. 남도의 봄, 그것은 우리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자연의 원색이고 우리의 원색인 것이다. 나는 그날 그 원색의 물결 속을 거닐고 있었다. p30

소쇄원이 깊숙한 계곡의 한쪽을 차지했다면 명옥헌은 산언덕 너머 전망이 툭 터진곳에 자리 잡았다. 똑같은 원림인지라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공을 가한 것이지만 소쇄원은 아늑함을, 명옥헌은 활달함을 취했다. 그것이 이 두 원림의 설계자, 사용자의 기본 아이디어였을 것이니 우리는 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라도 송강정, 면앙정보다도 명옥헌을 택해야 한다.

한국문학사적 의의로 말하자면 면앙정과 송강정이 훨씬 위에 놓이겠지만 옛 원림을 보는 시각적 즐거움으로 셈하자면 명옥헌이 단연 앞선다.

명옥헌은 소쇄원에서 일곱 굽이인가 아홉 굽이인가를 산길로 넘어야나온다. 그리하여 고서면 산덕리에 이르면 길 오른쪽에 ‘인조대왕 계마비(繫馬碑)‘가 서 있는데 여기서 산허리를 지르는 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언덕배기 중턱에 이르면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가 후산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어 동네의 연륜을 말해준다. p75

그러나 고급의 경지에 다다른 답사객은 언뜻 보기에 답사에의 열정과 성심이 식은 듯 돌아다니기보다는 눌러앉기를 좋아하고 많이 보기보다는 오래 보기를 원한다. 지나가는 동네 분과 시답지 않은 객담을 늘어놓고 가겟방을 기웃거리다가 대열에서 곧잘 이탈하곤 한다. 허나 그것은 불성실이나 나태함의 작태가 아니라 그 고장 사람들의 사는 냄새를맛보기 위한 고급자의 상용수단인 것을 초급자들은 잘 모른다. 고급자는 문화유산의 개별적·상대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그것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싶어하는 단계인 것이다. 하기야 사물에 대한 인간 인식의 수준이 개별적·상대적·총체적 차원으로 발전해가는 일이 어디 답사뿐이겠는가. p142

부석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무량수전에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라서가 아니며, 그것이 국보 제18호라서도아니다.

부석사의 아름다움은 모든 길과 집과 자연이 이 무량수전을 위해 제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절묘한 구조와 장대한 스케일에 있다.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법성게(法性偈)」에서 말한바 ˝모든 것이 원만하게 조화하여 두 모습으로 나눠이 없고, 하나가 곧 모두요 모두가 곧하나됨˝이라는 원융(圓融)의 경지를 보여주는 가람 배치가 부석사이다.

그러니까 부석사는 곧 저 오묘하고 장엄한 화엄세계의 이미지를 건축이라는 시각매체로 구현한 것이다. 이 또한 이미지와 이미지의 만남이며,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의 대화일 것이다. p203

들판엔 추수를 기다리는 벼 포기들이 문자 그대로 황금빛을 이루면서 초가을의 따스한 햇볕 속에 해맑은 노랑의 순색을 발하고 있다. 벼포기의 초록빛과 벼 이삭의 누런빛이 어우러져 설익은 논은 연둣빛이되고 농익은 논은 갈색이 되지만 엷은 바람에는 너나없이 단색의 노랑으로 변하며, 그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 속에 먼산의 단풍도 길가의 화사한 꽃들도 모두 묻혀버린다. 나는 언젠가 가을 답사 때 동행했던 나의주례 어른이신 고 리영희 선생이 가을 들판을 바라보면서 독백처럼 흘렸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을날의 단풍이라고 하면 먼 산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이는화려한 색감을 말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단풍의 주조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이가들고서야.˝

이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풍광이 느끼기에 따라선기암절경보다도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충청도 땅, 옛 백제의 아름다움 속에 피치 못하게 개입해있을 풍토적 성격일지도 모른다. p286

조선시대남자 과묵한 남자 김씨가 유난히 목소리가 커질때가 있다.

바로 역사드라마나 벌거벗은 한국사 등 역사에 관련된 TV프로그램을 시청할때...

몇해전 안동을 방문했을때 그 진가가 발휘되었는데 그에 비하면 난 외워야하는 과목은 별로였기에

국사나 세계사 성적은 늘 바닥이었던 까닭에 그의 잘난척(?)을 기꺼이 들어준다. ^^;

아마 이 책을 구입한 저면엔 혹시 언젠가 책속에 그곳을 함께 간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아무튼 이런 흑심(?)을 품고 읽기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30주년 기념 하이라이트답게 흡입력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예산의 황금빛 들판이 그려진 부분에선 그리운 추억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꼭 가고 싶은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고'라는 타이틀의 영주의 부석사는 설레임으로 읽었다.

그외에도 소쇄원, 한라산 영실도 가보고 싶다는 장소로 차곡차곡 쌓인다.

