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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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의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단독 저서로는 5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원자에서 인간까지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본 입자와 원자에서 시작해 존재의 층위들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물질과 생명, 더 나아가 우주와 인간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 조망하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우주가 물리학자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한 소년의 호기심이 물리학에서 화학, 화학에서 생물학, 그리고 다시 인문학으로 확장해간 김상욱의 지적 세계를 이 한 권을 통해 총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이다. 하늘, 바람, 별은 그 시집에 실린 '서시'에 등장하는 단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온다. 즉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을 더하면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으로 정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가득한 책이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의 경이로움을 담아보려 했다. p12~13

세상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지만 원자와 만물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원자호텔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것(고양이, 연필, 스마트폰, 인간 등등)에 대한 어떤 단서도 곧바로 얻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만물이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고양이에서 왔을 수도, 태양에서 왔을 수도 있다. 우리가 죽으면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져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있다. ‘나’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p47~48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연쇄 화학 반응에 불과하다. 우리는 화학 반응이 이렇게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살아 있다고 말한다. 생명에 쓰이는 원자는 무생물에 쓰이는 원자와 동일하다.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 기계다. p228

오류를 포함한 복제가 존재한다면 진화는 필연이다. 여기에 어떤 의도나 목적은 없다. 좋은 것이 좋은 결과를 내고, 많은 것이 많다는 당연한 말을 하는 것뿐이다. 물리학자에게 진화는 그냥 당연한 이야기다. 원래 위대한 아이디어는 알고 나면 당연하다. p268

더욱더 나쁜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는 생태계를 훨씬 극적으로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대멸종이 일어날 때, 최상위 포식자는 언제나 멸종했다. 참고로 지금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p304

인지 혁명과 허구를 믿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물리학자에게 대단히 흥미롭다. 물리는 기본적으로 물질에 기초하여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유물론적이란 뜻이다. 모든 물리량은 직접 측정이 가능하고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다. 사랑, 정의, 도덕 같은 개념과 비교하면 위치, 속도, 질량, 에너지, 전하 같은 물리량이 얼마나 물질적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인지 혁명을 통해 물리학이 미치지 못하는 허구의 영역을 만들었다. 허구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건설하는 토대가 된다. p330

지난 6월

더 키친 일뽀르노에서 만난 경이의 가방에서 나온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안그래도 북카트에 넣어 둔 책이어서 어떤가하고 궁금해 물었더니

진도는 늦지만 근간에 관심이 많아진 분야의 책이라 좋단다.

고래?

스스로는 결국 구입하지 않을 듯 한 책이라

퇴원후 경이의 옆구리를 찔러 선물로 받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책읽는 속도도 늦고

하얀것은 종이고 꺼먼건 활자인 상태로

책읽다 멍~해지게 일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낸 건

이 한 구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진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었다.

흙이 말한다. 왜 당신은 나를 건드리는가?

그대와 나는 둘 다 같은데,

비록 일부가 가라 앉고 일부는 떠올라도

우리는 모두 단지 흙일 뿐이다.

우리는 죽으면 흙으로, 즉 지구로 돌아간다.

이것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p144

어차피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갈텐데

뭐그리 속 태우며 아둥바둥 살아왔는지.... ㅠ.ㅠ

또 하나 좋았던 건

물리학박사 친구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으로 입문한 과학책 읽은 이야기를

친구는 흐믓한듯 들어주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

과학, 인문학, 물리 등

경계를 넘은 좌충우돌 여행기에 기꺼이 편승 했으니

앞으로 원자에서 인간 그리고 사회까지

점차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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