추석 지나면 창경궁부터 나의문화유산답사를 시작해볼까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보일 그 순간을 기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ㆍ정치ㆍ경제ㆍ글쓰기ㆍ여행 등 인문학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 유시민이 과학을 소재로 쓴 첫 책이다. 유시민에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과학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새롭게 해석”했다.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ㆍ통섭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과학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로 배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과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온전한 공부를 하기 위해 인문학과 함께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회한의 감정을 실어 말한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 인문학이 맞닥뜨린 위기와 한계를 뚫고 나아가려면 과학의 성취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나를 알아!’ 흔히 하는 착각이다. 나도 한때는 착각했다. 나는 조용히 방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 내게 잘해주는 사람도 좋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더 좋다. 부자한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시민을 돕는 데 찬성한다.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하다면 전기요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고 배달 음식 주문을 삼간다. 외모를 꾸미는 데 돈 쓰기를 주저한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 지옥과 천국, 윤회, 육체와 분리된 영혼, 구원, 영생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지성을 뽐내는 사람은 부러워하지만 돈과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은 경멸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러면 나를 아는 것인가? p45~46

다시 강조한다.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 못하겠다.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기엔 흉하고 절멸하기에는 아깝다. 그 운명이 어찌 될지 나는 알지 못하고 책임 질 수도 없다. 단지 나 자신의 삶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려고 애쓸 따름이다.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p100~101

과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지 짚어 보았다. 인문학의 가치와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누차 말했지만 과학에는 옳은 견해와 틀린 견해, 옳은지 틀린지 아직 모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문학 이론은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게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다.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락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한다. 292

퇴원선물로 받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내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의 책들

인문학, 심리학, 에세이, 그림 그리고 하루키...

편식하듯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을 바꿔 보고 싶었던 차에 읽게된 책이어서

친하지 못한 과학이야기의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책이었음에도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는 담쌓고 다른 세상일에 빠져 지내면서도

할아버지와 엄마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나마 놓지 않고 있던 수학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이과반을 선택했다.

해마다 열개반중 두개반은 되었었다는데 내가 2학년으로 진급하던해엔 달랑 한 반!

반등수가 전교등수인 상태에서 받아든 첫 성적표는 자포자기 깊은 나락으로 날 떨어뜨렸던 것 같다. ㅠ.ㅠ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물리학이 알려준다고???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등을 공부했는데

책에도 실린 주기율표와 운동법칙 등을 열심히 외웠던 기억외엔

모든게 희미하다.

그런 내가,

'코스모스', '원더풀 사이언스', '엔드 오브 타임' ,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원자폭탄 만들기', 등

저자가 언급한 책들을 어느 것 하나 읽은게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교양서가 아니다. 나는 중요한 과학의 사실과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내가 흥미롭게 본 사실, 내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내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나름의 해석을 얹었을 뿐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라 하면 될 듯 하다.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쓸인잡>의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단독 저서로는 5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원자에서 인간까지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본 입자와 원자에서 시작해 존재의 층위들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물질과 생명, 더 나아가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 조망하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우주가 물리학자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한 소년의 호기심이 물리학에서 화학, 화학에서 생물학, 그리고 다시 인문학으로 확장해간 김상욱의 지적 세계를 이 한 권을 통해 총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이다. 하늘, 바람, 별은 그 시집에 실린 '서시'에 등장하는 단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온다. 즉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을 더하면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으로 정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가득한 책이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의 경이로움을 담아보려 했다. p12~13

세상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지만 원자와 만물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원자호텔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것(고양이, 연필, 스마트폰, 인간 등등)에 대한 어떤 단서도 곧바로 얻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만물이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고양이에서 왔을 수도, 태양에서 왔을 수도 있다. 우리가 죽으면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져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있다. ‘나’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p47~48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연쇄 화학 반응에 불과하다. 우리는 화학 반응이 이렇게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살아 있다고 말한다. 생명에 쓰이는 원자는 무생물에 쓰이는 원자와 동일하다.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 기계다. p228

오류를 포함한 복제가 존재한다면 진화는 필연이다. 여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다. 좋은 것이 좋은 결과를 내고, 많은 것이 많다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것뿐이다. 물리학자에게 진화는 그냥 당연한 이야기다. 원래 위대한 아이디어는 알고 나면 당연하다. p268

더욱더 나쁜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훨씬 극적으로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대멸종이 일어날 때, 최상위 포식자는 언제나 멸종했다. 참고로 지금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p304

인지 혁명과 허구를 믿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물리학자에게 대단히 흥미롭다. 물리는 기본적으로 물질에 기초하여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유물론적이란 뜻이다. 모든 물리량은 직접 측정이 가능하고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다. 사랑, 정의, 도덕 같은 개념과 비교하면 위치, 속도, 질량, 에너지, 전하 같은 물리량이 얼마나 물질적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인지 혁명을 통해 물리학이 미치지 못하는 허구의 영역을 만들었다. 허구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건설하는 토대가 된다. p330

지난 6월

더 키친 일뽀르노에서 만난 경이의 가방에서 나온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안그래도 북카트에 넣어 둔 책이어서 어떤가하고 궁금해 물었더니

진도는 늦지만 근간에 관심이 많아진 분야의 책이라 좋단다.

고래?

스스로는 결국 구입하지 않을 듯 한 책이라

퇴원후 경이의 옆구리를 찔러 선물로 받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책읽는 속도도 늦고

하얀것은 종이고 꺼먼건 활자인 상태로

책읽다 멍~해지게 일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낸 건

이 한 구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진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었다.

흙이 말한다. 왜 당신은 나를 건드리는가?

그대와 나는 둘 다 같은데,

비록 일부가 가라 앉고 일부는 떠올라도

우리는 모두 단지 흙일 뿐이다.

우리는 죽으면 흙으로, 즉 지구로 돌아간다.

이것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p144

어차피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갈텐데

뭐그리 속 태우며 아둥바둥 살아왔는지.... ㅠ.ㅠ

또 하나 좋았던 건

물리학박사 친구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으로 입문한 과학책 읽은 이야기를

친구는 흐믓한듯 들어주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

과학, 인문학, 물리 등

경계를 넘은 좌충우돌 여행기에 기꺼이 편승 했으니

앞으로 원자에서 인간 그리고 사회까지

점차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